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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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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2.07.18 12:32
최근연재일 :
2022.12.02 17:00
연재수 :
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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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45
추천수 :
92
글자수 :
579,291

작성
22.08.0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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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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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23화 신입 기사단장 (5)

DUMMY

검을 맞댄 상태에서 힘겨루기를 하는데, 둘의 근력에는 확실한 차이가 있었다.


‘힘도 힘이지만, 이 정교한 중심이동이...!’


압도당하고 이내 짓눌러져 바닥에 닿는 길버트의 검.

길버트는 제이드의 칼을 빠져나가려 했지만, 제대로 반항조차 못한 채 제압당하고 말았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할 셈이냐?’


땅에 닿은 길버트의 검면 위에 제이드의 발이 턱하고 올라가니, 이로써 길버트의 검은 바닥에 붙어 고정되었다,


‘자, 포석은 깔렸고.’


제이드는 한껏 속셈을 드러낸 표정을 지으며, 길버트의 행동을 기다린다.


“너도 마찬가지다...!”


길버트는 제이드가 검을 빼내지 못하도록 검에서 한 손을 떼어 제이드의 손목을 붙잡았다.


‘좋았어. 이제 시작해볼까.’


아무것도 놓을 수 없는 길버트의 양팔과 달리 자유로운 제이드의 왼팔.

한순간 길버트의 눈앞이 번쩍였다.


“기사가! 말이야! 부족하면!”


제이드는 말하는 박자에 맞춰 길버트의 면상을 후려친다.

길버트는 여전히 칼을 꼭 붙들고 있었고.

그가 칼을 놓지 않는 한, 안면가격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겸허히! 받아들이고! 악조건! 에서도!”


가차없는 제이드의 주먹질.

물론 자세 때문에 큰 위력이 나오지 않았지만, 그 모습만큼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이딴 게 결승전?’


일방적인 폭행에 관중석은 조용해지고, 사회자조차 멍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이길! 생각을! 해야지!”


끝까지 검을 놓지 않는 모습은 제이드의 마음에 들었지만, 아직 못다 한 말이 많았다.

무자비한 폭격이 이어지려는 찰나.


“적당히 하도록...!”


더는 참을 수 없었는지, 길버트가 어깨로 제이드를 밀어냈다.

한발로만 땅을 지탱하던 제이드는 순순히 물러났고, 길버트는 굴욕적인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좋아. 얼굴 보니까. 화가 좀 풀리네.”

“닥쳐라!”


퉁퉁 부은 얼굴과 터진 쌍코피.

길버트의 모습은 엉망이었지만, 기합을 지르며 칼을 휘두르고 제이드도 마주치며 경합한다.

챙,챙,챙.


“와아아아아아!”


연거푸 울리는 소리와 화려한 칼 놀림에 관중 또한 다시 함성을 질렀다.

즐거워하는 관중과 반대로 길버트는 좌절하고 있었다.


‘이게 나보다 어린 기사의 검이란 말인가...?’


마치 벽을 마주한 느낌.


‘이번엔 어떻게 마무리 할까.’


제이드가 고민하는 짧은 시간에도, 길버트는 몸과 마음이 점점 지쳐갔다.

제이드가 결정을 내리고, 이제는 아무렇게나 휘두르는 길버트의 검에 마주 대었다.


‘나는 대체...’


길버트는 이제 아무 생각 없이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기묘한 감각이 지나가고 다시 움직이기 위해 검을 들어 올렸을 때.


‘가볍다...?’


길버트는 검이 가벼워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동강난 칼날이 바닥에 뒹굴었고, 제이드가 주먹을 하늘로 내질렀다.


“와아아아아아!”

“다크호스의 등장! 쟁쟁한 우승후보들을 꺾고 결승에 진출합니다!”


경기장이 무널질 듯한 환호 소리와 함께 사회자가 승리를 선언했다.


“잠시 쉬고 결승전 치르겠습니다.”


사회자가 뭐라 하든 관중은 조금 전 대결의 여운에 빠져있었고, 웅성거림은 줄어들지 않았다.


“이거 볼 것도 없겠는데?”

“그러니까 말이야.”

“배당도 괜찮던데. 그쪽은 좋겠구먼.”

“그래도 우승하는 건 보고 가야지.”


제이드는 조금이나마 휴식을 취하기 위해 대기실로 걸음을 옮겼다.

다음 상대는 창을 다루는 기사.

여태 시합 내내 칼을 다루는 기사를 만나다가 오랜만에 창기사를 만났다.


‘나도 창을 들까?’


비록 자신의 애창은 지니고 있지 않았지만, 제이드는 마련되어 있는 창이라도 사용할까 생각하는 순간.

경기장을 벗어나던 제이드를 사회자가 불러세웠다.


“결승전 상대인 빌리 경의 기권으로 부전승, 우승하셨습니다.”

‘...가지가지 하네.’


정말 실망스러운 결과.

제이드는 오랜만에 창을 들 생각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무대에서 우승선언을 위해 잠시 올라가 주시면 되겠습니다.”


제이드는 최대한 싫증 난 기색을 숨기며,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제이드는 경기장 중앙에 올라섰다.


“우승자는 망명기사 제이드입니다!”

“제이드! 제이드! 제이드!”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어마어마한 군중의 외침.

흥분한 관중들의 모습에, 제이드도 불쾌감이 사라지고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어린 나이에 우승까지 하다니, 우승 소감 한 말씀 부탁하겠습니다.”


사회자가 쥐고 있던 확성기를 제이드의 입으로 가져다 대고.


“다들 정말 훌륭한 기사들입니다.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굳이 찬물을 끼얹을 만큼 고약한 성격은 아니었기에, 제이드는 경기장 분위기를 맞추어 빈말을 해주었다.


“기사단원들에게 한마디.”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갑작스러운 이상한 요구에도 제이드는 적당히 대답하였고, 다시 한번 울려 퍼지는 우렁찬 환호소리.


“이것으로 토너먼트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사회자가 끝을 알리며 이번 대회는 마무리되었다.

수상이나 기타 진행들을 대비하던 제이드는 간략한 결말이 마음에 들었다.


‘보상을 나중에 따로 주는 건가? 일단은 좀 쉬자.’


이제 제이드는 숙소로 돌아가 여독을 풀 예정이었는데.

입구로 나가면서 다시 한번 사회자와 마주쳤다.


“제이드 경, 축하합니다. 당신처럼 강한 기사가 로디니움의 신입 기사단장의 자리에 오르시다니.”


제이드는 자신이 말을 잘못 들은 줄 알았고, 사회자는 감격에 겨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막 만들어진 기사단이라지만 앞으로 잘 이끌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바쁘실 텐데 이만.”


바쁘게 뛰어가는 사회자를 뒤늦게 불러보았지만.


“저기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기사단장이요?”


사회자는 이미 말을 마치고 떠난 지 오래.

이렇게 원치 않는 신입기사단장이 탄생하였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났다.


낡은 창문과 책상.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마법 등.

이곳은 신입기사단장 제이드가 업무를 하는 방이었다.


‘왜 이렇게 된 거냐.’


신입 기사단의 건물은 보수공사가 끝나지 않았기에, 현재는 기존 기사단의 빈방을 집무실로 사용하고 있었다.


토너먼트가 끝나고 제이드는 디아나와 연락을 하였다.

자신의 실수로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싶었는데.


-소속 문제는 크게 상관없다는데? 다행이야.

-이게 문제가 안돼...?


가디언 측에서는 별로 상관없었는지 이에 대한 추궁은 없었지만.

제이드는 나중에 괜한 소동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확히 물어볼 생각이었다.


-한달. 아니, 3주만 기달려 줄래?

-무슨 일 있어?

-선배님과 같이 가야 하는데 좀 늦으셔서.

-그래, 알았어.


디아나는 선배란 분과 같이 오기 위해 좀 늦을 예정이라고 한다.

이틀에 한번 꼴로 디아나와 연락을 주고받지만, 일정이 빨라지지는 않았다.


“벌써 한 달이 지났어. 언제 오는 거야.”


제이드는 디아나만 하염없이 기다리고 기다렸고, 어느덧 한 달이 지나있었다.

창문 밖으로 세실, 길버트, 파비앙 등 기사단원들이 대련하는 것이 보였다.


“나도 대련할 수 있는데...”

“기사단장이 체면이 있지. 이제 점잖게 행동하도록.”


먼지 가득한 소파에 아무렇지 않게 누워있는 아놀드가 말을 건다.

제이드는 한달 사이 아놀드와 많이 친해질 수 있었지만.


‘여기서는 얻을 게 없어.’


아놀드는 가르침에 재능이 없었다.

대련으로도 많은 것을 얻을 수는 있지만.


‘하도 당부해서 쓰기도 그렇네.’


디아나가 제국으로 갈때까지 되찾은 마력은 자제하라고 했으니, 본격적인 대련도 힘들었다.


“절 속이신 분이 잘도 말씀하시네요.”

“우승할 거잖아. 하지 않을 거였나?”

“물론 우승했겠죠. 일부러 질 수도 없으니까요.”


아놀드가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고, 제이드는 결과에 승복했지만.


“그럼 일이나 하게.”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발언에 제이드는 책상 위의 잉크병을 홧김에 아놀드한테 냅다 집어던지고는.

불의의 일격을 당한 아놀드를 내버려 둔 채 집무실을 나갔다.


*


여전히 아름다운 수로를 배경으로 열심히 근무 중인 경비병.


“아직 교대 시간까지 멀었네.”


검문소의 경비병은 따분한 업무에 자꾸만 시간을 확인하게 되었는데.


‘음 누군가 오는군.’


멀리서 멈춰서는 마차에서 두 인영이 내리는 것이 보고는, 잠시 안에서 서류를 정리 중인 선임을 불렀다.


“모습을 감춘 인원 두 명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래. 바로 나가겠네.”


잡담을 나누며 다가오는 두 사람.

로브를 뒤집어쓴 평범한 체구의 여성으로 보이는 자와 촌스런 멜빵 차림에 공구통을 들고 다니는 남성.


‘저 공구통에서 뭐가 나올려나?’



손가락을 꺾으며 다가오는 이들을 맞이할 때.


“옆을 자세히 봐라. 멍청아.”

“네?”


선임 턱수염의 경비병이 빠릿빠릿하게 차렷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심상치 않은 느낌에 목 긴 경비병 또한 흐트러진 자세를 정돈하였고, 로브를 쓴 수상한 여성이 후드를 내리며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지나가도 될까요?”


꾀꼬리같이 고운 미성.

자주 듣는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잊어서는 안 될 중요한 인물의 음성이었다.


“디아나 님?”


그 정체는 한 달 만에 찾아온 디아나였다.

디아나는 왕녀님의 동생 같은 존재.

왕성을 비롯한 내성의 모든 공간을 자유롭게 지나갈 수 있었다.


“지나가도 되겠죠?”

“네, 지나가셔도 됩니다!”


경례하며 디아나 일행의 검문도 생략하였다.

디아나의 확실한 신원보증이 있었고, 게다가 경비병이 함부로 손댈 수 있는 인물은 아닐 것을 직감했다.


“수고하세요.”


디아나가 살며시 웃으며 경비병들을 격려하면서, 기품있는 손짓으로 일행을 이끌고 통과했다.


“여전히 아름다우십니다.”

“그만 쳐다봐.”


목 긴 경비병은 디아나의 눈부신 자태에 눈을 빼앗기고 말았다.

그 모습에 턱수염의 경비병이 눈을 부릅뜨며 경고하자, 긴 목을 움츠리며 다시 정면을 응시하였다.


“볼 수는 있는 거 아닙니까.”


목 긴 경비병이 선임에게 들리지 않을 아주 작은 목소리로 궁시렁댔다.


디아나는 컨트넌트의 수장, 아론의 의견에 따라 여섯 번째 가디언 마를롱 조지와 함께 로디니움에 도착했다.

검문을 지나갈 때만 해도 당당했던 디아나가 어쩐지 불안해하며, 민망한 듯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옷은 또 왜 그따위로 입은 거에요. 진짜 못살아.”


햇볕에 까무잡잡하게 탄 피부가 훤하게 드러나는 복장.

디아나는 마를롱의 의복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는데.

짙은 노란 머리가 인상적인 청년이 건치를 드러내며 환히 웃고 있었다.


“이야, 말로만 듣던 디아나 양의 라이벌을 볼 수 있는 건가요?”

“제발 헛소리만 하지 말아주세요.”


지속되는 핀잔에도 마를롱은 웃어넘기며, 기대를 숨기지 않고 들뜬 표정으로 걸어갔다.

마를롱이 신날수록 디아나는 계속해서 걱정이 쌓여갔고.


“걱정 마요. 잘 해결할 거니까.”


마를롱이 안심시키기 위해 말을 하지만, 이어진 장난스러운 윙크에 되려 디아나의 한숨이 늘어만 간다.

가디언에서 제이드를 데려가는 것은 마탑에 이미 보고된 사항이지만.


“아놀드 경은 보통 기사들과 다르다고요.”


최고기사 아놀드는 그런 걸 신경 안 쓸 위치에 있었다.

빠르게 목적지로 직행하여 문 앞에 도착.

뭐라 할 새도 없이 마를롱이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대륙 연합 기구 소속 가디언. 마를롱 조지입니다. 저희 신입 데려가겠습니다.”

“이게 그 방법이에요...?”


방문을 열고 다짜고짜 선언하는 마를롱의 행동에, 디아나는 머리가 아픈지 이마를 짚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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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1화 신입 기사단장 (3) 22.08.01 237 1 12쪽
21 20화 신입 기사단장 (2) 22.07.29 253 1 12쪽
20 19화 신입 기사단장 (1) 22.07.29 288 0 12쪽
19 18화 가디언 디아나 (4) 22.07.28 273 0 12쪽
18 17화 가디언 디아나 (3) 22.07.28 267 0 11쪽
17 16화 가디언 디아나 (2) 22.07.27 283 2 11쪽
16 15화 가디언 디아나 (1) 22.07.27 312 0 13쪽
15 14화 범인과의 혈투 (3) 22.07.26 314 1 13쪽
14 13화 범인과의 혈투 (2) 22.07.26 293 1 12쪽
13 12화 범인과의 혈투 (1) 22.07.25 315 0 13쪽
12 11화 여왕의 손아귀 (4) 22.07.25 340 2 11쪽
11 10화 여왕의 손아귀 (3) 22.07.24 332 3 12쪽
10 9화 여왕의 손아귀 (2) 22.07.22 363 5 11쪽
9 8화 여왕의 손아귀 (1) 22.07.22 417 6 11쪽
8 7화 최고기사 아놀드 (4) 22.07.21 436 6 12쪽
7 6화 최고기사 아놀드 (3) 22.07.21 484 5 12쪽
6 5화 최고기사 아놀드 (2) +1 22.07.20 570 6 12쪽
5 4화 최고기사 아놀드 (1) 22.07.20 703 4 11쪽
4 3화 수습기사가 너무 강함 (3) 22.07.19 828 9 11쪽
3 2화 수습기사가 너무 강함 (2) 22.07.19 903 12 12쪽
2 1화 수습기사가 너무 강함 (1) +1 22.07.18 1,258 10 11쪽
1 프롤로그. 희망찬 미래를 꿈꾼다 +2 22.07.18 2,167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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