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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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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2.07.18 12:32
최근연재일 :
2022.12.02 17:00
연재수 :
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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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글자수 :
579,291

작성
22.07.21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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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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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2쪽

7화 최고기사 아놀드 (4)

DUMMY

제이드는 매일 내성 공용 연무장을 향해 걸음을 옮겼고.

오늘 아침 식사 시간에서도 티론일행을 보지 못했다.


'여전히 바쁜가 보네.'


마법사들은 미처 보고 못 한 성과들을 보고하거나 각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티론일행을 제외하고도 많은 이들이 아침을 거르면서.

제이드는 조용해진 식당에서 식사를 만끽할 수 있었다.


‘조용해서 좋구만.’


어제와 마찬가지로 도착한 공용 연무장.

이번에도 세실은 보이지 않았다.


‘말단이 무슨 할 일이 있다고.’


제이드는 사실상 말단 취급을 받은 적이 없었기에 말단의 역할을 잘 이해하지 못하였다.

아무도 없는 연무장에서 혼자만의 수련을 시작했다.


‘이제 지루하지도 않군.’


새벽만이 아니라 시간이 비는 모든 시간에 했던 수련이다.

수를 세어보진 않았기에 얼마나 휘둘렀는지는 모르겠으나.

어느새 해가 져가고 있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


쾰른에서 강해질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은 이제 포기해야만 했고.

이곳 프리지아에서 어떻게든 강해지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었다.

목적도 분명하고 그것을 향해 노력하고 있지만, 속도는 더디기 그지없었다.


'역시 이래서는 답이 없어.'


이런 답답함에도 꾸준히 노력하는 것은 대견스러운 일이었으나.

제이드는 칭찬을 받고 싶어서 이러는 것이 아니었다.


‘퇴보한 상태에서 나아진게 없군. 여기로 온 것이 좋은 선택일까...?’


허무한 시간이 지나고 모든 수련을 끝낸 제이드가 목검을 내려놓자.

벤치에 앉아있는 아저씨를 눈치챌 수 있었다.


‘언제부터 있었던 거야?’


짙은 갈색 머리의 졸린 듯한 눈을 한 아저씨.

가벼운 옷차림 때문에 허리춤에 매어둔 검을 보지 않았다면.

연무장 관리자로 착각했을 것이다.


‘어째 묘한 사람이네.’


아저씨가 심상치 않은 사람인 것을 제이드의 감이 말해주었다.

수련을 끝마치고 아저씨를 물끄러미 쳐다보았고.

제이드의 시선에 아저씨가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자네가 손에 든 검은 무엇인가?”


아저씨가 대뜸 날리는 질문.

제이드는 흠칫 놀라고 만다.


‘내가 든 목검을 말하는 건 아닐 테고... 설마?’


제이드가 손에 들었다고 가정한 것은 대검. 그것을 제외하고도.


“대검, 장검, 세검, 단검. 아무리 그래도 목검으로 창은 좀 너무하지 않은가? 하하, 재밌고 대단한 노력가군.”


상정했던 모든 무기를 맞췄다.

뒷짐 진 채로 제이드를 요리조리 살피더니, 불현듯 자기소개를 했다.


“참. 나는 아놀드라고 하네. 이곳 로디니움의 기사지.”


프리지아 왕국에서 첫 손가락에 꼽히는 기사.

제이드는 마침내 아놀드를 만날 수 있었다.


‘드디어! 일단 인사부터...!’


자기소개를 듣고 제이드는 고개를 숙이고 정중히 인사했다.

일단 무조건 첫 인상은 나쁘게 보이지 않아야 한다.


“안녕하십니까. 아놀드 님. 제이드 수습기사입니다.”

“제이드라 기억해 두겠네.”


아놀드는 제이드의 이름을 기억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당당한 저 눈빛이 마음에 들었다.


‘흐흐, 아주 건방지구나.’

“어디 실력 좀 볼 수 있을까? 싫으면 말고.”


아놀드가 칼을 꺼내 들었다.

꺼내든 검은 목검이 아닌 진검.


“아니요. 부탁합니다.”


제이드도 마찬가지로 연무장에 배치된 진검을 꺼내 들었다.

오랜만에 마주한 검날을 석양이 밝게 비추었다.


“선공은 양보하겠네.”

“감사합니다.”


챙!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근처까지 돌진한 제이드가 검을 휘둘렀고.

부딪힌 풍압으로 둘의 옷이 펄럭였다.


‘역시 만만치 않아...!’


기습에 실패한 제이드의 손목이 시큰거렸다.

아놀드는 갑작스러운 기습을 너무나도 쉽게 막았다.


“날쌔구먼. 재밌어.”


아놀드는 흥미로운 표정을 짓더니 손목을 가볍게 돌려서.

제이드의 검을 뿌리치고 왼쪽 어깨 쪽을 베었다.


‘위험...!’


분명 가볍게 날린 공격인데도 제이드의 눈에는 빛살처럼 보였고.

황급히 몸을 돌려 아놀드의 검을 피했다.

아놀드가 내질러진 검을 회수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검을 피하느라 자세가 흐트러진 제이드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내가 더 빨라.'


제이드는 돌렸던 자세를 무리하게 고치려 하지 않았다.

몸의 중심을 더욱 낮추어 흩어진 검로를 수정하고.

낮은 자세에서 비어있는 아놀드의 옆구리를 정확히 노렸지만.

어느새 회수된 검이 아놀드의 옆구릴 지켜주고 있었다.


“미스릴 검이 참 좋아. 가볍고 튼튼하거든.”


아놀드가 은근슬쩍 검을 자랑하며 빠르게 반격했고.

빠른 속도의 연격에 제이드는 방어하기 바빴다.


‘젠장, 무기가 더 있어야 할 거 같은데.’


완전무장 상태가 아닌 것이 아쉬웠다.

그러한 잡념을 없애려는 듯 아놀드의 검격이 점점 빨라진다.


“끄으으으차!”

“힘이 장사로군.”


시간을 벌기 위해 제이드는 앞 허공을 크게 휘둘렀는데.

운이 좋게 아놀드의 검이 걸리며 물러나게 만들었다.

아놀드는 본격적으로 마력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자자, 마력도 마음껏 써보게.”


아놀드가 순간적으로 도약하면서, 제이드와 검을 맞대었다.

이를 악물었지만, 제이드가 속절없이 밀리는 상황.


“어라? 미안하군. 자네라면 이 정도는 괜찮을 줄 알았는데 말이야.”


아놀드가 당황하며 마력의 양을 조절하는 모습에 제이드가 입술을 깨물었다.


‘후우. 후우, 씨발.’


제이드도 이렇게 밀릴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

욕을 한다고 잃어버린 마나가 돌아오지 않았지만.

그렇지 않고서야 이 비참함을 떨쳐내기 힘들었다.


‘일단 가지고 있는 것을 총동원해서 싸운다!’


남아있는 한 줌의 마나라도 열심히 끌어올릴 수밖에 없었고.

제이드의 몸에 상처가 늘어가며 점차 결투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미처 방어하지 못한 허벅지.


“여기는 일부러 비워둔 건가?”


아놀드가 귀신같이 허벅지를 베었다.

계속 끌려다니면 안 된다는 생각에 제이드는 함정을 팠지만.


“너무 티가 난다네.”


오른쪽 어깨에 피가 튄다.

애써 파놓은 함정은 너무나 쉽게 간파당한다.

일부러 얇게 베인 탓에 대련에 지장은 없었으나, 여기저기 상처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괜찮아. 치명타는 없어. 윽!'


제이드는 싸울 수만 있으면 되기에 피를 흘리는 것 따위 상관없었지만.

순간 머리가 핑 돌며 한쪽 무릎을 꿇고 말았다.

아놀드의 검이 제이드의 얼굴 앞에서 멈춘다.


“자네, 피 보는 것에 익숙하군.”


아놀드의 게슴츠레한 눈과 제이드의 꺾이지 않은 눈이 마주친다.

아놀드는 제이드의 면모를 파악하고 싶은 듯 제이드의 눈을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 짜증나는 눈이야.’


그런 재능 따위 없는 제이드는 아놀드의 눈빛이 부담스러웠기에 다시 전투상황을 만들었다.


“네, 익숙한 편입니다...!”


앞선 말의 대답과 동시에 제이드는 얼굴 앞에 놓인 검을 올려치고, 뒤로 펄쩍 뛰어 물러났다.

허리춤에 있는 검집에 들고 있던 검을 단번에 꽂아 넣었다.


‘시간 끌어봤자 이길 방법이 없다. 그렇다면...!’


제이드의 손등과 팔뚝에서 힘줄이 튀어나오고, 부릅뜬 눈이 정면을 응시한다.

누가 봐도 검기를 발사할 거라고 예상할 수 있는 준비 자세.


'한번 두고 볼까.'


아놀드도 알고 있었지만 쫓아오지 않고, 그 자리에서 구경하고 있었다.


‘흐흐, 디아나도 이런 심정이었나? 정말 열받네...!’


검으로 제이드의 마력이 흘러들어 갔고, 눈 깜박할 사이에 검이 뽑혀져 있었다.

동시에 무언가가 아놀드를 향해 빠른 속력으로 날아갔다.


“으아아아아! 죽어어어어!!!”


뒤늦게 기합 소리가 공격을 따라갔고, 다행스럽게도 아놀드는 그 소리를 듣지 못했다.

까가각.

바닥을 깎아내며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형체는, 검집 안에서 응축하여 폭발적으로 쏟아진 검기였다.


‘조금 위험할 수도 있겠군.’


다만 그 속도와 힘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한눈에 보이는 가공할 위력.


‘일단 안전을 우선으로.’


아놀드는 짧게 고민한 끝에 검으로 검기를 막아보고, 신체는 공격 진행 방향에서 멀어지는 것으로 결정 내렸다.

곧이어 검기가 아놀드의 곁을 스쳐 지나갔다.

쾅!

바닥을 깎아내며 날아가던 검기는, 연무장의 담벼락을 허물며 허공으로 흩어졌다.


‘이거 굉장하군,.. 상급 마법도 버티는 담벼락을 허물다니...’


아놀드는 팔을 들어 올리며 잘려나간 소매와 동강 나버린 미스릴 검을 확인했다.

깔끔하게 잘려나간 단면.


‘큰일 날뻔 했군.’


피하지 않고 막았다면 아마 망신을 당했을 것이다.

힘을 쏟아낸 제이드가 땅에 털썩 주저앉는다.


“못 당하겠네요. 어떻게 그렇게 강해질 수 있는 거죠.”

“자네도 강하다네. 정말로.”


아놀드는 진심을 담아 위로했고, 새삼 제이드를 다시 보았지만.

제이드에게 그런 말은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적어도 당신 정도는 넘어서야 하는데. 너무나 멀게 느껴져...’


겨우 대견한 눈빛을 받으려고 노력한 것이 아니었다.

제이드는 적어도 최고기사를 상대로 승부를 겨룰 만한 실력에 도달하고 싶었다.


“더 강해져야 하는데.”

‘강해져서 복수를...’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제이드는 스스로 가망 없을 거라 숨겨두었던 목표를 꺼냈다.


‘이제는 가문 따위가 신경쓰지 않아.’


고심 끝에 다시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다짐했으니까.

그것과 별개로, 실패했던 복수는 완수하고 싶었다.


“지금 당장은 힘들겠지. 자네가 수십 년 간 노력해서 도달한 게 나니까.”

“그렇군요. 그거 아쉽네요.”


제이드는 한숨을 내쉬고 아예 바닥에 드러누웠고, 아놀드가 곁으로 다가와 물어보았다.


“마지막에 그건 무엇이었나?”

“비밀입니다.”


제이드도 아놀드와 맞붙기 위해서는 체내 마력활성화로 신체 능력을 끌어올린 상태였을 것이다.


‘분명 마력이 많아 보이지 않았는데.’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검기로 발사된 마력만 따진다면.

자연의 마나까지 사용한다는 마법사 비장의 수와 비슷해 보였다.


'그럴 수는 없지.'


체내에 있는 마나가 그 정도라면 전투 내내 검기를 쏟아내는 경이로운 일도 가능할 터.

즉, 말도 안 되는 마력 양이다.

만약 그렇다면 결투에서 처음 마력을 사용했을 때도 밀리지 않았을 것이다.


“오러 증폭 기술인가. 확실히 그런 기술을 익힌다면 강한 상대로도 분전할 수 있을 테지.”


최고기사답게 제이드의 기술 원리를 한눈에 알아보았지만, 아놀드가 난감하다는 듯 볼을 긁적였다.


“나한테서 그런 것을 기대한다면. 미안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겠군.”


아놀드는 제이드의 기대를 저버렸다.

최고기사라고는 하지만 프리지아의 기사.


‘역시 티모시 장군보다 한 수 아래라는 게 사실이었나...’


쾰른의 최고기사에 비교하면, 객관적으로 무력으로도 밀리고, 노하우와 요령, 기술 또한 떨어진다.

제이드는 쾰른에서 좀 더 후일을 도모하는 게 옳았을지도 몰랐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가문에서 도망친 것은 자신이고, 멋대로 기대한 것도 제이드였다.

희망 하나가 사라졌다고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비슷한 방법은 있지.”


마음을 다잡고 있는 제이드에게 아놀드가 희망을 주었다.


“비슷한 방법이요...? 그게 뭔가요?”

“글쎄, 자네에게 그럴 자격이 있을까.”

“네?”


옆에 서 있었던 아놀드가 연무장을 떠나가고 있었다.

말없이 가는 그를 향해 제이드가 소리친다.


“자격이 무엇입니까?”


대답이 없다.

당장이라도 붙잡아 세우고 싶었지만, 육체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고.

아놀드를 따라갈 수 없었다.

점점 멀어져가는 아놀드의 등.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제이드는 강해질 수단을 정말 간절히 원하고 원했다.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제발, 알려줘.’


제이드는 들끓어 오르는 답답함을 참고 물어보았다.


“알려달라고!”

‘제발 부탁드립니다.’


제이드의 간절한 외침에 아놀드는걸음을 멈추더니 뒤를 돌아보았고.

지긋이 바라보는 그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우선 기사부터 되게.”


아놀드는 멈췄던 걸음을 움직여 연무장을 떠났다.

하늘이 무너졌지만, 다행히 쏟아날 구멍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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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5화 가디언 디아나 (1) 22.07.27 311 0 13쪽
15 14화 범인과의 혈투 (3) 22.07.26 313 1 13쪽
14 13화 범인과의 혈투 (2) 22.07.26 293 1 12쪽
13 12화 범인과의 혈투 (1) 22.07.25 314 0 13쪽
12 11화 여왕의 손아귀 (4) 22.07.25 340 2 11쪽
11 10화 여왕의 손아귀 (3) 22.07.24 332 3 12쪽
10 9화 여왕의 손아귀 (2) 22.07.22 361 5 11쪽
9 8화 여왕의 손아귀 (1) 22.07.22 414 6 11쪽
» 7화 최고기사 아놀드 (4) 22.07.21 435 6 12쪽
7 6화 최고기사 아놀드 (3) 22.07.21 482 5 12쪽
6 5화 최고기사 아놀드 (2) +1 22.07.20 568 6 12쪽
5 4화 최고기사 아놀드 (1) 22.07.20 701 4 11쪽
4 3화 수습기사가 너무 강함 (3) 22.07.19 826 9 11쪽
3 2화 수습기사가 너무 강함 (2) 22.07.19 900 12 12쪽
2 1화 수습기사가 너무 강함 (1) +1 22.07.18 1,256 10 11쪽
1 프롤로그. 희망찬 미래를 꿈꾼다 +2 22.07.18 2,161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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