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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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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2.07.18 12:32
최근연재일 :
2022.12.02 17:00
연재수 :
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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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70
추천수 :
92
글자수 :
579,291

작성
22.07.29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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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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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9화 신입 기사단장 (1)

DUMMY

창문 하나 없어 답답해 보이는 넓은 공간.

조명이 환하게 비치는 회의장에서 소란스러운 논쟁을 벌어지고 있었다.


“도대체 왜 이러시오. 여기 있는 모든 인원의 시간을 너무 뺏고 있지 않소!”

“경이 고집을 꺾으면 되는 일입니다. 내가 잘못하는 것처럼 말하지 마시지요.”


가장 안쪽에 존재하는 두 단 높이 있는 상석과 바로 한 단 아래, 양옆에 존재하는 단상.

그 앞에 나머지 참가자들을 위한 자리가 일렬로 나열되어 있었다.


“절대 그렇게는 못하겠소. 그게 말이 가당키나 한 소리여야 동의를 하지.”



마도 왕국답게 상석과 가까운 자리에는, 대부분이 마법사로 보이는 자들이 앉아있었고.


“파비앙? 지금 장난하는 건가! 그 애송이가 기사단장 자리를 감당할 수 있겠나?”

“그러면 길버트만 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나가는 출입구 가까이에 기사들의 자리가 존재했는데.

웬일로 끄트머리에 존재하는 기사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길버트는 내가 직접 가르친 애제자일세. 2년간 본 내 눈을 의심하는 것인가!”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기사가 자신을 의심하냐는 듯 눈을 부라리며 으름장을 놓는다.

기사들이 목소리를 높여 다투는 데도, 그들보다 윗자리에 앉은 인원들은 가만히 있었다.


‘기사들이라고 목청 좋은 거 보소.’

‘쯧, 너무 체통 없이 구는군.’

‘기사들이 회의에서 큰 목소리를 내는 날이 올 줄이야.’


왕녀님으로부터 이번 기사단장 임명 건은, 기사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라는 명령을 받았기 때문이다.


‘아놀드 경이 나서야하는데.’


왕녀님도 자리를 비웠고, 이곳에서 그나마 저들을 말릴 수 있는 인간은 최고기사 아놀드 뿐이지만.


'흐아아암...'


아놀드는 상석의 오른쪽 자리에서 수면 보충을 하고 있었다.

염소수염의 기사는 노년 기사의 으름장에도 물러설 기색이 없었다.


“저도 길버트의 리더적인 모습은 알고 있습니다만, 파비앙에게도 기회를 주실 수 있는 거 아닙니까?”

“귀중한 경험이지. 가장 빛날 인재에게 주겠다는 게 나쁜가?”


이미 잘 돌아가는 기사단.

갑작스레 대량 인원을 보충해서 인력 낭비를 하느니, 새로운 목적의 기사단을 창설하기로 결론이 났다.


“어차피 젊은 인재들로만 창설되는 어린 기사단 아닙니까. 이번에는 양보하시죠.”


일단은 기사단 생활에 적응하도록 젊은 기사들을 모아 청년기사단의 형태로 만들 것이다.

문제는 이 기사단의 단장 자리에 누가 올라갈 것인가.


‘빌어먹을 노인네, 당신 뜻대로 될 거 같아?’


실력이 있는 젊은 기사들에게 이것은 절호의 기회였다.

물론 쓸데없는 권력 싸움이 일어날 수도 있어서.

정치적으로 자신의 입지를 다질 수 없도록 고위마법사들의 참여는 방지했다.


‘아델라 왕녀님. 기사들이라고 다를 것은 없어 보입니다.’


왕녀는 실력은 부족하나 충직한 기사들의 선택을 존중하기로 마음먹었지만.

그녀의 기대와 다르게 기사들은 자신들의 애제자를 단장에 세우기 위해 주장하고 있었다.


“그만, 자네. 어르신에게 무슨 말인가. 어르신도 조금 진정하시죠.”

“크흠.”

“네, 어르신. 제자에게 좋은 기회여서 너무 흥분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니네. 나도 이 나이에 이렇게 말다툼을 할 줄이야.”


머리가 벗겨진 기사단장이 둘을 말리고 중재를 시도하고, 둘은 진정하고 서로에게 용서를 구한다.

사람 좋은 푸근한 미소를 짓는 기사단장이 의견을 제시했다.


“확실히 어린 기사들에게 좋은 기회임은 틀림없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이리 회의를 하고 있지 않나.”


대머리에 가까운 단장의 말에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자.

기사단장이 손가락 하나를 들어 올렸다.


“자리가 하나인 것은 어쩔 수 없으니. 모두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어떻습니까?”

“오호, 그렇다면.”

“최근 임명된 기사들에게 토너먼트에 참가시키고 우승자에게 기사단장의 자리를 주는 것입니다.”


노년기사가 손뼉을 치며 좋아했고, 콧수염을 기른 기사는 마지못해 승인하였다.

가만히 듣고 있던 마법사들은 기사들의 말싸움이 끝날 분위기에 내심 기뻐했다.


“좋습니다. 확실히 강함 또한 하나의 조건이니 말입니다.”

‘강한 애를 뽑아 봤자 중앙은 동부 발끝에도 못 미칠 테지.’


말을 꺼내지는 않았지만, 마법사들은 이리 시간을 낭비하는 것에 불만이 가득했다.

권력이나 권한도 없는 자리에 뭘 그리 욕심을 부리는지.


“대중의 우리 기사들의 이미지를 타파하기 좋은 의견으로 보입니다.”

‘겨우 그걸로 인식이 바뀔 리가 있나.’


마법사들이 속마음과 다르게 빈말을 해주며 회의를 냉큼 마무리할 때.

엎드려 자고 있던 최고기사, 아놀드가 고개를 들었고.


“토너먼트?”

‘제발 다시 자주게.’

‘이제 좀 끝내자고.’

‘아오, 30분 길어지겠네.’


일어나기만 하면 훼방만 놓는 잔소리꾼에게 덜미를 잡혔다.


“아놀드 경, 어떤 문제가 있으십니까?”


하고 싶은 말을 참고, 옆자리의 마법사가 아놀드에게 의견을 구했다.

아놀드는 팔짱을 낀 자세로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눈을 감았고.


‘나이도 어린 게 진짜...!’


무시당한 마법사는 책상 아래에 주먹을 말아쥐며 화를 삼켰다.


‘흐음. 인재가 없어. 인재가. 다 별로야.’


어떻게 할지 고민이 길어지고, 모든 이가 숨죽인 채 아놀드의 입술만을 바라보고 있다.


‘다시 좋은 방법을 회의해보자’라는 끔찍한 제안이 아놀드의 머릿속에서 굴러가고 있을 때.

싸가지없지만 강했던 수습기사가 생각났다.


‘그 녀석이라면... 괜찮겠군.’


아놀드의 기준에서 제이드라면 충분히 강한 기사였고, 그를 일반 단원으로 썩히기도 아까웠다.


“토너먼트 참가자는 몇 명으로 할 거지?”


아놀드가 눈을 뜨며 기사단장을 향해 질문을 던졌고, 기사단장은 화들짝 놀라며 정중하게 답했다.


“최근에 임명된 기사들을 참가 시킬 생각입니다.”

“그게 몇 명인데?”


기사단장은 머리에서 흐르는 땀을 닦으며 명단을 되짚어갔다.


“추천받은 2명에 젊은 기사들까지 다 합하면 7명 정도 됩니다.”

“뭐야, 왜 그것밖에 안 돼?”


어쩌다가 기사단 노령화를 깨달은 아놀드가 놀라며 되물었다.


“...기사를 임명할 때 실력 순으로 뽑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크흠.”


어린 인재들이 동부 기사단에 가는 것도 한몫 했지만.

애초에 이곳에 오는 이들은 실력이 조금 부족한 자들이다.


‘대충 견적이 나오지.’


합격자들은 대부분이 동부에서 몇 년간 낙방해서 포기한 사람들이었다.

어리다고 말하기에는 힘든, 말 그대로 청춘이 지나간 시기.


‘우리가 무슨 마법사도 아니고.’


20대도 젊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정년이 70세가 넘어가는 마법사라면 모를까.


‘40세만 지나도 골병이 드는데.’


이제 기량이 떨어지는 그들은.

20대 중반을 넘어서 기량이 만개한 기사들을 충분히 한몫 할 수 있는 기사로 취급해 주어야 했다.

그편이 서로에게 편하고 옳은 행위였다.


“그래, 7명이라. 애매하네.”

“어쩔 수 없이 부전승을 넣어야겠습니다.”


부전승이라는 단어에 노년기사와 콧수염 기사의 눈이 빛냈지만.

아놀드가 싸늘한 표정으로 그들을 노려보자 눈을 바닥으로 깔았다.


‘한 명이 비다니. 딱 적당하군.’


딱. 딱.

단상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던 아놀드는 아까 떠오른 제이드에 대해 물었다.


“제이드는 들어가 있나?”

“...제이드 말씀이십니까? 아무래도 신입인데 넣기에는 자격이 모자라지 않을까, 생각되어 넣지 않았습니다.”


탁자를 치던 손가락이 멈추고, 아놀드는 단상을 내려칠 뻔한 것을 참았다.


‘걔들은 자격이 충분하냐?’


명단에 쓰인 이들 중 누구 하나 아놀드의 눈에 차지 않았다.


‘그냥 넣으라고 말해도 상관없겠지만. 이상한 소문이 나오는 것도 짜증나는데.’


괜히 정치적으로 엮이거나 구설수에 오르는 것은 귀찮았기에, 아놀드는 제이드가 참가할 방법을 고민했다.


“걔도 넣어.”

“그러면 참가자들을 포함해 불만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습니다.”

“이번에 세운 공로에 더 얹어준 거로 해.”

“기사가 된 것 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까?”


기사단장이 의문을 가지고 아놀드에게 물었다.

제이드가 스파이를 잡은 것은 고위 마법사 중에서도 소수만이 아는 일.

디아나를 첨가해 적당히 묻어버렸기에, 정치에 문외한 기사단장이 알 턱이 없었다.


‘아놀드 님이 편애하실 정도라는 건가.’


그저 수습 마법사를 이기는 뛰어난 기사라는 정도라고 알고 있었다.

아놀드는 최대한 관심이 없는 척, 툭 내뱉는다.


“기사들에게 강한 자와의 결투는 귀중한 경험이다. 이제 우리 프리지아 기사가 될 텐데. 챙겨준다는 인식도 심어주고, 좋잖아.”

“그런 깊은 뜻이 있으셨군요. 확실히 그런 대우를 해준다면 감동도 받고 충성심도 오를 것입니다.”


기사단장이 동의하며 명단에 제이드의 이름을 추가했다.

기사들은 아쉬워했지만 반대하지 않았고, 마법사들은 이제 끝났나 싶어 조금 어수선해지지만.


“대진표도 지금 만들어.”


또 다시 모여서 회의하는 것은 귀찮은 일.

모두가 자리에 착석하여 대진표 작성을 구경하였다.


“자, 빠르게 만들겠습니다.”


종이에 명단을 적고 접어 적당히 섞는다.

모두가 주목하는 가운데 종이를 뽑으며 대진표를 완성해나갔다.


“이걸 이렇게.”

“균형의 조화가 흥미롭군.”


흥미진진한 대결에 탄성이 나오기도 하고.


“쯧. 너무 밸런스가 안 좋네.”

“결과가 뻔하구먼.”


압도적인 실력 차가 존재하는 대결에 혀를 차기도 한다.


‘기사 토너먼트는 동부로 가지 않는 이상 보기 힘들지.’


잘 일어나지 않는 토너먼트 행사에 마법사들 또한 관심을 두게 되었다.


“5번 세실, 6번 길버트.”

“그렇지!”


노년기사가 자신의 애제자가 작년에 임명된 초짜 기사와 배치되자 환호를 뱉었다.

자신만만하게 콧수염 기사를 보았지만, 콧수염 기사 또한 의미심장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왜 웃는 거냐...?’


노년기사가 의아해하고 있을 때, 마지막 대진이 저절로 완성되었다.


“볼 것도 없이 마지막은 파비앙과 제이드군요.”

“이런...!”

“하하, 이게 이렇게 되는군요.”


아뿔싸, 노인기사는 탄식을 내뱉고 말았다.

세실은 초짜라지만 정식으로 임명된 기사.

그에 반해 제이드는 수습기사 3개월에 나이 또한 세실 보다 두 살이나 더 어렸다.


'마법사를 이겼다는 소문이 돌기는 하는데, 그럴 리가. 허풍이겠지."


행간에는 마법사를 이겼다는 말도 안 되는 헛소문이 돌고 있지만, 믿는 이는 없었다.

아무래도 실력은 제법이지만, 허풍이 심한 녀석으로 예상되었고.


‘잠깐, 이러면 제이드가 우승할 수도 있겠어. 아놀드 님은 이걸 원하신 건가?’


진실을 알고 있는 기사단장은 그제야 제이드가 우승할 수도 있겠구나 싶어, 아놀드를 힐끔 쳐다보았지만.

아놀드는 이제 관심 없다는 듯 엎드려 자고 있었다.


“이거 상당히 좋게 대진이 나왔군요.”

“아직 모르는 일이네.”

“네네, 그렇죠. 일단 먼저 8강전을 이겨야 하지 않겠습니까.”


8강전 따위 안중에도 없었지만, 노년기사와 콧수염 기사가 예의 차린 대화를 나누었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이 생사결이라도 나누는 것처럼 보였고.


‘이게 이렇게 될 줄이야. 죄송합니다.’


기사단장은 애매한 표정으로 그 둘을 바라보고 있었다.


‘뭐야, 쟤들 왜 저래.’

‘모르나 보군. 쯧쯧.’

‘이거 둘 다 탈락하겠구먼. 큭큭.’


제이드의 실력을 아는 마법사들은 속으로 비웃을 따름이었고.

아놀드 또한 마찬가지로 제이드의 승리를 의심치 않았다.


‘저 둘이 그나마 나은 놈들이라지. 좋은 경험 하겠네.’


서로 다른 생각을 뒤로하고 토너먼트 날짜를 정한 다음.

대진표와 함께 왕녀님께 보고할 문서를 작성하는 것으로 회의가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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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화 신입 기사단장 (1) 22.07.29 288 0 12쪽
19 18화 가디언 디아나 (4) 22.07.28 272 0 12쪽
18 17화 가디언 디아나 (3) 22.07.28 267 0 11쪽
17 16화 가디언 디아나 (2) 22.07.27 282 2 11쪽
16 15화 가디언 디아나 (1) 22.07.27 311 0 13쪽
15 14화 범인과의 혈투 (3) 22.07.26 313 1 13쪽
14 13화 범인과의 혈투 (2) 22.07.26 293 1 12쪽
13 12화 범인과의 혈투 (1) 22.07.25 315 0 13쪽
12 11화 여왕의 손아귀 (4) 22.07.25 340 2 11쪽
11 10화 여왕의 손아귀 (3) 22.07.24 332 3 12쪽
10 9화 여왕의 손아귀 (2) 22.07.22 361 5 11쪽
9 8화 여왕의 손아귀 (1) 22.07.22 415 6 11쪽
8 7화 최고기사 아놀드 (4) 22.07.21 435 6 12쪽
7 6화 최고기사 아놀드 (3) 22.07.21 482 5 12쪽
6 5화 최고기사 아놀드 (2) +1 22.07.20 569 6 12쪽
5 4화 최고기사 아놀드 (1) 22.07.20 702 4 11쪽
4 3화 수습기사가 너무 강함 (3) 22.07.19 826 9 11쪽
3 2화 수습기사가 너무 강함 (2) 22.07.19 901 12 12쪽
2 1화 수습기사가 너무 강함 (1) +1 22.07.18 1,256 10 11쪽
1 프롤로그. 희망찬 미래를 꿈꾼다 +2 22.07.18 2,162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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