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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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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2.07.18 12:32
최근연재일 :
2022.12.02 17:00
연재수 :
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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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52
추천수 :
92
글자수 :
579,291

작성
22.07.29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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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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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20화 신입 기사단장 (2)

DUMMY

삐걱거리는 의자와 얼룩이 묻어있는 탁자.

허름해 보이지만 이곳은 모험가와 용병을 비롯한 여행자에게 제일 인기가 높은 여관이다.


-문제 있으면 부르시오.


치안대에서 은퇴한 노인이 표지판에 창을 기대어 둔 채 흔들의자에 앉아있었고.

범죄자같이 생긴 여관주인이 테이블 바를 지키고 있었다.


“다들 잔 채워. 오늘은 내가 쏜다!”


수도가 치안이 좋다지만 어디서나 싸움은 일어날 수 있는 법.

저들이 있기에 용병들은 이곳에서 마음 편하게 술을 마실 수 있었다.


“캬, 죽이는 구만.”


물론 이들도 중요했지만, 이곳이 최고의 여관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여기 맥주 한잔 더 주시오!”

“네. 아빠, 맥주 한잔 더 주세요!”


여관주인의 딸이자 이곳의 마스코트인 미녀 종업원 덕분이었다.

사각턱의 용병이 헤벌쭉 웃으며 종업원을 보다가 여관주인의 고개가 이쪽을 향하자.

미소를 지우고 일행들과 마저 이야기를 나눈다.


“이렇게 큰 행사있을 줄이야. 오랜만에 콜로세움까지 열었다지?”


최근 귀족들만이 아니라 평민들도 볼 수 있는, 기사들의 결투 소식에 수도 전체가 떠들썩하다.


“뭐, 우리야 좋은 구경거리가 생겨서 좋다만.”


날이 다가올수록 훨씬 관심이 높아지면서.

시민들은 기대에 가득 차 어서 그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네는 누구에게 걸었나?”

“보나마나 길버트랑 파비앙 둘 중 하나 아니것소.”


대회하면 빠질 수 없는 도박이야기.

대부분이 유명한 마법사만 알지, 참가자 중 누가 훌륭한 기사인지는 몰랐지만.

어디서나 정보통은 있는 법이다.


“길버트 그 양반은 들은 적이 있지. 그 양반이라면 동부기사도 가능할 거 같다고 하던데.”


벌써부터 참가자들의 인상착의가 그려진 전단지가 만들어지면서.

시민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었다.


“난 망명기사 제이드에게 걸었다오.”


눈가에 흉터진 용병이 소녀 대신 다가온, 여관 주인에게서 술잔을 받으며 대답했다.


“자네도 타지에서 왔었지? 자네 같은 이들 덕분에 배당이 좋아졌단 말이야. 크하핫!”


사각턱의 용병이 탁자를 치며 호탕하게 웃는다.

의도했는지 모르겠으나 참가자들의 소개 글은 꽤나 큰 영향을 준 모양이었다.


“망명기사라는 글귀가 그렇게 심금을 울렸다는데 그게 사실인가?”


경력이 거의 없어서 배당이 제일 높을 것으로 보이던 망명기사 제이드는.

희한하게도 중위권에 자리 잡고 있었다.


“아니, 나는 목에 난 흉터가 너무 인상적이어서 그를 골랐소.”

“확실히 눈에 띄긴 했지. 어린 나이라고 하던데 고생 좀 했나 봐.”


포스터에 그려진 제이드의 얼굴을 떠올리는 듯, 사각턱 용병이 천장을 바라보며 미간을 좁힌다.

눈가에 흉터진 용병이 맥주잔을 들어 올리고, 나머지 인원들도 잔을 들어 올려 건배를 한다.


“벌써 내일이라니, 참 알맞게 왔어.”

“동부 대회는 보지 못할 것 같아서 실망했는데. 이거 기대되는구먼.”

“북쪽에서 몇 개 빠르게 끝내고 호위 임무 하나 받아서 가면 되잖소.”

“좋은 생각이야. 하핫!”


사각턱 용병이 엄지를 치켜들고는 맥주를 쭉 들이켰다.

나머지 인원들도 남아있는 맥주를 입에 다 털어 넣더니, 주인장을 향해 새로이 주문하였다.


*


제이드와 디아나는 다툼 이후로 서로의 지난 날들을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면 이제 괜찮은 거야...?


디아나는 제이드가 모든 것을 직접 설명해준 유일한 인물이 되었고.

모든 것을 버리고 온 제이드에게 디아나는 가뭄의 단비와 같았다.


-괜찮은 편이지. 불안하지만 힘도 되찾았고, 기사도 될테니까. 그보다 전해줄 게 뭐야?

-그건 대충 설명하자면... 혹시 가디언이라고 알아?


처음에는 제국으로 가자는 말을 해서, 바로 준비해야하나 싶었지만.

한가한 제이드와 달리 디아나는 매우 바빴다.

여왕을 만나고, 마탑에 들리고, 아놀드와 만나더니.


-미안한데. 혼자서 다녀와야 할 것 같아.

-같이 가는 거 아니였어?

-급한 사정이 생겨서. 미안. 빨리 다녀올게.


다음에 왔을 때 같이 가자는 제안을 하고, 제이드는 디아나를 제국으로 떠나는 것을 배웅했다.


‘나도 가디언이 되는 건가?’


디아나는 정해진 것은 없다고 하지만, 그녀 또한 느닷없이 초대받고 가디언이 된 케이스.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해주었다.


‘가디언이라 얼핏 듣기에 괜찮은 제안이야.’


디아나도 마법을 연구하고 성공한 것은 전적으로 가디언에 들어간 덕분이라고 한다.

분명 제이드도 배울 것이 많다고 강력하게 추천하는데.


‘아놀드는 어쩐다. 이게 걸리네.’


기사가 되기로 한 약속도 있었기에 조금 고민이 되었다.


디아나가 떠난 지 사흘째.

제이드는 콜린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병실로 찾아갔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군.’


콜린이 퇴원해서 이제 내일이면 떠난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콜린이 일어나며 병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제이드를 반가워했다.


“오, 제이드. 이대로 인사도 없이 가는 줄 알았네. 그래도 아예 정이 없는 녀석은 아니구나.”


제이드가 디아나에 집착한 덕분에 콜린의 송별회는 흐지부지되었고, 제이드는 돈을 아낄 수 있었다.


“친구니까. 작별 인사는 해야지.”

“크, 이거 감동이네.”


콜린이 눈물을 닦는 척 손으로 눈가를 훔치고, 제이드는 바로 콜린의 감동을 없애버렸다.


“인사는 이걸로 됐고,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바로 본론이냐, 하하. 내가 뭣 때문에 왔는지 맞춰볼까?”


용건을 입에 담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콜린은 웃으며 넘어갔고.

그는 무엇 때문에 왔는지도 이미 알고 있었다.


“토너먼트 때문이지? 수도 곳곳에 퍼뜨렸다고. 시민들이 아주 기대한다고 들었어.”


마법사 유망주들을 위한 세미나만을 주구장창 열던 로디니움의 흔치 않은 행사.

게다가 토너먼트 참가자들의 이름이나 경력 같은 간략한 정보들까지 풀리면서.

누구를 응원할 것인지도 정할 수 있었다.


“‘타국에서 왔지만, 누구보다 이 나라를 사랑한다. 망명기사 제이드’ 큭큭큭.”

“...누가 그딴 구호를 적었는지 모르는 게 아쉽네.”


콜린이 한 손에 토너먼트 전단지를 들고, 하단에 쓰인 문구를 가리키며 기분 나쁘게 웃었다.

제이드는 포스터를 찢어버릴 듯 노려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망명기사라 설명이 되어있는데, 이것 때문에 문제가 생긴 거야?”

“그거 때문이겠냐? 상관없어. 나한테 중요한 건 이게 왜 개최되었냐는 거지.”


공교롭게도 자신이 기사가 되고 개혁이 일어나는 시점에 개최된 시합.


‘굳이 이 시기에 여는 이유가 있겠지.’


로디니움의 젊고 전도유망한 기사들을 소개하며 이미지를 새롭게 만들겠다는데.


‘말도 안되는 소리야.’


이런 식으로 고쳐질 리도 없으니 틀림없이 다른 목적이 있을 것이다.


“티론과 앙드레와 이야기했는데, 이번에 창설될 기사단과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할 뿐. 별다른 의견은 없었어.”


제이드에게는 따로 설명도 없이 공문만 떡하니 내려왔기에, 무엇 때문에 열렸는지 알 수도 없었고.

자세한 사정을 물어볼 만한 세실도 계속 보이지 않았다.


‘티론은 뭔가 아는 듯 같았지만, 앙드레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지.’


콜린만 빼놓을 수 없었기에 인사도 할 겸, 의견을 물어보러 온 것.


“쯧쯧, 걔들은 똑똑한 편이지만, 이런 정치적인 이슈는 잘 모른다니까.”


최근 병실에만 있는 콜린이 알아봤자 얼마나 알까 싶었지만.

제이드는 일단 의구심을 억누르고 이야기를 들었다.


“딱 보이잖아. 토너먼트 참가자는 새로 만들어질 기사단에 들어갈 기사들이고, 이 대결은 기사들의 서열정리인 게.”

“...서열정리? 그거 맞아?”


티론과 앙드레, 이 둘과 의견을 주고받을 때도 한번 나왔지만.


-기사들이 무슨 짐승들이냐. 그리고 고작 그런 이유로 이렇게 크게 행사를 개최하겠어?


티론이 기각시켰다.

애초에 기사들은 강함 뿐만이 아닌, 충성심과 경력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라면서.


“뭐, 서열전이 아니더라도 기선제압은 중요하니까...”


목소리가 작아지면서 자신감이 줄어든 콜린의 충고를 마지막으로.

제이드는 시합날이 다가오는 것을 기다렸다.


시합날 당일.

하늘은 맑았으며 둥그런 구름이 시원한 바람을 따라 천천히 유영하고 있었다.

제이드는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자신의 컨디션이 최상인 것을 확인했다.


‘오늘 하루 만에 모든 경기가 치러진다고 들었는데. 좋아.’


몸에서 힘이 넘쳐서 주체하기가 힘들다.


'마음 같아선 하루 종일 연습용 허수아비라도 때리고 싶은데.'


대결을 위해서 참고 얌전히 콜로세움의 대기실로 향했다.


‘결국 대회의 의미 따위 알 수 없었지만.’


마법사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봤지만, 정확히 어떤 결과가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

딱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일단 이겨서 나쁠 것이 없다는 거지.’


토너먼트가 기사 서열전이든, 기사단 입단 평가이든 나중에 가보면 알 것이다.

제이드는 대기실 의자에 앉아 여유롭게 휘파람을 불었다.


‘아직 멀었나?’


다른 참가자들이 봤다면 강심장이라며 칭찬을 할 태도지만, 제이드는 전혀 긴장할 이유가 없었다.


‘기껏해야 세실 윗 단계겠지.’


첫 번째 시합이 시작되었는지 관중의 환호소리가 들려왔다.

시간이 지나며 몇 번의 함성이 들려오고, 얼마나 대기하고 있었을까.

대기실 문이 열리고 병사가 들어왔다.


“제이드 씨. 다음 시합이십니다. 등장 입구로 모시겠습니다.”


병사의 안내를 따라가니 경기장이 보이는 입구에 들어서고, 안내는 여기까지였는지 병사가 물러난다.


“세실 경이 입구로 오고 사회자가 부르면 나가시면 됩니다.”


세실과 길버트라는 놈의 경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황토색 머리와 굳센 눈매.


‘정석적인 자세네.’


길버트는 세실을 몰아붙이며 어렵지 않게 제압하는 듯 보였다.


‘쟤, 왜 저래.’


흔들리고 명확하지 않은 검로.

세실은 스스로의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긴장했나?’


분명 상대가 한 수 위임은 분명했지만, 저렇게 일방적으로 당하다니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이었다.


“쯧.”


저도 모르게 혀를 차며 제이드는 입구로 오자마자 내뱉을 훈수를 준비해 두었다.

세실의 무릎이 땅에 닿고 목에 검이 겨누어지자 진행자는 길버트의 승리를 알렸다.


“길버트 경의 압도적인 승리입니다! 우승후보다운 솜씨! 정말 막을 수 있는 자는 파비앙 뿐인가!”

‘내 상대도 우승후보인가. 그러면 적당히 체면이라도 살려주는 게 좋겠어.’


적을 만들어서 좋을 것은 없으니까.

제이드가 상대를 어떻게 다룰지 고민하고 있을 때.


“...”


길버트와 세실이 승부 끝을 인사로 마무리 짓고, 제이드가 서 있는 입구로 터벅터벅 걸어왔다.

세실의 가슴에 꽂을 비수들이 제이드의 입에서 출두한다.


“그거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응? 너 지금 우냐?”


관중들이 보이지 않는 입구의 그늘진 부분에서부터.

세실은 눈가를 팔로 가리고 있었다.

제이드의 말에 세실이 제자리에 멈추어 섰지만, 여전히 팔을 내리지 못했다.


“맞아, 그렇게 싸웠으면 분해야지. 마인드가 되어있어.”


제이드는 팔짱을 끼고 울고 있는 세실의 울분을 인정해 주었다.

세실이 그제서야 팔을 내리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게 길버트 경이 우승을 노리지 않는다면, 그냥 지라고 말했어.”

“뭐?”


자신이 잘못들은 것이 아닌지, 제이드는 한번 되물어 볼 수밖에 없었다.


“파비앙과 온전한 상태로 싸워야 한다고, 그렇게 부탁해왔어.”

“...그래서 그따위로 대결한 거야? 긴장하거나 다른 이유가 있던 게 아니라?”


세실은 제이드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고.

제이드는 세실의 침묵에서 긍정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어이가 없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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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9화 신입 기사단장 (1) 22.07.29 287 0 12쪽
19 18화 가디언 디아나 (4) 22.07.28 272 0 12쪽
18 17화 가디언 디아나 (3) 22.07.28 26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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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5화 가디언 디아나 (1) 22.07.27 311 0 13쪽
15 14화 범인과의 혈투 (3) 22.07.26 313 1 13쪽
14 13화 범인과의 혈투 (2) 22.07.26 293 1 12쪽
13 12화 범인과의 혈투 (1) 22.07.25 314 0 13쪽
12 11화 여왕의 손아귀 (4) 22.07.25 340 2 11쪽
11 10화 여왕의 손아귀 (3) 22.07.24 332 3 12쪽
10 9화 여왕의 손아귀 (2) 22.07.22 361 5 11쪽
9 8화 여왕의 손아귀 (1) 22.07.22 415 6 11쪽
8 7화 최고기사 아놀드 (4) 22.07.21 435 6 12쪽
7 6화 최고기사 아놀드 (3) 22.07.21 482 5 12쪽
6 5화 최고기사 아놀드 (2) +1 22.07.20 568 6 12쪽
5 4화 최고기사 아놀드 (1) 22.07.20 702 4 11쪽
4 3화 수습기사가 너무 강함 (3) 22.07.19 826 9 11쪽
3 2화 수습기사가 너무 강함 (2) 22.07.19 900 12 12쪽
2 1화 수습기사가 너무 강함 (1) +1 22.07.18 1,256 10 11쪽
1 프롤로그. 희망찬 미래를 꿈꾼다 +2 22.07.18 2,162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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