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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din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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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din
작품등록일 :
2017.11.22 23:01
최근연재일 :
2018.01.16 16:23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4,042
추천수 :
24
글자수 :
170,839

작성
17.12.04 17:27
조회
162
추천
1
글자
8쪽

혈괴 (3)

DUMMY

‘디스토피아 길드에 생존자가 있었을 줄이야. 그리고 그 생존자가 바로 이 아가씨라고···’


남자가 디스토피아란 이름에 반응한 이유. 그것은 바로 20여년 전, 시이나가 원한을 품은 길드의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여동생을 살리기 위하여 시이나가 목숨을 걸고 던전에서 돈을 마련해 바쳤던 그 길드, 디스토피아. 하지만 그들은 엘릭서를 그녀에게 넘기지 않은 채 던전으로 모습을 감췄고 결국 죽어가는 여동생에게서 등을 돌린 시이나는 그들을 죽이기 위해 던전으로 들어갔다.


‘그 끝에 발견한 것이 전멸한 디스토피아 길드였고, 빛을 일어버린 시이나는 나와 만났지만···’


등에 업고 있는 붉은 단발 머리의 여인이 자세한 것을 알고 있다고 했으니 더 이상의 생각은 않기로 하고, 남자는 묵묵히 걸음을 옮겨 은발의 여검사 앞에 섰다.


남자와 여동생이 돌아오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린 끝에 지쳐 잠든 은발의 여인. 남자는 리아나를 업은 채 발을 뻗어 그녀의 발치를 차버렸다.


툭!


“악···!! ······.!!!! 리, 리아나!!”


“오른손의 뼈가 완전히 으스러졌다. 치료를 받기 전까진 격렬한 인사는 하지 않는걸 추천하지.”


남자의 발에 차인 곳이 아파서 잠이 깬 리아나의 자매는 남자의 등에 업힌 그녀를 발견하고 달려들려 했지만 곧 남자의 경고에 얌전히 물러난다.


“이제 네가 업어라. 그리고 집으로 안내해라.”


“네, 네···!!”


리아나를 등에 업은 자매는 빠른 걸음으로 앞장 서서 자신들의 집으로 향했다. 리아나가 혈괴가 되어 처음으로 부순 장소가 그녀들의 집이었던만큼 그 장소는 멀지 않은 곳에 있었고 곧 그곳에 다다르자 남자는 폐허가 된 그녀들의 보금자리를 볼 수 있었다.

다행히도 리아나를 눕힐 침대는 무사했으며 자매 또한 그곳에 동생을 무사히 눕혀준 다음 다시 남자의 앞으로 걸어왔다.


“저, 정말로..!! 정말로 감사합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할지···!”


“거래다. 네 모든걸 나에게 주기로 하지 않았던가.”


“네, 네! 맞아요···! ...그랬...죠. 후회하지는 않아요! 다 드릴게요···!”


“가진 것이 그리 많아보이진 않는데. 물질을 자랑하는건가? 내가 이야기한 모든 것은 ‘너라는 인간’이다.”


“......?! 서, 설마···! 노, 노예...계약···?”


“두 말은 않겠지. 이미 거래는 끝이다.”


노예 계약. 자신의 모든 권리를 포기하고 대상에게 예속시키는 것을 뜻한다. 대체로 지불해야하는 대상에게 지불할 수 있는 금전이 아무것도 없는 빈민층의 바닥들이 금전 대신 하는 것이 바로 이 노예 계약이다. 허나 노예로 주인에게 종속된 이후로는 노예에게 아무런 권리도 없기에 화폐는 물론 옷가지나 들고다니는 것 하나 하나, 그리고 행위의 자유, 끝내 생사(生死) 또한 스스로가 아닌 주인의 선택이 된다.

남자는 내려앉은 가죽 소파에 몸을 눕히며 아직도 눈동자가 흔들리는 여인을 향해 이렇게 말한다.


“네 집은 곧 내 집이다. ...내가 죽을 때까지, 네 집에서 지내겠다.”


“네...네···...주인님.”


“그 칭호는 거북하니 치워라.”


“......그럼 존함이라도···”


“없다. ‘당신’이나, ‘그쪽’, ‘아저씨’. 아무렇게나 불러라.”


몰골이나 입은 꼴이나, 처음 골목에서 만난 그 순간부터 괴랄하기 짝이 없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아니었다. 자신을 노예로 삼았다 선언했으면서 아저씨라는 칭호를 허락하는 남자. 그리고 주인으로서 처음 내린 명령이 노예의 집에서 쉬겠다라니. 그 누가 당혹스럽지 않겠는가.


“...아저...씨?”


“......”


“죄송...합니다만...리아나의...손을 치유하게...잠시 외출을···”


벌떡.


묘하게 적응이 빠른 은발의 여인이 그렇게 고개를 숙여오자 남자는 소파에서 몸을 튕기듯 일어났다. 그 빠른 행동이 자신을 손찌검하려는 것인줄로만 알고 잔뜩 겁을 먹은 노예. 하지만 남자가 향한 곳은 리아나가 누운 침대. 그리고 자신이 발로 차 으스러트린 그녀의 손뼈에 자신의 손을 겹치고 백색의 빛을 발한다.


‘...리커버리.’


까먹은 것이다. 귀찮았던 일이 끝났으니 다시 자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한 남자는 리아나의 손뼈가 으스러진 상태였다는 사실까지 잊고 있었던 것이다.


‘20여년 전 디스토피아 길드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어야하니 일단은 무사해야겠지. 고작 손뼈 으스러진 것으로 죽지는 않겠지만···’


이왕 노예도 ‘두 명’ 생겼겠다. 그 값은 제대로 지불하고 싶었던 것이다. 여동생이 건강한 모습을 되찾아야 제대로된 값이 아니겠는가. 적어도 남자는 그렇게 생각했다.


“치, 치유 마법도...사용하실 수 있으시군요...아! 왜 그만 두시는거에요?”


“끝났다.”


“네?! 손뼈가 완전히 조각 났는데 어떻게 벌써 끝나요!! 거짓말!”


은발의 여인이 시끄럽게 떠들며 여동생의 손을 직접 확인해보는 가운데서도 남자는 소파에 누워 다시 눈을 감을 뿐이다.


“지, 진짜..다···! 아, 아저씨 대체 정체가 뭐에요?!”


“네 주인이다. 그리고 케이트는 어디있지. 그 녀석도 나와 거래를 했는데 말이지.”


쩍-


남자는 소리를 내며까지 얼어붙어버린 여인의 모습에 감았던 한쪽 눈을 슬며시 떠보았다. 덜덜 손을 떨어가며까지 목소리를 이어내는 여인이 불쌍해보이기도 했지만 남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서, 서서서서, 설마아..케, 케이트도..저와 같은 거래를···”


“뭐든 준다고 했다. 그러니 그 아이의 권리를 요구할 셈이다.”


“아아아아안돼요!! 저, 절대 안됩니다!! 그 아이는 수도원에서 해맑고 건강하게 자란 제 동생과도 같은 아이에요!”


“지켜야할 동생이 참으로 많군.”


“저, 저만이라면 괜찮아요! 하지만! 하, 하지만 케이트만큼은!”


“그럼 거래다.”


“.........”


순간 여자는 속에서 울컥하고 올라오는 분을 애써 삭힌다.


“노, 노예...인데 무슨 거래를~ 또~~”


“아직 구두 계약일 뿐, 정식으로 서명되진 않았다. 내일 아침, 네 스스로 그 절차를 마치고 온다면 케이트가 지불할 값을 대신 받은 것으로 하겠다.”


“.........실상 아무런 대가가 없는셈이네요. 감사합니다-”


꾸벅.


스스로 노예가 되어 돌아오라는 말에도 허리를 숙이는 여자의 모습에는 남자가 두 눈을 모두 떴다. 나이는 서른 초반 정도일까. 눈부신 미모가 나이 마저 속여 스물 중반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남자의 예리한 눈초리가 그녀의 정확한 나이를 캐치해낸다.


“내일 아침, 시청에...다녀오겠습니다. 그리고 케이트는 혹시...아저씨를 기다리고 있나요?”


“아마도.”


“허락하신다면 지금 케이트에게 다녀와도 될까요? 저희 걱정하고 있을거에요.”


끄덕.


여자는 부리나케 집을 벗어나 대도시를 달리기 시작했다. 영락 없는 도주의 한 장면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집과 동생을 두고 그녀가 도망가리라고는 생각치 않는 남자.

아니나 다를까 약 한 시간 뒤 은발의 여인은 다시 돌아왔고 왠지 모르게 성난 표정으로 남자에게 말부터 걸었다.


“케이트에게 들었는데요 아저씨- 외부에서 오신 방문자에요? 그럼 주민증은요?”


“없다. 이곳의 주민이 아니니까. 네가 만들어라.”


“......저, 아저씨?”


남자는 이어지는 여자의 대답에 결국 마음을 바꿀 수 밖에 없었다.


“본인이 함께해야...할 수 있답니다? 주민등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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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길드 아스가르드 - 던전 네비가 되는 길 (9) 18.01.16 70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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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길드 아스가르드 - 던전 네비가 되는 길 (7) 18.01.06 75 0 15쪽
24 길드 아스가르드 - 던전 네비가 되는 길 (6) 18.01.04 85 0 17쪽
23 길드 아스가르드 - 던전 네비가 되는 길 (5) 17.12.22 116 0 15쪽
22 길드 아스가르드 - 던전 네비가 되는 길 (4) 17.12.21 84 0 11쪽
21 길드 아스가르드 - 던전 네비가 되는 길 (3) 17.12.19 102 0 11쪽
20 길드 아스가르드 - 던전 네비가 되는 길 (2) 17.12.19 103 1 14쪽
19 길드 아스가르드 - 던전 네비가 되는 길 (1) 17.12.17 133 2 18쪽
18 길드 아스가르드 (8) 17.12.15 113 1 9쪽
17 길드 아스가르드 (7) 17.12.15 124 1 11쪽
16 길드 아스가르드 (6) 17.12.13 121 1 20쪽
15 길드 아스가르드 (5) 17.12.11 153 1 12쪽
14 길드 아스가르드 (4) 17.12.10 129 0 14쪽
13 길드 아스가르드 (3) 17.12.09 130 1 13쪽
12 길드 아스가르드 (2) 17.12.07 153 2 15쪽
11 길드 아스가르드 17.12.06 155 1 15쪽
10 20년 전 과거의 진상 (2) 17.12.04 171 0 6쪽
9 20년 전 과거의 진상 17.12.04 171 1 11쪽
» 혈괴 (3) 17.12.04 163 1 8쪽
7 혈괴 (2) 17.12.04 151 0 17쪽
6 혈괴 17.12.04 179 1 14쪽
5 1. 골목의 폐인 17.11.30 168 1 17쪽
4 0. 인류도시 「던 그라운드」 17.11.30 209 1 19쪽
3 프롤로그 (3) 17.11.27 241 1 20쪽
2 프롤로그 (2) 17.11.24 277 3 13쪽
1 프롤로그 (1) 17.11.22 377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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