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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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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2.07.18 12:32
최근연재일 :
2022.12.02 17:00
연재수 :
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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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61
추천수 :
92
글자수 :
579,291

작성
22.07.20 17:00
조회
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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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2쪽

5화 최고기사 아놀드 (2)

DUMMY

로디니움의 중앙에 존재하는 왕성에는, 외부 성벽과 달리 성벽이라 할 것이 없었다.

배도 띄울 수 있는 강처럼 매우 깊고 넓은 수로가 내부와 외부의 경계선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지나가시면 되겠습니다.”

“그래, 수고하게나.”


내성 지역으로 향하는 북과 남의 두 개의 다리 중 남쪽에 위치한 검문소.

경비병들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검문하고 있었다.


"오늘도 고생많으십니다!"

"네, 수고하세요."


경비병들이 아는 사람들일 경우 검문이 간단해지지만.

낯선 얼굴일 경우 검문은 몇 시간이 걸리기도 하는 악명 높은 다리였다.

오죽하면 정말 급한 일이라면 검문받지 말고, 도강한 다음 잡히는 게 빠를 거라는 말이 있을 정도.


‘음? 처음 보는 얼굴인데.’


오늘도 낯선 얼굴의 등장에 목이 긴 경비병이 손을 풀었다.

목에 난 흉터가 인상적인 은발의 청년.


‘딱히 추가된 인물은 없는데. 외부인인가?’


경비병은 작년에 한 명 추가된 인원까지 기사단의 사람들을 전부 다 알고 있었다.


‘얼굴은 기억 못 해도, 저렇게 잘 훈련된 몸을 잊을 리가 없지.’


손을 열심히 풀고 있을 때, 옆에 턱수염이 길게 자란 다른 경비병이 그를 말렸다.


“경계 풀게. 아는 청년이니.”

“아, 네.”


열심히 푼 손이 무색하게 청년은 수염 있는 경비병에게 반듯이 인사하더니 다리를 통과했다.


‘내가 모르는 기사가 있다니, 누락된 정보가 있었나?’


목이 긴 경비병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수염 경비병에게 청년에 대해 물어보았다.


“아까 그 청년은 누구입니까? 기사는 아닐 테고.”

“자네는 석 달 전에 장기휴가를 썼었지. 그때 저 청년이 왔네. 저기 숙소에 머물고 있는 수습기사라지.”


덥수룩한 수염의 경비병이 창을 들어 건물 너머에 있을 기숙사를 가리킨다.

창을 따라 시선을 옮기던 목 긴 경비병이 다시 질문을 건넸다.


“아직 수습기사가 남아있었나요?”


그가 알기로 수습 기사들은 괴상한 공문을 보고 떠났다고 들었는데.

턱수염을 쓰다듬던 경비병이 고개를 돌리며 주변을 살펴보았다.


“흐음...”


어차피 들어갈 사람들은 다 들어가고 지나가는 이도 적은 시간대.

잡담 정도는 나누어도 될 시간이었다.


“그게 좀 웃긴 이야기가 있다네. 자네도 알지? 왕성 마법사님들의 시험 말이야.”

“알죠. 그것 때문에 짐 싸들고 돌아가는 마법사들도 있으니까요.”


처음 이곳에 온 수습 마법사들은.

왕실 마법사들에게 자격을 인정받아야만 이곳에 머무르면서 연구할 자격이 주어진다.


‘사실 말이 수습이지 대단한 분들이지. 왕실마법사분들은 최소 중급마법사이시니까.’


실제로 여러 사람들이 수습들도 마법사로 불러주었다.

여튼 가끔 젊은 마법사에게 가르침을 주겠다고 시험을 내리는 경우도 있었는데.


“저 제이드라는 청년이 거기에 걸렸지.”


때마침 시험을 낼 마법사가 대기하고 있었고, 마법사는 시험을 내렸다.


“늘 하던 대로 조라 마법사님이 배리어 마법을 펼치고 깰 수 있으면 깨라고 했지.”


제이드는 역장 앞에 서서 있는 힘껏 주먹을 내질러서 역장을 부숴버렸고.

그 탓에 보호막 뒤에 서 있었던 마법사는 뒤로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었다.


“근데 저 청년은 넘어진 마법사를 보지도 않고 연무장의 수습 기사 시험을 보러 가더군.”

“푸하하. 그걸 저도 봤어야 했는데 너무 아쉽네요.”

“웃을 일이 아니야. 조라님은 망신당하고 자존심이 상했을 텐데. 무사했으면 좋으련만.”


가볍게 웃던 턱수염 경비병이 돌연 제이드를 걱정한다.

마법사란 족속들은 겉으론 친절해도 음흉한 면이 있기 때문이다.


“설마 그러겠어요? 조라님은 착하시잖아요. 이미 3개월 가까이 지났는데 무사한 거 보면 괜찮지 않을까요?”

“그것도 그렇군. 설마 3개월 동안 그런 쪼잔한 복수를 준비하지는 않았을 테니.”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면서 경비병들은 한참을 웃었다.


*


내성 부지에 있는 기사들의 공동 연무장에 도착한 제이드.

오랜만에 보는 내성 지역 풍경에 눈을 빼앗겼다.

그러고 보니 여기 처음 들렸을 때 봤던 마법사가 기억났다.


'여기서 방어마법 내구도 테스트했었지.'


바빠서 적당히 부술 생각으로 때렸는데 생각보다 튼튼했기에 마지막에 힘을 더하여 억지로 깨뜨려 주었다.


‘어려 보이는데도 쾰른 왕실 마법사 수준이었지.’


속으로 감탄하며 지나갔던 걸로 기억한다.

제이드는 천천히 걸어가며 주변을 둘러보았고.


‘다시 보니 새삼 겁나 높네.’


웅장한 왕성과 그것보다 더 높은 첨탑에 눈을 뺏기고 있을 때.

제이드는 한눈팔 때가 아님을 깨닫고 공동 연무장으로 걸음을 서둘렀다.


‘구경할 때가 아니지. 아놀드가 언제 올지 모른다.’


지금은 오전 자율 수련 시간.


‘일주에 한 번 정기적인 공동 훈련 시간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개인 수련 시간이라 들었어.’


나태해질 수도 있는 일정이었으나, 그런 사람들은 기사가 될 수 없었기에 문제가 없었다.


‘나머지 시간을 개인 수련에 쓰는데도 이렇게 약한 게 정말 아쉬운 거지’


제이드가 첫 달만 이곳에 오고 발을 끊은 이유는 기사들이 자신보다 약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괜찮은 기사가 있겠지 있을 줄 알았는데.’


한 달 동안 공동 연무장에 출석했으나, 강한 기사는 나타나지 않았고 실망만 늘어갈 뿐이었다.


'이러니 최약의 기사단이라 불리지.'


검술이 낮은 것도 문제였으나, 실전 경험이 너무나 부족했고 태도도 문제가 있었다.


‘꼴에 자존심은 있어서. 방심했다고? 어이가 없어.’


제이드는 당시에 추방당할 것을 염려했기에, 착각을 고쳐줄 만한 행동은 취하지 못했다.


‘이거 정말 다 죽일 수 있을 거 같은데?’


일대일로 싸운다는 전제하에 제이드를 이길 수 있는 기사가 없었다.

쾰른은 자신의 목숨을 위협할만한 팔라딘이 5명.

가볍게 목을 따버리는 최고기사까지 총 6명이나 존재하는데.


‘믿을 건 아놀드 뿐인가.’


아무리 고민해도 갈 길은 하나. 제이드는 아놀드와 만나야 했다.

저 멀리서 제이드를 알아본 젊은 기사가 손을 흔들며 다가온다.


“여어, 제이드. 정말 오랜만이야. 다른 사람들처럼 떠난 줄 알았어.”

“당분간 자주 올 거 같아.”

“그래? 그러면 좋지. 대련 한판 할래?”


농황색 머리의 성실하고 밝은 분위기.

기사답지 않게 머리가 긴 것이 특징인 세실이였다.


‘여전히 머리가 길군.’


세실은 작년에 임명된 기사이자 제이드와 대련을 했던 기사였다.


“그 공문 나도 봤는데. 너무 낙담하지 마. 내년에는 임명받을 수 있을 거야.”


언뜻 기만으로 들릴만한 발언이었으나, 세실은 그런 인간이 아니었다.

이것은 기만이 아닌 진심이 담긴 위로였다.


“같이 하이웰 공작가, 동부 기사단의 갈색 곰을 뛰어넘는 중앙 기사단으로 만들자고.”


제이드는 꿈이 있는 이 친구가 마음에 들었다.


‘아직 애송이지만 기사의 낭만 하나는 기가 막히네.’


제이드를 오랜만에 만났기 때문인지 세실이 반가운 감정을 숨기지 않았고.

둘은 잡담을 나누며 공동 연무장에 도착하였다.


‘기사단장이 이런 기분이었을까.’


제이드가 세실과 대련하며 느낀 감상이었다.

자신이 대등하게 맞춰주는 놀이.

더할 나위 없이 정확한 설명이었다.


‘따로 수련을 해야겠군.’


대련을 빙자한 놀이가 끝나고.

숨을 몰아쉬는 세실과 너무나도 멀쩡한 제이드는 연무장 변두리에 있는 벤치에 앉았다.

한바탕 놀이가 끝났음에도 세실은 아쉬워했다.


“후아! 역시 대단해. 그래도 진검으로 겨뤄보고 싶은데.”

“아서라, 그러다 사고 나면 어떡하려고. 근데 그보다 왜 이리 사람이 없냐?”


제이드가 고개를 돌리며 텅텅 비어있는 거대한 연무장을 훑어보았다.

거의 방치된 수습 쪽 연무장과 달리 완벽하게 정돈되어 관리하고 있는 공용 연무장.


‘이상하단 말이야. 왜 아무도 없지?’


이곳에는 제이드와 세실, 둘을 제외하면 사람이 없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연무장에 기사들이 하나도 없는 것이 이상했다.


“그게 한동안 기사님들은 바쁘셔서, 공동 훈련 일정도 다음 달까지 사라졌어.”

“왜? 그러고 보니 기사들뿐만 아니라 오는 길에 마법사들도 못 봤네.”

“어, 어. 그게.”


그 이유를 묻자 세실이 횡설수설하였고, 제이드는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기다려주었다.

잠시 뒤 세실은 주위를 몇 번이나 둘러보더니 제이드에게 속삭였다.


“이거 비밀인데. 함부로 말하고 다니지 않으면 말해줄게.”

“그래, 알려줘 봐.”


제이드는 대충 장단을 맞춰주고 비밀을 들으려 했다.


‘어차피 네가 알 정도면, 그리 큰 비밀도 아니겠지만.’


주변을 여러 차례 확인하며 속삭이는 세실의 작은 목소리.

제이드가 거기서 중요한 단어를 붙잡아 되물었다.


“개혁?”

“쉿, 쉿! 조용히 말해.”


세실이 입가에 손가락을 대며 요란스럽게 경고했다.

어차피 주변에 사람들이 없지만, 제이드는 더 듣기 위해 목소리를 낮추었다.


“왕실 권력 구도가 바뀌는 거야? 어차피 왕녀님이 여왕이 되시잖아. 이미 정해진 거 아니었어?”

“오해하지 마. 왕이 바뀌는 게 아니라, 마법사들의 권력이 축소될 예정이라니까.”


세실이 말하는 와중에 점점 목소리가 잘 들릴 정도로 커져서 편해졌고.

제이드는 고개를 한번 끄덕여주면서 계속 말해보라고 손짓했다.


“카르타 제국에서 우리 수도의 문제를 알아챘다고 해. 마법사와 기사의 불균형과 그로 인해 생긴 여러 문제를.”

“그러면 어떻게 되는데.”


제국이 안다고 뭔가 달라지는 것일까.

대륙 중앙 국가들의 정치에 대해서 제이드가 모르는 부분이 있는 것을 눈치챘다.


“며칠 이내에 그들이 찾아올 거야. 아, 참 넌 쾰른에서 왔다고 했지.”


제이드의 출신에 대한 소문이 어느 정도 기사단에도 전해졌나 보다.

세실이 미간을 찌푸리며 어떻게 설명할지 고민했다.


“프리지아가 독립할 때 제국의 도움을 받은 건 알지?”


카이트 제국은 강하지만 하나의 문제를 가지고 있었으니.

서쪽 금지구역에 있는 몬스터의 범람을 지속해서 막아야 한다는 점이었다.


‘유일하다고 치명적인 단점이지.’


제국은 몬스터들의 침공을 막아내며 충분히 중앙의 수호자를 자칭할 힘을 지니고 있었지만.

동부지역에 적대에 가까운 독재국가 쾰른은 문제가 될 여지가 있었다.

이에 대한 방안으로 제국은 프리지아의 독립을 도와주어 우호국으로 삼았다.


‘여기까지는 역사로 배웠던 내용이고.’


프리지아를 존중하여 속국으로 취급하지 않지만.

혹시나 말썽을 부리지는 않을까 우려하여, 제국은 새로운 공동기관을 설립해 간섭을 유지했고.


‘사실상 지배한 거나 다름이 없겠는데? 감시 당한다는 거니까.’


이 방법이 유용하다고 판단한 제국은 프리지아 뿐만이 아니라 중앙 대륙의 주변국들에도 적용했고.

그렇게 중앙 대륙은 제국의 기관, ‘컨티넌트’에 묶이게 되었다.


‘이건 처음 듣는데.’


쾰른의 국민이던 제이드는 처음 듣는 정보였다.

수 백 년 전만 해도 동시다발적으로 전쟁이 일어났던 시대가 어떻게 끝났는지도 제이드는 알 수 있었다.

쓰여진 이름만 공동기관이지 실질적 관리자들은 대부분 제국인이라고 한다.


‘제국으로 갈 걸 그랬나.’


상상했던 것보다 대단한 제국의 위용에, 한순간 제이드의 마음이 쏠렸다.

말이 이어지고 제이드는 일단 생각을 접어두고, 일단 세실의 입에 주목하였다


“그것만이 아니야. 가디언이 같이 오는 모양이야.”

‘그건 또 뭐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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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0화 신입 기사단장 (2) 22.07.29 253 1 12쪽
20 19화 신입 기사단장 (1) 22.07.29 287 0 12쪽
19 18화 가디언 디아나 (4) 22.07.28 272 0 12쪽
18 17화 가디언 디아나 (3) 22.07.28 267 0 11쪽
17 16화 가디언 디아나 (2) 22.07.27 282 2 11쪽
16 15화 가디언 디아나 (1) 22.07.27 311 0 13쪽
15 14화 범인과의 혈투 (3) 22.07.26 313 1 13쪽
14 13화 범인과의 혈투 (2) 22.07.26 293 1 12쪽
13 12화 범인과의 혈투 (1) 22.07.25 315 0 13쪽
12 11화 여왕의 손아귀 (4) 22.07.25 340 2 11쪽
11 10화 여왕의 손아귀 (3) 22.07.24 332 3 12쪽
10 9화 여왕의 손아귀 (2) 22.07.22 361 5 11쪽
9 8화 여왕의 손아귀 (1) 22.07.22 415 6 11쪽
8 7화 최고기사 아놀드 (4) 22.07.21 435 6 12쪽
7 6화 최고기사 아놀드 (3) 22.07.21 482 5 12쪽
» 5화 최고기사 아놀드 (2) +1 22.07.20 569 6 12쪽
5 4화 최고기사 아놀드 (1) 22.07.20 702 4 11쪽
4 3화 수습기사가 너무 강함 (3) 22.07.19 826 9 11쪽
3 2화 수습기사가 너무 강함 (2) 22.07.19 900 12 12쪽
2 1화 수습기사가 너무 강함 (1) +1 22.07.18 1,256 10 11쪽
1 프롤로그. 희망찬 미래를 꿈꾼다 +2 22.07.18 2,162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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