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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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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2.07.18 12:32
최근연재일 :
2022.12.02 17:00
연재수 :
113 회
조회수 :
23,512
추천수 :
92
글자수 :
579,291

작성
22.07.22 17:00
조회
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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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1쪽

9화 여왕의 손아귀 (2)

DUMMY

늦은 밤. 한 집무실에서 나이 지긋한 노인이 마법 등에 의지한 채 서류를 살펴보고 있었다.

책상 위에 펼쳐놓은 종이들을 한데 묶는 사이, 누군가 방문을 두드렸다.


“조사국장님. 버나드 조사관입니다. 부르셨다고 들었습니다.”

“들어오게.”


국장이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자 눈썹이 짙은 한 조사관이 들어왔다.

조사관은 늦은 저녁에 갑자기 불렀음에도, 새하얀 장갑과 깔끔한 정복 차림을 하고 있었다.


“가까이 오겠나?”


그에게 가까이 오라고 손짓하자 단정한 걸음으로 다가왔고.

국장은 정리한 종이 뭉치를 조사관에게 건네주었다.

국장이 건네든 종이 묶음을 받아든 조사관은 즉시 종이를 차례차례 넘어보았다.


“오늘 들어온 보고라네. 버나드, 자네가 조사를 맡도록 하게. 지금 상황이 시끄러운지라 최대한 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잘 해결하게.”

“내일 바로 조사해보겠습니다.”

“자네를 믿겠네. 수고하게.”

“네.”


국장이 시원스런 대답에 만족하며 나가보라는 손짓했고, 버나드는 꾸벅 고개를 숙이고 집무실을 나왔다.

그는 종이를 품 안에 넣고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실종 사건이군. 한시라도 빠르게 행동하는 게 중요해.'


버나드는 집에 가자마자 다시 자세히 볼 생각으로.

현관문을 열자마자 식탁에 종이 묶음을 풀어놓았다.

버나드의 손이 빠르게 종이를 헤집고, 피곤에 찌든 눈동자가 내용을 샅샅이 훑었다.


‘이제 다 본 건가.’


잠을 잘 시간이 넘긴 시각.

자료를 얼마나 많이 보았는지 종이 귀퉁이가 헤져 있었고, 버나드는 자료를 통해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용의자는 대략 3명 정도로 추려지는군.’


실종되었다고 추정되는 3일 전 그날.

실종자를 만났던 사람 중 그럴 여건이 안될 인물들을 정리해보니 그렇게 남아있었고.


‘이놈도 따로 조사해 봐야겠군.’


알리바이는 있다고 하지만, 의심되는 인물이 하나 있었다.

그 인물까지 포함하여 총 4명의 조사를 해나갈 예정이었다.

조라, 미냐드, 하퍼.


‘이 셋은 왕실 마법사라는 신원이 보증되어 있어. 그렇다면 먼저.’


수습기사 제이드.

이 인물은 실종자와 다툰 적이 있다는 정보도 있었기에 한번 만나볼 필요가 있었다.


‘열람등급이 A라니 너무 수상쩍군.’


쾰른 출신 망명자인 것도 충분히 의심이 갔지만, 높은 열람등급이 더욱 버나드의 의혹심을 부추겼다.


‘조사가 잘못된 것은 아닐테고.’


대부분이 그냥 평범한 이들이 C등급, 영지의 기사나 마법사 같은 자들이 B등급이다.

A등급은 영지를 직접 다스리는 귀족이나, B등급에 비해 영향력이 비교가 안 될 정도의 인물이 해당한다.


'이 정도면 B등급에 있어야 할 텐데 말이야.'


18살인 그가 영향력이 있어봐야 얼마나 있겠는가.

실력 있는 기사가 널리고 널린 쾰른에서 어린 기사가 자신의 능력만으로 큰 영향력이 있기란 어려웠다.


‘그렇다면 귀족이 왔다는 거군. 그것도 명문가 자제가.’


여왕이 통치하는 독재 국가라지만, 귀족의 힘이 약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여왕에게 밉보이지만 않으면, 프리지아의 귀족들보다 더한 사치를 누릴 수 있다.


‘귀족가 도련님이 고작 중앙기사단 기사가 목표일 리가.’


그것으로 만족할 리가 없었고, 뭔가 시커먼 속내를 감추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내일 당장 찾아갈 것이라 다짐하며, 그에게 날카롭게 찔러넣을 질문들을 준비해두었다.


*


하루에도 수 십 명의 마법사를 물갈이한다, 새로운 기사단을 창설한다.

대규모 기사 임명식을 진행한다. 등등 여러 소문이 식당가에 모여들었지만.


'정확한 것은 하나도 없네.'


제대로 된 정보를 얻는 것은 컨티넌트의 사람들이 도착한 후, 공식 발표에서나 가능할 것 같았다.

그에 비해 콜린이 행방불명 되었다는 소문은 정말 사실인 모양이었다.


'콜린 녀석은 대체 어딜 간 거야.'


로디니움에 존재하는 모든 마법사들이 그런 것처럼.

티론과 앙드레는 자신들의 모든 성과를 마법사협회에 제출하였고, 그 후 같이 콜린을 만나러 다녔지만.


‘하루 종일 찾아다녔는데 못찾았다고 했었지.’


콜린이 실종된 것을 눈치챈 그들은 조사국에 서면으로 조사의뢰를 했다고 들었다.


‘큰일이 아니었으면 좋겠군.’


제이드는 콜린이 무사하기만을 바라면서, 새벽 훈련에 필요한 도구들을 챙겼다.

누군가를 걱정해서 스스로 일을 놓는 것은 어리석은 선택이다.


‘새벽 운동은 빼먹을 수 없지.’


재활 운동을 하면서 익숙해져 버린 새벽 단련 시간.

제이드는 콜린이 걱정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새벽 훈련을 안 할 수 없었다.


‘내가 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숙소를 나서는 그의 어깨를 누군가가 붙잡으려는 인기척.

새하얀 장갑을 착용한 손을 피하고, 제이드는 빠르게 당사자의 얼굴을 확인했다.


'누구지? 처음 보는 얼굴인데.'


낯선 얼굴의 사내, 저절로 주먹에 힘이 들어가고 상대의 빈틈을 확인한고.

세 번 정도 가격할 수 있는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상대가 입을 열었다.


“어딜 그렇게 바쁘게 가는지 알려 줄 수 있습니까?”


버나드는 붙잡으려 뻗었던 손을 주머니에 넣고 태연하게 물었다.

그저 궁금해서 한 질문인지 알 수 없었고, 제이드는 그걸 대답해 줄 의무가 있는지 물었다.


“제가 대답해야 하는 겁니까?”

“물론입니다.”

“그게 뭔데요.”


버나드가 조사국의 배지를 앞으로 내밀며 대답을 요구했지만, 제이드는 배지의 의미를 몰랐다.


‘타국 출신한테 배지를 보이다니, 나도 참.’


기초적인 실수를 깨달은 버나드가 배지를 품 안에 집어넣고 설명해주었다.


“크흠. 조사관 배지인데 알아두면 좋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그게 물어볼 것이 있어서 왔습니다.”

“휴게실로 갑시다.”


제이드는 새벽 훈련을 못 한 것이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훈련 시간이 중요하다지만, 조사에 협조하는 것이 우선이다.

콜린을 걱정해서도 있지만.


‘괜히 조사국에 미운털 박혀서 좋은 일은 없지.’


휴게실 탁자에 마주앉은 둘.

조사관이 어젯밤 생각해 두었던 질문들을 꺼내기 시작한다.


“3일 전 오후에 무엇을 했는지 자세히 설명해주겠습니까? 공용 연무장을 이용하기 위해 다리를 건너갔다는 것까지는 들었습니다.”


해가 지고 나서야 다리를 통과했다고 자료에 쓰여 있었다.

그 사이에 시간은 공백 시간.


‘경비병의 진술이 있지만, 그것 만으로 범죄와 관련이 없다고 확정 짓기에는 무리다.’


이 시간에 무엇을 했는지 꼭 확인해야만 했고, 제이드는 그냥 있었던 사실을 말했다.


“아놀드 님과 대련했습니다.”

“아놀드 님이랑 대련... 응? 아놀드 경을 말하는 겁니까?”

“네, 최고기사 아놀드 님이요.”


버나드의 의심은 첫 질문의 대답에 사라졌다.

어느 누가 감히 최고기사의 이름을 걸고 거짓말을 하겠는가.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조사국장님께 부탁하여 확인이 필요하긴 하겠지만, 아마 사실일 것이라 짐작했다.


'괜한 생각으로 헛짚었군.'


버나드는 적당한 질문을 던지고 마무리하기로 마음먹었다.

대번에 분위기가 달라진 것을 알았지만, 제이드는 그 이유는 나중에 눈친챘다.


‘이 조사관. 날 의심해서 찾아왔었네.’


딱히 불쾌하지 않았다. 조사관은 그가 그럴 능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니까.


‘그러면 이거 실종이 아니라 납치라고 봐야겠어.’


질문이 끝나고 떠나려는 조사관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본다.


“그래서 용의자는 누구입니까?”

“아, 세 명입니다. 피해자와 피해자 친구들이 잠깐 도와주었던 마법사들 셋이 용의자입니다. 더 궁금한 것 있으십니까?”


딱히 대단한 비밀도 아니었다.

그들 셋이 아니면 실종자 스스로 사라진 것일 테니까.


“아니요. 감사합니다.”


버나드는 다른 용의자들을 조사하기 위해 제이드와 작별 인사했다.

조사관을 떠나보내고 제이드는 새벽 훈련을 생략하고 다시 숙소에 들어갔다.


*


방에 들어오고 곧바로 몸을 씻었고, 제이드는 바지만 입고 침대에 앉았다.

드러난 제이드의 상체에는 무수한 흉터가 가득했는데.


"보기 흉측하네."


불에 그슬린 화상 자국, 옆구리의 베인 자국 등이 보였지만.

무엇보다도 가슴께에 난도질 당한 흉터가 가장 눈에 띄었다.


‘아주 제대로 쑤셔놨어.’



본래 어셔 가문의 상징이 그려져 있었던 자리에는, 문신을 헤집어 놓은 자국만이 남아있었다.


‘사실 나도 마력 의존도가 심했던 건가?’


여태까지 어중이떠중이들과 싸울 때는 몰랐으나, 아놀드와의 대련으로 확신할 수 있었다.

예전에 비해 매우 약해졌다는 사실을.


‘이 상태로 복수를 해야한다고? 기존 능력들도 다 잊은 채...?’


저번에 아놀드와 했던 대련에서 쓴 마지막 검기는, 사실 비밀스러운 기술 따위가 아니다.

그저 이 문신의 힘을 복원하기 위해 시도했던 노력의 부산물일 뿐.


‘아니, 미약하지만 분명 느껴져. 내 힘은 사라지지 않았어. 그런데...’


여러 가지 시도를 해 보았으나, 그의 몸에 내재된 힘은 반응하지 않았다.


‘정말 그 마녀한테 저주라도 받은 걸까...?’


제이드는 지하감옥에서 받은 고문이 단순한 것이 아님을 확신했다.

고작 상처로 능력이 사라지지는 않는 것은 옛적에 알고 있었으니까.


'어떻게 해야 하지.'


혹시나 신체를 극한까지 몰아붙이면 저절로 무언가 일어나지 않을까 싶었지만.


“에이씨, 모르겠다.”


머리를 헝클이고 침대에 엎어진다.

풀리지 않는 문제를 뒤로 미루어 놓고, 제이드는 조금 전 조사관과의 대화를 떠올렸다.


‘콜린 이 자식 죽겠는데?’


실종 자체도 당연히 위험하겠지만, 죽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

조사관과 만난 이후부터 무언가 찝찝하고 기분이 나빴는데.

샤워를 마쳤음에도 기분은 나아지지 않았다.


‘예전에도 이런 느낌이 드는 경우가 몇 번 있었지.’


대부분이 주변에 눈치채지 못한 함정들이 존재하고, 잘못 판단하면 아는 사람이 죽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설마 했는데. 이런 개 같은 기분을 여기서 느낄 줄이야.’


조사관이 알려준 용의자 셋.

그중에 콜린을 납치했고 이제는 죽이려는 놈이 있다.


‘이대로 조사관에게 사건을 맡겨두면 죽을 거야.’


그렇다면 제이드가 정해야 할 것은.


‘일단 콜린을 살릴 것인지. 아닌지 정도...인가.’


제이드는 좀 더 고민한다.

며칠만 지나면 컨티넌트에서 온 사람 덕분에 자신은 기사가 될 것이다.


‘별 일이 없다면 말이야.’


여기서 자신이 사건을 해결하려 나선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아니, 자신은 해결하기 위해서 무슨 일을 저지를까.


"연구소에 처들어가는 우선이고, 그 다음은... 여차하면 싸울 수도 있겠네."


운이 좋으면 범인을 잡겠지만, 범인이 아닌 왕실 마법사와 싸울지도 모른다.

범인을 잡는다면 공을 세운 것이겠지만, 생사람을 때려잡을 수도 있는 난감한 상황.


‘보험이 필요하겠어.’


제이드는 끝내 콜린의 목숨을 살리기로 결단을 내렸고, 혹시 모를 불상사를 줄일 방법 또한 생각해 두었다.


‘티론. 앙드레.’


다른 건 필요 없고 믿음직한 친구들의 협조만 있다면 가능한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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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5화 가디언 디아나 (1) 22.07.27 311 0 13쪽
15 14화 범인과의 혈투 (3) 22.07.26 314 1 13쪽
14 13화 범인과의 혈투 (2) 22.07.26 293 1 12쪽
13 12화 범인과의 혈투 (1) 22.07.25 315 0 13쪽
12 11화 여왕의 손아귀 (4) 22.07.25 340 2 11쪽
11 10화 여왕의 손아귀 (3) 22.07.24 332 3 12쪽
» 9화 여왕의 손아귀 (2) 22.07.22 363 5 11쪽
9 8화 여왕의 손아귀 (1) 22.07.22 416 6 11쪽
8 7화 최고기사 아놀드 (4) 22.07.21 436 6 12쪽
7 6화 최고기사 아놀드 (3) 22.07.21 484 5 12쪽
6 5화 최고기사 아놀드 (2) +1 22.07.20 570 6 12쪽
5 4화 최고기사 아놀드 (1) 22.07.20 703 4 11쪽
4 3화 수습기사가 너무 강함 (3) 22.07.19 828 9 11쪽
3 2화 수습기사가 너무 강함 (2) 22.07.19 903 12 12쪽
2 1화 수습기사가 너무 강함 (1) +1 22.07.18 1,258 10 11쪽
1 프롤로그. 희망찬 미래를 꿈꾼다 +2 22.07.18 2,165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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