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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din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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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din
작품등록일 :
2017.11.22 23:01
최근연재일 :
2018.01.16 16:23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3,959
추천수 :
24
글자수 :
170,839

작성
17.12.04 17:28
조회
169
추천
1
글자
11쪽

20년 전 과거의 진상

DUMMY

다음날 아침.


“그럼...이곳에 세부사항을 작성해주시고, 서명까지 해주시기 바랍니다-”


시청에서 잡무를 담당하던 여성은 남녀 한쌍의 방문에 기분이 굉장히 야릇했다. 노예 계약을 하겠다 찾아오는 이들은 넘칠 정도까진 아니어도 그래도 꽤 있었지만 어딜 어떻게 보아도 노예로 전락할 것처럼 보이는 거지차림의 남자가 주민등록을 마치고 서열 1위 길드 디스토피아의 유명한 길드원인 ‘백은검사(白銀劍士)’를 노예로 산다는 서류를 작성하고 있었으니까.


“저...정말로...제출하시겠습니까?”


“네~ 그럼요.”


케이트가 무사하다는 생각에 백은검사란 칭호의 여인은 활짝 웃으며 대답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노예라는 신분의 인간이 자유롭게 던전 네비 활동을 할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그 사실을 모를 리 없는 시청 내부의 사람들은 거물 네비 한 명이 사라졌다는 생각에 아쉬움을 품었다.

많은 시선을 등으로 받으며 시청에서 나온 한쌍의 남녀. 남자는 머쓱한 얼굴의 여자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꽤 이름 있는 네비였던 모양이군.”


“그럼요 아저씨~ 최강의 8인을 따라가진 못해도...백은검사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요~ 아저씨 빼고.”


“고작 그 실력으로 잘도 말이지.”


여자는 남자의 말에 살짝 볼을 부풀렸지만 곧 배에서 나는 소리에 황급히 고개를 숙여버렸다.


꼬륵-


“...그 실력으로 배도 고프단 말이지.”


“실력이랑 상관 없잖아욧! ···아침부터 아무것도 안주셨잖아요.”


“네 밥을 내가 왜 챙겨야하지?”


“제! 제가 돈이 있어요 뭐가 있어요! 어제 입은 장비까지 모조리 돈을 팔아서 아저씨한테 줬는데!”


저벅.


남자는 걸음을 멈추었고 여자의 말에 반박했다.


“그래서 내가 왜 그러냐고 물었잖나. 네 돈이 내 돈이 될 뿐이지, 왜 네 돈을 모두 나에게 주는 거냐.”


“재산 소유권이 저한테 없으니까욧! 아저씨 노예 계약이 뭔지 모르죠!?”


“노예가 주인에게 이렇게 소리치면 안된다는 것만큼은 안다.”


“이익! ···.죄, 죄송합니다 아저씨...그런데 배고파요.”


“네 방 테이블에 다시 올려두었다. 그걸로 알아서 배를 채워.”


팟-


이번에는 여자가 걸음을 빨리하더니 곧 내달리기 시작한다. 여자의 알 수 없는 행동에 남자 또한 같이 내달리며 묻기를-


“왜 그러지?”


“몰라서 물어욧--?!! 제 방 지붕이랑 벽이 완전히 날아간 거 아시고도 거기다 놓으신거죠 네?! 거리의 주민들이 잘도 그 거금을 보고 지나치겠어요!!”


여자의 걱정은 기우가 아니었다. 늦은 아침에 일어나 천천히 시청까지 다녀온 남녀가 다시 돌아온 백은검사의 방에는 휑한 바람만이 남아있었던 것이다. 어깨와 목이 축 처진 여자는 침묵했고 남자는 자신의 수염에 손을 올려보였다.


“이상하군. 이곳에 두었는데 말이지.”


“하······! 세 달 간 먹는거 마시는거 아껴가며 벌어둔 거금이···!! 아아아~!”


털석.


이윽고 여자는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좌절했고 남자는 여자를 내려다보며 이렇게 이야기했다.


“조금만 기다려라.”


“...네? 아저씨? 어딜···”


하지만 여자가 고개를 들어 질문을 던졌을 땐 이미 남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몇 번 그러했던 것처럼 바람과 같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30분 만에 돌아온 남자는 여자에게 리아나를 업으라 지시하고 앞장 서 어딘가로 향했다. 그렇게 이동하는 시간만 무려 30분이 넘었으니 말 없이 따르는 여자 또한 살짝 입술이 실룩인다.


‘그냥 따라오라고만 하고. 대도시 밖으로 나가는건 대체 뭐야?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이잖아?’


분명하게 남자와 여자를 업은 여자가 걷고 있는 곳은 나무 하나 없는 푸른 들판이었지만 허허벌판은 아니었다. 뭔가가 빼곡하게 쌓인 것들이 언덕 높은 곳에 떡하니 놓여있으니 아무것도 없는 벌판은 아니니 말이다. 곧 남자의 걸음은 그 높은 언덕에서 멈춰섰고 여자는 쌓인 것들이 무엇인지 발견하고 넋을 놓아버렸다.


“이, 이게 다 뭐에요?”


“건축자재, 가구, 식량, 기타 등등의 생필품이다. 침대에 동생부터 눕히는게 어떠냐.”


“에, 에? 네, 네! 일단은 뭐···!”


아직 어리둥절한 감이 가시지 않는 백은검사는 일단 남자가 이야기한대로 곱게 놓여진 침대에 리아나를 눕혔다. 그리고 다시 묻기를 바로 쌓인 짐들의 용도에 대한 질문.


“아, 아저씨? 설마 여기서...생활을 하실 생각이에요?”


“당연하다.”


“거, 건축에도 조예가 있으신거에요~?! 와!!”


하지만 남자는 기대에 찬 여자의 눈빛에 결코 부응하지 않았다. 똑바로 그 눈을 응시할 뿐.


“없다.”


“............그럼 저 자재들은...”


“넓게 지을 것이다.”


“.......................”


여자는 반 정도 썩은 동태의 눈을 하며 맥 없이 걸어가 건축자재들을 살폈고 곱게 포장된 식량더미를 풀어 빵 한조각을 입에 문다.


‘던전에서 은신처는 몇번이나 제작해봤지만 집을 건축하라니! 처음엔 나쁘지 않은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최악이야 최악! 여자한테 집 건축을 시키고!’


“곤란한 얼굴이군.”


“아쉽게도 건축엔 조예가 없어서요...그래도 주인이 하라면 해야죠...며칠이 걸릴진 장담 못합니다.”


“완공까지 걸리는 시간은 네가 걱정할게 아니다. 그리고 그들은 내 노예가 아니다, 돈을 받고 일하는 인부일 뿐. 그리고 네게 그런 조예가 없는 것쯤은 듣지 않아도 안다.”


미묘하게 대화가 이상하게 굴러간다는 느낌을 받은 여자는 고개를 갸웃거렸고 약 수 초의 생각 끝에 남자가 자신에게 대답한 것임을 깨달았다. 여자가 남자를 향해 무어라 반박하기도 전에 그들이 있는 언덕을 방문하는 수십의 남자들이 있었으니 곧 여자가 뒤를 돌고 기겁하였다.


“조금 늦었습니다 선생님~~!!! 곧바로 작업에 착수할테니 이쪽 간이 시설에서 편하게 쉬십시오~”


“히익--!? 뭐, 뭐에요 이 사람들?! 아, 아저씨!?”


리아나가 누운 침대가 안으로 들어가도록 커다란 캠핑시설까지 설치한 인부들은 곧 우르르 몰려가 터를 잡고 기초공사를 시작한다. 살다 살다 이런 기이한 광경을 보게될 줄 몰랐던 백은검사는 멍하니 근육질의 남자들을 바라보았고 남자는 식량 더미에서 빵을 꺼내어 뜯는다.


“저, 아저씨? 저보고 지으라고 한게 아니었어요?”


“내려앉는 지붕과 무너지는 벽에 압살당하는 자살법을 희망했나.”


부르르.


여자의 이마에 혈관마크가 피어나고 곱게 말아쥔 주먹이 부르르 떨렸지만 은발의 여자는 끝까지 인내한다. 인부들이 약속한 완공일까지 3일은 남은 상황. 별달리 할게 없었던 남녀는 리아나의 침대가 먼저 들어선 시설의 내부<텐트>로 들어섰고 남자는 양반다리, 여자는 다소곳한 무릎을 꿇는다.


“돈을 주면 보다 빠르고 보다 좋은 집을 얻는다. 굳이 네가 고생할 이유가 없지.”


“그렇...네요. ···.돈이요?! 돈 있으셨어요!? 게다가 저만한 인부들까지 고용할 돈이면 대체!”


“검을 팔았다.”


여자는 그제서야 남자의 허리츰이 휑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살짝 눈썹이 내려앉았다.


“......배로 갚아드릴거에요. 언젠가는 꼭!”


“8000골드에 팔았다. 1만 6천 골드를 기대하지.”


“..............저, 아저씨? 아, 아무리 그래도 그건 제 후손까지 가야할 거 같은데···! 세 달간 던전에서 죽어라 모은 골드가 겨우 120골드였다고요!”


“그럼 갚겠다는 말을 하지 말아라.”


남자와 여자는 서로가 입에 빵을 베어물고 이상한 대화를 하고 있었다.


“아니 과장이 너무 심하잖아요! 8천은 무슨 8천! 그렇게 낡아보이는 검이! 그리고 인부들을 저렇게나 고용해도 3백 골드가 넘지 않을텐데 무슨- ···...그런데 이 빵 맛있네요.”


“남은 돈은 여기있다. 앞으로 네가 관리하도록.”


“우물우물...봐봐요~ 주머니 되게 작잖아요~ 천 단위는 무슨 백 단위도 안되겠네~ 우리가 세 달 간 번 돈이 더 많네요~”


맛나게 빵을 뜯으며 자신에게 내밀어진 작은 주머니를 받아든 여인은 그 주머니의 매듭을 풀어내며 그렇게 말했지만, 안쪽을 확인한 뒤는 달랐다.

부유층 안에서도 아주 부유한 계층들만이 손에 쥘 수 있다는 1천 골드 단위의 ‘지폐’. 그것이 주머니에 일곱 장이나 들어있었고 바닥은 금화가 좌륵 깔려있던 것이다.


“어머, 주인님?”


“아무리 봐도 너는 태도 전환이 빠른 여자다.”


“에헤헤~ 호, 혹시 어깨가 결리거나 하진 않으신지···”


“일절 없다. 그리고 ‘집이 완공될 때까지 네가 잘 곳’부터 강구하도록.”


돈에 입꼬리가 쭉쭉 올라가던 백은검사 남자가 꺼낸 화제에 자신이 앉은 바닥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여기요.”


“여긴 내가 잘거다.”


“...같이 자요! 이렇게 넓은데!”


“네가 자는 사이 무슨 짓을 할 지 모른다.”


“무--!! 무슨 짓···! 이라니요~?!! ···...아니. 뭐. 주인님이니까. 무리한 요구는 아니네요. 괜찮아요. 하지만 리아나한테는 안돼요.”


겁을 주어 다른 잘 곳을 찾게 만드려던 남자는 살짝 홍조를 띄우며 수긍해버리는 여자의 모습에 속으로 혀를 차며 몸을 일으켜버린다.


“내가 다른 곳을 찾도록 하지.”


“네?! 아니! 왜 결론이 그렇게 나욧! 같이 자도 된다니까요?!”


“아무래도 네놈은 제정신이 아닌 모양이다. 냄새나는 거지에, 일방적인 거래로 노예 계약을 맺은 남자와, 덮치겠다는 소리를 듣고도 덮쳐 달라는···”


“마지막껀 아니죠!! 왜곡됐잖아욧!! 제가 언제 그랬어요!”


“어쨌든 내가 무섭다.”


남자는 그대로 몸을 일으켜 나가려했고 졸지에 나쁜년이 되어버린 백은검사는 뾰루퉁한 얼굴로 팔짱을 끼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캠핑 시설에서 나가려던 남자가 몸을 멈추고 뒤를 돌았으니 자신에게 할 말이 있는줄 알고 고개를 드는 여인.


“왜요- 역시 좀 아니죠? 그러니까 넓은데 같이 쉬자니까요~ 이러면 제가 나쁜사람 되잖아요~”


“아니, 먼저 할 일이 생겼군.”


여자는 그제서야 남자의 시선이 자기를 향해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로 자신의 뒤에 자리한 리아나의 침대.


그리고 자신의 여동생이 드디어 잠에서 깨어났다는 사실에 기뻐 침대로 달려드는 백은검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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