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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din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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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din
작품등록일 :
2017.11.22 23:01
최근연재일 :
2018.01.16 16:23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4,041
추천수 :
24
글자수 :
17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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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1.27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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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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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0쪽

프롤로그 (3)

DUMMY

남자는 여자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여자도 그것을 거부하지 않았다. 여자는 깊은 곳으로 향했고 그 아래는 남자가 지나왔던 길. 수 시간이나 이동해도 괴물이 보이지 않자 여자는 자리를 잡고 캠프를 준비한다.


스륵.


서로 간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지는 오래. 하지만 남자의 명석한 두뇌는 그녀가 캠프에 필요한 작업을 도와주기에 충분했고 모든 작업이 끝났을 때 여자 쪽에서 무언가를 바닥에 그리기 시작했다. 남자에게 질문을 하기 위한 것이었다.


‘지상을...그린 건가?’


그것만으로는 그녀가 무엇을 묻는지 알 수 없었던 남자. 하지만 이어지는 여성의 손가락에 고개를 끄덕일 수가 있었다. 자신이 위에서 왔다는 가리킴에 이어 남자를 가리켰기 때문이다.


‘내가 어디서 왔는지 묻는 것이로군.’


남자는 아래를 가리켰고 여자는 얼굴을 굳히며 또 하나의 그림을 그린다. 이번에는 남자가 한 번에 알 수 있는 의미의 그림. 그야 숫하게 마주쳐온 괴물들의 그림이었으니 말이다.

남자는 자신의 등과 허리에 매어놓은 대검과 도끼를 가리켜 대답했고 여자의 얼굴은 더욱 복잡하게 굳어갔다.


두 남녀가 각자 잠에 빠져들기 전. 남자는 어렵사리 자신의 의사를 밝히는데 성공한다. 잠에서 깨어나면 자신이 깨어났던 그곳을 가보자는 제안. 거절해도 이상하지 않은 제안을 여자가 호기심에 덥석 물었고 둘은 그렇게 체력 회복에 들어갔다.


남자가 천 년의 세월을 지냈던 시설로 돌아가는 길. 여자는 남자에게 두려움마저 느꼈다. 지금의 자신이 별 짓을 다해도 이길 수 없는 절대적인 괴물, ‘아스테리오스’를 남자 홀로 압도하는 것이다. 결코 빠르지도 절대적이지도 않은 신체능력으로 아스테리오스를 압도해내는 모습은 같은 인간이라고 생각할 수 없게 만들 정도. 그리고 속속들이 등장하는 다른 종류의 괴물들 또한 남자의 상대가 되지 않았으니 아무렴 여자가 무섭지 않겠는가.

하지만 경외심으로 시작된 감정은 정으로 바뀌어갔다. 수 개월에 걸쳐 같이 전투하고 생존하는 가운데 정은 붙기 마련이었으니까. 서로가 서로에게 각자가 아는 언어를 가르치고 생사를 같이한 지 1년이 다되어갈 때에는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더불어 둘은 남자가 잠에서 깨어난 시설에까지 다다렀다.


“여기···인가요···?”


“응. 난 이곳에서 깨어났어.”


여자는 시설의 내부가 보여주는 문명이 무엇인지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한가지는 확실하게 느꼈다. 바로 자신들이 ‘멸망의 힘’이라고 부르는 ‘과학력’. 문헌에서 본 것들과 아주 비슷한 느낌이 들었기에 여자는 남자를 조용히 째려보기 시작한다.


“...갑자기 왜 그러지?”


“당신. 인간인가요?”


여자는 남자를 인간인지 의심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껏 남자가 전투에서 피를 흘리고 잠을 청할 때는 코를 골던 인간적인 모습을 숫하게 봐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자는 남자를 ‘멸망의 힘에서 태어난 자’라 의심하기 시작했다.


“몰라. ···...어쩌면 잠든 사이 무슨 짓을 당했을 지도 모르지. 확인해볼게.”


스릉-


남자는 허리츰에 매어둔 예리한 장검을 빼어들고 자신의 손목을 잘라내기 위해 전력으로 내려친다.


----쇄하악!!!


“그만-----!!!!”


자신이 의심했으면서도 여자는 남자의 품에 달려들어 그것을 저지했다. 남자의 손목이 절단되는 모습을 상상해버리자 엄습해오는 불안감을 참지 못하고 몸부터 날린 것이다.


“미안해요. ...당신은 인간이에요. 제가 잘못했으니 이런 무서운짓 절대 하지 마세요···”


남자가 여자에게 처음부터 가졌던 호감만큼, 지금은 그녀도 남자가 소중해진 것이다.


그 날의 캠프는 시설의 입구에 자리를 잡았다. 남자는 여자를 통해 자신들의 문명이 수 백년 전의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그녀가 어째서 ‘마룡의 던전’이라 불리는 이 지하를 혼자 내려가고 있는지 들을 수 있었다.


그녀에게는 사랑하는 여동생이 있다. 거리에 버려진 자매였던만큼 우애는 돈독했고 서로가 의지할 곳은 서로가 전부였다. 그러던 어느 날, 여동생이 중병에 걸렸다. 치료법은 비약 ‘엘릭서’. 하지만 그 비약은 가진 자를 찾기도, 찾더라도 어마어마한 값을 지불해야하는 비약 중의 비약이었다.

다행히 언니인 그녀가 엘릭서를 가진 단체를 찾는데 성공한다. 문제는 그 값을 지불하기 위한 재력이 거리의 자매에겐 없었다는 것이다. 기어이 그녀는 여동생을 살리기 위해 매일 같이 ‘마룡의 던전’으로 들어가 전리품을 얻어왔다. 엘릭서를 판매하겠다는 단체가 부른 값의 1%를 하루 단위로 벌어오기 위해 아름다운 그녀의 몸에는 단단하고 핏줄 선 근육들이 붙어버렸다.

그리고 100일 째. 그녀는 마지막날까지 기다려준 판매 단체에게 향한 감사를 품으며 많은 전리품들을 재화로 바꾸어 달려갔다. 그리고 그들이 쭉 머물렀던 여관방. 비어버린 그곳 앞에서 그녀는 무릎을 꿇고 쓰러져내렸다. 여동생의 병세는 더욱 위독해져갔고 언니인 그녀가 옆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손을 잡아주는 것 밖에 없었다.

여동생이 죽음에 다다르기 전 의식을 잃어버리자 그녀는 여동생을 등지고 집에서 나왔다. 다시 눈을 뜨지 못하는 여동생의 복수를 하기 위해 단체가 향했다는 마룡의 던전으로 다시 들어가는 것이었다. 걸친 전신 플레이트 갑주에 온 몸이 물집으로 물들어도 그녀는 그 단체를 모조리 죽이기 위해 깊은 곳으로 끊임없이 내려갔다.


‘사랑하는 내 동생 ‘레이나’.’


하지만 신은 그녀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그녀가 던전 중층부에서 전멸당한 단체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들의 사체에서는 ‘엘릭서’만이 사라져있었고 삶의 목적이 사라져버린 그녀는 목숨을 중하게 여기지 않은 채 더 깊은 지하로 정처없이 내려가기 시작했다. 1년. 2년. 3년. 스스로가 근접전투에 재능이 있다는 것 또한 눈치채지 못한 채 끊임없이 지하로 향했고 그 끝에 남자와 만난 것이다. 자신과 똑같이, ‘삶을 포기한 눈을 한 남자’를.






서로의 과거에 대해 나눈 날부터, 두 남녀는 동료 이상의 관계가 되었다. 연인, 아니 부부라고 불러야할 것이다. 원하는 날마다 잠에 들기 전 정사를 나누고 각자의 삶에 있어 가장 소중한 존재는 서로가 되어버렸다. 지나온 각자의 삶에 입은 상처를 나누고 서로에게 치유를 받은 둘은 결국 ‘지상으로 돌아갈 것’을 약속한다. 지상으로 돌아가 둘만의 가정과 집을 꾸려 여생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겹친 결과였다. 여자의 배는 조금씩 불러오기 시작했고 남자는 여자와 함께 지상으로 향하는 발걸음에 박차를 가했다.


쿠르르르르르르······!!!!


지상으로 향할수록 약해지는 괴물들. 남자에게 괴물들은 전혀 문제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하 깊숙한 곳에서 솟아오르는 거대한 지진이 남자의 얼굴을 굳게 만들었다. 무언가 터무니 없는 수준의 괴물이 울부짖는듯한 느낌이 들었으며 다음번 그 지진이 일어났을 때는 그 느낌이 더 강하게 들었기 때문. 마치 던전 최심부의 무언가가 자신들을 쫓아오듯이 말이다.


쿠르르릉-----!!!!!!



“아아악--!!!”


하지만 남자가 그것을 신경쓰기엔 여자의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중층 넓은 홀에 다다렀을 때 양수가 터져 흐르기 시작해 그녀가 걸친 플레이트 갑주부터 벗겨내야했기 때문이다.

지진이 이따금씩 등허리를 때리는 가운데 여자는 30시간에 걸쳐 무사히 출산에 성공한다. 지나치게 건강한 몸을 가졌던 여자도 무사했으며 던전 지하 홀에 맑게 흐르는 물도 있어 둘의 아이 또한 건강하게 세상을 맞이했다.

한달에 걸쳐 충분한 휴식을 마친 남자의 일가족은 다시 지상으로 이동했다. 한 명은 아이를 돌보아야했기에 전투가 필요할 때는 홀로 싸워야했지만 약할대로 약해진 괴물들은 아주 여유로웠다. 아이의 이름과 부부의 이름, 그리고 앞으로 지상에서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살아갈 가족의 미래가 머릿속에 가득 그려지자 남자와 여자의 말수는 더욱 늘어났다. 늘어난 말수만큼 미소도, 장난도 늘어갔고 그에 다시 행복감이 더해져가는 반복.


그리고. 항상 남자의 뒤를 따르던 불행이 그를 다시 쫓아왔다.






쿠오오오오오오······!!!!

쿠르르르릉----!!!!!!

쿠구구구···.!!!!



남자가 느끼던 기분은 ‘사실’이었다. 던전 상층부까지 단숨에 다다른 일가족 앞에 ‘재앙’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여자가 출산에 성공한 중층의 홀만큼이나 거대한 공간의 지면이 부서지며 그 아래에서 거대한 존재가 목을 내밀었다. 피처럼 붉은 안광. 머리와 목을 타고 큰 날개까지 괴물의 것처럼 일그러진 비늘. 이지를 상실한 마냥 분별없이 사방을 향해 뿌리는 포효.

남자는 공상 속에서만 등장하는 ‘드래곤(Dragon)’의 모습을 마주하며 그 존재가 ‘마룡’임을 깨닫는다.


크화아아아아아아악----!!!!!!!



마룡이 남자를 향해 뿜어내는 포효는 단순한 소리의 것이 아니었다. 마력이 잔뜩 담긴 죽음의 소리. 정신력이 약한 생물은 단숨에 뇌 부근이 터져나가 눈에서 피를 쏟고 죽어버리는 ‘드래곤 피어’다.

여자는 자신의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품 안의 것을 세게 끌어안았고 남자는 팔을 활짝 펼쳐 둘의 앞에 섰다. 남자의 한쪽 눈과 귀에서 피가 흘러나왔지만 그 덕분인지 여자와 아이는 무사하다. 이어 남자는 비틀거리는 몸을 다잡으며 오른손엔 대검을, 왼손엔 장검을 쥐어 마룡을 향해 쇄도했다. 자신이 마룡의 이목을 끄는 순간 여자와 아이가 도망가길 바라는 것이었다.


쇄하아악--!!

푸화악!!!!


마룡이 남자에게 느끼는 분노는 점점 커져 여자와 아이가 보이지 않게 되었다. 자신의 손톱 크기만한 생물이 열 차례의 공격에도 멀쩡히 자신의 비늘에 상처를 내고 있었기 때문. 곧 용의 아귀에서 불과 얼음, 전격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남자는 먼지 구름 사이에서 필사적으로 마룡과 대적한다.

한편, 남편을 뒤로하고 여자는 아이와 함께 지상 입구로 정신없이 내달린다. 그리고 여자의 안색을 조금 밝게 만들어주는 반가운 모습들이 보였으니 바로 10년에 가까운 기간 끝에 다시 만난 지상의 인간들. 젊은 던전 탐색가, ‘던전 네비’들과 만난 것이다.


“도와주세요--!! 용이···! 마룡이 올라왔어요!!”


하지만 인간들은 그 말을 믿지 않는다.


“미, 미친! 우리보다 아래에 있는 네비가 있었어!”


“마룡이라니, 무슨 소리야~? 마룡은 우리가 상상도 못하는 지하에 있다고요 아가씨! 리자드맨이랑 헷갈린거 아니야?”


쿠르르릉--!!

쿠오오오오오오!!!!


멀지 않은 곳에서 마룡이 울려낸 포효 소리가 인간들을 굳게 만든다. 그 소리의 위압감을 몸소 느낀 인간들은 마룡의 존재를 믿게 되었지만 아이의 엄마의 믿음은 배신하고야 만다.


“도, 도망가!!!!”


“아, 아가씨!! 빨리 뛰라고!! 마룡이 왜 이딴데 있는거야!!”


“남편이 있어요!! 남편을 두고 갈 순 없어요!!”


“그럼 같이 처 뒤지던가!!”


던전 네비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을 선택한다. 홀로 남아 아이를 한차례 끌어안으며 갈등하는 엄마. 하지만 그 갈등 또한 오래가지 않았으니 뒤에서 터져나온 호통 때문이었다.


-“거기서 뭘 하는거야!!!! 계속 달려!! 지상으로 나가라고!!”


바로 남편의 호통 소리였다. 마룡과의 전투를 통해 전신에 피칠갑을 한 남자는 놀랍게도 마룡과 싸우던 홀에서 빠져나와 그녀가 있는 곳까지 합류한 것이다. 남편의 실력이 어디까지인지 궁금하면서도 굳어버린 안색이 조금 펴진 여자는 다시 아이를 안고 달려갔고 그 가족은 무사히 ‘던전 입구와 이어진 광장’까지 다다를 수가 있었다.


마룡 등장의 소식을 던전 네비들 모두가 접했는지 꽤 많은 인간들이 있어야할 광장에는 단 한 명의 인간도 없었다. 지상의 빛이 흘러나오는 곳이 던전의 입구임을 곧바로 눈치챈 남자는 그곳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시이나’! 다, 다 왔어!! 조금만 더 가면 돼!”


“네, 네···!! 저희가...해냈어요···!!”


고작 100미터 정도 될까. 광장의 중앙을 가로질러 입구로 향하는 통로까지 거리는 고작 그 정도였다.


쿠구구구구구구-----!!!!!

콰하아아아!!!!


하지만 광장의 중앙을 가로지를 때 남자를 괴롭히던 마룡이 다시 지면을 깨부수고 쫓아왔다. 그에 멀리 몸이 튕겨져나간 일가족. 여자는 아이를 끌어안았고 남자는 여자를 끌어안는다. 지면에 떨어져내린 충격을 한 몸에 받은 거친 기침을 토해내며 고통을 호소했지만 자신을 걱정하는 부인에겐 거칠게 손을 내저었다.


“괜찮아요 당신···!?”


“어서 달려!!! 바로 앞이야!!”


남자의 호통과도 같은 외침. 하지만 여자는 스스로의 각오를 굳히며 아이를 바닥에 내려놓는다. 남자는 마룡과 전투, 그리고 자신과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크게 다친 상황. 그런 몸으로 마룡을 저지하려 해봤자 희망이 없을 것 같았기 때문에 ‘자신의 검을 빼든 것이다’.


“...역할 교대에요 당신.”


“뭐, 뭣?! 안 돼 시이나---!!!!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당신을 잃을 순 없어요. 당신이라도...무사해야해요.”


핑-


그녀가 자신의 목에서 뜯어 남자에게 던져준 것은 바로 넥클리스. 그녀의 동생이 어렵게 번 돈으로 마련해줬다는 가장 소중한 선물이었다.


스팟!

쇄하아악!!

촤하아아아---!!!


남자가 손을 뻗어 말리기도 전에 그녀는 번개와 같이 쇄도하여 지면을 딛고 있는 마룡의 한쪽 발목을 길게 찢어낸다.


‘...그녀를 두고 갈 순 없어···!’


서로를 위한 마음은 누가 위라 할 것이 없었다. 아이가 무사하더라도 서로를 잃으면 더욱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 두 남녀. 그렇기에 남자는 여자의 바램을 무시했다. 주변에 굴러다니던 목재 상자 안에 아이와 그녀에게 받은 넥클리스를 넣고 벽 한쪽으로 옮겨놓기만한 채 마룡을 향해 쇄도하는 것이다.


부우욱!!

까가가각---!!!!



“다, 당신! 미쳤어요--!! 아이는!!”


“아이도, 당신도! 같이 나갈거야--!!”


“당신 정말!!”


여자를 향해 쇄도하는 마룡의 발톱을 가까스로 막아낸 남자는 그녀와 함께 마룡을 전력으로 치기 시작했다.

서로가 전투하는 방식을 숫하게 보아온 부부는 서로의 방식을 보다 잘 이해했고 둘의 시너지는 보다 무시무시했다. 한쪽 날개는 완전히 찢어지고 한쪽 발목은 절반 이상 잘려나가 너덜너덜했으며 핏빛 안광은 깊게 뭉개져 불구가 되어버린 마룡. 던전의 절대자가 마지막 발악을 해야할만큼 둘은 선전했지만 그렇다고 둘의 상태가 멀쩡한 것은 아니었다. 출혈량도, 정신력도, 체력도 바닥을 치고 있는 두 사람은 마룡의 마지막 발악이 아찔하게 보일 정도였다.


‘어쩌지···! 선수를 쳐야하나!’


불을 머금은 마룡의 아귀를 바라보며 남자가 고뇌하는 순간. 먼저 마룡의 몸을 타고 마룡의 머리 위까지 도약하는 이는 바로 시이나였다.


“----아, 안돼애----!!!!!”


남자의 비명은 절규와도 가까웠다. 마지막 마룡의 브레스는 ‘어떻게 해서든 피해야하는 공격’. 하지만 여자는 광장 한 켠에 놓여진 아이를 생각하여 그 공격을 저지할 생각부터 했고 결과는 참혹했다. 마룡의 아귀를 내려찍은 여자의 검. 허나 미처 완전하지 않은 브레스가 먼저 뿜어져나와 그녀가 도약한 상공을 뒤덮어버린 것이다.


쿠화아아악!!!!

화르르륵---!!!

쉬하아아아---!


“시이나아----!!!!!!”


남자는 머리가 새하얗게 되어 그녀가 떨어져내리는 지면을 향해 달렸다. 온 몸을 날려 지면에 부딪히기 직전의 그녀를 껴안았고 남자는 품에서 느껴지는 열기에 눈물이 쏟아질 지경이었다.


“하흑···! 끄흐윽···.!! 흐으···! 하아아···!!”


남자는 직감했다. 여자의 생명은 이미 꺼져가고 있었다고. 극고온의 브레스에 부인이 걸친 플레이트는 반절 이상이 녹아버렸고 아름다웠던 그녀의 얼굴은 반쪽이 일그러져 뼈가 드러났다. 그녀가 다가오는 죽음과 극심한 고통 속에서 들어올린 것은 한쪽 손. 남자가 그 손을 부여잡자 그녀의 팔 기다렸다는 듯 축 쳐져버렸다.


쿠오오오오--!

휘우우--

까앙-----!!!!!!


남자는 부인이 마지막까지 쥐고 있던 중검을 왼손으로 쥐었다. 머리 위로 떨어져내리는 마룡의 발을 향해 몸을 세차게 회전시킨 남자는 오른손의 대검과 왼손의 중검을 휘둘러 그 짓밟기를 상쇄시킨다.

그리고 이어 마룡의 발목을 날려버리기 위해 한바퀴 더 몸을 회전하는 남자. 기어이 너덜너덜하던 마룡의 발목을 완전히 절단내버린다.


푸화아아악--!!!!!!!

쿠웅!!!

쿠오아아아아아악---!!!!


-------쿠우우우웅------!!!!


거대한 마룡의 몸이 균형을 잃고 바닥에 쓰러지자 남자는 증오로 얼룩진 안광을 흩뿌리며 그 머리 위로 도약한다.


푸화아악!!!

촤아--촤하악-- 쇄하악!!

푸욱!! 촤악!!


부인이 마지막으로 찔러냈던 부위에 대검을 내리꽂은 남자는 이어서 중검을 두 손으로 꽉 쥔 채 정신 없이 마룡의 머리 위에서 난도질을 시작한다. 뭉개진 한쪽 눈을 도려내고 뿔을 부쉈으면 아귀를 닫고 있는 비늘에 중검을 찔러넣어 찢어낸다.


쿠화아악--

화륵!!


그럼에도 마룡의 생명력은 아직 다하지 않았는지 아귀에서 다시 브레스를 머금었고 남자는 여자와 아이가 누운 곳의 반대쪽으로 도약해 브레스 회피를 준비해야 했다.


스아아아아······!


남자를 한쪽 눈으로 내려다보던 마룡은 ‘브레스를 중지했다’. 마치 남자를 놀리기라도 했다는 듯 브레스를 중지하고 몸을 돌려버린 마룡이 향하는 곳은 ‘자신이 뚫고 올라온 던전의 지면’.


지면을 거칠게 긁으며 그 구멍으로 떨어져내린 드래곤은 지하 깊은 곳까지 멀어져갔고 남자는 허탈한 얼굴로 자신의 부인이 누워있는 장소로 돌아갔다.


‘시이나···’


그녀는 일찍이 숨을 거두어버렸다. 브레스에 일그러진 신체는 싸늘하게 굳어 차갑게 느껴질 정도였고 고통스럽게 맞은 죽음을 표현하듯 괴로운 표정이 기어이 남자의 눈에서 눈물을 쏟게 만든다.


‘시이나···..!’


남자는 부인의 한쪽 뺨을 눈물로 적시고 손을 움직여 괴롭게 일그러진 표정을 평온하게 바꾸어주었다. 하지만 남자에게 슬퍼할 여유도 없었으니 바로 아이의 무사함도 확인해야했기 때문. 남자는 눈물로 얼룩진 얼굴을 들어 아이의 이름을 먼저 불러보았다.


“일리나-!! 일...일리나···?!”


신이 마지막까지 남자를 버리는 순간이었다. 적어도 남자가 느끼기엔 그랬다.

목재 상자와 함께 조심히 놓아둔 일리나. 그곳에서 일리나와 상자의 모습은 온데간데 찾을 수가 없었고 마룡과의 전투로 인해 부서져내린 벽만이 남자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망연자실한 남자가 벽 너머의 광경은 세찬 물길이 흐르는 천(川). 지상으로 거침 없이 흘러가는 물길을 따라 남자는 광인(狂人) 마냥 달리기 시작한다. 시이나에 이어 일리나 마저 잃는다면 남자가 지상에서 살아갈 이유는 없는 것이나 다름 없었으니까.


하지만 남자는 한나절이나 혼자 달려야 했으며.

딸아이, 일리나는 끝까지 발견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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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길드 아스가르드 17.12.06 155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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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20년 전 과거의 진상 17.12.04 171 1 11쪽
8 혈괴 (3) 17.12.04 162 1 8쪽
7 혈괴 (2) 17.12.04 151 0 17쪽
6 혈괴 17.12.04 179 1 14쪽
5 1. 골목의 폐인 17.11.30 168 1 17쪽
4 0. 인류도시 「던 그라운드」 17.11.30 209 1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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