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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din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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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din
작품등록일 :
2017.11.22 23:01
최근연재일 :
2018.01.16 16:23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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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글자수 :
170,839

작성
17.11.22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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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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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프롤로그 (1)

DUMMY

사람은 모두가 죽는다.


살아있는 생명이라면 모두가 다다르고야마는 육체적인 죽음. 그리고 꼭 호흡 기능이 멈추고 뇌 기능이 정지하지 않더라도 ‘죽음’이라 이야기할 수 있는 심리적인 죽음. 그리고 인간 관계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죽음.


그런 의미에서 과연 이 남자는 ‘죽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일까.


「크라이오닉스(Cryonics) 시술을 개시합니다.」


남자의 나이는 올해로 정확히 스물. 성인으로 인정받은 첫 해에 ‘인체 냉동 보존’ 시술을 받기 위해 커다란 캡슐 안에 앉아있는 꼴이다.


남자는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시한부 인생이었다. 그 남자를 출산하던 중 죽어버린 모친의 영향도 작지 않았을 것이다. 정신적인 문제는 없었지만 폐기능은 또래 아이들에 비하여 절반 이상 약했고 주 단위로 심장발작이 일어나 그를 괴롭혔다. 의사 또한 서른을 넘기지 못하고 죽을 것이라 저주한 남자의 인생. 그렇기에 남자의 얼굴은 지금 이 순간도 평온한 것이다.

시작부터 고아로서의 삶을 밟았던 남자. 모친은 그를 낳는 과정에서 죽었고 부친의 존재는 남자가 19년을 살아오며 단 한 번 궁금해하지도 않았다. 가까운 고아원에 거두어져 못배우고 괴롭힘 받는 열살까지의 어린 시절. 그리고 나머지 10년은 그를 아들로 삼겠다는 양부모의 밑에서 비교적 유복한 시절을 보냈다.


그리고 남자를 ‘인체 냉동 보존 시술의 실험체’로 보낸 것 또한 양부모의 의지였다.


‘그 두 분은 나를 10년이나 아들로 대해준 분들이다. 원망하지 않아.’


남자는 크라이오닉스 시술을 죽음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사실. 영하 196도의 액체 질소에 보관된다는 것은 호흡도, 사고도 정지되고 사회적으로도 잊혀진 존재가 된다는 이야기였으니 말이다.


「안정화 단계 돌입. 현재 안정도, 15% ...22% ...34%...」


더군다나 남자는 캡슐에 들어가기 전 연구원의 이야기를 들었다. 현대 기술력으로 성공한 사례가 없으며, 얼마나 먼 미래에 다시 눈을 뜨게 될지, 눈을 과연 뜰 수 있을지 조차 알 수 없는 불확정 시술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남자의 얼굴은 평온하다. 길게는 10년이라도 더 살 수 있었을테고, 돈을 받고 자신을 실험체로 팔아버린 양부모도 괘씸할 법 했지만 남자는 조용히 눈을 감는다.


‘사람은 언젠가 죽는다. 나는 단지 빨랐을 뿐. 10년이라도 나를 아들로 키워준 양부모님께는 감사한 마음 뿐이야.’


「...98%. 안정화 완료. 방부액 주입...완료. 멸균액 주입...완료. 세포 보존액 주입...완료」


목을 받치고 있는 의자의 상단부 언저리에서 남자가 따끔한 기분을 두어번 느꼈을 때. 드디어 캡슐 내부에서 백색의 입자가 뿜어져나와 그의 시야를 가리기 시작한다.


「냉각 단계에 돌입. 피시술자의 의식 소실을 확인. 체내의 혈액 제거 개시.」


남자는 9살의 기억이 떠올랐다. 바로 눈 내리는 한겨울에 나신으로 눈밭을 굴렀을 때의 기억. 하지만 고통에 몸부림치기도 전에 남자의 의식은 사라져버렸고 곧 신체 깊은 곳과 연결된 굵은 바늘이 전신의 혈액을 뽑아내기 시작했다.






남자가 깊은 곳에 잠든 지 1000년.


단순한 수의 자릿수만 보더라도 어마어마한 세월의 경과였다. 그리고 그 1000년 사이 일어난 일들은 정말로 터무니 없었다.

비밀리에 살아있는 인간을 실험체로 사용해온 ‘크라이오닉스’ 시술 실험 단체는 남자가 잠든 지 고작 1시간만에 해체되어 죗값을 치루었다. 한 남자가 남겨진 캡슐은 지하 깊은 곳에 은밀하게 남겨져 아무도 찾지 않는 곳이 되어버렸고 그 남자는 그렇게 1000년의 세월 동안 냉각되어 보존되었다.


남자가 깊은 곳에 잠든 지 500년.

과연 그것은 행운이었을까 불운이었을까. 결과적으로 남자는 잠든 지 500년이 흘렀을 때 벌어진 지상의 재앙을 피할 수 있었다.

시작은 전세계 국가들의 동시다발적 전쟁. 당시까지 정보 전쟁만을 계속하며 보이지 않는 피를 흘리던 각국들은 한 해커 집단이 터트린 폭탄에 ‘핵탄두’를 개방했다. 해커들이 먼저 터트린 폭탄을 결코 인명살상용이 아니었다. 폭탄의 용도는 바로 ‘전세계 정보망의 완전 침묵’. 하지만 이제껏 정보에 의지해 모든 것을 움직여오던 세계 각국들은 그 폭탄에 큰 패닉에 빠져들었고 ‘먼저 당하기 전에 죽여야한다’는 일념으로 핵탄두를 개방했다.

전세계의 지상은 붉게 물들었다. 푸르던 창공은 이제 찾아볼 수 없었으며 지하로 피난하여 살아남은 인류는 방사성 물질이 오염시킨 ‘변이 생명체’를 두려워하며 하루 하루를 연명해나갔다. 붕괴된 치안과 공포 속에서 인간들은 더욱 잔혹하게 바뀌어갔으며 기어이 방사성 물질로 인해 변이된 괴물들 보다 무기를 가진 무법자들이 더욱 무서운 시대가 도래한다. 이지를 상실한 무법자들과 방사성 변이체들의 차이란 오직 ‘인육을 구워 먹느냐, 생으로 씹어 먹느냐’일 뿐.


남자가 깊은 곳에 잠든 지 700년.

세계는 완전히 멸망했다. 세계 어느 육지에서도 자신들이 안전하게 거주할 곳이 없자 인류는 그렇게 단정지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인류는 끈질기게 대를 이어갔고 무저갱이 지상에 도래한 지 200년 언저리가 흘렀을 때 또 한 번의 변혁을 맞는다.

인류는 그 존재를 ‘신’이라 찬양했다. 먼저 거대한 아귀를 벌려 황색의 하늘을 빨아들여 인류에게 창공(蒼空)을 다시 보여준 것이 시작이었다. 스스로의 거대한 형상을 인간의 것으로 바꾸어 지하에 숨어든 인간들에게 윤리를 일깨워주고 무법자와 변이 생명체들을 처단하며 세상을 걸었다.

희망의 빛을 되찾은 인류는 하나씩 무리를 지어 부락을, 도시를 이루었고 ‘신’이라 불리운 존재가 선사한 새로운 문명을 기반으로 과거와는 다른 문명을 이루기 시작했다. 과학력을 ‘고대인들의 업’ 또는 ‘멸망의 힘’이라 부르며 멀리하고 지고한 존재가 선사한 문명, ‘마법’을 숭고한 힘과 문명으로 받들었다.


남자가 깊은 곳에 잠든 지 800년.

인류에게 신으로 칭송받던 존재는 지상 대부분의 괴물들을 지하에 가두어버린다. 그리고 인간들의 가장 큰 도시로 돌아온 ‘신’은 도시 인간들의 큰 찬양과 환영을 받지만 ‘도시의 지하 깊숙한 곳에 스스로의 굴을 짓고 모습을 감춰버린다’. 그 존재의 몸이 조금씩 일그러진 모습을 관측한 인간들은 ‘그 존재가 괴물들처럼 오염되었다’라 멋대로 단정하고 지하로 사라진 그 존재를 두려워하기 시작한다. 절대적이고 무시무시한 힘을 가진 존재가 괴물이 되어 자신들을 공격해올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었다.

기어이 인간들은 인류를 구원해 준 존재에게 검을 겨누었다. 지상의 괴물들이 갇힌 지하 공간들을 ‘던전(Dungeon)’이라 칭하고 도시 지하에 숨은 ‘신’을 ‘미쳐버린 용(龍)’, ‘마룡(魔龍)’이라 칭하여 도시의 거대한 지하 공간을 ‘마룡의 던전’이라 부르게 된다. 철을 제련하여 ‘갑옷과 검’을 만들고 선물받은 ‘마법’을 이용하여 용을 퇴치하기 위해 나서는 인간들.






그리고 남자가 깊은 곳에 잠든 지 1000년.


인체 냉동 보존 시술을 ‘성공시켰던’ AI가 스스로의 수명이 다했음을 인식하고 명령 없이 시술의 마지막 단계를 진행한다.


「-치지직-...발생···-치지직-...자가 판단으로 인···-치지직-...스트 시퀀스 이행...주입 개시···-치지직-」


음성을 흘려내는 장치가 1000년의 세월 동안 무사할 리가 없었다. 가끔 제대로 된 단어를 구사하는 것 자체가 기적. 하지만 정말로 기적이라 함은 ‘남자의 시술이 아주 성공적이었다는 것’이다.


“....큽...허억···!! 크하아아앗---!!!! 허억···! 허억···..”


남자의 기억은 1000년 전의 순간과 이어졌다. 마치 아주 잠시 잠에 빠져있었던 것처럼. 뼛속까지 치명적인 냉기 속에서 정신을 차린 남자는 한번의 큰 고함과 얕은 숨을 연이어 뱉어냈다.


「...호흡 확인 -치지직- ...장기···-치지직-...활성 여부...활성···-치지직- 실험 결과···-치지직- 성공···-치지직-」


철컥-

위이이이잉-


남자의 두 팔을 의자에 결속하고 있던 구속구가 풀리고 캡슐의 뚜껑이 열리자 남자는 맥없이 바닥에 쓰러져내렸다. 시야가 흐릿하고 어지러움과 굳은 몸 때문에 발 한쪽도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했지만 AI는 성공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흐...흐흐···.사...살아있...어···”


「...크라이오닉스···-치지직-...AI 기능을 완전 상실..-치지직-...원인 분석···-치지직-」


피이이이-!


AI는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완전히 침묵해버렸다. 아직 정상 체온으로 돌아오지 못한 남자는 아직도 흐릿한 시야를 의지해 상황을 분석하기보다 바닥에 대(大)자로 뻗어 다시 의식의 끈을 놓아버린다.


그렇게 남자는 천년의 세월을 넘어 아무도 모르는 지하 공간에 홀로 남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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