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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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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2.07.18 12:32
최근연재일 :
2022.12.02 17:00
연재수 :
113 회
조회수 :
23,495
추천수 :
92
글자수 :
579,291

작성
22.07.21 08:46
조회
483
추천
5
글자
12쪽

6화 최고기사 아놀드 (3)

DUMMY

또 다른 이름이 등장하자 제이드는 머리가 아팠다.

여기서 더 나올 게 있단 말인가.


“컨티넌트의 전투원들. 얼마 전까지 프리지아 출신이 두 명있었지. 아놀드 님이 은퇴하신 이후 이제 한 명만 남았지만.”


아놀드. 그가 이곳에 속해 있다는 것 만으로 높은 수준의 무력집단인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면서 제이드는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신기하네. 내부에서 권력 다툼은 없어? 제국이 꽉 잡고 있어서 문제가 없는 건가.”

“그런 문제는 수장이 직접 통제한다는데. 선을 넘는 자들은 가디언들이 찾아가고.”


제이드는 어디선가 겪은 듯한 상황에 기시감을 느꼈다.

마치 여왕의 손발인 사제단과 전투원인 팔라딘같지 않은가.


‘에이 설마...’


제이드는 침을 한번 꿀꺽 삼키고는 질문했다.


“수장이란 사람이... 황제야...?”


제발 아니기만을 바라면서 제이드는 세실의 입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아니, 황족이긴 한데 황제 본인은 아니래.”


다행히 제이드의 우려는 착각이었다.

굳이 황제 본인이 맡지 않고 친척에게 맡긴 것에 의구심이 들었지만.


‘나랑 상관없는 내용이지.’


깊이 파고들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제이드가 더 묻지 않자 가디언의 소개가 이어진다.


“그러니까 나라를 등쳐먹은 매국노가 곧 있으면 이곳에서 깽판 부린다는 거야?”


매국노라는 단어가 충격이었는지 세실이 얼굴을 감싸며 고개를 숙였다.


“내가 너무 설명을 못 하는데. 이걸 어쩌지...”


한참을 고심하던 세실이 고개를 들었다가 다시 내리더니,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가디언은...대륙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야.”

“하, 무슨 영웅들이라도 된다는 거야?”


제이드는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이 나왔고, 자신이 이해한 것이 맞는지 물었다.


“맞아, 정확해. 대륙의 문제들을 해결해주는 사람들이야. 봐봐. 그들이 뭘 했냐면...”


세실은 역사에 남은 가디언의 활약상들을 이야기해 주었다.

거인국 히베르와의 전쟁에서 잔혹한 거인왕 살해.

아카이아 공화국에 나타난 대악마 퇴치.

페르스 제도 안개 섬의 해적 망령들 봉인.


‘페르스 제도라면 나도 들었어. 분명 여왕이 직접 안개를 몰아냈다고 했는데...?’


그 중에서도 페르스 제도는 쾰른 동부 해안가에 존재하기에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제이드는 이 부분이 역사 왜곡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애초에 더 실망할 것도 없어.’


까면 깔수록 정말 진절머리가 나는 고향이다.

제이드는 잡생각을 뒤로 한 채, 머리를 굴려보았다.

결과적으로 기사와 마법사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면.


“마법사들은 대거 해고 당하고, 기사들을 시간을 들여 임명하겠군.”

“어쩌면 넌 내년이 아니라 올해에 기사가 될 수도 있어.”

“그건 좋네.”


세실은 제이드를 향해 잘됐다면서 축하해 주었고, 제이드는 기쁜 소식을 온전히 받아들였다.

수련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아 맞다. 컨티넌트였지?”


제이드는 디아나가 들어갔다는 조직이 컨티넌트라는 사실을 뒤늦게 떠올렸다.


**


마도 왕국으로 가는 마차 안.

깐깐한 인상의 중년 남성과 새파란 머리 색이 눈에 띄는 미녀가 타고 있었다.

입은 옷으로 봤을 때, 귀족으로 보이는 남성은 꼿꼿한 정자세로 앉아 있었고.

여성은 지루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좀 편히 계시죠. 보는 제가 다 불편하네요.”

“저는 이게 편합니다. 디아나님.”


디아나가 앞에 앉은 제국 관료에게서 창문으로 눈을 옮겼다.


‘조심해야 겠군.’


디아나의 기분이 매우 언짢아 보이는 탓에, 관료는 일단 심기를 건드리지 않도록 최대한 말을 아꼈다.

지속되는 침묵에 참다못한 디아나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이런 건 혼자 좀 하시지.”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름만 빌려주는 것과 직접 대면하는 것은 다른 것을 아시잖습니까.”


무력이 필요한 일이 아니면 가디언은 필요하지 않다.

오히려 전투상황이 아니라면 몇몇을 제외하고, 쓸모가 줄어지는 것이 가디언이란 존재들이었다.


‘나말고도 노는 사람들 더 있는데...!’


그럼에도 디아나가 직접 관료와 같이 가는 이유는 첫째로 고향 일이기 때문이고.

둘째로 그녀가 가디언의 막내이기 때문이었다.


'으, 귀찮아.'


휴가에도 제국의 노동조합 본부에만 있던 그녀에게 바람 좀 쐬라면서.

대장이 요구를 멋대로 수락해 버렸다.


‘막바지에는 추가 임무라니 진짜 너무하네...!’


귀족관료가 기분을 풀어주고자 했으나, 디아나의 기분은 나아지지 않았다.


‘에휴, 진작에 내 말 좀 듣지.’


프리지아의 꼴을 보고 있자니 부끄러움이 몰려온다.

마법사들의 파벌 싸움 때문에 제국이 나서다니, 디아나는 선배들이고 뭐고 다 입 다물게 하고 싶었다.


‘아빠, 왜 내버려 두는 거에요!’


디아나의 비위를 맞추려는 관료가 마침 프리지아의 이야기를 꺼내니 더욱 할 말이 없었다.


“조그마한 조언이 필요했을 뿐, 아직 큰 문제는 없으니 다행입니다. 디아나님이 계신다면 빠르게 해결될 것입니다.”

“하, 지금 소식 듣고 열심히 계책이나 모색하고 있겠죠. 아직 어리다고 회의에 끼지도 못하는데.”


디아나가 그 상황이 어지간히 분했는지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그녀의 모습을 보고 주제를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는지 제국 관료는 말을 돌렸다.


“대장님이 마지막에 추가 임무를 주셨다고 들었습니다. 얼핏 듣기로는 새로운 가디언을 생각한다는데. 맞습니까?”

“눼. 맞습니다.”


그녀의 말투를 애써 신경 쓰지 않으며 관료가 대화를 이어나갔다.


“혹시 아시는 분입니까?”


로디니움에 있는 사람이라면 디아나가 모를 리가 없었다.

가디언이 될만한 새로운 강자.


‘그런 사람이 남아있었던가?’


프리지아에 디아나를 제외하고도 그가 알지 못하는 강자가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관료의 생각을 읽었는지, 디아나의 다음 말이 그의 착각을 바로 잡아 주었다.


“있어요. 쾰른 출신의 악마 같은 사람.”

“쾰른 출신의 악마라. 흠. 그런데 악마라 불릴 정도로 심성이 나쁘다면 탈락이 아닙니까?”

“심성이 아니라...... 그래, 그냥 못되게 생겨서 그래요. 하하.”


자신의 말에 웃는 모습이 왠지 뭔가 숨기는 것 같았지만.

설명하기 귀찮다는 태도에 관료는 더 이상 물어보지 못했고.

대신 다른 질문을 했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 보니 능력은 있나 보군요?”

“능력이라, 네 능력은 확실하죠. 저를 이겼는데.”

“어어, 그러면 혹시 그 소문의 주인공입니까?”


관료는 궁금증을 숨기지 못하고 목소리를 높여 물어보았다.


‘쾰른의 팔라딘, 여왕의 총애를 받는 어린기사.’


디아나가 오만했던 시절, 패배를 알려주었다는 기사.

그 소문의 주인공을 어쩌면 디아나의 입으로 들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렇다면 가서 대면하면 재미있는 상황이 되겠군요. 하하.”

“글쎄요. 저를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어서.”

“네? 그게 말이 됩니까?”

“그때 제가 너무 약해서 잊었을 수도 있어요.”


디아나는 담담하게 말했지만.

매우 놀라운 발언이었기에 관료는 한순간 휘파람을 불며 감탄할 뻔했다.


‘자존심 강한 디아나님이 이렇게 말하다니?’


디아나한테 이런 평가를 받다니 정말 흥미로웠고.

둘의 만남에 자신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은근슬쩍 디아나를 한번 떠보았다.


“이제는 다르지 않겠습니까? 반대로 이제는 디아나님이 이기실 겁니다.”

“네, 뭐. 아무래도 그렇겠죠.”

“...?”


가라앉은 목소리. 갑자기 의욕이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무슨 실수라도 저지른 것인가?’


관료는 스스로의 말을 되짚어 보았고.

디아나는 더는 말하기 싫은 듯 창문 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휴가임에도 고향으로 가지 않고 가디언 본부에 있었던 이유.

디아나는 제이드와 만나고 싶지 않았다.


‘결국 이렇게 만나겠구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망명하기 전까지 디아나를 잊고 있었던 제이드와 달리.

디아나는 그의 소식을 일부러 접하고는 했다.


‘나쁜 소식만 한가득이었지만.’


조사국에 있는 제이드의 정보를 갱신될 때마다 찾아보았고.

디아나는 그동안 제이드가 어떻게 살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가디언 제의는 그에게 매우 좋은 기회가 될 것이 분명했다.


‘차라리 다른 사람이 전달한다면 좋았을 텐데.’


모든 것을 잃어버린 불쌍한 처지의 제이드를 만나기 싫었다.

하필 그에게 동아줄을 내려주는 인물이 자신이라니.

어떤 얼굴로 제이드를 볼지 디아나는 아직 정하지 못했기에,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


세실에게 축하를 받은 다음 날.

식당에 도착한 제이드가 바로 귀를 틀어막았다.


“아, 신이시여.”

“안돼, 이럴 수 없다고!”


누구보다 냉철한 마법사들이 신을 찾는다.

광기에 찬 모습을 보고 제이드는 제압이라도 해야 하나 싶었지만.


“이건 꿈이야. 누가 꿈이라고 말해줘!”

“다 틀렸어, 우린 끝났다고.”

“아, 망했어요.”


식당에 있는 모두가 비슷한 태도를 보였기에, 일단 두고 보기로 하며 음식을 받았다.

평소에도 마법사들이 식사하며 대화를 하지만, 이렇게까지 시끄러웠던 적은 없었다.


‘시끄럽지만, 내 식사를 막을 순 없지.’


다시 한번 음식을 받기 위해 일어났을 때. 마침 식당에 들어오는 친구들이 보였다.

우울한 분위기를 마법사 삼총사.


“너흰 또 왜 그래?”


제이드는 그들에게 다가가 자초지종을 물어보았다.

콜린이 울먹거리며 제이드에게 좋은 소식이 있다고 한다.


“제이드. 넌 이제 기사가 될 수 있어.”

‘아하.’


이제야 상황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었다.

제국에서 찾아온다는 소식을 다들 들었던 것이다.


‘아니, 비밀이라더니, 하루도 안가잖아.’


웃음이 나오지 않게 속으로 숨기면서 어색한 위로를 건넨다.


“아, 나도 들었어. 너희도 괜찮을 거야.”


불안해하는 콜린과 앙드레와는 달리 티론은 차분하게 자리에 앉아있었다.


“자리가 줄어들긴 하겠지만 될 사람은 되니까. 너무 우리 걱정 마라.”

“......알았다.”


걱정 따위 안 했던 터라 제이드의 대답이 조금 늦었다.

덜덜덜.


‘음...?’


제이드의 감각에 약한 진동이 잡혔고.

살짝 탁자 밑을 보니 티론의 두 다리가 초조한지 떠는 모습이 보였다.

제이드가 올라가는 입꼬리를 붙잡고 수프 한 숟가락을 들어먹는다.


‘오늘 따라 고소한데?’


금방이라도 도착할 거 같았던 제국 인사는 직접 1주 후에 도착한다고 전달하였다.

기한에 맞춰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매일 같이 왕성 회의가 끊이지 않았다.


-안되겠다. 우리도 지금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야.


제이드 일행 또한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고작 이틀 동안이었지만 제이드는 그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했고.

티론네 일행은 그들의 수고가 물거품이 되었음을 아쉬워했다.


-끝까지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해. 마음속으로라도 너를 응원할게.


정말 바쁜 모양이었는지 그 말을 끝으로 식당에서도 마주치지 못했다.

티론은 아놀드를 만난다는 계획을 이어갈 것을 추천했는데.

딱히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기에 제이드는 매일 공동 연무장으로 향했다.


‘이제 혼자 남았군.’


그나마 있었던 세실 조차 모습을 비치지 않게 되자.

제이드는 홀로 연무장에서 수련하게 되었다.

아놀드와의 만남을 반쯤 포기하고 있었을 때.


“자네가 손에 든 검은 무엇인가?”


이상한 아저씨를 만났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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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0화 신입 기사단장 (2) 22.07.29 253 1 12쪽
20 19화 신입 기사단장 (1) 22.07.29 288 0 12쪽
19 18화 가디언 디아나 (4) 22.07.28 273 0 12쪽
18 17화 가디언 디아나 (3) 22.07.28 267 0 11쪽
17 16화 가디언 디아나 (2) 22.07.27 282 2 11쪽
16 15화 가디언 디아나 (1) 22.07.27 311 0 13쪽
15 14화 범인과의 혈투 (3) 22.07.26 313 1 13쪽
14 13화 범인과의 혈투 (2) 22.07.26 293 1 12쪽
13 12화 범인과의 혈투 (1) 22.07.25 315 0 13쪽
12 11화 여왕의 손아귀 (4) 22.07.25 340 2 11쪽
11 10화 여왕의 손아귀 (3) 22.07.24 332 3 12쪽
10 9화 여왕의 손아귀 (2) 22.07.22 362 5 11쪽
9 8화 여왕의 손아귀 (1) 22.07.22 416 6 11쪽
8 7화 최고기사 아놀드 (4) 22.07.21 436 6 12쪽
» 6화 최고기사 아놀드 (3) 22.07.21 484 5 12쪽
6 5화 최고기사 아놀드 (2) +1 22.07.20 570 6 12쪽
5 4화 최고기사 아놀드 (1) 22.07.20 703 4 11쪽
4 3화 수습기사가 너무 강함 (3) 22.07.19 828 9 11쪽
3 2화 수습기사가 너무 강함 (2) 22.07.19 903 12 12쪽
2 1화 수습기사가 너무 강함 (1) +1 22.07.18 1,258 10 11쪽
1 프롤로그. 희망찬 미래를 꿈꾼다 +2 22.07.18 2,165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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