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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din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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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din
작품등록일 :
2017.11.22 23:01
최근연재일 :
2018.01.16 16:23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3,963
추천수 :
24
글자수 :
170,839

작성
17.11.3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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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0. 인류도시 「던 그라운드」

DUMMY

17년 후.


마룡의 던전과 이어진 지상은 인류가 이룬 가장 큰 도시다. ‘던 그라운드’. 천 년의 잠에서 깨어난 남자와 정을 맺은 여인 ‘시이나’도 중병에 걸렸다던 ‘레이나’도 그곳의 빈민가 출신이었으며 ‘일확천금’의 꿈을 꾸는 던전 탐색가, ‘던전 네비’들이 모여드는 곳 또한 인류도시 던 그라운드였다.


마룡이 던전의 입구에 모습을 드러내 대도시를 뒤흔들었던 17년 전의 대사건. 그 사건이 마룡을 퇴치하고자 하는 수준급의 던전 네비들을 더욱 끌어모았고 현재에 이르러 던 그라운드는 인간들의 활기로 가득 넘쳐나는 도시가 되어버렸다. 가득 몰려드는 던전 네비들에게 보다 질 좋은 장비를 높은 가격으로 판매하기 위하여 장인들이 인류도시로 진입했고 던전 네비들에게 각종 유흥거리를 제공할 목적으로 수많은 유흥 업소 또한 등장했으니 낮이면 무기를 든 이들이, 밤에는 술에 취한 이들이 도시를 가득 메웠다.


돈이 흘러가는 방향의 대부분이 던전을 탐색하는 이들인만큼 ‘던전 네비’란 직업을 가진 자들은 인류도시 속에서 ‘선망의 대상’과도 같은 인식이 있었고 그것을 ‘명예’라 착각하여 던전으로 나아가려 하는 어린 자들도 등장하기 시작하는 시기.

바로 그 시기가 현재라고 할 수 있다.


-“케이트~!”


인류도시와 크게 떨어지진 않았지만 그곳의 시끄러운 소음에게서만큼은 분명하게 떨어진 푸른 초원의 건물. 맑은 시냇물이 흐르고 형형색색의 아리따운 꽃들이 만개한 건물의 앞뜰에 ‘쭈그려 앉은 소녀’를 부르는 목소리였다.


“케이트~! 역시 여기 있었구나~”


목소리의 주인 또한 여성이었다. 나이는 지긋하게 쉰을 넘겨보였지만 곱게 자리한 주름들과 푸근한 인상이 무척이나 온화한 얼굴. 전신을 덮은 하얗고 검은 천이 길게 올라와 목과 머리까지 감쌌으니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이곳이 ‘교회’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불러도 대답이 없는 소녀에게 조용히 걸어와 소녀가 집중하고 있는 것을 같이 살피는 그녀. 그리고 ‘수녀’는 소녀의 뜻대로 잠시 기다려주기로 했다.


“됐다~!”


“어머! 이번 건 정말로 이쁘구나~ 이번에도 그분께 드릴거니?”


“응? 응-! 나 언제 가면 돼요~? 심부름 없어요~?”


수녀는 ‘케이트’라는 소녀가 무엇을 바라는지 금방 눈치챘다. 소녀가 이토록 선물을 주고 싶어하는 대상이 따로 있을 리도 없고, 던전에 필요한 물품을 교회에서 구매해가는 한 단체의 소속원. 소녀가 말하는 심부름이란 그들에게 전달할 물품이 없느냐고 묻는 것이었다. 그래야 자신이 손수 만든 꽃화관을 선물할 수 있을테니까.


“마침 그 일로 부른 것이란다 케이트~ 무겁진 않지만 비싼 물품이니 다른 곳에 새면 안된단다~?”


와락!


수녀가 소녀에게 건네는 물품은 손바닥만한 크기의 작은 것이었지만 소녀는 두 팔을 활짝 벌려 그것을 번쩍 안아들며 대답한다.


“응~! 바로 갈거에요! 다녀올게요!”


하늘하늘한 원피스차림의 소녀는 그대로 교회 울타리를 나서 대도시로 향하는 언덕을 달려나갔다. 소녀를 낳은 부모의 외모를 궁금하게 만들만큼 눈부신 미모를 가진 18세의 여인. 세상에 대한 걱정을 모르고 순수하게 자란 그녀의 표정은 그 미모를 더욱 화사하게 빛냈으며 언덕을 달리는 두 다리는 매우 건강하게 보였다.


여느때처럼 대도시를 향해 활기찬 다리로 뛰어가는 소녀의 뒷모습을 따듯하게 바라보던 수녀는 뒤를 돌아 건물 안으로 돌아왔고 곧 그곳에서 기다리던 또 한 명의 수녀가 그녀에게 자신의 걱정을 밝혀왔다.


“‘마더 카샤’. 정말로 괜찮을까요···? 케이트에게 저 귀한 물품을···”


“본래는 제가 직접 가려 했답니다. 그런데 저 이쁜 꽃화관을 보고선 도저히~”


“후우...이제껏 문제 없었으니 이번에도 괜찮겠지요···?”


“그럼요~ 케이트는 능력 있는 아이랍니다~?”


교회에는 열 명이 넘는 수녀들이 있었지만 하나같이 케이트를 자신의 딸처럼 여겼다. 17년 전 갓 태어난 그 아이를 냇가에서 거둔 순간부터 말이다.






“오-! 케이트! 또 심부름이냐?”


“네 아저씨! 이번엔 아저씨 선물 없어요!”


대도시의 입구를 지키는 보초는 분명하게 있었지만 외부에서 진입해오는 소녀를 막기는 커녕 반가운 얼굴로 손을 흔들기까지 한다. 심지어 선물이 없다는 말에 살짝 섭섭한 표정까지 연기하는 보초.


“엥? 그 꽃화관은 내 것이 아니었던게야? 그럼 보나마나 ‘그 아가씨’ 것이겠구만~!”


그러더니 단번에 정답까지 맞추어 소녀를 깜짝 놀라게 만든다.


“오와! 어떻게 아셨어요~?”


“예끼! 어른을 놀리면 못 쓴다 케이트! 네가 그리 신나게 달려갈만한 다른 사람이 있겠느냐~”


던 그라운드의 거리를 지나는 사람은 무수히 많아 그 모두가 케이트를 알지는 못했지만 대도시의 입구를 지키는 보초나 수 년 이상된 가게들은 케이트를 잘 알았다. 최근들어 자신이 올 때마다 반겨주는 사람들에게 감사함까지 품게된 케이트는 그렇게 가벼운 인사를 나누고 다시 다리를 움직이려 했다.


“아아- 케이트. 혹시 몰라서 이야기하는데 말이야. 조심하거라-”


“네? 걱정 마세요~ 던전 근처에는 안간다니까요~?”


“그건 당연하고! ...그게 아니라. 오늘 이른 아침에 기괴한 인물이 도시에 들어왔단다. 제대로된 허가증이 있어 막지는 않았지만...내 오랜 보초직을 맡으면서 비슷한 냄새를 많이 맡아봤거든!”


“냄새요? 냄새 나는 사람이에요?”


“음? 그러고보니 악취도 심했지. 며칠은 커녕 몇 달 동안 씻지 않은 얼굴...아니! 그런 의미가 아니야! 아무튼 정말 위험한 냄새가 났다. 혹여 ‘회색 짐승 가죽의 망토’를 걸친 남자가 보이면 절대로 얽히려 들지 말거라~”


“...아저씨도 참~ 걱정 마시라니까요~ 아! 카샤가 딴데로 새지 말랬는데! 아저씨 때문이에요! 저, 저 가볼게요!”


걱정이 되어 이야기를 덧붙였다가 졸지에 욕만 얻어먹은 중년 보초는 가벼운 다리로 달려가는 케이트의 뒷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이 집에서 놀고 있을 자신의 딸아이와 겹쳐보였기 때문이다.


멈칫-


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려 보초의 임무를 다하려던 중년 남성은 몸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이동하던 시야가 케이트가 달려 사라진 골목과 다른 방향에서 걸어오는 ‘회색 짐승 가죽의 망토’ 차림의 남성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저벅.


그리고 그 사내가 자신의 앞에 멈추어서자 보초는 자기도 모르게 허리츰에 매어둔 검을 쥐어버린다.


“...그 이상 다가오면 공격하겠다. 던 그라운드에서 소란을 벌여봤자 너도 무사하지 못할텐데!”


회색 망토의 남자가 내뿜는 위압감은 없었다. 그저 보초가 지금껏 살아온 연륜이 스스로에게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을 뿐. 하지만 그 신호는 워낙 강렬해 보초가 공격의 의사까지 표현하게 만들었고 보초의 머리가 새하얗게 물들어가고 있을 때였다.


스륵.


자기 스스로가 만들어내는 압박감에 머리가 죄여오는 느낌을 받던 보초는 상대가 내민 손을 발견하고 겨우 해방될 수 있었다. 그 손에 올라 내밀어진 것들은 금화 1개와 그림이 그려진 종이. 그리고 회색 망토 차림의 남자에게서 드디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넥...클리스···”


“...뭐, 뭐라?”


“이런...넥클리스를...한 여자아이...찾고 있다. ···...18살...이다···”


“18살짜리 여자아이라면 아주 잘 알고 있지. 그 못난 딸내미는 내 집에서 오늘도 빈둥빈둥 뒹굴고 있을테니까. 하지만 이렇게 흔한 장식의 넥클리스는 시장거리에서 밖에 보지 못했다네. 시장거리에 가보는건 어떤가-”


회색 망토 차림의 남자는 보초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느릿하게 고개를 돌린다. 그러더니 금화 한 개는 보초에게, 그림이 그려진 종이는 자신이 다시 가지고 시장 거리를 향해 걸음을 옮기는 남자.


“이봐! 뭐 이런걸 묻고 금화까지 주고 그러나! 가져가!”


하지만 보초의 윽박에도 남자는 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 몸을 반쯤 돌려 고개를 숙여보이기만 한다. 충분히 감사하다는 표현에 보초는 머쓱한 얼굴로 받은 금화를 주머니에 넣었고 남자의 모습이 사라지자 다시 보초의 임무로 돌아왔다.


‘아직 젋어보이는데 저런 눈이라니. 어지간히도 힘든 삶을 걸어온 모양이야.’


짐승의 털보다 망가져 길게 쳐진 머리칼과 입가를 가득 메운 수염. 단순한 걸인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회색 망토 차림의 남자에게서 보초는 그 눈의 의미를 알아버렸다.






‘마지막까지...없군···’


시장 거리에서 또한 아무런 수확을 얻지 못한 회색 짐승 가죽의 망토를 걸친 남자. 그 칙칙한 망토를 걸친 걸인은 바로 ‘시이나의 남편’이었다. 천 년의 잠을 자고, 인간과 동떨어진 능력으로 던전 최심부에서 살아남고, 17년 전 마룡과 싸워 마룡을 패퇴시킨 남자. 딸아이 ‘일리나’를 찾기 위해 17년이란 세월 동안 세계 곳곳을 돌아본 끝에 마룡의 던전이 있는 인류도시 던 그라운드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일리나는 찾을 수 없었다. 아무런 빛도, 아무런 희망도 없는 던전 지하보다야 지상 세계를 돌아다니는 것이 나을 법도 했지만 남자에게 있어서는 여전히 황폐한 삶. 그에게 있어 낮하늘은 여전히 황색이었고 밤은 여전히 검었다.


남자는 여력이 남지 않았다. 천 년의 잠에서 깨어나 스물이란 나이에 밝은 미래를 받았지만 그의 마음은 어딘가에 실려 산산히 부서져버렸다. 나이야 마흔줄을 탔을테고 17년의 허송세월 끝에 남자가 다다른 곳은 던 그라운드 시장거리의 어둑한 골목.


‘의미가 없다. 모든 것이 죽었다. 시이나도, 일리나도. 그리고 나 자신도. 어쩌면 나는 냉각당하는 시점에서 이미 죽었던 것일지 모르겠군. 단지, 신이란 작자가 그 시술을 성공시킨 건 나를 완전하게 죽이기 위함이었을 뿐이었고.’


풀석.


남자는 골목의 커다란 상자 옆에 몸을 앉히고 전신에 힘을 빼버린다. 나란히 자리한 커다란 상자가 시장거리의 각종 쓰레기를 담아두는 용도인만큼 거적때기와도 같은 남자의 망토가 썩 어울리게 구겨진다.






‘와···! 아저씨가 말안해주셨으면 정말 큰일날뻔 했어!’


케이트는 숨겼던 몸을 드러내며 안도했다. 마더 카샤가 알려준 행선지, 선술집으로 향하던 길에서 보초가 일러준 ‘회색 망토 차림의 걸인’을 발견했기 때문에 골목에 몸을 숨겼던 케이트. 곧 그 걸인이 어두운 골목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걸음을 옮기려는 것이다.


“으으음...분명 옷가게 언니가 이쪽이라고 했는데~”


가게 주인들에게 선술집의 위치를 물어가며 어렵사리 목적지를 찾아가는 케이트. 그렇게 겨우 꽃화관을 선물해줄 장소를 찾아내고 소녀는 반색했다.


“여기다! 우와, 엄청 크다아···! ‘언니’가 정말 여기 있는걸까?”


소녀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언니의 얼굴을 볼 생각에 거침 없이 인파 사이로 몸을 날렸고 선술집 출입문에 소녀의 손이 닿는 것은 금방 일어날 일처럼 보였다.


팍!!



“아앗--!!”


털석-!


하지만 소녀의 손이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기 전, 하나의 일이 더 발생했다. 시장 거리에서 급하게 뛰어오던 남자가 소녀와 몸이 부딪힌 것이다. 몸을 부딪혀온 덩치에 비해 케이트의 몸집은 매우 왜소하고 작은 편. 그녀는 결국 한차례 바닥에 쓰러지고 만다.


“이봐 아가씨! 그렇게 뛰어들면 어쩌자는거야!! 아프잖아!”


“죄, 죄송해요···!”


“....오? 오오- 아니야 아가씨. 꽤, 꽤 반반하잖아?”


남자의 혀는 뱀의 것처럼 아주 유연하게 움직였다. 뒤늦게 케이트의 얼굴을 살피고 속으로 크게 감탄했기 때문에 곧바로 말을 바꾸고 위 아래로 시선을 움직이는게 아닐까. 더군다나 술집으로 들어가는 미인이니 남자가 더욱 혹했을 것이다.


“저, 정말 죄송합니다···!”


“여기서 일하는 여자야? 음...부딪힌 곳이 꽤 아파서 말이야- 한잔 같이 어울려주면 넘어가줄 수도 있겠는데~”


“아, 안돼요! 만날 사람이 있어요!”


“......야야!! 그게 잘못한 쪽의 태도야!? 제대로 사죄를 해야할거 아니야!”


남자가 내지르는 음성은 소녀의 것보다 훨씬 커 주변의 이목을 끌고 정당성까지 속여 연출하고 있었다. 비해 늘어가는 시선과 커져가는 언성에 더욱 겁에 질리기 시작한 케이트는 당장이라도 선술집 안으로 도망치고 싶어 덜덜 떨었고 그 모습에 남자는 더욱 신이 나 침까지 튀겨가며 이제는 고함까지 친다.


“얼굴 반반하다고 그렇게 비인간적으로 나오고 그러면 곤란하지 아가씨! 잘못을!! 했으면-!! 제대···”


쾅!

빠악!!!

털석- 데구르르···!


모여든 인파는 홍해 바다가 갈라진 기적처럼 두 갈래로 나뉘었고 선술집 입구에서 굴러떨어진 남자가 무사히 바닥을 구르게 도와준다.


남자를 입구에서 시장 바닥까지 날려버린 것은 다름 아닌 문짝. 누군가가 선술집 안쪽에서 문짝에 발길질을 내질렀고 그 여파에 덩치의 남자가 나가떨어진 것이다.


“술맛 떨어지게 뭐야!! 누구야!! 정신병자냐!!”


문을 걷어차고 나온 이는 여자였다. 2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젊은 모습에 외모 또한 상당한 수준. 하지만 시장 거리에 모인 눈들은 누구나가 감탄을 하지 않았으니 그 누구도 저 ‘붉은 단발의 여인’을 모르지 않았기 때문.

그리고 케이트는 이 자리의 다른 이들 보다도 그녀를 잘 알았다.


“리아나-!!”


“응? 뭐야, 케이트? 아아! 심부름 왔구나~!”


“응! 큰 언니는!?”


“가끔은 나도 반겨주라!! 맨날 언니만 찾고!”


그녀의 이름은 ‘리아나’. 소녀 케이트가 꽃화관을 선물할 상대의 ‘의동생’이었다.

케이트가 번쩍 날아들어 자신에게 반가움을 표하는 것까진 좋았지만 이어 곧바로 자신의 언니를 더 찾자 살짝 토라진 붉은 머리 리아나. 곧 이글거리는 시선이 화풀이 대상으로 꽂히는 대상은 바닥에 널브러진 덩치의 남자였다.


“...야! 대충 꼴을 보아하니 우리 케이트한테 했던 말들 같은데. 다시 한 번 짖어보시지 그래- 앙?!!”


“히, 히이익!!!! 과, 광견(狂犬)!? 사, 살려줘!!”


타닷-

타다다다-


광견이라는 비속적인 칭호는 분명 리아나를 가리키는 것이었지만, 정작 미친개처럼 네 발로 도망가는 쪽은 그 칭호를 입으로 꺼낸 남자 쪽이었다. 그만큼 ‘리아나’라는 인물이 유명하고 무서운 인물이라는 이야기지 않을까.


끼이익-


“리이나! 가게 문을 그렇게 걷어차면 어떡해!”


그리고 리이나에 이어 선술집의 출입문을 조심히 살피며 나오는 여인은 케이트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언니이잇-!!!”


“어맛- 케이트?!”


케이트만큼은 아니더라도 그녀의 방문을 크게 기뻐하며 달려드는 소녀를 번쩍 안아드는 여인! 그리고 소녀가 직접 ‘은빛의 긴 생머리’ 위로 얹어주는 꽃 화관에 더욱 기뻐한다.


“우와하~!! 이게 뭐야아~! 이쁘다! 케이트, 너가 직접 만든거니?!”


“웅~!!”


“우리 이쁜 케이트~~ 매번 어쩜 이렇게 사랑스러울까~”


“나도 언니 짱 사랑해~! 언니 술 마시고 있었어~?”


“응~ 일단 안으로 들어갈까~?”


화사한 오오라를 유지하며 안으로 들어가버리는 두 여인의 모습을 보고 리이나는 자신의 머리를 거칠게 긁으며 그 뒤를 따라들어갔다.






「디스토피아」. 던전 네비를 꿈꾸는 이들이라면 누구나가 한번씩 들어보았을 ‘길드’의 이름. 길드의 설립은 아무도 모를만큼 먼 과거에 이루어졌으며 지금은 최고 수준의 던전 네비들 10인이 길드원으로서 길드의 기반을 튼튼히 하고 있었다. 붉은 단발 머리의 리아나도, 케이트가 가장 좋아하는 은발의 여검사도 그 10인 중 2명이었지만 다른 8명에 비해 실력이 부진한 것이 사실. 실제로 마룡의 던전을 비교적 가장 깊히 내려가보았다는 소문도, 다른 길드원들에 비해 격이 다른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소문도 그 8인이 만들어낸 것이었다.

최강의 길드에 속하면서도 열등한 위치에 있는 두 여인. 특히나 ‘리아나’의 경우는 더욱 복잡한 심정이 아닐 수 없었으니 바로 그녀가 길드 디스토피아의 길드장이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아니이~~ 처음엔 우리 둘이 끝이었다니까~ 하나 둘 씩 어마어마한 괴물들이 들어오더니~ 칫...이젠 길드장 못해먹겠어어어~!!”


전 세계 최강 길드의 길드장이라 불러도 틀린 말이 아닌 ‘리아나’라는 여인. 하지만 테이블을 마주하고 듣는 소녀에게는 너무나 진부한 소리였으니 매번 술만 먹으면 뱉는 소리가 이것인만큼 아무렴 지겹지 않을까.


“그래도 언니가 가장 길드에서 오래됐잖아~”


“그래~!! 나 퇴물이다아아~~!! 나이도 내가 제일 많아~~ ···...아, 언니가 있었지? 휴.”


술에 취하여 부정적인 쪽의 스위치가 켜져버린 리아나. 그러다 슬쩍 자신의 의자매를 보고 빈정댔지만 조용히 술잔을 들어올리는 은빛 여검사의 모습에 입을 다물었다. 그녀가 들어올린 술잔이 스스로가 마시기 위한 준비가 아닌 자신의 머리를 때리기 위한 준비 동작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리아나~ 한 건 했잖아~”


“응? 아! 그래~!! 제대로 한 건 했지!”


두 자매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모아지자 케이트는 잠시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아-!” 하는 소리르 내며 자신의 휴대용 주머니를 뒤졌다. 마더 카샤가 ‘귀한 것’이라고 했으니 자신이 전달할 물품이 바로 열쇠일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어라? 어라!? 왜, 왜 없지?!”


당황한 케이트의 목소리는 전염되어 리아나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


“어, 없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케이트! 그거 중요한 거란 말이야!”


“이, 이거 봐! 없어!”


케이트는 물품을 소중히 담아 온 휴대용 주머니를 테이블 위에 올리며 그렇게만 대답한다. 그리고 그 휴대용 주머니를 확인한 리아나의 눈빛이 무섭게 일그러지자 케이트는 크게 겁을 먹어버렸다.


“리아나···! 미안해!”


“......케이트. 이곳에 오면서 부딪혔던 적 있어 없어-”


“으, 응? 하, 한 번! 그 남자! 리아나가 날려버렸던 남자!”


텅!!


리아나는 잔에 담긴 술이 테이블을 어지럽힐만큼 강하게 테이블을 내려치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녀의 언니인 여검사 또한 자리를 정리하여 술값을 주머니에서 꺼냈고 케이트만이 어리둥절할 뿐이다.


“케이트? 빨리 걸을 수 있지~?”


“으, 응! 그런데 갑자기 어디가···?”


“응? 도둑 잡아야지~”


리아나는 빠르게 선술집을 빠져나갔고 여검사는 아래쪽이 길게 찢어진 케이트의 휴대용 주머니를 가리키며 그녀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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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길드 아스가르드 - 던전 네비가 되는 길 (8) 18.01.07 89 0 18쪽
25 길드 아스가르드 - 던전 네비가 되는 길 (7) 18.01.06 73 0 15쪽
24 길드 아스가르드 - 던전 네비가 되는 길 (6) 18.01.04 81 0 17쪽
23 길드 아스가르드 - 던전 네비가 되는 길 (5) 17.12.22 113 0 15쪽
22 길드 아스가르드 - 던전 네비가 되는 길 (4) 17.12.21 82 0 11쪽
21 길드 아스가르드 - 던전 네비가 되는 길 (3) 17.12.19 99 0 11쪽
20 길드 아스가르드 - 던전 네비가 되는 길 (2) 17.12.19 101 1 14쪽
19 길드 아스가르드 - 던전 네비가 되는 길 (1) 17.12.17 131 2 18쪽
18 길드 아스가르드 (8) 17.12.15 111 1 9쪽
17 길드 아스가르드 (7) 17.12.15 121 1 11쪽
16 길드 아스가르드 (6) 17.12.13 117 1 20쪽
15 길드 아스가르드 (5) 17.12.11 148 1 12쪽
14 길드 아스가르드 (4) 17.12.10 126 0 14쪽
13 길드 아스가르드 (3) 17.12.09 129 1 13쪽
12 길드 아스가르드 (2) 17.12.07 148 2 15쪽
11 길드 아스가르드 17.12.06 152 1 15쪽
10 20년 전 과거의 진상 (2) 17.12.04 167 0 6쪽
9 20년 전 과거의 진상 17.12.04 170 1 11쪽
8 혈괴 (3) 17.12.04 160 1 8쪽
7 혈괴 (2) 17.12.04 149 0 17쪽
6 혈괴 17.12.04 174 1 14쪽
5 1. 골목의 폐인 17.11.30 166 1 17쪽
» 0. 인류도시 「던 그라운드」 17.11.30 203 1 19쪽
3 프롤로그 (3) 17.11.27 237 1 20쪽
2 프롤로그 (2) 17.11.24 275 3 13쪽
1 프롤로그 (1) 17.11.22 374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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