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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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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2.07.18 12:32
최근연재일 :
2022.12.02 17:00
연재수 :
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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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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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글자수 :
579,291

작성
22.07.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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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15화 가디언 디아나 (1)

DUMMY

“뭐 굳이 보낼 생각은 없다.”


손가락에 엉킨 긴 머리카락 때문에 머리가 제이드의 손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한참을 털어내자 겨우 떨어지는 머리통.


“하하...”


제이드의 허탈한 웃음을 끝으로 길었던 여정이 막을 내리고.

제이드는 신경질적으로 바닥에 놓인 머리통을 걷어찼다.


“내가 이대로 죽을 거 같아...?”


억눌린 울분을 조그맣게 토해낸다.

어깨는 당장이라도 떨어져 나갈 것 같고, 당장이라도 기절할 듯이 온 몸에서 피가 흐르지만.

제이드는 이번에도 살아남았다.


‘이대로 오는 대로 다 죽여주마. 아니다. 언젠가 직접 내가 너희를...!’

“후.....”


한바탕 소리를 지른 제이드는 자신의 머리를 헝클이고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켰다.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앞서 한 행동들을 후회했다.


‘시체를 걷어차다니. 이게 무슨 짓이야...’


피곤하니 별짓을 다 한다.

제이드는 이대로 뻗어서 자고 싶었지만, 아직 할 일이 태산이다.


‘일단 콜린 상태를 보고, 티론이 무사한지도 확인...’


마음이 너무 앞섰던 탓일까.

제이드는 발을 헛디뎌 넘어지고 말았다.


'그냥 이대로 쉴까...?'


분명 괜찮다고 여겼던 육체에 몰려오는 엄청난 피로, 저절로 감기는 눈.

엎드린 자세에서 고개를 들어 올려 가까스로 콜린을 바라본다.


“살아있네...”


위아래로 움직이는 콜린의 가슴 부근.

제이드는 콜린이 살아있는 것을 확인하고, 정신을 잃었다.


*


쾅, 철컥, 철컥.

허락도 없이 강압적으로 방문이 열리고, 무장한 경비들이 방안을 점령한다.


“아그네스 공주. 당신은 범죄자 제이드에게 협력한 혐의가 있다. 순순히 포박당하도록.”


갑옷을 입은 기사가 앞으로 나오며 큰 목소리로 고했다.

언제든 검을 뽑아들 자세.


‘공주님...’

‘죄송합니다.’


범죄를 저지른 정황이 있다 하더라도 공주 앞에서 불경한 태도를 보이다니, 평범한 기사였다면 되레 끌려나가겠지만.


‘역시 티모시 장군, 공주님이라도 사정을 봐주지 않네.’


앞에 서 있는 기사는 여왕의 명령만을 따르는 팔라딘.

그것도 팔라딘의 조장이자 쾰른의 최고기사인 티모시 장군이었다.

공주는 별다른 저항 없이 수갑을 찼다.


‘제이드, 무사했구나. 다행이야.’


잡혀가는 상황에서도 무표정한 모습과 대비되는.

화사한 분홍색 머리칼에 시선을 빼앗기고 마는 신비로운 분위기의 공주.

아그네스는 안도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어머니께서 아신 모양이네.’


여왕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약혼자의 행적을 쫓지 않았지만, 결국에는 알아챈 모양이다.


“어디로 가는 거죠.”

“성내 지하 감옥입니다.”


티모시는 무덤덤한 대답에 아그네스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외부에 설치된 범죄자 수용소와 다른 목적으로 만들어진 감옥.


‘살아서 남을 수 있을까...?’


오로지 여왕이 관리하는 곳이자, 여왕의 마음대로 풀어주고, 고문하는.

관리라는 단어도 가져다 붙이기 힘든 장소였다.


‘당신이 보고 싶어요.’


만나고 싶지만 곤란한 상대.

언제나 경계와 의심을 품고 있지만, 때때로 진심으로 자상하게 대해주었던.

아그네스는 제이드가 보고 싶었다.


공주가 지하감옥으로 끌려가고 있을 때.

비정한 명령을 내린 그녀의 어머니, 코린느 여왕은 화려한 의자에 앉아 와인을 음미하고 있었다.


“흐음. 괜찮네.”


몸 이곳저곳에 값비싼 악세사리를 걸치고.

어두운 조명에 비춰 보이는 보라색 머리와 피처럼 붉은 눈동자.

누가 저 외모를 여왕으로 생각하겠는가.

코린느에게는 누구나 한순간 눈길을 빼앗을 불길한 아름다움이 존재하였다.


“흠~. 흠~.”


콧노래를 부르며 와인 잔을 이리저리 돌리는 여왕의 앞에 한 기사가 무릎 꿇었다.

와인 잔을 돌리던 그녀가 잔을 놓치고, 와인이 담긴 잔이 기사 앞에 떨어진다.


“와인 맛은 좋은데, 기분은 참 더러워.”


잔이 바닥과 부딪혀 깨지면서 붉은 액체가 튀어 기사의 장화를 더럽히고.

하녀들이 다가와 청소를 하고, 코린느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아그네스는 잘 들어갔어?”

“네, 지하감옥으로 연행되었습니다.”


공주를 말하는 여왕의 표정에서 애정을 느낄 수 없었다.

그저 괘씸하다는 듯, 한껏 찌푸린 인상.


“날 속이려 들다니, 요망스러운 딸이라니까.”


가사는 장화를 타고 흘러내리는 붉은 물방울을 조심스럽게 털어내며, 공주의 처우에 대해 물었다.


“처벌은 어찌하시겠습니까?”


아그네스는 제이드가 프리지아로 넘어가는 순간.

제이드에게 도움을 주었고, 그 사실 또한 숨겼다는 의혹이 있다.


‘공주님을 어떻게 할 셈이지?’


기사는 코린느가 어떤 판결을 내릴지 종잡을 수 없었다.


“나 둬봐. 나중에 정하게.”


코린느는 심드렁하게 대꾸하자 기사는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이전 죄수는 저 말을 끝으로 아사로 처리되었다.


‘공주님 제발 무사하셔야 합니다...!’


불길한 상상을 하던 기사가 여왕의 질문에 정신을 차렸다.


“3번이 죽었다고? 확실해?”

“확실합니다. 정황상... 제이드에게 살해당한 것 같습니다.”


3번 사제의 죽음은 확실하고 그녀의 보고에 따르면, 제이드와 격돌 끝에 사망한 것으로 보였다.

코린느는 납득이 안가는 표정을 지었다.


“제이드한테? 말이 안 되는데.”


마치 믿을 수 없는 현상을 목격한 것 마냥, 여왕은 의문을 가지고 심각하게 고민한다.

불가사의한 문제를 맞이한 것 마냥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


‘왜 저리 고민을 하는 거지. 그렇게 놀랄일은 아닐텐데.’


제이드는 범죄자지만 훌륭한 기사.

그의 고유기술까지 생각하면 사제 따위가 이길 리가 없다.


‘그렇다고 호기심에 목숨을 잃을 수는 없지.’


궁금하지만 여왕에게 여쭤볼 수도 없었다.


‘여왕에게 제이드는 일종의 역린 같은 존재니까.’


여왕의 앞에서 제이드에 대해 함부로 혀를 놀릴 수 없었다.

한편, 코린느가 고민하는 것은 당연했다.


‘분명히 망가뜨렸는데.’


홧김에 망가뜨린 장난감. 그것이 제이드다.

자신에게 반기를 든 제이드를 보고 화를 주체할 수 없었고.


‘바보 같은 짓을 했어.’


제이드의 육체를 가르고 자르며, 내부에 잠재한 마나를 샅샅이 분해했다.

쉽게 죽지 않도록 회복을 시키며, 장기에 스며든 마력도 쭉쭉 뽑아냈다,


‘더 이상 가지고 놀 수도 없어서 버렸는데.’


티끌만한 마력만 남기고 투기장에 던져버리고 잊었다.

그의 아비. 발테르 백작이 하소연하여 맹약을 하지 않았다면, 제이드는 그대로 죽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재활에 성공하다니. 분명 재생력을 전부 소모시켰는데.’


여왕이 고문한 것을 후회하고 있을 때, 제이드가 재활에 성공했다는 소문이 돌더니 도망쳐버렸다.

제이드를 다시 잡아들이는 이유.


'개조해 보고 싶단 말이지.'


과연 제이드가 자신의 축복을 받는다면 어떨까.

본래는 제이드의 시체로 자신의 호위 인형으로 만들려고 했었지만.


‘평범하지 않은 소재야.’


더 대단한 무언가가 탄생할 것 같았고, 연구할 가치도 충분해 보였다.

새로운 정보에 구미가 당겼고, 어서 소재를 확보하고 싶었지만.


'쯧, 이러면 어떻게 한다.'


프리지아에 미리 잠입해 있었던 사제는 조라, 한명 뿐이었다.

고작 장난감을 찾기 위해서 급하게 파견했다가, 허무하게 자신의 손발을 잃을 수는 없었다.

여왕이 다리를 꼬며, 기사에게 물었다.


“프리지아에 제비가 얼마나 있지?”

“13명입니다.”


제비는 여왕이 자주쓰는 암살부대를 칭하고, 여왕의 휘하에서 가장 규모가 큰 조직이었다.


“모두 소모 시켜. 죽이는 것 만이라도 달성하라고.”


죽이기만 하면 시체를 빼돌리든, 나중에 무덤을 파내서 가져오든.

쾰른으로 데려오는 것이 수월해 질 것이다.


‘또 한번 그 신체를 가지고 놀 수 있다니.’


여왕의 입가에 맺히는 환한 미소.

역시 제이드는 최고의 장난감이었다.


*


회복실에 누워있는 콜린과 깁스를 한 티론.

그들에게 며칠 동안 익숙해진 풍경이었다.


“티론 괜찮아?”

“그래, 그나마 너는 아무 일 없어서 다행이다.”


앙드레는 조라를 마주치는 일 없이 티론과 합류하였고, 다행히 티론도 죽지는 않았는데.


“제이드 미안, 살아남으려면 조라에게 네 이야기를 해야 했어.”

“아니야. 잘했어. 살았으면 됐지.”


조라가 조금 늦게 온다고 달라지진 않았을 터.

제이드는 쓴웃음을 지으며, 티론의 판단을 칭찬했다.


“자신감 넘쳤는데. 제이드 너도 심하게 고생을 했구나.”

“살아남은 게 기적이라고. 제이드가 없었으면 콜린이나 나는 이미 죽었어.”


티론의 진지한 대꾸에 앙드레도 놀릴 의도는 아니었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정정하였다.


‘죽지 않는 게 다행인 상황이었지.’


제이드는 티론의 의견을 마음속으로 동의했다.


“하여튼 대단하다니깐.”


티론과 앙드레, 콜린이 마법사 삼인방은 제이드의 활약과 실력에 놀라워했다.


‘뭐하는 놈이지...?’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하급 마법사 데리고 상급 마법사를 이긴 셈이지.’


압도적으로 마법사가 유리한 공간에서 싸워 이기다니, 제이드의 저력은 상상한 것 이상임을 알 수 있었다.


‘내가 도움이 되긴 했나...?’


콜린은 사건에 대해 더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는지, 이야기에 끼어들어 화제를 돌렸다.


“티론, 앙드레 축하해. 너흰 여기 남았네.”


축하를 받는 티론과 앙드레의 표정이 석연치 않았는데.

콜린은 로디니움에 남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귀하는 로디니움에 거주하시기에 부족함이 있습니다. 동부 하이웰 공작령으로 가실 것을 추천합니다.


프라지아는 수도에 밀집된 마법사들을 동서남북의 변경을 비롯한 각 영지에 파견을 보내는 것으로 결정했고.


“괜찮아. 오히려 고향이랑 가까워서 좋네.”


콜린은 자리를 옮겨야 하는 대상.

그는 회의 결과를 받아들이고, 이미 마음을 정해둔 상태였다.


‘어차피 나는 왕실 마법사가 되기 힘드니까.’


콜린은 그러한 결론에 더할 나위 없이 크게 만족한다고.

실제로 미련없는 듯 속이 후련한 미소를 짓고 말했었다.


‘거참 뭐가 만족스럽다는 거야. 쫓겨나는 건데.’


제이드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의 뜻을 존중하기로 하였고.

콜린의 심정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이번 일 무사히 끝난 김에 밥이나 비싼 걸로 먹자고.”

“저번에 말한 대로 제이드가 사는 거지.”


제이드에게도 좋은 소식이 있었다.


“기사 임명도 확정됐는데 좀 사라.”


제이드는 이번에 창설될 기사단의 일원으로 점찍혔고, 기사단장의 집무실에 불려가서 확답받은 상태이다.

친구들은 제이드의 일을 축하해 주었다.


“바로 될 줄은 몰랐는데.”

“보통 그래도 시험은 보지 않나?”

“아놀드 님이 무조건 통과시키라는데 어쩌겠냐.”


제이드가 기사로 등용된 것은 아놀드의 입김이 작용한 탓이 크다.

세간에 알려진 제이드의 공로로는 기사가 되기엔 부족했다.


‘아무래도 나를 알리기엔 조금 꺼림직하지.’


왕성에 스파이가 잠입했다는, 그것도 왕실 마법사였다는 사실이 마탑 윗선을 발칵 뒤집었고.


‘티론이 아직도 책임 공방이 끝나지 않았다는데. 아마도 이러다가 조용히 묻힐 거라고 했었나?’


마무리가 안된 상황에서 정확한 사건 내용과 제이드의 활약은, 윗분들에게만 넌지시 알려져 있었다.


‘괜히 유명해져서 다 까발려지는 것 보다 이게 낫겠지.’


물론 조금만 캐보면 제이드의 이름이 나올 상황이었지만, 그럴 일은 없었다.

유명한 인물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공범, 조사관을 습격한 미냐드를 잡은 영웅.


“어떻게 딱 맞춰서 오냐. 필요할 때 오네.”

“디아나, 오랜만에 반가웠지. 그동안 변한 게 없던데?”


자정에 도착할 것이라 들었던 제국의 관료와 디아나는 예상보다 일찍 도착하고.

디아나는 위기에 처한 조사관을 구했다.


‘다른 놈이 채갔으면 뭐라도 내놓으라고 따졌겠지만. 나 때문에 고생했다니까. 조금 봐줘야지.’


이 일로 스포트라이트는 디아나가 다 차지해갔기에, 제이드의 소식은 알만한 사람만 아는 비밀이 되었다.

쾰른의 기사가 조국의 스파이를 잡았다는, 아리송한 이야기는 그렇게 묻혔다.


‘근데 좀 말이 이상하다?’


제이드는 문득 콜린의 어투에서 이상한 부분을 느꼈다.


“디아나를 만났어?”


마법사 친구들은 디아나와 만난 듯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었다.


‘바쁜 거 아니었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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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0화 신입 기사단장 (2) 22.07.29 253 1 12쪽
20 19화 신입 기사단장 (1) 22.07.29 288 0 12쪽
19 18화 가디언 디아나 (4) 22.07.28 273 0 12쪽
18 17화 가디언 디아나 (3) 22.07.28 267 0 11쪽
17 16화 가디언 디아나 (2) 22.07.27 282 2 11쪽
» 15화 가디언 디아나 (1) 22.07.27 312 0 13쪽
15 14화 범인과의 혈투 (3) 22.07.26 314 1 13쪽
14 13화 범인과의 혈투 (2) 22.07.26 293 1 12쪽
13 12화 범인과의 혈투 (1) 22.07.25 315 0 13쪽
12 11화 여왕의 손아귀 (4) 22.07.25 340 2 11쪽
11 10화 여왕의 손아귀 (3) 22.07.24 332 3 12쪽
10 9화 여왕의 손아귀 (2) 22.07.22 363 5 11쪽
9 8화 여왕의 손아귀 (1) 22.07.22 417 6 11쪽
8 7화 최고기사 아놀드 (4) 22.07.21 436 6 12쪽
7 6화 최고기사 아놀드 (3) 22.07.21 484 5 12쪽
6 5화 최고기사 아놀드 (2) +1 22.07.20 570 6 12쪽
5 4화 최고기사 아놀드 (1) 22.07.20 703 4 11쪽
4 3화 수습기사가 너무 강함 (3) 22.07.19 828 9 11쪽
3 2화 수습기사가 너무 강함 (2) 22.07.19 903 12 12쪽
2 1화 수습기사가 너무 강함 (1) +1 22.07.18 1,258 10 11쪽
1 프롤로그. 희망찬 미래를 꿈꾼다 +2 22.07.18 2,166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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