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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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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2.07.18 12:32
최근연재일 :
2022.12.02 17:00
연재수 :
113 회
조회수 :
23,514
추천수 :
92
글자수 :
579,291

작성
22.07.22 08:18
조회
416
추천
6
글자
11쪽

8화 여왕의 손아귀 (1)

DUMMY

"한산하네."


조용한 연구동 거리 위를 수습 마법사 콜린이 흐느적거리며 걸어간다.

마법사들 사이에서 연구동이라 불리는 곳은.

왕실 마법사들에게 지원해 주는 개인 연구소들이 모인 동네였다.


“다들 바쁘구나, 나는 이게 뭐하는 짓인지.”


콜린은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지만, 친구들과 약속한 것이 있었기에 나 몰라라할 수는 없었다.


‘젠장 거기서 보자기만 냈어도...!’


마법사들에게 직접 찾아가는 역할을 콜린이 맡은 것은 단순히 가위바위보에서 졌기 때문이다.

콜린은 이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굳이 할 필요가 없다고 설득을 시도했으나.


-그냥 넘어가자니까.

-그래도 선배님들인데 예의는 갖춰야지.

-그러면 네가 하던가!

-졌으면 잔말하지 말고 빨리 다녀오기나 해.


티론과 앙드레가 하도 보채서 가 본 결과.

콜린의 예상대로 말하지 않고 넘어가도 상관없어 보였다.

똑.똑.

노크를 하자.


“알았다. 바쁘니 돌아가.”

“그려. 나중에 일 있으면 보드라고.”


티론과 앙드레가 도왔던 마법사들.

미냐드와 하퍼의 연구실에는 들어가지도 못했고, 문 앞에서 대답을 들었다.


“이럴 것 같았어.”


대우가 형편없었지만, 콜린은 충분히 그들의 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콜린도 당장 자신의 성과를 정리하고 싶었으니까.


‘분명 연구 실적과 성과들을 비교하여 모자란 마법사부터 정리한다는 소문 때문이겠지.’


마탑의 기능이 일시정지할 정도로, 수도의 모든 마법사가 자신들의 연구 결과물을 마탑에 보고하고 있었다.


‘하아. 나는 어쩐다.’


마지막으로 콜린이 도와준 조라의 개인 연구소에 찾아갔다.

콜린은 문 앞에 서서 자신이 왔음을 알렸다.

달깍.


“콜린, 문은 열어두었어. 들어와.”


그래도 이번에는 문전박대를 당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콜린은 조금 기분이 좋아졌다.

문을 열려고 했지만, 무언가에 턱 걸려 더 이상 열리지 않았다.


“끄응.”


밀고 안으로 들어서자, 아무렇게나 쌓인 책 무더기가 문을 가로막고 있었다.

창문에서 비치는 햇살에 날리는 먼지들이 보였다.


‘뭔 책들을 이리 쌓아두신 거야?’


어지럽게 놓인 책들의 통로를 지나고, 여러 실험기구를 정리하는 조라 마법사를 볼 수 있었다.


“조라님. 안녕하세요. 바쁜 와중에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하얀 긴 머리에 자주색 눈동자. 알이 큰 안경.

아담한 키의 조라 마법사가 콜린을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괜찮아. 나도 휴식할 참이었으니까. 차나 한잔 마시자.”

“마셔도 되는 거 맞죠?”


조라가 실험기구로 끓인 차를 콜린에게 건넸다.

시험관 안에는 투명한 주황 빛깔의 홍차가 있었고, 콜린은 꺼림칙한 표정을 지었다.


“하하, 미안. 확실히 홍차니까 마셔도 괜찮아. 짐을 정리하고 있어서. 찻잔을 다시 꺼내기는 힘들거든.”


조라는 이렇듯 해괴하고 고약한 면은 있었으나, 대체로 모든 사람에게 친절했다.

제이드의 경우만큼은 제외하고 말이다.

콜린은 아직도 그녀가 왜 제이드를 쫓아내려 했는지 몰랐다.


“네? 짐을 정리하고 계셨어요? 저는 제출할 성과를 정리 중이신 줄 알았어요.”


어떻게든 수도의 마법사라는 자리를 보전하려는 다른 마법사들과 달리.

조라는 연구소에서 자신의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조라는 시험관에 담긴 홍차를 한 모금 마시고 시원섭섭한 표정을 지었다.


“너도 알잖아. 내 실력이 떨어지는 편이라는 걸. 이 시기가 아니었으면 왕실 마법사가 되기 힘들었을 거야.”

“아......”


조라의 말이 맞았다.

그녀는 충분히 훌륭한 마법사라 할 수는 있었지만, 왕실 마법사의 최소 자격인 중급마법사를 넘었을 뿐이다.


‘당신이 그렇다면 저는 대체...’


콜린은 한순간 할 말을 잃었지만, 머리를 쥐어짜며 조라를 응원했다.

마치 자신의 처지를 돌려 말하는 듯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아니에요. 할 수 있을 거에요! 오히려 저같이 아직 수도의 마법사가 되지 못한 사람이 힘들지 않을까요?”

“하하, 넌 모르는구나. 지금 왕성에서는 하루에도 몇 명씩 마법사들을 해고했다가 취소했다가 난리도 아니야.”

“그럴 수가......”


현재 마법사들의 실적 정리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소리.

조라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고, 콜린은 황당해서 홍차가 담긴 실험기구를 떨어뜨릴 뻔했다.


“애초에 썩어있는 부위를 도려내기 위한 것이니까. 파벌 싸움에 가담한 마법사들이 제일 위험한 것 당연한 거야.”


조라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콜린이 이해하기 쉽도록 천천히 그리고 담담하게 설명했다.


“나 같은 실력 없는 마법사도 마찬가지고.”


끝에 추가된 말에 콜린도 응원을 그만두었다.


“그렇군요.”

“괜찮아. 과분한 자리였는 걸. 그동안 고생 많았어. 너라도 이곳에 남길 응원할게.”

“감사합니다.”


그 말을 마치고 조라는 차를 마셨고. 콜린은 한참이나 시험관을 만지작거렸다.


‘중급을 넘어선 티론과 앙드레라면 가능해.’


정말 경쟁에서 살아남아 이곳에서 마법사가 될 수 있을까.

콜린은 적어도 성공보다는 실패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에 비해 나는 하급 끝자락, 잘 춰주어야 중급이지.’


한숨이 나오는 것을 참고, 시험관에 담긴 홍차를 한 모금 삼킨다.

그 모습을 보고 이해한다는 듯 조라가 살포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래도 이번에 이름이 꽤 유명해질 뻔했잖아. 크큭.”

“네. 제이드랑 대결한 것 덕분에요. 근데 그거 조라님 때문이잖아요.”


콜린이 눈을 가늘게 뜨고 조라를 노려보았다.

제이드에게 무참히 패배했다는 소문.


‘이것도 감점 요소지.’


이런 부분 또한 콜린에게 마이너스로 작용하였지만, 조라는 오히려 자신 있게 주장을 내세웠다.


“실력 있는 쾰른의 기사랑 대련하는 것도 하나의 경험이야. 다음에 쉽게 당하지 않을걸?”

“뭔 말 같지도 않은 소리에요. 직접 싸워 보시던가요. 네?”

“내가 아무 말 없이 넘어가 줬잖아.”


실없는 농담에 진심으로 헛웃음이 나오면서 조라에게 따졌다.

조라는 능구렁이처럼 콜린의 말을 받아쳤다.


“에휴. 말을 말아야지.”

“난 그거 못 봤는데. 자세히 말해줘 봐. 워낙 쉬쉬해야지.”


수습들의 다툼으로 알려진 소소한 사건.

수습들은 대부분이 아는 이야기지만.

내성에서 근무하는 이들에게 시답잖은 일이기에, 자세한 내막을 아는 이가 많지 않았다.


“제가 그것 때문에 요 며칠간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됐고, 설명이나 해줘.”

“네네. 일단 저는 멍청하게 이길 거라 생각하고, 친구들한테 새로 장만한 몽둥이를 자랑하고 있었죠.”


콜린이 이야기하고, 조라는 적당히 맞장구치며 흥미롭게 들었다.

말을 많이 해서 목이 탄 콜린이 가끔 홍차를 한 모금 할 때를 제외하고.

그의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그래서 저에게 트라우마가 생기고. 후우, 말을 많이 해서 그런가? 왜 이렇게 숨이 차지.”

“결국에는 어떻게 됐는데?”

“별거 있겠어요? 결투가 끝나고 친해진 게 끝이죠.”


너무 신 나게 설명했기 때문일까. 콜린은 머리의 뜨거움을 느끼며 손부채 질을 하며 열을 식혔다.

조라가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그래? 얼마나 친한데?”

“글쎄요. 평범한 친구 아닐까요. 저는 좀 친해졌다고 생각하는데. 제이드는 다를 수 도 있으니까요.”


그렇게 말하자 콜린은 제이드가 자신들을 어떻게 평가할지 조금 궁금해졌다.

다음에 물어볼 생각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후. 왜 이리 어지럽지. 조라님 저 이제 가봐야 할 거 같아요.”


콜린은 갑작스러운 컨디션 악화에, 일단 회복실에 가서 약을 먹고 숙소에서 잠을 자야겠다고 생각했다.


‘고생해라. 친구들아. 나는 푹 쉴란다.’


연구 성과도 정리할 필요가 없어졌으니 푹 쉴 생각이었다.

인사하고 나가려는 콜린을 조라가 붙잡았다.


“한 가지만 더 물어볼게.”

“네, 빨리 물어보세요. 저 힘들어요.”


나가려는 몸을 돌리자 가까이 있는 조라의 얼굴.

콜린은 등골이 오싹해지며 온 몸에서 소름이 돋는다.

그는 불길한 감정을 뒤로하고, 그녀의 질문을 기다렸다.


“네가 위험해지면 제이드 님이 찾아오실까?”


순간 전구의 스위치가 꺼지듯 눈앞이 깜깜해졌다.

그것도 잠시 어느새 콜린은 연구소 밖에 나와 있었고.

아까까지만 해도 안 좋았던 컨디션이 반대로 말도 안 되게 좋아졌다.


‘좋아. 한번 날아볼까?’


마치 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그 기분에 따라 콜린이 하늘에 높이 날아올랐다.

이대로 자신의 한 고생을 친구들에게 말하러 갈 생각이었다.


*


“쿨. 크카악. 칵칵. 쿠울.”

“쯧. 잠꼬대가 요란해.”


바닥에 쓰러진 콜린의 코골이가 연구실을 가득 채웠다.

참다못한 조라가 마나를 이용해 소리를 차단하고 콜린의 몸을 공중으로 띄웠다.


“이래서 개인 연구실이 좋다니까.”


조라는 한쪽 구석으로 가더니, 그곳에 있는 카펫을 젖히고 지하실로 향하는 문을 열었다.

지하로 향하는 수직 통로가 보이고, 그 안으로 콜린과 함께 공중에서 천천히 내려갔다.


“혹시 몰라 만들어 둔 것을 이제 쓸 줄이야.”


잘 닦여진 동굴의 끝.

문을 열고 들어간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콜린의 몸을 밧줄로 묶고, 그대로 대충 방안에 내던졌다.

조라는 용건을 다 마쳤는지 지하실로 향하는 문을 닫고, 위에 다시 카펫을 깔았다.


'제이드님이 알아서 잘 찾아오시면 좋을 텐데.'


어차피 이제 쫓겨날 몸.

이대로 돌아가기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얼마 전에 제이드를 확인했었지만, 어찌할 방법이 없어서 손가락만 빨고 돌아갈 상황이었다.


‘미끼가 알아서 걸어들어오다니. 정말 하늘이 도와주는 걸까?’


이를 잘만 활용하면 제이드를 낚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솔직히 긴가민가 했는데. 제이드님. 너무 초라해지셨어요. 흑흑.’



조라는 눈물이 살짝 고인 눈가를 소매로 닦았다.

워낙 오랜만에 만났기에 처음 조우했을 때.

확신을 못해서 콜린 같은 머저리에게 적당히 부탁했다.


'저 멍청한 녀석이 제이드님의 솜털 하나 건들 수 있을 리 없지.'


들려오는 그 남자의 정체.

쾰른 출신의 젊은 기사.


‘그렇게 쉽게 마법사를 사냥하는 분은 제이드님 밖에 없지!’


이런 곳에 있었다니, 조라에게 행운이 찾아온 것 같았다.


‘좋아. 이 정도 운이면 기대할만해. 제이드 님이라면 충분히 가능하지.’


쾰른의 수도 톨레드 성을 단독으로 침입에 성공했다던, 엄청난 추진력과 능력을 갖춘 제이드라면 가능하다.

어떻게든 이곳에 올 것이다.


‘그럼 맞이할 준비를 해볼까? 모든 것은 여왕 폐하님을 위하여!’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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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3화 범인과의 혈투 (2) 22.07.26 293 1 12쪽
13 12화 범인과의 혈투 (1) 22.07.25 315 0 13쪽
12 11화 여왕의 손아귀 (4) 22.07.25 340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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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9화 여왕의 손아귀 (2) 22.07.22 363 5 11쪽
» 8화 여왕의 손아귀 (1) 22.07.22 417 6 11쪽
8 7화 최고기사 아놀드 (4) 22.07.21 436 6 12쪽
7 6화 최고기사 아놀드 (3) 22.07.21 484 5 12쪽
6 5화 최고기사 아놀드 (2) +1 22.07.20 570 6 12쪽
5 4화 최고기사 아놀드 (1) 22.07.20 703 4 11쪽
4 3화 수습기사가 너무 강함 (3) 22.07.19 828 9 11쪽
3 2화 수습기사가 너무 강함 (2) 22.07.19 903 12 12쪽
2 1화 수습기사가 너무 강함 (1) +1 22.07.18 1,258 10 11쪽
1 프롤로그. 희망찬 미래를 꿈꾼다 +2 22.07.18 2,165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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