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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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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2.07.18 12:32
최근연재일 :
2022.12.02 17:00
연재수 :
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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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92
글자수 :
579,291

작성
22.07.19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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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2화 수습기사가 너무 강함 (2)

DUMMY

식사를 마친 제이드가 제1 연무장에 도착했는데, 연무장의 모습이 무척이나 낯설게 느껴졌다.


‘이렇게 떠들썩한 건 처음보네.’


항상 검을 휘두르는 소리와 제이드의 기합 소리만 울렸던 곳에 마법사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코어 두 개 달린 지팡이라니.”

“씁, 네가 쓰기엔 아까운 물건이다.”



마법사들이 콜린의 지팡이를 살펴보고 있었는데.

제이드도 그 즉시 콜린의 머리에서 발끝까지 한번 쭈욱 훑어보았다.


“어허, 그냥 부럽다고 말을 해.”


상대의 장비를 파악하는 것은 싸움의 기본.


‘딱 정석이네.’


철저히 준비할 것이라는 예상과 다르게 평범한 무장이었다.

보호막이 달린 로브와 마법을 강화해주는 지팡이.


'토파즈와 에메랄드면 대지와 바람이군. 저걸 대놓고 보여주다니.'


무난하다는 제이드의 생각과 주변 마법사들의 의견은 상당히 차이가 있었다.


“오, 단단히 준비했네.”

“시작하자마자 또 배리어 칠 거 아니냐?”

“이중 방어? 아주 작정했네.”


마법사들에게 가장 위험한 상태는 신체를 보호해주는 방어수단이 전부 뚫렸을 때.


“이러면 위기 상황이 있을 수가 있나?”


정신을 집중하고 침착하게 사고할 수 있는 상황만 갖춰진다면.

마법사들은 강력한 화력으로 상대를 압도할 수 있었다.


“아슬아슬한 대결일 줄 알았는데. 이러면 좀 결과가 뻔하네.”


마력을 사용하지 않고 배리어라 불리는 역장을 파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제이드가 마력을 다루는 기사였다면 승부를 점치기 힘들겠으나.


‘마나를 사용하는 기사가 굳이 여기에 올 이유가 없지.’


프리지아는 마도 왕국답게 마법사로서 성장할 수 있는 요소들을 전부 갖추고 있지만.

이 부분은 장점이지만 단점으로도 작용한 점이 있었으니.

마나의 재능을 가진 인재들을 전부 마법의 길로 인도한다는 것이었다.


'마법사들이야 환영하지만 기사들은 힘들지.'


특별히 기사를 꿈꾸는 자가 아니면 웬만해서는 마법사가 될 수밖에 없었고.

기사가 되기를 원하는 자들은 검술로 유명한 동부의 하이웰 공작령으로 향했다.


‘동부를 제외하곤 다 폐급이라던데.’


수도에 머무는 수습기사들은 대체로 동부라는 거름망에 걸러진 사람들이다.

마법사들의 머릿속에서, 제이드가 지금 마나를 다룰 수 있는 기사라는 생각이 티끌만치도 없었다.


‘이건 좀 새롭네.’


제이드의 패배를 대부분이 확신하는 분위기.

제이드는 별로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이런 약골 취급은 정말 생소했기 때문이다.


“자, 더 배팅할 사람 없어?”


덩치가 큰 마법사, 앙드레가 자루 두 개를 들고 연무장을 한 바퀴 빙 돌았다.


‘도박까지 아주 제대로 하네.’


구경나온 마법사들이 곳곳에 있는 벤치에 앉거나 일어서서, 둘의 대결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는데.


"다들 하나씩만 걸어봐. 배팅하면 구경하는 맛이 달라."


앙드레는 재미로 하나씩 걸어보라고 그들을 부추겼고.

혹한 마법사들이 주머니에서 금화 한 개를 꺼내서 자루에 넣었다.


“얌마. 그거 콜린으로 돌려 넣어.”

“응, 안돼. 잘 던졌어야지”


멀리서 던진 금화 하나가 잘못 들어갔지만, 앙드레는 고쳐줄 생각이 없었다.

안 그래도 제이드에 건 금화가 적었기 때문이다.


“제이드에게 건다.”


뒤에서 나타난 티론이 금화를 한 움큼 쥐어서 자루에 넣었다.


“오오! 애들아, 티론이 한턱낸다!”

“고맙다. 꺼억!”

“이걸 옥배를 노리네. 킥킥.”

“금화가 복사된다고!”


큰 손이 나타나자 도박판이 다시금 불타올랐고.

여기저기서 금화가 날라오는 탓에 앙드레는 집중해야만 했다.


“너 진짜 도박은 하지 마라.”


앙드레는 배당을 보고 그가 욕심을 부린다고 판단하였고, 진지한 충고를 했다.

앙드레의 걱정이 담긴 말에도 티론 귓등으로 넘겨들으며 제이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제이드, 소문대로 대단한지 한번 볼까?'


시합이 시작되려 하자, 주변에서 기대에 찬 함성과 응원 소리가 들린다.

제이드는 관객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렇게 판이 벌린건 오랜만이네.'


눈이 벌게진 채 죽여버리라 외치는 도박꾼들.

피에 절은 혈투에 흥분하는 관중들.

1년 전 투기장에서 바라본 풍경이 떠오른다.


‘좋은 기억은 아니지.’


그때와 비교하면 여긴 너무나 귀여운 편이었다.

짐승같이 가슴과 팔다리, 털이 수북한 아저씨들과 달리, 이곳의 관중은 곱상하고 말끔하게 생겼으니까.


“하.”


제이드는 웃음이 새어나왔고, 갑작스레 웃은 탓인지 콜린이 말을 걸어왔다.


“크흠. 지팡이는 들지 말까?”

“아니, 괜찮아.”


제이드가 무신경한 것과 반대로 콜린은 스스로 떳떳하지 못한 상태였다.

대충 보아도 두 사람의 장비가 현격히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정말 저대로 싸울 생각인가?’


로브와 지팡이를 착용한 자신과 달리 제이드는 특별한 장비도 없고, 무기 또한 목검을 쥐고 있었다.


‘치사하긴 해도 규칙이니까.’


수습기사는 혹시 모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대련에서 진검이 아닌 목검을 사용해야 했다.

이것이 콜린이 자신 있게 대련을 신청하고, 구경꾼들 대부분이 제이드의 패배를 확신하게 한 또 하나의 이유였다.


"알았다. 준비 마치면 말해줘."


진검이었다면 콜린도 이렇게 여유를 가지고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방심했다가 단칼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으니까.


‘오랜만의 마법사와 대련이네.’


제이드는 차분하게 어깨와 손목, 다리를 차례대로 점검을 끝내고 연무장 중앙에 서자.

콜린도 이에 맞춰서 지팡이를 손에 쥐고 제이드의 반대편에 섰다.


“시작한다!”

“둘 다 다치지 않게 조심해.”


관중들의 휘파람과 박수 소리가 둘의 시합의 시작을 알렸다.


‘일단 뭐 하나 볼까.’


콜린이 바로 마법을 읊기 시작하고, 제이드는 콜린의 모습에도 달려들지 않고 가만히 지켜보았다.


‘뭐가 저리 허술해.’


보호막을 너무 과신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매우 정적인 상태에서 마법을 영창하고 있었다.


‘때려달라고 아주 주둥이를 내밀고 있군.’


후열에서 안전하게 주문을 외우는 것도 아니고, 아무 회피 동작 없이 제자리에서 준비하는 모습.


“제이드 뭐해! 들어가, 들어가!”


관람자들도 이를 인지하고, 즉시 훈수를 던진다.

제이드에게 배팅한 것으로 보이는 마법사의 외침.


‘야야, 조용히 해. 지금 가면 재미없어.’


순순히 콜린을 내버려 두는 제이드의 모습에 많은 이들이 답답해 했다.


“졌네, 졌어.”

“유일한 기회를 버렸네.”


관람자들이 혀를 차며 벌써 제이드가 진 것처럼 이야기했고, 곧이어 콜린의 마법이 쏟아졌다.


‘기름, 돌, 보호마법. 제법 정석대로 하네.’


경기장 바닥에 미끌거리는 액체가 깔리며, 콜린 주변에는 인간 머리 크기의 돌덩이들이 생긴다.


“좋아, 끝났어.”


마지막으로 콜린의 육체를 감싸는 막이 형성되었다.

마법들이 펼쳐지고 콜린은 승리를 예감했다.


‘이제 어떻게 할 거냐?’


기사의 접근을 어렵게 하고 돌진을 막는 것과 동시에 공격을 시도하는.

마법사가 기사를 상대로 펼치는 정석적인 운영법.

여기에 더해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한 예비역장까지 준비해뒀다.


“그러게, 아까 들어갔어야지.”

“아오, 내 돈...!”


이미 제이드가 지는 환경이 되어 버렸다고, 장내 모두가 패배를 직감하는 순간.

제이드의 눈에는 아쉬운 부분들이 보였다.

첫 번째로.


“기름이 너무 가볍잖아.”


제이드의 발바닥에 마력이 모이고 땅을 지긋이 누른다.


“가볍고 점착력이 약하면 이렇게 된다고.”


다리를 중심으로 바람이 휘몰아치고, 바닥에 깔린 액체가 사방으로 튀어 흩어졌다.


“뜨악, 다 튀잖아.”

“아, 옷에 다 묻었네.”


가까이에 있던 사람들이 기름이 튀는 봉변을 당했지만.

멀찍이 구경하던 마법사들은 제이드가 마나를 쓰는 것을 똑똑히 지켜보았다.


“마력 쓸 수 있었어?”

“이거 모른다!”


기름을 뒤집어쓴 콜린이 반사적으로 돌들을 앞에 던졌다.

잠시간 제이드의 돌진을 늦춰주길 바라면서.


'크윽, 앞이 잘 안보여...!'


운 좋게 정확히 떨어지는 돌덩이가 제이드의 진로를 방해했지만.

제이드가 가벼운 스텝으로 손쉽게 벗어났다.


"와우, 저걸 피하네."

"끝까지 달려!"


쿵.쿵.쿵,

던졌던 돌덩이들이 바닥에 닿는 소리가 들리고.

콜린의 바로 앞까지 도착한 제이드가 순식간에 팔을 휘둘렀다.


“봐. 이렇게 되면 어쩔건데?”


제이드의 목검에 콜린을 감싸고 있던 이중 보호막이 깨지고, 콜린은 뒤로 넘어졌다.


“이겼나?”

“아직 안 끝났어!”


관중들이 흥분하면서 둘의 일거수일투족에 집중했다.


“어라...?”


넘어진 콜린의 지팡이에서 에메랄드가 눈부시게 빛나더니.

강한 바람이 정확하게 제이드의 몸통을 직격했다.


“와우...”

“미쳤네. 저걸 막아?”


날아갈 거란 예상과 다르게, 제이드는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밀려나지 않았다.

반사적으로 들어올린 목검이 콜린의 비장의 수를 와해시켰다.


“하.하.하.”


가까스로 방어에 성공한 제이드는 손목에 뻐근함을 느끼며 식은땀을 흘렸다.


‘하, 씨...이런 수작에 당하다니.’


제이드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삼킨다.

저런 상대에게 위험했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한다.

빠득.

제이드의 입에서 이를 악문 소리가 새어나오고, 머리에 피가 몰리기 시작했다.


“콜린, 이 틈에 거리 벌려!”

‘나도 그러고 싶다고!’


회심의 일격을 실패한 콜린은 부리나케 도망치고 있었다.

등을 돌리고 도망치는 콜린에게, 제이드가 목검을 휘둘렀지만 닿지 않았다.


"진짜 짜증나네...!"


목검의 중간이 뚝 부러져 있었기 때문이다.

한순간 거리가 벌어진 상황.


“지금이야! 빨리 준비해!”


콜린이 빠르게 주문을 외우고, 제이드는 부러진 목검을 땅에 내던지며 온 힘을 다해 질주했다.


"하하! 늦었어."


콜린의 마법은 무사히 완성되었다.

이제 영창된 마법이 제이드의 접근을 막을 것인데.

어떻게.


‘벌써 앞에 있는 거지?’


마법이 발동되기도 전에 제이드가 콜린의 앞에 도착해 있었다.


“너도 똑같이 당해봐야지.”


단번에 내질러진 주먹이 콜린의 지팡이를 향하고, 가느다란 몸통이 박살이 났다.

이번에는 쑥, 하고 뻗어오는 제이드의 왼팔.


"으힉...!"


콜린은 순간 겁을 먹고 눈을 질끈 감았버렸다.

멱살을 잡으려는 듯 보이던 제이드의 왼손은, 더 앞으로 나아가 콜린의 목을 붙잡았다.


“크헉! 켁, 켁.”


제이드가 콜린의 목을 잡은 채 들어 올렸고.

콜린은 양손으로 기도를 확보하려는 듯 제이드의 손을 붙들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어, 미. 미친 새끼. 저거.”

“멈춰!”


멀리서 들려오는 마법사들의 다그침.

제이드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장내에 비상이 걸린다.


“앞에 두 명, 빨리 저놈 막아!”


대결에 몰입한 제이드는 주변 소음이 환호 소리로 들려왔다.

승리에 가까워졌다는 증거.


‘내가 이겼다...!’


그렇다고 방심하다가 큰 코 다치기에, 확실히 마무리할 필요가 있었다.


“죄..그..송..합.니.다.”


용서를 구하는 목소리에 제이드의 몰입이 깨진다.


“아. 김빠지네.”


이대로 상대의 목을 부러뜨려서 내던지고, 하늘을 향해 함성을 내지르는 것이 원칙이겠지만.

이곳은 그런 곳이 아니었다.

제이드는 순순히 콜린의 목을 놓아주었다.


‘좋아, 다행히 죽진 않았어.’


승부가 정해진 시점에, 제이드는 적당한 타이밍에 끝이 났다고 여겼다.

목을 놓아주자 바로 콜린이 허물어져 내리고, 무릎을 꿇더니 엎어져 빌기 시작했다.


“살려주세요......”


제이드는 콜린의 머리통을 밟아 으깨버릴 뻔했다.

목숨을 구걸하는 상대에게 여태까지 그래 왔기 때문이다.


‘역시 습관이 무섭다니까. 그보다 왜 이래?’


제이드가 두 손을 들어 올리며 항복 의사를 표하지만, 경계의 눈초리는 사라지지 않았다.

제이드는 살짝 후회가 되었다.


‘살살 잡았어야했나. 목 잡힌 정도로 저리 되다니. 하여간 마법사들은 약골이라니까.’


앙드레는 입을 떡 벌리며 경악한 상태였고.

티론은 겉으론 멀쩡해도 손에 난 땀이 그가 긴장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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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0화 신입 기사단장 (2) 22.07.29 253 1 12쪽
20 19화 신입 기사단장 (1) 22.07.29 287 0 12쪽
19 18화 가디언 디아나 (4) 22.07.28 272 0 12쪽
18 17화 가디언 디아나 (3) 22.07.28 267 0 11쪽
17 16화 가디언 디아나 (2) 22.07.27 282 2 11쪽
16 15화 가디언 디아나 (1) 22.07.27 311 0 13쪽
15 14화 범인과의 혈투 (3) 22.07.26 313 1 13쪽
14 13화 범인과의 혈투 (2) 22.07.26 293 1 12쪽
13 12화 범인과의 혈투 (1) 22.07.25 315 0 13쪽
12 11화 여왕의 손아귀 (4) 22.07.25 340 2 11쪽
11 10화 여왕의 손아귀 (3) 22.07.24 332 3 12쪽
10 9화 여왕의 손아귀 (2) 22.07.22 361 5 11쪽
9 8화 여왕의 손아귀 (1) 22.07.22 415 6 11쪽
8 7화 최고기사 아놀드 (4) 22.07.21 435 6 12쪽
7 6화 최고기사 아놀드 (3) 22.07.21 482 5 12쪽
6 5화 최고기사 아놀드 (2) +1 22.07.20 569 6 12쪽
5 4화 최고기사 아놀드 (1) 22.07.20 702 4 11쪽
4 3화 수습기사가 너무 강함 (3) 22.07.19 826 9 11쪽
» 2화 수습기사가 너무 강함 (2) 22.07.19 901 12 12쪽
2 1화 수습기사가 너무 강함 (1) +1 22.07.18 1,256 10 11쪽
1 프롤로그. 희망찬 미래를 꿈꾼다 +2 22.07.18 2,162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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