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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din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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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din
작품등록일 :
2017.11.22 23:01
최근연재일 :
2018.01.16 16:23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3,951
추천수 :
24
글자수 :
170,839

작성
17.12.13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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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0쪽

길드 아스가르드 (6)

DUMMY

“그런데 의외로군. 지금껏 내게 그 과거를 물어왔던 인물은 없었다. 심지어 레이나와 리아나 조차도. 왜 그렇게 생각했나 다인.”


다인은 자신만의 특이한 미소로 얼굴을 살짝 일그러트리며 대답했다. 다른이들이 보기에는 인상을 쓰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 스스로는 진심으로 보이는 웃음이다.


“은자와도 같은 힘을 가진 이는 직접 만난 기억 또한, 귀로 들은 일 또한 없었습니다...있다고 한다면 17년 전 마룡과 대적한 한쌍의 남녀...정도였으니 혹시나 하여 여쭌 것입니다 은자.”


다인과 같이 많은 정보를 접하고 또 접한 것들에 충분한 관심을 가지는 학자가 아니라면 쉽게 생각할 수 조차 없는 부분. 하지만 다인은 마법을 전문으로 사용하여 길드를 이끌어가는 위치에 있으며 동시에 배우는 것을 기쁘게 받는, 그러한 학자와도 같았다.

일화는 다인에게 별다른 대답을 않았으며 그저 굴의 먼 곳을 응시하여 이렇게 이야기했으니 다인 또한 고개를 돌려 윽박을 질러야했다.


“마물이다.”


“......애냐! 제이! 어찌 은자가 먼저 눈치를 채신 것이냐! 전방에 선 너희가···!”


하지만 호통을 들은 애냐와 제이는 어이가 없을 지경. 그야 자신들은 아무런 변화도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 없어요 그런 기색! 마물이라니···적어도 100미터 거리 안에는 절대···!”


“제이!! 조, 조용히 해봐..!”


다인에게 열을 내며 언성을 높히던 제이는 애냐의 신경질적인 목소리에 입을 다물었고 곧 뒷목이 서늘한 기분을 느꼈다. 깊은 굴 방향에서 느껴진 마물의 기척으로 인한 것이 아닌, 일화가 가진 탐지력에 작은 소름이 일은 것이다.

애냐와 제이는 입을 모아 길드원들에게 전투 준비를 알렸고 볼크가 거대한 방패를 꺼내들며 앞으로 튀어나오는 것이 가장 먼저였다.


“저, 전원 전투 준비!! 전방 140미터 앞에서 열 이상의 무리가 접근 중이에요!!”


“저, 정확히는 열 여덟! 무장한...오크들이야--!”


오크. 인간과 같이 두 다리로 직립보행하는 마물종이지만 평균적으로 성인 남성 완력의 6배에 달하는 괴력을 자랑하는 위험한 부류였다. 그 체구 또한 볼크와 엇비슷하거나 조금 더 큰 오크도 있었고 지금 일행들을 향해 달려오는 무장한 오크들은 통상의 오크들보다 수 배는 위험한 상급종을 이야기하는 것.

그들 열 여덟이 전투를 위해 내달려온다는 이야기는 천하의 디스토피아도 긴장해야하지 않을까.


“아직 중층까진 멀었는데···! 게다가 무리로 공격해오다니..!”


“불평은 나중으로 해라!! 대전투가 벌어질테니 각기 그에 맞는 포지션에 들도록!!”


디스토피아 길드원들이 마더 카샤와 케이트를 먼 곳으로 이동시키는 것부터 시작한다. 사전에 전술에 대한 이야기를 충분히 나누지 못했던 레이나와 리아나는 그 행동만으로도 길드원들의 전투 포지션을 읽어냈고 곧 무난한 위치로 끼어들어 오크들과의 대전투를 준비했다.


“흥- 아직 몸에 밴게 남았던 모양이로군.”


“안전은 저희에게 맡기시고 마법만 신나게 써주세요 다인~?”


“......너는 길드에 오래 남았으면 했건만. ----그럼 맡기겠다! 인페르노 체이스!”


스화아아-!!



레이나와 리아나가 맡은 곳은 바로 전투의 주된 화력을 담당할 다인의 옆! 리아나는 묵묵히 자신의 무기를 빼어들었고 레이나는 다인과의 작은 대화를 나누며 백색 장검을 빼들었다.

다인의 손줄기에서 뿜어져나온 다섯 가닥의 불줄기는 굴의 어두운 통로를 타고 멀리 미끌어져 들어갔다. 강력한 타격이 주된 목적이 아닌 ‘인페르노 체이스’ 마법은 상대를 탐색하고 그 주위에 머물며 발광하는 마법. 고작 십 수미터 앞을 볼 수 없는 어두운 굴의 내부에서 그의 마법은 아주 큰 효율을 발휘했고 곧 마법에 의해 모습을 드러낸 무장 오크들 무리가 볼크와 무섭게 충돌했다.


쿠우웅---!!!

까앙----!!!!


“쿠하---!!!! 덩치값을 해라!! 그게 전력이냐!!”


“너는 나잇값 좀 해라 볼크!! 싸울 때마다 신이 나서는!”


피잉!!


광오하게 외치는 거구의 사내. 그 옆을 스치고 오크 무리를 향해 쇄도하는 한줄기의 섬광은 애냐가 쏘아낸 화살이었다. 수 백 미터 거리에서 목표물을 명중시키는 그녀의 궁술이 화살을 한 오크의 한쪽 눈으로 인도했고 화살에 적중당한 오크는 화살에 실린 힘에 완전히 고꾸라졌다.


파화악!!

털석!!

쿠웨에에에에--!!!!


쓰러진 오크가 괴로움에 몸부림치며 순식간에 전투불능이 되어버리자 남은 오크의 무리들은 격분하여 더욱 광포해졌다. 볼크의 방패를 때리는 힘은 거세졌으며 그림자와 동화된 암살자 ‘크리키’는 치명적인 일격을 넣기가 어려워졌으니 거대한 망치를 휘두르는 ‘모건’만이 썩 괜찮았다. 흥분에 몸을 맡긴 적만큼 육중한 해머를 때려박기 편한 상대가 없었으니 말이다.


“어, 어이 일화 형님- 가만히 있지 말고 좀 도와달라고~!”


제이와 카이스, 로아. 세 명의 길드원이 카샤와 케이트의 보호로 위치를 잡았지만 일화가 그곳에 끼어있으니 썩 억울한 기분이기도 했던 모건. 곧 그의 목소리가 일화에게 다다렀고 일화는 옆에 자리한 로아에게 고개를 돌린다.


“주로 보조적인 마법을 사용하는가. 지팡이를 빌렸으면 한다.”


움찔!


“아, 아아, 안돼요오···! 이, 이거 소중한 거에요···! 부러트리실 거잖아요···!”


로아는 남자의 부탁에 지팡이를 끌어안으며까지 거부한다. 혈괴와의 전투에서 일화가 보였던 모습들. 그 장면을 보았던 자라면 누구라도 거부하지 않을까. 마법 발현의 매개체로 사용하는 것이 주된 용도인 지팡이를 초월적인 힘으로 휘두를 일화의 모습이 그려졌기에 로아는 완고한 거부를 표한 것이다.


“마법을 사용하고 싶다. 부러트리지 않겠다.”


“네, 네? 네···!”


휙-


마법을 쓴다는 말에 결국 허용해버린 로아. 일화가 지팡이를 받고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장소를 향해 걸어가자 그제서야 태클과 같은 목소리가 터져나왔으니 궁수 제이였다.


“에, 에?! 마법?!! 이봐 형씨!? 마법까지 쓸 줄 아는거야?!”


“제, 제이! 실례잖아요~! 다인이 은자라 부르시는 분께 그러한 칭호는 조금~”


“카이스의 태클은 언제나 미묘하게 포인트가 이상하다니까!? 틀린 말은 아니지만 지금 그 부분이 중요하냐고?!”


그렇게 일화의 등을 지켜보던 세 길드원은 곧 남자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마나의 힘을 느끼고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허어...이것은 참으로···”


다인은 처참하게 허리가 양단되어 널브러진 오크들을 내려다보며 곤란한 얼굴을 내비쳤다. 단 한 순간. 일화의 지팡이에서 발현된 바람의 마법이 거대한 칼날이 되어 만들어낸, 단 한 순간의 참상이었다. 걸친 갑주로 쉬이 죽지도 않을 뿐더러 않고 광폭화하여 죽음에 들기까지 악에 받쳐 덤벼들던 오크들 십 수 마리를 단 하나의 마법으로 전멸시킨 남자는 분명 곤란한 존재였다.


“아, 아저씨 진짜 장난 아니네···”


“이...정도셨어요 아저씨···?”


혼미한 기억에 남은 모습과 직접적인 남자의 힘을 본 적이 없는 리아나와 레이나. 그 둘이 멍하니 남자를 돌아보았지만 남자는 로아에게 지팡이를 돌려주며 이렇게 대답할 뿐이었다.


“내가 할 말이다 레이나. 고작 그 정도였나- 너희 둘 뿐이었더라면 바로 오늘 생이 끝났겠군 그래. 던전에서 벌어먹겠다는 이야기는 못들었던 것으로 하지.”


“윽···!”

“......”


고개를 숙여버리는 두 자매에게서 남자는 등을 돌렸지만 디스토피아 길드원들은 측은한 눈길을 보냈다. 비록 두 여자가 자신들보다 못난 부분들은 있지만 그 기준이 저 괴물 같은 남자라고 생각하니 고개를 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일화의 목소리가 향한 곳은 오크들의 절단면을 살피고 있는 다인.


“이제부터 내가 앞에 서겠다. 전투 경험은 우리가 없을 때 쌓도록. 카샤와 케이트가 있는 이상 중층의 목적지까지 내가 앞에 서겠다.”


‘자신이 다 처리할테니 빠지라’는 식의 말투에도 다인은 몸을 일으키며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남자가 어째서 자신들과 함께 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어느 정도 파악했기 때문이다.


“헌데...이 정도의 마법이라니. 저 또한 급히 사용할 수 없는 고위 마법입니다만-”


“아직 수련중이다. 그 시절의 시이나에 비해도 아주 멀다.”


“시이나···? 호오···으음...그렇게 된 것이로군요. 아주...기이한 인연입니다.”


다인은 레이나의 얼굴을 살짝 돌아보며 이렇게 말을 이었다.


“축하드립니다-”


“음. 고맙다. 당신과는 아주 좋은 연이 될 것 같군.”


남자는 다인이 건네는 축하의 의미를 알고 기뻐했고 다인은 남자가 기뻐한다는 것에 기뻤다.

행렬의 선두는 그렇게 일화와 다인, 애냐로 바뀌었고 일행은 목적지인 중층까지 이어져갔다.






“이곳인가.”


일화는 카샤와 나란히 서서 다인이 가리킨 곳을 향해 눈을 크게 떴다. 그 모습은 마치 원수를 앞에 둔 복수자와도 같았고 그 변화를 놓치지 않은 다인이 결국 물을 수 밖에 없었다.


“왜 그러십니까 은자.”


“나도 아는 곳이다. 다인, 하나 묻고 싶다. 이곳부터 던전의 입구까지. 이 인조적인 ‘통로’가 몇 차례 있었을 것이다. 몇 번은 그곳을 통해 내려가기도 했고 말이다.”


“예...그러했지요.”


“관련하여 공통적인 사항이 없었나. 이러한 통로가 자리한 광장에서만 발생했던 사건...과도 같은 것들 말이다.”


다인은 눈썹을 찌푸렸고 곧 일화가 추측하고 있는 것들을 그대로 들려주기 시작했다.


“하나같이 오염지역이었지요. 하나같이 이처럼 심각한 수준이었고 말입니다. 그것을 하나 하나 정화하여 개 중 몇 개의 안전한 통로는 지하로 향하는 지름길로 사용하고 있습니다만···”


“추천하지 않는군.”


하지만 길드장은 곤란할 뿐이었다. 이미 던전 네비 대다수들이 그 정화된 통로를 지름길로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에 관해서도 알고계신 것이···”


“마룡이 던전의 입구까지 올라온 통로다.”


““----!!!!!!””


남자의 대답은 자리에 있는 모든이들을 경악에 빠트렸다. 그나마 크게 충격이지 않은 이가 있더라면 동떨어진 세상에 살고 있는 케이트 정도였을까.


“일단...정화작업은 시작하는 것이 좋겠군.”


“예, 예. 케이트~? 도와주겠니~? 가방이랑 챙겨온 성수들을 가져와주렴~”


수 일에 걸쳤다 하더라도 제대로 쉬지 않고 강행한 길이었기에 카샤와 케이트, 카이스를 제외한 이들은 주변에 짐을 내려놓으며 엉덩이를 붙였다.


“두 시간...세 시간 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 다인님~”


“오오···! 다른 이들이었더라면 절대 못하였을 겁니다 카샤. 조금만 힘내주십시오-”


“다른분들께서 힘써 싸우실 때 저는 놀았는걸요~ 힘내자꾸나 케이트~?”


어려서부터 수도원에 지내며 많은 것을 배워온 케이트는 어지간한 성직자만큼의 능력을 보이고 있었다. 카이스는 그 옆에서 그들의 피로를 최대한 덜어주는 것이 최선. 그렇게 세 여인이 작업에 들어가자 레이나는 우뚝 선 일화의 옆으로 다가왔다.


“조금 앉아있는게 어때요 아저씨?”


“...서있겠다. 그 편이 주변이 잘 보인다.”


“...그래요. 어차피 저희 같은 사람들은 아저씨랑 급 자체가 다르니까요 뭐. 아저씨가 조금이라도 빨리 마물의 접근을 알아채는게 안전하겠네요.”


“나는 마물을 감시하고 있는게 아니다.”


일화에게 살짝 토라진 레이나가 그대로 몸을 돌리려 했지만 이어진 남자의 대답이 그것을 붙잡았다.


“그럼 왜···”


“이곳은 추억이 잠든 곳이다. 많이 변하였다만 그곳의 지형이 남아 눈을 끄는군.”


그제서야 레이나는 일화의 옆에 가까이 섰고 그와 같은 곳을 살피기 시작했다.


“언니랑의 추억이에요···?”


“그렇다. 이곳에서 시이나는 출산했다.”


“에, 네에?! 추, 출산을···!! 어떻게 이런데서 시켜요!!”


“화내는 이유는 안다. 우리는 지상의 안전한 곳에서 출산을 진행하기 위하여 부지런히 움직였다. 하지만 늦었다.”


“......진짜 아저씨는!”


팍!!



레이나가 끼고 있던 건틀릿이 남자의 등을 때렸지만 남자는 작은 미소와 함께 눈을 감을 뿐이었다. 아프기는 커녕 고마웠기 때문이다.


“언니한테 미안하다고 했어요 안했어요!”


“사과는 매일같이 했다. 하지만 오히려 자신이 발목을 잡았다며 미안해하더군.”


“어, 언니도 아저씨가 그렇게 좋았나보네요···언니는 의외로 딱딱한 구석이 있어서 아저씨 같은 사람이랑은 별로 안맞을 것 같았는데.”


“나는 항상 시이나를 웃게 만들었다. 말이 통하지 않을 땐 행위로 바보짓을 연출했다. 언어를 배웠을 때는 반나절 동안 웃느라 배가 아파할 지경까지도 웃겼다.”


“거짓말하지 마세요. 우리 언니까지 이상한 사람 만들지 말고요.”


곧 둘은 서로를 노려보았고 일화는 자신을 거짓말쟁이로 만든 상대에게 따지기 시작했다.


“진짜다.”


“도저히 상상이 안되거든요?! 다른 사람 백마디할 때 열 마디 할까 말까하는 남자가 무슨 사람을 웃겨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아내는 죽고, 아이는 찾지 못했으니까.”


“.........”


레이나는 잠시 말을 아끼기로 했다. 남자가 겪었던 비극이 있었던만큼 자신의 말이 틀렸던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


“그, 그럼...믿을게요. 아저씨가 그렇게 밝고 유머스러운 남자였다는걸요!”


“...믿어라. 사실이다.”


“그리고 저랑 약속해요. 언젠가 제 앞에서도 그런 모습으로 돌아오기로.”


스윽-


남자는 자신의 앞으로 내밀어지는 레이나의 새끼손가락을 바라보며 가슴 언저리가 시큰거렸다. 십 수년 전, 자신이 시이나에게 느꼈던 생각이 아주 똑같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천 년이 지나도 사람은 새끼손가락을 걸어 약속을 하는구나.’


과거, 시이나가 자신에게 맹세를 바랬을 때 향했던 손가락. 미래를 함께할 때도 그랬던 것이다.

곧 남자의 투박한 새끼손가락이 그녀의 것과 걸렸고 화사한 레이나의 웃음이 남자의 마음을 따듯하게 만들었다.


“약속하지.”


“뭐, 뭐뭐, 다른 의미가 아니에요~! 오해하진 말고요~? 그냥, 그냥···”


“다른 의미?”


하지만 여자는 황급히 리아나가 앉아있는 곳으로 달려가버렸고 빛이 별로 없는 환경의 특성상 붉어진 여자의 얼굴은 그 누구도 보지 못했다.






“후우~ 고생많았단다 케이트~”


“웅~! 난 멀쩡해~!”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나는 카샤에 비해 아주 멀쩡한 얼굴로 번쩍 기상하는 케이트. 다인은 마룡이 거대한 통로를 내려다보며 카샤의 두 손을 마주잡았다. 칙칙한 보랏빛으로 물들어있던 통로가 아주 멀쩡한 굴의 것으로 바뀌어있었기 때문이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카샤···! 단 두 시간만에!”


“어머~ 다인님의 마법들에 비하면 정말 별 것 아닌 것들이랍니다~”


“보상은 정말 크게 드릴 것입니다! 그 뿐 아니라 시장님께도 이야기하여 수도원의 전반적인···”


파앗!



하지만 다인은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자신과 카샤 사이에서 불쑥 솟아오르는 어여쁜 얼굴에 말을 멈춰야했다.


“할아부지! 카샤랑 너무 가까워! 이상해!”


이상하다는 말의 의미는 썩 정확했던 것일까. 다인은 헛기침을 늘어놓으며 당황하였고 그것은 카샤 또한 다르지 않았다.


“크, 크흠~!”


“케, 케이트~? 실례잖니~! 죄송합니다 다인님~”


“허허~ 아닙니다~ 아이가 정말 이쁘고 유능하군요~ 어쩌면 카샤를 이어 크게될 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지긋한 나이의 남녀가 묘한 오오라를 일으키고 있을 때 광장의 한쪽 구석에서도 두 남녀가 눈을 날카롭게 빛내고 있었으니 바로 애냐와 제이. 그들의 감각은 전투에서만 빛을 발하는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어떻게 생각해? 한 몇 프로?”


“99%. 다인의 저런 얼굴은 없다니까? 99%도 아니야 100%다 100%.”


“앞으로 저주 해제 의뢰라던가 있으면 무조건 카샤한테 가자.”


“오! 그거 좋은데 애냐? 무조건 다인이 직접 갈 거 아냐 그럼?!”


헤벌쭉한 노인의 얼굴을 떨어진 거리에서 살피던 두 남녀는 다인을 향한 미소에 많은 의미를 담아 음흉하게 지어보였다. 목적도 성공적으로 달성하였으니 슬슬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가는 길에 오르는 애냐와 제이.

하지만 그 둘의 몸이 동시에 정지하였으니 둘이 동시에 눈치챈 짧은 진동 때문이었다.


“애, 애냐?”


“나도 기분탓인가 했는데...너도?”


그것이 기분탓인건가, 그게 아니라면 정말로 짧은 감각이었는가. 그것을 알 수 없어 서로의 눈을 바라보았던 애냐와 제이. 그리고 동시에 고개를 돌려 시선을 향한 곳이 있었으니 바로 자신들보다 감각이 뛰어난 ‘일화’였다.

아니나 다를까 일화의 안색은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그 알기 쉬운 표정에 둘은 곧바로 언성을 높여 그에게로 달려갔다.


“역시 마물입니까 형씨!?”


“일화 오빠-?! 전투 준비를···!”


하지만 둘은 점점 일그러지는 남자의 표정을 보고 말을 잇지 않았다. 그 얼굴은 마치 지옥도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악귀의 것. 저만한 실력의 남자가 저런 표정을 짓고 있으니 사태를 짐작하기가 두려웠던 애냐와 제이였다.


곧 남자는 다인과 모두를 향해 비명과도 비슷한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모, 모두 당장 도망가라!!!! 지상을 향해서 뒤도 돌아보지 말고 달려!!!!”


그 목소리는 다급하면서도, 지나치게도, 웃기게도 들렸다. 비명과도 같은 목소리가 자리에 있는 모두의 귀를 때렸고, 이윽고 남자에게 데자뷰를 선사하던 던전 지면의 진동은 모두가 알 수 있을만큼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


“뭐, 뭐지···? 이런 현상은 처음인데 애냐···!”


“잡담할 여유가 있나--!!!! 당장 지상을 향해 전력으로 달려라!! 명령을 내려라 다인!!”


심지어 다인에게까지 명령과 같은 목소리를 뱉어내는 일화. 다인은 자신의 머리를 때리는 한가지 가정을 떠올려버렸고 카샤와 케이트를 모건에게 맡기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전원 달려라!! 생각할 여유도 없다!! 지상에 다다를 때까지 쉬지 않고 달려라!!”


타다닷-

쿠르르르르르---!!!

쿠구구구구구구구구······.!!!!!!



서둘러 광장을 벗어나는 이들과 홀로 남은 일화. 그들의 다리를 강타하는 진동은 심각한 수준을 넘어 평범한 사람이라면 제대로 딛을 수도 없을 지경이었다. 그 자리에 굳게 서서 카샤가 정화한 통로를 묵묵히 노려보고 있는 한 남자.

그 남자의 기다림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으며 곧 어마어마한 굉음과 함께 통로에서 거대한 형체가 모습을 드러낸다.


콰과아앙--!!!

쿠과가가가가----!!


----------크워어어어어어어어----!!!!!!

스하아아아--!!



일평생의 원수를 이 자리에서 다시 만나게된 남자는 자신을 향해 포효를 내지르는 ‘마룡’을 향해 진득한 살기를 내뿜었다.


“17년만에 겨우 묫자리를 찾아왔구나.”


목숨을 다해 싸울 각오를 다지는 남자. 하지만 그의 손에는 검(劍)이 없었고 그에 비해 마룡은 17년 전 남자에게 도려진 한쪽 눈이 너무나 분했는지 더욱 짙은 안광을 내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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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20년 전 과거의 진상 17.12.04 169 1 11쪽
8 혈괴 (3) 17.12.04 160 1 8쪽
7 혈괴 (2) 17.12.04 149 0 17쪽
6 혈괴 17.12.04 173 1 14쪽
5 1. 골목의 폐인 17.11.30 165 1 17쪽
4 0. 인류도시 「던 그라운드」 17.11.30 202 1 19쪽
3 프롤로그 (3) 17.11.27 237 1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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