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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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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2.07.18 12:32
최근연재일 :
2022.12.02 17:00
연재수 :
113 회
조회수 :
23,458
추천수 :
92
글자수 :
579,291

작성
22.08.0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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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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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25화 제국으로 (2)

DUMMY

잘 닦인 도로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공터.

늦은밤, 모닥불에 쬐는 일행들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 있었다.

기껏 야영하기로 마음먹었으나, 아쉬운 점이 하나 있었는데.


“제이드, 선배님은 냅두고 이리 들어와.”

“디아나 양. 강요하지 마세요. 제이드 군은 의리가 있습니다.”


2인용 텐트 하나가 전부였다는 것이다.

그나마 침낭은 3개가 갖춰져 있다는 점이 다행이었다.


“2인용이니까 자리 넓어.”

“내가 거길 왜 들어가.”


디아나가 장난기 넘치는 웃음을 지으며 옆자리를 두드렸고.

그녀의 농담에 제이드는 작게 웃으며 거절했다.


“둘이 꽤 친하시군요.”


땔감을 넣는 마를롱의 무심한 중얼거림에 제이드도 언제부터인지 디아나와 부쩍 가까워지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어렸을 적 추억의 라이벌이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서로가 전력으로 싸웠던 덕분인지 알 수 없었으나.

지낸 시간에 비해 매우 급속도로 친해진 상태.


‘조금 이상해 보이려나.’


제이드에게 이 정도로 가까운 인연은 가족 이외의 처음이었고.

제이드만큼은 아니었지만, 디아나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항상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과 동행하고, 또는 혼자서 고독하게 임무를 수행했다.


‘제이드도 가디언이 되면 좋겠다.’


앞으로 가디언 활동도 같이 할 수 있을 테니까, 디아나의 기대감과 친밀감은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었다.

재회 때 너무 못난 모습을 보인 탓에, 제이드도 웬만한 부탁을 승낙해주었고.

그 기회에 디아나는 허들이 낮아진 제이드에게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었다.


“제이드는 디아나가 싫다고 합니다. 빨리 들어가 주무세요.”


서서히 묘한 기류가 흐르려는 분위기.

찬물을 끼얹은 마를롱이 디아나를 향해 손짓하며 들어갈 것을 종용한다.


“마를롱 씨. 전 디아나를 싫어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디아나의 말대로 텐트로 들어가실 건가요?”


제멋대로 지껄이는 마를롱의 발언을 제이드가 정정하는데, 그가 뜬금없이 되물었다.

대답이 조금이라도 늦으면 놀릴 듯한 흐뭇한 표정.

제이드는 반사적으로 입을 열면서, 텐트 쪽을 곁눈질하였다.


“안 들어갑니다.”

“디아나양, 제이드는 거절했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대신...”


마를롱이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으며 일어났을 때.

디아나는 이미 텐트 입구를 닫은 상태였다.


“이렇게 해야 합니까?”


참 해괴한 방법으로 디아나를 쫓아냈다.

그녀를 속인다는 죄책감이 든 것은 아니고, 마를롱의 이미지가 걱정되었다.


‘상황을 아는 나도 이런데.’


디아나는 마를롱을 어떻게 보이겠는가.

제이드는 디아나가 그에게 진저리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전 괜찮습니다. 마음껏 해결하고 오세요. 위험하면 부르시고.”


정말 신경 쓰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제이드가 일어섰다.

숲속으로 걸어가며 제이드는 작게 중얼거렸다.


“잘 해결하겠습니다.”


얼마 걷지 않았는데도 근처가 금세 어두워진다.

나무가 빽빽이 들어찬 숲이 아니었기에, 은은한 달빛에 주변을 인지할 정도로 밝았고.

멀리있는 모닥불 또한 제이드의 시야에 잡혔다.


“나와. 마차 부순 값은 치러야지,”


허공에 향해 누군가를 부른다.

이렇게 대놓고 마중을 나왔는데, 마차를 부순 이가 나타나지 않을 리 없다고 여겼다.

벌레 소리만이 들려오는 숲 속에서.

제이드는 작은 기척을 느낄 수 있었다.


“뭐야? 정말 안 나올 생각이야?”


제이드의 예상과 달리 상대방은 숨을 참으며, 정체를 숨기려 노력한다.

꽤나 어렵게 상대를 발견한 곳은 나무 위.

제이드는 높이 뛰어올라 수상한 인물을 찾아내고, 발견되자마자 도망치는 그림자를 따라 추격한다.


“운이 좋았네.”


발각되지 않으려는 상대를 우연의 일치로 발견했던 것.

아직 동료가 모이지 않았든, 아니면 특정 시간이나 장소를 노리고 있든 일단 잡아보고 생각할 문제였다.


“이제 그만 멈춰.”


조금 시끄러울 수 있기에, 일행들이 있는 공터에서 충분히 거리가 멀어지고 나서야, 제이드가 손을 움직였다.

진행 경로를 예상해 단검을 던지자, 수상한 자는 다음 나뭇가지를 밟지 못하고 땅에 내려섰다.


“너는...”


몸 전체를 가리는 겉옷. 코를 덮는 복면에, 화룡점정으로 짧은 단검까지.

영락없는 암살자다.


“말할 줄 모르냐?”

“...”

“그럼 그렇지. 기대도 안했다.”


도망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일까.

빠르게 판단을 내린 암살자는 뒤돌아 제이드에게 덤벼들었고.

순식간에 제이드를 스쳐 지나간 암살자가 나무뿌리에라도 걸린 듯 앞으로 넘어졌다.


“너 같은 놈은 12살 때도 죽여 봤어.”


제이드가 경멸이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넘어진 암살자를 향해 이죽거린다.


“...”


암살자는 무릎이 잘려나간 상태에서 힘겹게 일어나려 했지만, 일어날 수 있을 리가 없다.

암살자도 포기했는지 철푸덕 주저앉았고, 입가를 가리는 복면을 내리고 입을 벌렸다.


“최후도 하나같이 똑같아. 자폭이라니.”


이미 폭발에 휩쓸려 쑥대밭이 되어야 했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모든 게 멀쩡한 상황.


“...?”


당황한 암살자가 얼굴에 손을 가져갈 때.

시야가 뒤집히고, 눈앞에 보이는 그루터기만 남은 수십 그루의 나무들.

그것이 암살자가 마지막으로 본 풍경이었다.

철컥.

제이드는 칼을 한번 털어내고 검집에 집어넣었다.


‘한 명이 다는 아닐 텐데. 이거 생각 좀 해봐야겠어.’


한 명씩 따로 죽이는 것은 너무 비효율적인 일이다. 시간도 지체되고 디아나도 눈치챌 것이다.

일망타진의 방법이 없을까.


“좋은 방법이 있어요.”


돌아와 마를롱한테 자초지종을 말하며 상담했고, 마를롱이 기발한 생각이 떠오른 듯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 이후 제이드에게 설명도 하지 않고 혼자서 이리저리 계획을 중얼거리더니, 자신만 믿으라며 가슴을 두드렸다.


“또 저러네.”


둘의 대화 소리에 일어난 디아나가 텐트에서 목을 내밀었는데, 지겨운 표정을 보이고는 다시 안으로 쏙 들어갔다.


‘도대체 뭘 하려고...’


제이드는 아무것도 모른 채, 제국의 국경지역 쿠자르에 도착했다.

제이드 혼자서 왔다면 쉽게 통과하지 못할 성벽을 지나고, 오전에는 할 일 없이 여관에서 디아나와 잡담을 나누었다.


“...그래서 내가 티론한테...”


마를롱은 먼저 들를 곳이 있다며 디아나와 제이드를 내버려두고 떠난 지 오래.

점심을 먹고 나서야 마를롱이 둘을 불렀다.


“저야 편한데, 이거 예산낭비가 심한 거 아니에요?”

“이럴 때 편하게 가는 겁니다.”


지평선 너머까지 깔린 철로와 거대한 몸체를 자랑하는 열차가 모습을 드러낸다.

제국의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초고속 이동수단.

운용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는데, 처음 타는 열차에 제이드는 긴장하고 있었다.


“전 평범하게 갔는데요.”

“에녹은 짠돌이라 그렇습니다.”


제이드가 불안한 것과 별개로 디아나와 마를롱은 아무렇지도 않아 보인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갈 수 있기에, 제이드는 말없이 둘을 따라다녔다.


“잠깐, 이거 화물 수송열차잖아!”

“쳇. 이래서 눈치빠른 꼬맹이는...!”

“왜 금방 들킬 거짓말을 해요?”

“재밌잖아요.”


디아나가 기대했던 호화로운 열차가 아니었고, 상단이 주로 이용하는 짐 열차였다.

디아나는 마를롱에게 투덜거리면서도, 가끔 뒤를 돌아보며 제이드가 잘 따라오는지 확인하였고.

제이드는 순수하게 가지고 있던 의문을 건넸다.


“저희가 이걸 타도되는 게 맞습니까?”

“원래 기관사랑 직원을 제외하면 힘들죠. 하지만 저희는 괜찮습니다.”


지위를 이용하면 탈 수 있다는 의미.

황제를 제외한 만민이 평등하다는 제국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하긴 애초에 황족도 귀족도 다 있는데, 어떻게 평등하다는 거야?’


제국도 똑같네, 라고 제이드가 냉소적인 평가를 할 때.

마를롱이 누가 봐도 어색하게 붙어있는 커다란 휴게실 칸에 타라며 손짓했다.


“화물칸 점검이 끝나지 않은 것 같은데요? 급하게 탈 필요가...”

“우리 바쁘니까, 대충 마무리 지으라 했습니다. 금방 출발할 겁니다.”


마를롱이 환하게 웃으며 말한다.

실제로 그랬는지, 역의 직원들이 다급하게 뛰어다니고 있었다.

디아나는 민망함을 참을 수 없었는지, 마를롱의 턱을 올려쳤다.


“이게 무슨 민폐에요!”


쓰러진 마를롱이 턱을 감싸 쥐며 억울한 듯 변명을 해왔다.


“아니, 디아나 양. 문제가 있으면 책임진다고 제 이름을 걸고 약속했습니다.”


제이드는 감탄하고 있었다.

마를롱이 완벽했던 기습을 깔끔하게 피했기 때문이다.


‘감쪽같군.’


마를롱의 연기에 디아나는 속았고, 결국 사과를 하게 되면서 일단락되었다.

해프닝을 끝으로 열차에 오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열차가 출발한다.


“그렇게 신기해?”


제이드는 앉지 않고, 덜컹거리는 열차에 가만히 서 있었다.

열차에 감탄하고 있는 제이드의 모습을 보고, 빙긋 웃으며 디아나가 말을 걸었고,


“확실히 다르네. 동력도 이해하기 어렵고.”


제이드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다가오자, 디아나는 안쪽으로 들어가며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마력엔진이라니. 별게 다 있군.’


마를롱이 눈을 빛내며 마력기관이라는 단어를 열심히 설명하지만, 알아들을 수 있을 리가 없다.


“...이렇듯 마법과 마법 공학은 다른 분야입니다.”

“대중들에게 구분하는 거 자체가 무의미하겠지만.”


마를롱의 말을 가로채며 디아나가 딴죽을 걸었고, 제이드는 저 말에 공감하였다.

연구자가 아닌 이상 저런 구별을 할 필요가 있을까.

시무룩한 표정으로 마를롱이 추가적인 설명을 한다.


“...그렇겠죠. 그래도 연구와 발명의 차이가 있습니다.”

“마법사는 발명 안 하고, 마도공학자는 연구 안 해요?”


디아나가 쿡쿡 웃으며 반박해오자, 마를롱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피곤할텐데 쉬다가 밥 먹을 때 봅시다. 머리 식히고 올게요.”


하나도 피곤하지 않았지만, 마를롱은 지친 모습으로 휴게소를 빠져나갔다.

훼방꾼이 사라진 것에 기쁜 듯, 디아나가 활기차게 말했다.


“짐 좀 정리하고, 기차 구경시켜줄게.”

“그래, 고마워.”


디아나가 개인 짐을 정리하고 있을 때.

제이드는 밖에 있는 마를롱에게 다가갔다.


“정말 괜찮은 거 맞아요?”

“구경이나 잘하고 오세요.”


마를롱은 여전히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고, 이번에는 자기 차례라면서 공구 통을 집어 보여주었다.


‘저렇게까지 말하니 믿어줘야지.’


의심쩍지만 자기 앞가림은 잘할 사람이었다.

어차피 상대는 찾아오는 족족 죽여야 하는 암살자.

제이드는 그저 귀찮은 일을 떠넘겼다고 여기며 디아나에게 돌아갔다.


*


제이드와 디아나가 기차를 구경하는 사이, 마를롱은 짐칸을 열심히 휘젓고 다녔고.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겠으나 왼손에는 공구통을, 오른손에는 쇠지렛대를 쥐고 있었다.


“...벌써 마지막이군요.”


부지런히 돌아다닌 덕분에, 이제 마지막 칸만 확인하면 모든 것이 끝나는 상황.


“똑똑. 계십니까.”


마를롱이 입으로 노크 소리를 내며 다음 짐칸에 들어서자, 움찔거리는 실루엣이 어림잡아 여섯 정도 보였다.


“왜 다들 불편하게 짐칸에 타셨습니까.”


마를롱은 그들을 꾸짖고 나무라면서, 붉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지렛대를 들어 올렸다.


“내가 유도한 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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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0화 신입 기사단장 (2) 22.07.29 253 1 12쪽
20 19화 신입 기사단장 (1) 22.07.29 287 0 12쪽
19 18화 가디언 디아나 (4) 22.07.28 272 0 12쪽
18 17화 가디언 디아나 (3) 22.07.28 267 0 11쪽
17 16화 가디언 디아나 (2) 22.07.27 282 2 11쪽
16 15화 가디언 디아나 (1) 22.07.27 311 0 13쪽
15 14화 범인과의 혈투 (3) 22.07.26 313 1 13쪽
14 13화 범인과의 혈투 (2) 22.07.26 293 1 12쪽
13 12화 범인과의 혈투 (1) 22.07.25 314 0 13쪽
12 11화 여왕의 손아귀 (4) 22.07.25 340 2 11쪽
11 10화 여왕의 손아귀 (3) 22.07.24 332 3 12쪽
10 9화 여왕의 손아귀 (2) 22.07.22 361 5 11쪽
9 8화 여왕의 손아귀 (1) 22.07.22 415 6 11쪽
8 7화 최고기사 아놀드 (4) 22.07.21 435 6 12쪽
7 6화 최고기사 아놀드 (3) 22.07.21 482 5 12쪽
6 5화 최고기사 아놀드 (2) +1 22.07.20 568 6 12쪽
5 4화 최고기사 아놀드 (1) 22.07.20 702 4 11쪽
4 3화 수습기사가 너무 강함 (3) 22.07.19 826 9 11쪽
3 2화 수습기사가 너무 강함 (2) 22.07.19 900 12 12쪽
2 1화 수습기사가 너무 강함 (1) +1 22.07.18 1,256 10 11쪽
1 프롤로그. 희망찬 미래를 꿈꾼다 +2 22.07.18 2,162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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