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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2.07.18 12:32
최근연재일 :
2022.12.02 17:00
연재수 :
113 회
조회수 :
23,492
추천수 :
92
글자수 :
579,291

작성
22.07.19 16:39
조회
827
추천
9
글자
11쪽

3화 수습기사가 너무 강함 (3)

DUMMY

“자네는 퇴근하고 싶지 않은가?”


최약의 중앙기사단이라는 최악의 평판과는 다른 아주 화려한 기사단장의 집무실.

그곳에서 머리가 거의 벗겨진 중년의 기사단장이 부관한테 보고를 받고 있었다.


“빠르게 끝내겠습니다.”

“세 줄 요약 부탁하네.”


퇴근하는 시간에 들어온 추가적인 보고에 단장은 기분이 언짢아 보였지만.

부관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전에 있었던 사태를 간략하게 보고했다.


“수습들? 다 고향으로 떠나지 않았나?”


보고를 받은 기사단장은 수습기사들이 떠났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확인하듯 질문한다.


“한 명 남아있지 않습니까.”

“아, 그렇지. 제이드 고놈 말이군.”


어디서 봤는지 몰라도 낯이 익은 청년.


‘꽤나 괜찮은 기사로 보였는데.’


조용한 모습과 겸손한 태도.

최근에 테스트 받은 기사 지망생 중 가장 실력이 좋았던 수습으로 기억했다.



“사고 칠 놈으로 보이지는 않았는데, 누구랑 대련한 건가?”

“콜린이라는 수습마법사입니다.”

“이런, 제이드가 많이 다쳤나?”


기사단장도 다른 이들과 비슷하게 제이드가 이겼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수도에 머무는 수습마법사들은 하나같이 정식 마법사 수준의 지망생이기 때문이다.


“장래를 짊어질 인재들이 기사나 괴롭히다니. 쯧쯧.”


마법지망생들은 아카데미에서 자신의 수준을 깨달을 수 있어서.

아이들은 스스로 수습으로 들어가는 것조차 포기하기 마련이었다.


“반대입니다.”


부관은 기사단장의 착각을 바로잡아 주었다.

결국 세줄 이상의 설명이 요구되었고 기사단장의 퇴근 시간을 지나버렸지만.

그에게는 이제 사소한 일이 되었다.


“허허. 이거 놀랄 일이군.”

“어떻게 조치하시겠습니까?”


기사단장은 골치가 아픈지 벗겨진 머리를 몇 번이고 쓸었다.

조치를 정하기 전에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있었다.


“아놀드 경한테도 보고가 올라갔나?”

“아니요. 못 들으셨을 겁니다. 기사단에 하나도 관심이 없으시니까요.”


다행히 그들의 윗사람이라 할 수 있는 최고기사 아놀드 경에게 보고가 올라가지 않았다는 것은 좋은 소식이다.


“그거 다행이군. 하마터면 귀찮아 질 뻔했어. 아놀드님이 이 소식을 듣는 다면. 어후. 상상도 하기 싫군.”


아놀드가 왕성 내의 마법사들의 속을 뒤집어 놓을 것이기 때문이다.


“당사자들끼리 잘 해결했다면서? 그러면 내가 손댈 게 있나.”


제이드라는 수습기사가 꽤 기특한 일을 해 주었지만,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그냥 넘어가실 겁니까?”


기사 임명 평가는 마법사도 참여하기에, 결투 내용이 수도 곳곳에 널리 퍼졌다가는.

기사단장만이 아니라 제이드한테도 악영향이 미칠 것이다.


“자숙의 시간을 가지도록 경고만 내리게.”


기사단장은 서로에게 좋은 선택을 내렸다고 생각하면서, 이 건은 조용히 넘기기로 했다.


“로디니움의 마법사가 기사도 아니고 기사 지망생한테 질 줄이야.”

“일단 둘 다 수습에 속합니다만.”


애써 기산 단장의 말을 고치지만, 부관도 단장의 발언에 깊이 공감하고 있었다.


“기사단장으로서 참 안타깝단 말이지. 시기를 잘못 만났어.”


진심이 절절하게 묻어나오는 발언.

기사단장은 이런 인재가 뜻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마도 왕국이 아니었다면 나는 이 자리까지 올라올 인물이 아니야.”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부관이 위로의 말을 건네지만, 단장은 동의하지 않았다.

그보다 뛰어난 기사들이 많았지만, 마탑의 결정으로 자신이 단장의 자리를 이어받았다.


‘아마 7년 전 고위 인사들이 애지중지하는 디아나를 구하는 공로가 컸겠지.’


부관을 내보내고 기사단장은 느긋하게 보고서를 살펴보았다.

출신지나 기타 정보들에 열람 제한이 걸려있었다.


‘망명자, 그것도 쾰른 출신의 망명자야.’


필시 조사국에서 걸어놓은 것일 터.

기사단장은 그간의 경험으로 제이드의 정체를 눈치챘다.


‘하이웰 공작령으로 안 간 이유가 있었군.’


망명자로서 쾰른에서 제일 가까운 하이웰 공작령은 불안할 것이 분명했다.


“가만... 제이드라고? 하하, 설마.”


기사단장의 머릿속에 한순간 떠오른 인간이 있었지만.

하도 말도 안 되는 생각이라고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제이드 어셔, 그가 이곳에서 빌빌거리고 있을 리 없지.”


생각만 해도 웃긴 상상이었기에 기사단장은 한껏 웃음을 터뜨렸다.


*


기사단장에게 보고가 들어가기 전. 시합이 끝난 시각.

대결 현장의 인원들은 최대한 문제가 커지지 않도록 수습하고 있었다.


“다들 어서 숙소로 돌아가! 도박도 무효로 알고 있고!”


연무장에 모인 군중을 해산 시키고, 도박에 쓰인 돈들은 전부 돌려주기로 했다.

애초에 재미로 했던 내기.


“앙드레, 이거 틀린 거 없지?”

“내가 미쳤다고 쟤들한테 사기를 치겠냐.”


웃기게도 장부 또한 갖추어져 있었기에, 정확하게 금화를 주인 손으로 돌려보낼 수 있었고.


“내가 옮길게.”


바닥에 쓰러진 콜린은 제이드가 직접 회복실로 옮겨다 주었다.

콜린을 침대에 눕히고 제이드와 앙드레, 티론은 어색하게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기 궁금한 게 있는데...”


앙드레가 머리를 긁적이며 제이드에게 말을 걸었다.


“제국 사람은 아닌 거 같은데. 혹시 쾰른에서 온 거야?”


확신에 찬 목소리.

제이드는 완벽하게 프리지아 토박이로 연기했다고 생각했는데.

조금 실수가 있었나 보다.


‘굳이 숨겨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하이웰 공작령에서 제이드의 정체는 까발려졌고.

조사국을 통해 공유되어 프리지아의 높은 분들은 이미 제이드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어차피 탄로 난 상황.


‘조금 정보를 푸는 것이 안전하겠지.’


차라리 이들의 호기심을 줄이는 게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


“맞아. 쾰른에서 왔어.”


애초에 출신을 밝히는 것 정도는 문제가 아니었다.

쾰른 출신의 망명자들은 하이웰 공작령에 제법 있었다.


“오오, 역시 잘못 본 게 아니었어!”

“그게 순수 다릿심으로 가능한 일이었다니.”

‘그것 때문이었나. 역시 마법사들이라는 건가. 관찰력이 뛰어나군.’


마력을 모아 터뜨려 바닥에 깔린 기름을 걷어냈던 기술.

잘못하면 다리에 손상이 있을 수도 있기에, 보통 무릎 아래를 마력으로 보호하는데.


'그러면 자국이 남을 수밖에 없지.'


바닥에는 파괴된 흔적이 보이지 않았고.

그들은 제이드가 신체 내구도만으로 마나를 터뜨렸다는 사실에 도달하였다.


‘호들갑 떨기는.’


티론과 앙드레는 쾰른인의 순수 육체 성능에 대해 감탄하고 있었다.


‘근데 마지막에 착각을 하네.’


제이드가 봤을 때 평균적으로 따지면 신체 능력이 높은 건 맞으나.

그것은 그냥 국가 문화의 차이로 보였다.

쾰른은 살아남기 위해서 스스로 강해져야 하는 나라였다.


'애초에 나랑 비교가 불가능하지.'


원래도 남들보다 우수했던 제이드의 몸은 가문의 강화 비법과 영약들로 더욱 강해졌고.

직접 확인해 본 신체 능력은 그도 놀랄 정도이긴 했으니까.


‘설명하기도 귀찮으니 냅둬야지.’


마법사들이 오해를 깊게 하고 있었지만, 제이드는 굳이 바로 잡지 않았다.


“어떻게 국경을 건너온 거야? 실력만 봐도 관리 대상에 속할 거 같은데?”

“...야.”


턱을 쓰다듬던 앙드레가 의아함을 내비치고, 옆에 있던 티론이 팔꿈치로 그의 옆구리를 쳤다.


‘기본적인 것들은 알고 있는데. 이것도 말해줄 이유는 없지.’


실제로 제이드는 특별 관리 대상이었다는 것을 밝히고 싶지 않았기에 입을 다물었다.

침묵이 길어지자 앙드레는 자신이 괜한 말을 했다는 것을 눈치챘다.


“실례였으면 사과할게.”


적당히 사과하고 앙드레는 머쓱해하며 주제를 바꿨다.


“콜린 자식 꼴 좋네. 지팡이도 부러지고 말이야.”

“마지막이 추하긴 했지.”


티론이 빠르게 말을 받아 주었고, 앙드레는 우스꽝스럽게 두 손을 비비는 행동으로 콜린의 최후를 모방했다.


‘하필이면 죽일 뻔했지.’


그 모습에 제이드가 피식 웃으며 분위기가 살짝 풀렸다.


“이건 잘 챙겨둬야지”


앙드레가 부러진 지팡이를 집어들고.

박혀있는 보석들을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빼서 콜린의 주머니에 넣어주었다.

앙드레는 지나가듯 말을 내뱉었는데.


“쾰른 기사가 프리지어 마법사의 천적이라더니, 직접 보니 인정할 수밖에 없네.”

“그런 소리가 있어? 쾰른에서는 들어본 적 없는데?”


한번도 들은 적 없는 속설에 제이드가 호기심을 가졌고.

왜 그런 속설이 생긴 건지 이해가 안 되었다.


‘말도 안되는 소리인데. 특정환경을 포함해도 마법사가 훨씬 유리하지.’


전체적으로 봤을 때 프리지어 마법사와 쾰른의 기사는 호각을 다투고 있는 것이 사실이나.

그것은 기사의 수가 많기 때문이지 절대로 일대일 결투를 이겨서가 아니었다.


“7년 전에 우리의 자랑스러운 마법사. 디아나 오르빌이 무참히 패배했을 때. 그때부터 소문이 돌기 시작했어.”


침대에 걸터앉아있던 티론이 옛이야기를 꺼냈다.


‘크흠. 내 이야기 인가?’


정면으로 마주치는 제이드와 티론의 눈동자.

티론은 제이드를 노려보듯 바라보고 있었다.


‘저건 또 왜 노려보고 있냐.’


제이드는 티론의 두 눈에 멍을 진하게 새겨주고 싶었지만.

잠자코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진짜 난리도 아니었지.”

“분위기도 살얼음판이었고.”

“결국 극복해낸 것으로 보이지만.”

“고생 좀 했지. 같잖은 놈들에게도 시달리고.”


둘이 나누는 대화를 들어보니, 제이드는 디아나도 나름 고생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기야 그 태도에 적이 없을 리가.’


평소 디아나를 시기하던 녀석들에게는 디아나의 패배는 너무나 좋은 가십거리였을 것이다.

국가의 위상이 추락했다니 뭐니 하면서 말이다.


‘디아나의 체면을 조금 살려줄까?’


그녀는 약하지 않았다. 그저 상대가 자신이었을 뿐.

한때 실력을 겨뤘던 상대로서 제이드는 디아나를 칭찬하기로 했다.


“디아나가 진 건 창피한 일이 아니야. 상대방이 강했으니까.”

“누군지 알아? 디아나를 이긴 상대.”


제이드의 발언을 티론이 빠르게 받았다.

모른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제이드의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유명한 사람이라 쾰른에서 모르면 간첩이지.”


얼굴이 뜨거워진 제이드가 민망함을 숨기려 노력했지만.

곧이어 더 큰 위기가 닥쳐왔으니.


“더 이야기해줄 수 있어?”


티론이 먹잇감을 노리는 독수리처럼 눈을 매섭게 빛냈지만.

이제 제이드는 티론의 모습 따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자기 자신을 과대포장 해야 하는 상황이 난감할 따름이었다.


“...그러니까...”

‘괜히 말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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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9화 신입 기사단장 (1) 22.07.29 288 0 12쪽
19 18화 가디언 디아나 (4) 22.07.28 273 0 12쪽
18 17화 가디언 디아나 (3) 22.07.28 267 0 11쪽
17 16화 가디언 디아나 (2) 22.07.27 282 2 11쪽
16 15화 가디언 디아나 (1) 22.07.27 311 0 13쪽
15 14화 범인과의 혈투 (3) 22.07.26 313 1 13쪽
14 13화 범인과의 혈투 (2) 22.07.26 293 1 12쪽
13 12화 범인과의 혈투 (1) 22.07.25 315 0 13쪽
12 11화 여왕의 손아귀 (4) 22.07.25 340 2 11쪽
11 10화 여왕의 손아귀 (3) 22.07.24 332 3 12쪽
10 9화 여왕의 손아귀 (2) 22.07.22 361 5 11쪽
9 8화 여왕의 손아귀 (1) 22.07.22 415 6 11쪽
8 7화 최고기사 아놀드 (4) 22.07.21 436 6 12쪽
7 6화 최고기사 아놀드 (3) 22.07.21 483 5 12쪽
6 5화 최고기사 아놀드 (2) +1 22.07.20 570 6 12쪽
5 4화 최고기사 아놀드 (1) 22.07.20 703 4 11쪽
» 3화 수습기사가 너무 강함 (3) 22.07.19 827 9 11쪽
3 2화 수습기사가 너무 강함 (2) 22.07.19 903 12 12쪽
2 1화 수습기사가 너무 강함 (1) +1 22.07.18 1,258 10 11쪽
1 프롤로그. 희망찬 미래를 꿈꾼다 +2 22.07.18 2,165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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