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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din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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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din
작품등록일 :
2017.11.22 23:01
최근연재일 :
2018.01.16 16:23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3,956
추천수 :
24
글자수 :
170,839

작성
17.12.15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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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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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길드 아스가르드 (8)

DUMMY

‘저희는 ‘팬텀 이글’이라는 약소 길드입니다! 꼭 포션에 대한 보답을 바라고 알려드리는건 아니에요~’


포션 값 내놓으라는 카일의 인사를 마지막으로 ‘일화’는 그 세 명과 헤어졌다. 던전에 몰래 들어온 길드였던만큼 나가는 것도 몰래나가는 것이 좋았던 팬텀 이글 길드와 입구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일행들과 만나야하는 일화. 일단 작별하는 것이 서로에게도 좋은 답이었던 것이다.


“...레이나와 리아나는 어딨지.”


“음···? 아, 아···! 우아아아--!!!! 선생님!!”


경비의 옆자리에 우뚝 선 거구의 사내가 아무렴 눈에 잘 띄었던 일화는 우선 그에게 묻기로 했다. 하지만 조용히 물었던 일화의 목소리에 비해 볼크의 반응은 컸고 곧 다인을 비롯한 디스토피아 길드원들, 그리고 그와 함께 했던 네 명의 여성들도 부리나케 달려왔다.


“아저씨이--!!”


와락!


가장 먼저 일화에게 달려든 이는 바로 케이트였다. 자신의 부탁으로 카샤와 동행하게 되었던 일화가 마룡과도 조우하자 순수한 그녀는 스스로를 끊임없이 괴롭혔던 것. 남자가 무사히 돌아온 것이 눈물을 지을만큼 기뻤던 케이트였다.


“케이트!! 당장 이리 오세요!!”


하지만 케이트는 곧 카샤의 호통에 일화의 허리를 붙든 팔에 힘을 빼고 뒷걸음질쳐야했다. 호통을 들은 직후는 몰랐지만, 자신의 얼굴과 팔에 묻어난 흥건한 핏자국을 발견하고 스스로의 잘못을 알게된 것이다.


“미, 미안해요 아저씨!!”


“문제 없다.”


케이트를 안심시키기 위해 그렇게 대답하는 일화였지만 바로 옆에서 끼어든 성난 얼굴의 여인이 그 대답을 부정해버린다.


“문제가 왜 없어요!!!!”


눈시울이 붉게 물들어 남자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는 레이나는 그 한마디로 모두를 침묵시켰고 일화를 당황하게 만든다.


“죽은줄···! 죽은줄로만 알았다고요···.! 왜 이렇게 늦었어요···!!”


레이나를 비롯한 디스토피아 일행이 입구에서 일화를 기다린 시간은 무려 닷새였다. 마룡에게 입은 부상으로 빈사 상태에 들어간 일화는 팬텀 이글 길드와 만난 장소까지 며칠에 걸쳐 겨우 다다렀던 것. 그 속도는 던전에서 최대속도로 탈출한 길드들에 비해 수 배는 느렸고 그만큼 입구에서 남자를 기다리던 이들은 남자가 죽었다고 거의 확신했던 것이다.


“미안하다 레이나.”


“듣기 싫어요···!!”


심지어 레이나는 남자에게 등을 돌려버렸다. 터져나오는 울음을 참지 못하여 리아나의 품에 든 채 몸을 돌려버린 것이다..


‘레이나에게는 정말 못된 짓을 해버렸군. 사람을 잃는 아픔은 나 조차도 잘 알거늘...카일이란 청년이 아니었더라면 그녀에게도 똑같은 아픔을 줄 뻔했다.’


남자는 진심으로 반성하며 조금씩 멀어져가는 레이나에게 다가갔다.


“이봐 아저씨! 분위기 좀 파악하면 안될까? 언니를 혼자 두라고! 사과라면 나중에 해도 되니까!”


“그럼 사과는 나중에 하도록 하겠다.”


뭔가 중요한 말이라도 있는듯한 일화의 태도에 리아나와 레이나는 그 눈치를 살폈고 곧 이어지는 남자의 말에 살짝 입을 벌려야했다.


“충분한 휴식을 가진 후, 길드를 창설할 것이다. 혹 너희도 던전 진입을 목적으로 길드에 들 생각이라면 나와 같은 길드에 들어라.”


며칠 전까지 남자가 보였던 태도와 아주 정반대였던만큼 자매도 놀라운 것이다.






수 일 전.

마룡의 던전 중층, 오염 지역.


콰아앙--!!!!!

쿠구구구구···.!!!!!


“크하악···!! 쿨럭···!”


쿵!! 털석!


일화는 압도적으로 패배했다. 단 1분. 제대로된 공방을 나누지도 못하고 마룡이 휘두르는 압도적인 마법들과 육중한 공격들에 남자는 만신창이가 되어 귀퉁이에 쓰러졌다.

절단됐던 발목은 재생되어 있었고 너덜너덜했던 날개도 멀쩡한 모습을 되찾았던 마룡. 하지만 유일하게 회복되지 않은 곳은 도려진 한쪽 눈이었다. 바로 17년 전 남자가 사력을 다해 도려낸 눈이었으며 남자가 ‘해볼만하다’ 라고 생각하게 만든 요인이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보시다시피 일화의 참패였다. 60초를 넘기지도 못했으며 17년 전처럼 마룡에게 부상을 입히지도 못했다. 그저 남자만이 너덜너덜한 몸이 되어 빈사 지경에 이르렀을 뿐이었다.


‘시이나...시이나······!’


남자는 분했다. 드디어 자신의 부인을 죽인 원수와 만나 복수의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마룡의 힘은 과거에 비해 더욱 절대적이었으며 그저 남자는 부인을 따라갈 길만을 앞두게된 것이었다.

더 이상의 싸울 여력은 없었으며 도망칠 여력 또한 없었다. 남자는 자신의 무력함을 질책하며 그대로 눈을 감았고 마룡의 발톱이 자신의 사체를 갈기갈기 찢어내기를 기다렸다.


그러니 들려온 목소리에는 두 눈을 찢어져라 부릅 뜰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어찌 멋대로 행동하는가.”


“----!!!!”


남자의 시선은 마룡의 흉포한 두 눈을 향해 올라갔다. 이 자리에 있는 존재는 자신과 마룡 뿐 그 누구도 없었기 때문이다.


-“너는 내 물건이다. 17년 전. 어찌 멋대로 내 곁을 떠났는가.”


“쿨럭···! 개소리...하지마라! 멋대로...나를 네 물건으로 삼고...마룡이 아니라 광룡이군 그래...쿨럭!”


마룡의 두 눈이 가늘게 찢어져 남자를 내려다본다.


-“수 백년 전부터 넌 내 것이었다. 과학이라는 인간 문명의 훌륭한 완성체. 그 불완전한 몸을 보다 이상적인 상태로 보존하여 천 년의 세월 동안 유지하였더군.”


“천...년···!?”


-“너는 모를 것이다. 하지만 나는 너와 그 시설의 기억을 살폈다. 너는 천 년 전 문명 속에서 탄생한 유일한 인간. 나는 그 귀한 인연을 존중하여 잠든 네게 모든 것을 쏟았다. 약하디 약한 신체를 완벽에 가깝게 재구축하였으며 나와 같은 심장을 네게도 새겨 ‘만 년의 수명’과 ‘불로(不老)의 신체’를 선사했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난 너는 심장에 깃든 마나를 재능으로 다루어 나와 필적하는 힘을 얻었다.”


“대체...네놈은 무슨 소리를···! 으윽···!!”


-“어리석은 인간이기에 알지 못하는 진실을 전하는 것이다. 들어라.”


마룡이 울리는 목소리는 연신 남자의 신음을 뱉게 만들었지만 무자비하게 계속된다.


-“네 힘은 나의 오랜 숙원을 이뤄줄 유일한 것이었다. 하지만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인간이 네가 있었던 심층까지 도달하여 너를 데려갔다. 나는 분노하여 그 인간 여자를 죽이고 너를 데려오기 위해 너희를 쫓았다.”


“...하. 그래서 시이나를 죽였나···! 그래서!!”


-“......17년 전 네 힘은 이미 나를 죽이기에 충분했다. 너를 죽이지 않고 데려가려 했던 나는 크게 패했다. 그에 비해, 지금은 실로 형편 없군. 심신은 약하고, 신체는 부실하다. 폐인이 되었던 것인가. 이제는 그러할 가치도 없다고 판단한다. 죽일 가치도, 데려갈 가치도 없다.”


남자는 부상당한 몸이 주는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정신이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더 이상 마룡이 울리는 목소리가 크게 들리지 않았고 눈은 절반 이상이나 감기고 있었다.

하지만 마룡이 다음으로 꺼낸 이야기에 남자의 가슴 속에서는 알 수 없는 불꽃과도 같은 것이 일었다.


-“사랑하는 여인 조차 내팽겨치고 지상으로 나갔기에 다시 만날 날을 기대했건만.”


“....네...놈이 그것을...어떻게 알지···! 네놈은 그 즉시로 다시 돌아갔을···!”


-“네 기척이 즉시 사라지는 것을 느끼고 ‘돌아왔었다’. 그리고 내 불길로 녹아버린 그 여인만이 덩그라니 홀로 있었지.”


“그 이상...떠들면...가만두지 않을테다···!”


-“...가치를 부여할 수 있겠군. 네가 나에게 가진 감정은 ‘복수심’인가.”


그리고 이어진 마룡의 목소리는 희미해져가던 남자의 정신을 완전하게 깨웠다.




-“너와 맹세를 나눈 인간 여자. ‘시이나’. 그 여자는 살아있다.”


-“네 것처럼, 그 여자의 심장도 ‘드래곤 하트(Dragon Heart)’로 만들었다. 손상된 신체를 복구시키고, 마법으로 소생시켰다.”


-“믿기지 않는가. 허나 진실이다. 과연 그 인간이 지금 어디에 있을지 궁금하군.”


-“삶을 포기하고 이곳의 심층까지 전진하여, ‘삶의 의미를 준 남자가 죽었다는 나의 거짓말을 믿었으니’. 과연 어디로 향했을지 알겠는가.”


-“아직 살아있다. 너와 같이, 죽고 싶어도 쉬이 죽지 못하는 힘을 가진 인간이니 말이다.”


남자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마룡이 자신의 말을 마치고 통해온 굴을 타고 다시 사라질 때까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한 채 올려다보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살아...있다고···? 시이나가···! 던전 깊은 곳에···!!”


마룡이 전한 또 하나의 희망을 버팀목으로. 남자는 지상으로 향하는 길을 정처없이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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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길드 아스가르드 - 던전 네비가 되는 길 (9) 18.01.16 68 0 16쪽
26 길드 아스가르드 - 던전 네비가 되는 길 (8) 18.01.07 89 0 18쪽
25 길드 아스가르드 - 던전 네비가 되는 길 (7) 18.01.06 72 0 15쪽
24 길드 아스가르드 - 던전 네비가 되는 길 (6) 18.01.04 81 0 17쪽
23 길드 아스가르드 - 던전 네비가 되는 길 (5) 17.12.22 113 0 15쪽
22 길드 아스가르드 - 던전 네비가 되는 길 (4) 17.12.21 82 0 11쪽
21 길드 아스가르드 - 던전 네비가 되는 길 (3) 17.12.19 99 0 11쪽
20 길드 아스가르드 - 던전 네비가 되는 길 (2) 17.12.19 100 1 14쪽
19 길드 아스가르드 - 던전 네비가 되는 길 (1) 17.12.17 131 2 18쪽
» 길드 아스가르드 (8) 17.12.15 111 1 9쪽
17 길드 아스가르드 (7) 17.12.15 121 1 11쪽
16 길드 아스가르드 (6) 17.12.13 117 1 20쪽
15 길드 아스가르드 (5) 17.12.11 147 1 12쪽
14 길드 아스가르드 (4) 17.12.10 126 0 14쪽
13 길드 아스가르드 (3) 17.12.09 129 1 13쪽
12 길드 아스가르드 (2) 17.12.07 148 2 15쪽
11 길드 아스가르드 17.12.06 152 1 15쪽
10 20년 전 과거의 진상 (2) 17.12.04 167 0 6쪽
9 20년 전 과거의 진상 17.12.04 169 1 11쪽
8 혈괴 (3) 17.12.04 160 1 8쪽
7 혈괴 (2) 17.12.04 149 0 17쪽
6 혈괴 17.12.04 173 1 14쪽
5 1. 골목의 폐인 17.11.30 165 1 17쪽
4 0. 인류도시 「던 그라운드」 17.11.30 202 1 19쪽
3 프롤로그 (3) 17.11.27 237 1 20쪽
2 프롤로그 (2) 17.11.24 275 3 13쪽
1 프롤로그 (1) 17.11.22 374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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