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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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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2.07.18 12:32
최근연재일 :
2022.12.02 17:00
연재수 :
113 회
조회수 :
23,551
추천수 :
92
글자수 :
579,291

작성
22.07.25 09:01
조회
340
추천
2
글자
11쪽

11화 여왕의 손아귀 (4)

DUMMY

끼익.

녹슬었는지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며 현관문이 열리고 피곤에 찌든 한 남자가 들어왔다.


‘하아, 개 같은 마법사 새끼들.’


해가 막 진 저녁 시간, 버나드는 조사를 끝내고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마력냉장기에 들어있는 햄과 치즈, 빵을 꺼내놓으며 간단하게 저녁을 먹는다.


‘그놈의 프라이버시가 뭐라고. 용의자들을 감싸주는 건지.’


왕국의 법 때문에 그들의 연구실에 대대적인 조사를 못했고, 대충 겉만 훑어보고 나와야만 했다.


-그건 답하지 못하겠다만.


간략하게 진행된 심문에서도 개인적인 질문은 답하지 않아서, 말을 요리조리 돌리며 대답을 들어야 했고.


-몰라. 모른다고. 언제 끝나는거야!


많은 시간 낭비가 그의 심력을 갉아먹었고, 지칠 대로 지쳐서야 겨우 끝마칠 수 있었다.

하루종일 수사에 매진했는데도 사건을 해결할 실마리는 너무나 적었다.

제일 큰 문제는.


‘범행 시각이 정확하지 않다니.’


이 마법사들은 무엇이 그리 바쁜지 시계를 쳐다보지 않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당시에 몇 시인지 알지 못했고.


‘덕분에 오후 3시경이라는 애매모호한 시간만이 남았지.’


한 명은 3시 40분쯤에 보았다는데, 나머지 둘은 3, 4 시 정도라 말했다.

3시 40분이라는 마법사 하퍼를 의심하기도 했으나.

누굴 먼저 들렸고 누가 마지막에 들렸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아마 범인만이 알고 있을 터.'


복잡한 머리를 식힐 겸 정보국에서 받아온 자료를 읽었다.


‘혹시 모르니 볼 수 있을 때 봐두는 게 좋겠지.’


굳이 필요한 자료는 아니었지만, 쾰른 출신 A등급 망명자는 최초였기에 자그마한 호기심이 있었다.

암호로 적힌 문서를 대략 해독하자면.


-제이드 어셔. A등급-

18살. 쾰른 서부의 성벽, 발테르 어셔 백작가의 둘째 공자.

어린 시절 디아나를 꺾은 유망주.

의문의 습격으로 어머니 사망.

아카데미 시절 필기 성적은 좋지 않았으나, 압도적인 실기성적으로 수석을 차지.

수석으로 졸업하자마자 왕실기사가 되었고, 연애 중이었던 쾰른의 공주, 아그네스와 약혼.

최연소 팔라딘으로 확정되었으나 실종.

6개월 후 톨레드 투기장에 수수께끼의 검투사로 등장.

모종의 일로 해방.

프리지아 왕국으로 망명.

현재는 로디니움의 수습기사.


이것 말고도 무언가 더 적혀있기는 했으나, 읽을 수 있는 부분이 없었다.


‘거물이구먼.’


자신이 해독한 부분만으로도 왜 A등급인지 이해했다.


‘아니, S등급을 따로 지정해야 할 것 같은데.’


약혼이 파기되지 않았다면 쾰른 왕실 사람이었기에, S등급 망명자로 분류해도 무방해 보였다.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다면, 톨레드 투기장의 참가자였다는 점이군.'


물론 조사관이 직접 본 것은 아니기에 정확하게 알 수는 없었으나.

문서와 소문으로도 악명이 자자한 투기장의 광경은 어림짐작할 수 있었다.

인간을 포함해 각종 몬스터와 이종족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는 투기장.


‘그 지옥에서 살아남은 이가 제정신일까?’


시합 때마다 참가자들이 죽어나가는 곳에서 생존했다는 것이 놀라운 일이다.

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으나, 하루하루가 지옥이었을 것이 분명했다.


‘왜 내버려두는 거지? 다른 이유가 있나?’


자신이 열람할 수 있는 정보만으로도 제이드의 위험 수준을 느낄 수 있다.

상부도 충분히 제이드를 인지하고 있을 텐데.

뭔가 복잡한 사연이 얽혀있는 것을 예감할 수 있었다.


'더는 알면 안되겠어.'


일개 조사관이 알아서는 안 되는 비밀.

버나드는 다 읽은 자료들을 벽난로에 던져 넣었다.

이해할 수 없는 기밀을 넘겨버리고, 그는 눈을 감으며 자신이 맡은 사건을 다시 한번 머릿속으로 정리해나갔다.


‘범행 시간은 3시에서 4시 사이. 그런데 뭔가 찝찝하단 말이지.’


문득 한 가지 걸리는 점이 생겼다.

범인은 왜 콜린을 납치한 것일까.

동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잘못하면 쉽게 탄로 날 일이야.’


만약 다른 마법사들이 콜린의 방문 시각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면 틀림없었다.

과연 조사관이 시간을 확정 짓지 못할 걸 알았던 것일까.


'그렇다면. 어떻게.'


순간 버나드의 머릿속에 맴도는 단어들.


‘3,4시경. 두 명.’


원래부터 범행 시간을 숨기기 위해 애매모호하게 말했을 범인은 제외.


‘범인을 제외한 나머지 두 명이 시간을 알았다면 해결될 사건이였어.’


한 명은 정확하지는 않아도 3시 40분이라는 시간을 말했지만, 아쉽게도 한 명은 몰랐다.

이것이 우연일까.


‘의심해볼만 하다.’


버나드는 파고들만 한 단서라고 여겼고, 단숨에 용의자 중에서 하퍼가 제외되었다.

이제 용의자는 두 명. 아니 혹은 둘 다.


'조라와 미냐드.'


버나드는 확신에 찬 눈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늦은 시각이었지만, 국장님은 집무실에 계실거야.’


조사국장님께 찾아가기 위해 서둘러 옷을 챙겨 입었다.

당장 두 마법사 연구실 수색영장을 발부받을 생각이었다.


'조금 억지 부리면 가능해.'


터벅. 터벅.

해가 져서 어둑해진 탓인지 한적한 길을 버나드가 바쁘게 지나갔다.

가로등이 길 위를 환하게 밝혀주고 있었고.

어찌나 길이 밝은지 저 멀리 서 있는 마법사 또한 잘 보였다.


“어딜 그리 바쁘게 가시는지. 알려 주실 수 있겠습니까? 버나드 조사관님.”


*


조용한 연구동에 길 위에 세 인영이 드러났다.

제이드를 비롯한 티론, 앙드레였다.


“나도 이제 모르겠다.”

“무사히 일을 마치면 한잔하자. 내가 쏠 테니까.”

“지랄.”


둘의 긴장을 풀어주려는 것인지 제이드가 시답잖은 농담을 던졌고.

앙드레는 썩어가는 표정으로 욕을 내뱉었다.

제이드가 티론과 앙드레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해 주었다.


“단단히 준비했잖아. 문제없겠는데?”


평소와 다른 그들의 복장.

티론과 앙드레는 마법사답게 로브와 지팡이를 지니고 있었다.


‘물과 불이라. 이렇게 보니까 속성이 성격을 따른다는 낭설이 생긴 이유를 알겠어.’


각자의 속성을 알려주는 티론의 지팡이에는 푸른색의 사파이어가 두 개.

앙드레의 지팡이에는 큼지막한 루비가 한 덩이 붙어 있었다.


“너야말로. 무겁지 않냐.”

“그게 전부 네 장비야?”


둘은 제이드의 상태를 보고 혀를 내둘렀다.

제이드의 복장은 두 사람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는데,

가죽옷 위에 팔과 다리를 비롯한 상체에 얇은 철제 보호구를 착용하고 있었고.


‘도대체 무기를 몇 개 지닌 거냐.’


허리에 검뿐만 아니라 등에도 접이식 철제봉, 허리 뒤쪽에는 단검 두 자루가 메어 있었다.

그러한 장비들로 무장했음에도 제이드의 발걸음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고.

아무렇지 않은 듯 평온한 어조로 대답했다.


“별로. 이 정도는 익숙하지.”

“투구는 착용 안 해?”


전쟁이었다면 투구는 물론이고 방패랑 전신 갑주까지 착용하고 왔을 테지만.

마법사라도 기사에 대한 로망은 존재하는 것일까.

제이드가 머리를 쓸어올리며 대답했다.


“보통 전투에서는 거의 이 복장이야.”


제이드는 두 마법사의 기사에 대한 질문을 성심성의껏 답변해주었고, 이런 대화 또한 긴장을 푸는 행동이었다.


“너무 겁먹지 마. 내가 있잖아.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신호 주고.”


본래 제이드 먼저 들어갈 계획이었지만, 티론이 가지고 있는 신호 전달 장치를 보고 생각을 바꾸었다.


“티론 이거 잘 작동하는 거 맞지?”


마나를 넣으면 색이 변하는 간단한 장치지만, 연동되어 있어서 서로에게 신호를 전달할 수 있었다.


“아까 보여줬잖아. 지연시간도 있으니까. 그만 보채.”


단점이 하나 있다면 색깔이 빨강과 파란색의 두 가지 색으로만 표현된다는 것인데.

제이드는 이를 가볍게 해결했다.


-빨간색이면 무조건 서로를 향해 달려.


제이드는 색을 바꾸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렇다면 둘 중 한 명이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제이드는 누구인지 몰라도 티론과 앙드레는 서로 누가 신호를 보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이 흘러 갈림길 위에서 헤어지게 되었는데.


“그냥 이대로 순회하는 게 어때...?”


갑자기 앙드레가 다른 계획을 제시했으나, 모든 연구소를 들르기 전에 들통 날 확률이 있다고 판단되어 묵살당했고.

결국 처음 정했던 곳으로 각자 나아가기 시작했다.


“제발 신호 잘 보고 있어라.”

“날아갈 테니 걱정 붙들어라.”


제이드는 그들과 헤어지자마자, 빠르게 연구동을 가로질렀다.

콜린의 목숨을 구하다가 다른 친구들의 목숨을 잃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혹시 모르니까. 빠르게 해결하자.’


그들은 보험일 뿐 어차피 그가 다 해결할 생각이다.


‘범인은 조라가 확실해보이니까. 괜찮겠지.’


별일 없이 조라를 때려잡고 콜린을 무사히 구출해내는 완벽한 시나리오.

모두가 안전한 그 결말이기를 바라면서 빠른 속도로 조라의 연구실로 향했다.


조라, 미냐드, 하퍼의 연구소는 가까이 있는 편이었으나, 바로 옆에 있는 것은 아니었다.

10분 정도 걸어갈 필요가 있는 거리에 있었는데, 정문을 기준으로 조라가 왼쪽에 존재하고 미냐드가 오른쪽에 있었다.

하퍼의 연구실은 그 사이에 존재했다.


‘대충 조사하고 제이드 쪽으로 가야겠군.’


티론도 제이드만큼은 아니지만, 누구에게든 합류를 하기 위해 빠른 속도로 미냐드의 연구소에 도착했다.

역시나 마법사의 연구실답게 문에는 많은 잠금장치들이 있었다.

그런데.


‘다 풀려있네?’


누군가 막 들어간 듯 자물쇠가 전부 풀려있었고, 문 또한 살짝 열려있었다.


‘미냐드가 잠시 안에 들어간 건가?’


연구를 하고 있는지, 아니면 무언가 정리를 하는 것인지 몰랐으나.

누군가 안에 있는 것은 틀림없었다.


'후퇴를 할까...? 아니, 그래도 확인은 필요하지."


저녁 인사말을 생각하면서 문고리를 잡는 순간.

미냐드도 마침 문을 열었는지 저절로 문이 열렸다.


“안녕하세요. 미냐드님... 조라님?”


미냐드가 아닌 조라가 건물에서 나오고 있었다.


“어? 티론? 오랜만. 늦은 시간인데 너도 미냐드에게 볼 일이 있는 거야?”


조라도 티론을 만나 놀랐는지 순간 멈칫하였지만, 바로 자연스럽게 웃으며 티론을 반가워했다.


“그럼 안에 들어와서 같이 기다리자. 곧 있으면 미냐드가 올 거거든.”

“......”

“안 들어올 거야?”


예상치 못한 상황에 일단 티론은 후퇴를 결심했다.


“...네, 나중에 다시 오겠습니다.”


왜 이곳에 조라가 있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으나, 자신이 굳이 무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계획상 조라가 이곳에 있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지.'


제이드가 수월하게 조라의 건물을 뒤질 수 있을 테니까.

자신만 무사하다면, 아무 문제 없었다.

조라가 문을 열어 둔 채 티론에게 말을 걸었다.


“안에 차라도 마시면서 기다리자. 금방 올거야.”


티론은 맹수에게서 물러나듯이 서서히 뒷걸음질 친다.


“아뇨. 괜찮습니다.”


긴장으로 인해 그의 이마에서 땀이 흘러내리고, 걷고 있는 다리가 굳은 것처럼 뻣뻣하게 느껴졌다.


“그냥 들어오지.”


조라의 입은 웃고 있었지만, 살벌한 눈빛으로 티론을 응시하고 있었다.


“번거롭게.”


조라가 지팡이를 꺼냈을 때, 티론은 장치에 신호를 보내고 마력을 끌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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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5화 가디언 디아나 (1) 22.07.27 312 0 13쪽
15 14화 범인과의 혈투 (3) 22.07.26 314 1 13쪽
14 13화 범인과의 혈투 (2) 22.07.26 293 1 12쪽
13 12화 범인과의 혈투 (1) 22.07.25 315 0 13쪽
» 11화 여왕의 손아귀 (4) 22.07.25 341 2 11쪽
11 10화 여왕의 손아귀 (3) 22.07.24 332 3 12쪽
10 9화 여왕의 손아귀 (2) 22.07.22 363 5 11쪽
9 8화 여왕의 손아귀 (1) 22.07.22 417 6 11쪽
8 7화 최고기사 아놀드 (4) 22.07.21 436 6 12쪽
7 6화 최고기사 아놀드 (3) 22.07.21 484 5 12쪽
6 5화 최고기사 아놀드 (2) +1 22.07.20 570 6 12쪽
5 4화 최고기사 아놀드 (1) 22.07.20 703 4 11쪽
4 3화 수습기사가 너무 강함 (3) 22.07.19 828 9 11쪽
3 2화 수습기사가 너무 강함 (2) 22.07.19 903 12 12쪽
2 1화 수습기사가 너무 강함 (1) +1 22.07.18 1,259 10 11쪽
1 프롤로그. 희망찬 미래를 꿈꾼다 +2 22.07.18 2,168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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