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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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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2.07.18 12:32
최근연재일 :
2022.12.02 17:00
연재수 :
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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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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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글자수 :
579,291

작성
22.08.0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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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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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21화 신입 기사단장 (3)

DUMMY

머리를 쓸어올린 제이드는 인상을 잔뜩 구기며, 세실에게 실망한 것을 숨기지 않았다.


“위에서 내려오는 명령에 무조건 따를 생각이야?”

“우린 기사니까 당연히...”

“그런 이상한 명령은 들을 필요도 없어!”


악에 받친 표정으로 소리치는 모습에 세실은 어안이 벙벙했고.

제이드는 그의 말 따위 듣기 싫다는 듯 스쳐 지나가며 중얼거렸다.


“내가 사람을 잘못 봤네. 근성이 없어. 이거 다 끝나도 넌 나랑 서열전 할 줄 알아라.”

“...서열전?”


눈가가 붉어진 채 눈이 휘둥그레진 세실의 물음을 뒤로한 채.

제이드는 자신을 호명하지도 않았지만 멋대로 입구를 나서버렸다.


“...앗, 저기 때마침 등장한 인물이 바로 망명기사 제이드입니다!”


제이드를 발견한 사회자가 멈칫하더니, 곧바로 그를 소개한다.

뒤늦은 환호 소리가 들려왔지만, 제이드의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다.

길버트라는 놈이 지껄인 소리.


‘기분 나쁜데. 토너먼트는 자체는 마음에 들었는데.’


스스로의 힘으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토너먼트의 취지.

제이드의 마음에 쏙 들었다.


‘우승후보라는 놈이 그런 말을 지껄이다니.’


제이드는 길버트가 대회의 모토에 들어맞지 않는 자로 보였다.


‘탈락시킬 수밖에.’


제이드는 모든 참가자를 밟아버리고, 자신의 밑에 두어 사상을 뜯어고칠 생각이었다.

사회자의 소개가 끝나고, 미리 대기하고 있던 파비앙이라는 기사와 먼저 악수를 나눴다.


“멋진 대결 부탁한다.”


다행히 헛소리를 지껄이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제이드의 생각이 변한 것도 아니었다.


“자고로 막내와 부하는 많을수록 좋지.”


여태까지 자기들끼리 어떻게 했는지, 제이드에게는 상관없었다,

이제 제이드의 밑으로 오면 그냥 부하이고 막내.

만약 기사단장이 반대한다면.


‘대련으로 기강 좀 잡아 주면 되겠지.’


아놀드라도 기사단장으로 오면 모를까.

호위기사로 바쁜 그가 고작 신생기사단장 자리로 좌천될 리는 없었고.

나머지 정도는 다 정리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내는 동안은 편하게 있어야지. 암.’


제이드는 먼저 기사단의 실권을 장악하고 있다가, 디아나의 소식과 앞으로의 상황을 보면서 제국으로 망명할 계획을 했다.

뭐든지 처음이 어렵지 두 번째는 별것도 아니다.


“응?”


한편 위치를 잡으려는 파비앙이 제이드의 중얼거림을 듣고 슬며시 뒤돌아보았다.


‘뭔가 말한 것 같았는데.’


제이드가 아무렇지 않게 걸음을 옮기자, 파비앙은 잘못 들었겠거니 싶어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러면 8강전 마지막 시합 시작하겠습니다.”


관중의 함성과 함께 시합이 개시되었고, 둘은 상대를 파악하기 위해 탐색전에 들어가려 한다.


‘여기서 체력을 비축해야 다음 경기가 쉬워진다. 길버트도 그렇게 생각했겠지.’


그것은 파비앙만의 착각이었을 뿐.

제이드는 길버트의 버릇을 고쳐줄 생각으로 이 대결을 신속하게 끝낼 생각이었다.


‘미안하지만, 너도 막내다.’


땅을 박차는 듯 보이는 신기한 주법.

제이드가 순식간에 파비앙의 근처에 형체를 드러냈다.


‘개 빠르잖아...?’


평소의 결투처럼 처음에 신경전을 벌일 생각이 가득했던, 파비앙은 당황하며 다가오는 제이드를 향해 무턱대고 검을 휘둘렀다.


“뭐야, 어디야...?”

“그건 제 잔상입니다만.”


분명 베었다고 여겼는데 파비앙의 칼은 허공을 갈랐고, 관중은 제이드가 파비앙의 등 뒤에 등장한 것을 볼 수 있었다.


“파비앙! 이 머저리야, 뒤를 보라고!”


상황 파악 못 하는 파비앙을 제이드는 봐주지 않고 사정없이 등을 베어내며, 승리를 확신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관중들도 제이드의 검이 파비앙의 등을 베어 지나가는 것처럼 보았으나, 파비앙은 쓰러지지도 경기장 바닥에 피가 흩뿌려지지도 않았다.


“와, 미쳤어!”

“저걸 피하네.”


관중들은 파비앙도 제이드처럼 피했다고 착각하며, 빠른 템포로 주고받는 공방에 큰 환호성을 내질렀다.


“우어어어어어!!!”

“미안, 너도 다 계획이 있구나?”


관람꾼들에게 이전 경기는 시종일관 너무 압도적으로 흘러갔기에, 한 수 한수의 공방을 겨루는 이번 경기가 더욱 치열하고 재미있게 느껴졌다.


“파비앙한테 걸었어야 했나?”

“망명 기사도 대단해, 이변이 일어날지도...?”


예상보다 뛰어난 제이드의 실력에 놀라는 관중도 있었지만, 제일 놀란 것은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던 사회자였다.


‘분명 치명상으로 이어질 공격이었다.’


제이드의 검은 파비앙의 등에 닿았지만, 상처가 없는 이유.


‘파비앙이 마법사는 아닐테니. 장비 효과겠지.’


사회자는 눈앞에서 둘의 싸움을 지켜봐서,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인지 알 수 있었다.


‘개인 장비류에 대한 제한은 없었지.’


참가자들의 장비는 개인 자유.

칼을 사용하든 방패를 들고 있든 아무 상관이 없었고.


‘방어구도 마찬가지였어.’


일대일 결투에서 중무장이 아니라 알아서 적당한 무구를 사용할 것이기에, 딱히 제재할 것이 없었다.


‘분명히 마법장비에도 제약은 없다, 라고 적혀있었고.’


사회자는 룰을 다시 되짚어 보았고, 대회 시작하기 전부터 달달 숙지해놓은 덕분에 그 분야에 쓰여져 있던 문구가 기억할 수 있었다.


‘갑자기 마지막에 추가된 룰이었지.’


토너먼트 법칙에 어긋나지 않았기에,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사회자는 경기를 중단시키지 않았다.


“제길...!”


파비앙의 표정이 많이 안 좋았다. 방심하는 바람에 귀중한 방어 마법이 발동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두 번 남은 건가.’


사용 가능한 횟수가 정해져 있었기에 더욱 뼈아팠고, 길버트와 대결에서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였다.


‘대비를 잘 했네.’


제이드는 아쉬워할 뿐, 비겁하다고 비난하지 않았다.


‘이기기 위해서 얼마든지 장비의 힘을 빌릴 수 있지.’



제이드 또한 마찬가지로 칼, 창, 방패, 단검, 봉 등을 사용하여 유리한 위치를 차지한 적이 많았다.


‘그래봤자 여기는 검 하나로 차고 넘치지만.’


식재료를 앞에 둔 요리사처럼, 앞에 서 있는 기사를 어떻게 요리할지 생각하며 제이드는 입맛을 다셨다.


‘그게 전부라면 달라지는 건 없어.’


어이없는 실수로 낭패를 보았지만, 파비앙은 보호막 덕분에 여유를 되찾고 비어있는 제이드의 상체를 노릴 수 있었다.


‘손목이 저려서 막기 힘들 테지.’


파비앙은 정타로 허용하면 한 방에 끝나고, 못해도 승기를 가져오리라 판단했다.


‘뭐야, 이 싱거운 공격은?’


아쉽게도 제이드의 손목은 멀쩡했기에, 검을 눕혀서 손쉽게 방어에 성공하고.

동시에 제이드는 검을 상대방의 어깨로 찔러넣었다.


‘얼마나 남았을려나? 횟수 제한이면 편할텐데. 마력 바닥날 때까지 반복해야 하나.’


다시 한번 방어 마법이 발동되고, 이번에는 파비앙이 덜컥 밀려나 버렸다.

단숨에 집어넣은 찌르기로 반발력을 넘겨버렸기에, 제이드는 그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충격흡수도 없는 것을 보니 싸구려네?’


명문 무가에 자제였던 제이드는 장비품에 대한 눈이 턱없이 높다.




파비앙은 간신히 몸을 추스르며 넘어지지는 않았지만, 눈앞으로 검이 다가온 것을 볼 수 있었다.

파비앙이 다급히 얼굴 앞에 검을 쳐내려 했지만.

챙!


‘힘도 약하면서 자세도 불안정한데. 그게 되겠냐?’


부딪치는 충격에도 뻗어있는 검은 꿈쩍도 않았고.

제이드는 검을 앞으로 뻗은 자세를 유지한 채, 파비앙을 향해 나아갔다.

챙!챙!챙!


“으윽, 대체 어떻게!”


앞으로 다가오는 검을 치우기 위해 파비앙이 열심히 칼을 휘둘렀지만.

바닷속의 물고기 마냥 칼날 위를 헤엄치고 있었다.


‘손목이 튼튼해도 정도가 있지. 고정 마법이라도 있는 건가?’


파비앙은 상대 또한 자신처럼 장비를 착용했을 거라는 착각을 하면서 패배를 직감했다.

패배라는 두 글자가 파비앙의 머리에 박히고, 질 수 없다는 자존심이 내면을 채웠다.


‘고작 8강에서, 그것도 무명의 수습에게 질 수 없다고!’


파비앙이 줄기차게 마력을 뽑아내고, 자신의 검에 오러를 형성시킨다.


“지금 뭐하는 짓입니까! 파비앙!”


심상치 않은 모습에 예의주시하던 사회자가 파비앙의 검에 맺히는 오러 블레이드를 보았고, 기겁하며 경악한 목소리를 외쳤다.

보초를 서는 경비가 손 쓸 새도 없이 푸른 빛줄기가 제이드를 베어갔다.


‘죽이면 안돼.’


파비앙도 정신은 있었는지, 제이드를 공격한 게 아니라 검을 날려버릴 셈으로 후려쳤지만.


‘그걸로 누굴 죽이겠다고.’


어느 쪽을 공격해와도 상관없는 제이드 입장에서 너무나 같잖았다.

마주하는 당사자, 제이드가 시선을 내리깔며 칼끝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연습하기는 딱 좋네. 어디 한번 해볼까?’


제이드의 검에 미약한 빛이 생기고, 다가오는 파비앙의 검을 맞이해주었다.

집중해야 보이는 워낙 적은 양의 마력.


‘보잘 것 없군. 그걸로는 못 막아...!’


마력양의 차이 탓에 필시 패배할 것으로 보인다.

부딪친 순간 절묘하게 바뀌는 각도.


“으잉...?”


제이드의 세세한 조절이 막대한 힘이 나아갈 길을 만들고.

파비앙의 검은 길을 따라 미끄러져, 칼날 위를 타고 부드럽게 지나갔다.


“우아아악!”


이윽고 위험한 속도로 달리는 마차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듯, 파비앙의 검이 레일에서 이탈해버린다.

턱에 걸린 감각, 파비앙은 그만 검을 놓쳐버렸다.


“좋아. 아직 녹슬지 않았어.”


검을 날려버린 제이드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칼날을 손으로 쓸어내렸다.

관중들에게는 반발력을 견디지 못하고 놓쳐버린 것으로 생각했다.

깡.

공중으로 떠오른 검이 이내 경기장 바닥으로 떨어지고.


“승, 승자는 제이드!”


그 소음에 정신을 차린 사회자가 제이드의 승리를 알렸다.

뒤늦게 관중들의 함성이 들려오고.


“멀쩡하네...”


파비앙은 입을 떡 벌린 채 자신의 손을 바라보고 있었다.

손목에서 느껴던 찢어질 듯한 고통.


‘손목이 꺾이거나 돌아간 줄 알았는데.’


신음을 참으며 빨리 회복실로 이동하려던, 파비앙은 눈으로 자신의 손목을 확인하고 굳어버렸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머릿속에 피어나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제이드에게 물어보았고, 제이드는 콧방귀를 뀌며 무시했다.


‘알면 다친다.’


따라하지도 못할뿐더러, 나쁜 버릇만 들어서 잘못하면 검술 체계가 엉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질문을 무시하고 바로 대결 마무리 인사.


“앞으로 잘 부탁해.”

“어, 어? 그래. 나도 잘 부탁해.”


굳어있는 파비앙의 어깨를 한번 토닥이고 제이드는 경기장에서 퇴장했다.

마지막 손맛을 잊지 못했기 때문인지.

파비앙은 손목을 매만지며 그때의 감각을 음미하고 있었다.


*


잠깐의 쉬는 시간에 대기실에 있을 생각으로 돌아가자, 세실이 대기실 앞에 서 있었다.


“여기 왜 있어. 네 집으로 가.”


다음 경기도 없는 세실이 왜 이곳에 남아있는지 알 수 없었으나, 제이드는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아까 네가 말했던 것들 생각해 봤는데.”

“됐고. 길어질 거 같으면 안에서 이야기하자.”


제이드는 먼저 방안으로 들어갔고, 우물쭈물하며 세실이 따라 들어왔다.

제이드가 무엇에 실망했는지 알아채고, 고민 끝에 세실은 각오를 다질 수 있었다.


‘이런 행동이 무례인 건 알지만.’


당장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

정작 제이드는 배낭을 발로 차 눕히더니, 무신경하게 누웠지만 말이다.


“그게...”


세실의 입을 열려는 순간.

문이 발칵 열리고 누군가가 들어왔다.

노크도 없이 등장한 무례한 이를 둘이서 노려보는데, 그 정체를 알아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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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5화 가디언 디아나 (1) 22.07.27 312 0 13쪽
15 14화 범인과의 혈투 (3) 22.07.26 314 1 13쪽
14 13화 범인과의 혈투 (2) 22.07.26 293 1 12쪽
13 12화 범인과의 혈투 (1) 22.07.25 315 0 13쪽
12 11화 여왕의 손아귀 (4) 22.07.25 340 2 11쪽
11 10화 여왕의 손아귀 (3) 22.07.24 332 3 12쪽
10 9화 여왕의 손아귀 (2) 22.07.22 363 5 11쪽
9 8화 여왕의 손아귀 (1) 22.07.22 417 6 11쪽
8 7화 최고기사 아놀드 (4) 22.07.21 436 6 12쪽
7 6화 최고기사 아놀드 (3) 22.07.21 484 5 12쪽
6 5화 최고기사 아놀드 (2) +1 22.07.20 570 6 12쪽
5 4화 최고기사 아놀드 (1) 22.07.20 703 4 11쪽
4 3화 수습기사가 너무 강함 (3) 22.07.19 828 9 11쪽
3 2화 수습기사가 너무 강함 (2) 22.07.19 903 12 12쪽
2 1화 수습기사가 너무 강함 (1) +1 22.07.18 1,258 10 11쪽
1 프롤로그. 희망찬 미래를 꿈꾼다 +2 22.07.18 2,166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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