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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2.07.18 12:32
최근연재일 :
2022.12.02 17:00
연재수 :
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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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66
추천수 :
92
글자수 :
579,291

작성
22.08.02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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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22화 신입 기사단장 (4)

DUMMY

“아놀드님?! 안녕하십니까!”

“음, 그래. 자네도 있었군.”


평탄하게 인사를 받으며 들어온 인물은 아놀드였다.

여전히 나른한 분위기 지닌 아놀드는 둘에게 용건이 있어 보였고.

제이드와 세실을 반기며 먼저 세실에게 고개를 돌렸지만.


“이런, 말해줄 필요가 없어졌구먼.”

“네?”

“아니네. 세실, 잠시 자리 좀 비켜주겠나?”

“넵, 알겠습니다!”


아놀드의 부탁대로 세실은 대기실을 빠져나갔고, 그 사이 누워있었던 제이드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아놀드가 찾아온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고 있었다.


“디아나를 만났다지?”

“그렇습니다만, 무슨 문제가 됩니까?”


제이드는 입안이 바싹 말라가며 목이 탔다.

이제 디아나의 제안을 받아 가디언이 되고, 제국에서 힘을 키울 생각이었지만.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가게 냅뒀지.’


아놀드 또한 제이드가 먼저 접근해서 부탁하고, 마지막에는 기사가 되기로 약속까지 했기에 제이드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괜히 늦기 전에 말해주려고 왔네. 디아나를 따라가게. 제국으로 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

“그냥 제국으로 가면 되는 겁니까?”


제이드는 뜻밖에 한 길로 통하는 방법에 어리둥절해 하였고, 아놀드는 쓴웃음을 짓고 있었다.


“미리 말하지 않았나. 내게서 자네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거라고. 그렇다면 배울 수 있는 곳을 추천해야지.”

“이렇게까지 해주시는 이유를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적대국이나 다름없는 쾰른의 망명자.

그것도 귀족에 기사 출신인 자신을 어째서 챙겨주는 것인지 알고 싶었다.


“나의 자존심 때문이라네.”

“...자존심 말입니까?”


옛날의 안좋았던 기억을 회상하는지, 아놀드는 침울한 기색으로 답변했고.


‘자네는 그곳에서 어떨까...?’


제이드는 자신이 강해지는 것과 아놀드의 자존심이 무슨 관계가 있는지 알 수 없었으나.

차라리 그 또한 무언가 바라는 것이 있다는 것에 안심하였다.


“분명 그때 봤을 땐 자격이 없어 보였는데.”


아놀드는 제이드를 빤히 쳐다보면서 뭔가 변화를 찾는 듯 관찰했다.

쏟아지는 아놀드의 날카로운 눈빛.


‘저건 적응이 안되네. 부담스럽다.’


다행히 아놀드는 금방 원래의 나른한 분위기로 돌아갔다.


“이번 사건이 좀 영향이 컸나 봐.”

“고생 좀 했습니다.”


예전 힘을 복원하는 것에 성공하고 바로 실전까지 겪었으니, 제이드가 전과 다르게 보이는 것은 당연했다.


‘다시 싸우면 어떻게 될까?’


제이드는 호승심이 일었고, 자신감이 충만해진 그를 보면서 아놀드는 인정하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가 그렇게 말할 정도라면 그렇겠지.”

“디아나가 준비되는 대로 가겠습니다.”


단 한 번의 고민도 없이 제이드는 제국으로 떠날 것을 예고한다.

한 번이 어렵지, 제이드에게 다른 나라로 떠나는 것 따위 일조차 아니었다.


“당장이라도 말인가...?”


제이드의 단호한 선언에, 아놀드는 당황한 기색을 숨기며 제이드의 의중을 떠보았다.


“이미 기사가 되었는데, 그건 어찌하려고...?”

“일단 되어버렸으니. 몇 개월 정도만 할 생각입니다. 적당히 하다 가면 문제없겠죠.”

“...그렇겠지.”


‘적어도 당장 떠나지는 않겠다’ 라는 발언에 아놀드는 속으로 안도할 수 있었다.


‘자네에게도 나쁘지 않을 걸세. 아무것도 없이 가디언의 길고 긴 고행길을 견디기는 힘들테니까.’


더불어 토너먼트를 우승해서, 신입 기사단장이 될 제이드가 바로 떠나는 것은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을 테니까.


“대회는 어떻게 할 텐가?”


혹여나 우승할 생각이 없을 수도 있기에, 아놀드는 제이드에게 질문을 건넸다.

두 말할 것도 없다는 듯 바로 내뱉은 제이드의 답변은.


“매운맛 보여주려고 합니다. 기분이 안 좋아서.”


제이드는 길버트라는 놈은 꼭 손 봐줄 생각이었고.

기사단을 장악하여 편안하게 기사 생활을 마치고 제국으로 갈 생각이었다.


“자신만만하군. 기대하네.”

“살펴가세요.”


아놀드는 자신의 예상대로 흘러가는 분위기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웠고.

나중에 기사로서 만나기를 기약했다.


“우승 상품이 뭔지 물어볼 걸 그랬네. 쩝.”


손가락을 튕기며 아쉬워한 제이드는 이윽고 찾아온 병사의 안내에 따라 다음 경기에 나섰다.


“제이드님. 다음 경기 시각입니다. 따라와 주세요.”

‘일단 우승부터 해야지.’


곧 있으면 시작되는 4강전.

제이드와 길버트의 결전을 관중은 미리 보는 결승전으로 여겼기에, 경기장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고.


“크으, 이제 시작한다.”

“빨리빨리 좀 진행하지?”

“내가 다 떨리네. 히히.”


많은 이들이 흥분에 몸을 떨며 각자가 응원하는 기사들을 향해 소리를 지르고, 과도한 열기 속에서 경기장 위에 두 기사가 마주 섰다.


“안녕하세요.”


제이드는 길버트에게 말을 걸었지만, 길버트는 대답 없이 조용히 심신의 안정을 추구하고 있었다.


“말이 없으시네.”


아놀드에게 제국으로 가라는 소리를 들은 이후, 제이드는 어떠한 거리낌도 남아있지 않았다.


‘아무도 날 막지 못해.’


어차피 자신은 몇 개월 후면 떠날 사람이고, 혹은 더 빨리 갈 수도 있다.

아놀드에게 미리 가겠다고 말씀도 드렸으니, 마음껏 날뛸 수 있었다.


“아, 재미없게시리.”


여전히 길버트는 제이드에게 대꾸하지 않았다.

무반응에 그만둘 만도 했지만, 제이드는 멈추지 않는다.


‘이놈이 실세같단 말이지.’


기사단 장악을 위해서는 길버트를 박살 내야 했고.


‘무엇보다 짜증나잖아.’


세실한테 지껄인 말을 너무나 심기를 거슬렸기 때문에, 되갚아줄 필요가 있었다.


“쫄리시나 보다.”

“네가 강한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프리지아의 선임 기사로서 우승을 뺏기지 않을 것이다.”


슬슬 그만 할까 싶을 때쯤, 마침내 길버트가 입이 열렸다.

우승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각오.

기사단장이 걸린 경기이기에 무엇보다 진지한 태도를 보였지만, 그걸 모르는 제이드는 웃길 따름이었다.


“네네. 기대하겠습니다.”

‘아주 욕심이 가득하네.’


길버트의 단호한 모습은 승리에 목마른 욕심쟁이로 보였다.

명백히 비꼬는 모습에, 길버트는 울컥하는 마음을 다스렸다.


‘진정하자. 상대의 노림수에 놀아나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결투가 시작되고, 여태까지와 경기와 달리 두 사람 전부 거리를 재며 탐색전을 벌였다.

완벽한 거리 재기.

칼이 닿을 듯 말 듯 서로의 몸을 스쳤다.


“와아아아아아!”

“이것이 미리보는 결승전?”

“가슴이 웅장해진다.”


멀리 떨어진 관중석에서는 보이지 않겠지만.

진지한 눈빛으로 임하는 길버트와 당장에라도 하품을 할 듯한 제이드.

가까이서 본다면 오묘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이거 실망인데.”

“시끄럽다...!”


띠꺼운 표정을 지으며 제이드가 길버트의 범위 안으로 파고들었다.

시끄럽게 귀를 울리고, 현란하게 눈을 어지럽히던 검격이 사라진다.

제이드와 길버드가 정면으로 격돌하면서 힘겨루기에 들어가는 두 사람.


“겨우 이 실력으로 세실에게 그따위로 지껄였냐?”


제이드는 눈을 가늘게 뜨며 길버트를 향해 사납게 웃고 있었다.


*


제국의 수도. 루테디아의 한 구역을 차지하는 컨티넌트의 지부.

그 중에서도 전투를 담당하는 가디언의 본부는 명성에 알맞게 거대한 몸집을 자랑했다.

타박타박.

조용한 복도를 울리는 누군가의 걸음소리.

제이드를 데리러 갔던 디아나는 본부로 급하게 되돌아왔고.

예상치 못한 답변을 들었다.


“그냥 데려오면 되는데?”


찬란한 금발에 붉은 눈동자.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기는 미남이 황당한 표정을 짓는다.


“왜 혼자서 돌아온 거야?”


고풍스런 의자에 앉아 서류를 보고 있는 이 인물은, 컨티넌트의 수장이자 첫 번째 가디언을 맡은 아론이다.

당황한 것은 디아나 또한 마찬가지. 분명.


“네? 아놀드 님께 상담했는데, 대장님과 대면해 이야기를 나누라고...”


디아나가 손가락을 배배꼬며 끝말을 흐린다.


‘뭘 잘못 했나...?“


아놀드는 중요한 안건이니까 대장과 논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통신장비가 아닌 직접 대면을 추천하였다.

아론이 턱을 괴고 혀를 차며 귀찮다는 기색을 내비쳤다.


“그 영감탱이, 무슨 짓을 할려고. 쯧.”


대놓고 언짢은 표정.

디아나는 안절부절못하다가 갑자기 홱하고 손을 들어 올렸다.


“빨리 다녀오겠습니다!”


디아나의 다급한 외침에, 그제야 아론이 표정을 풀었고.

손사래를 치며 디아나를 어르고 달랬다.


“아냐. 어차피 늦었는데, 확실히 준비해서 가는 게 낫지.”


디아나 과도하게 긴장한 탓이지 목각인형처럼 뻣뻣하게 서 있었다.

그런 디아나를 보고 피식 웃은, 아론이 서랍에서 서류를 꺼내 살폈다.


“곧 있으면 6번이 본부로 오네. 같이 가도록 해.”

“네!”

“올 때까지 편히 쉬고 있고.”

“알겠습니다!”


착실하게 경례까지 마친 디아나가 방을 나서고, 아론은 나갈 때까지 흔들던 손을 내렸다.


“디아나가 있는데, 뭐가 그리 불만인 거냐. 아놀드.”


기지개를 핀 아론이 의자에 푹 늘어졌다.

어느새 아론의 옆에는 거대한 체격을 소유자가 서 있었다.


“어떻게 생각해?”

“나름 그의 보호자라도 되어줄 생각인가 봅니다.”


강인한 눈매를 지니고 새까만 머리와 눈동자.

그런 얼굴과 대비되는 온통 하얀 옷차림.

제국의 크루세이더, 베드로가 검 장식의 목걸이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18살이면 다 컸지. 애초에 누가 누굴 보호하겠다고. 약한 주제에.”

“너무 뭐라 하지 마시죠. 그도...”

“됐어. 한명 더 보내줬으니, 아놀드 녀석도 만족하겠지.”


아놀드를 욕하는 것 같아도 아론의 눈에는 아쉬움이 깃들어 있었다.

베드로는 목걸이를 놓고 뒷짐을 지으며 아놀드를 변호하였다.

앉아있는 아론 곁에 서 있으니 더 돋보이는 베드로의 체격.


“뭐, 그 녀석 잘못은 아니지. 내 눈이 엉망이었을 뿐이야.”


아론은 후회의 말을 내뱉으며 연거푸 마른 세수를 한다.

베드로는 아무 말 못하고 침묵할 따름이었다.


“처음부터 받지 말았어야 했는데.”


아론 뿐만이 아니라 가디언 모두가, 아놀드는 가디언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을 내렸다.

최소조건을 통과한 아놀드를 대수롭지 않게 가디언으로 채용했지만.


“너무 성급했지.”


몇 건의 임무를 마치고, 더는 그에게 임무를 내리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 아놀드는 은퇴했다.


“대신 디아나가 왔습니다. 그리고 제이드도 기대할만합니다.”


베드로의 입에서 디아나와 제이드가 거론되었고.

그 말이 위로가 된 듯, 아론은 기운을 차렸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군. 사실이라면 가능할 거야.”


고통스런 어린 시절, 그 속에서 빛나는 재능과 불굴의 의지.

제이드가 겪은 상황이 들었던 정보의 반절이라 하더라도.


“디아나를 뛰어넘을 인재야.”


만약 그가 제대로 각성에 성공한다면, 누구보다도 가디언에게 도움이 될 사람일 터.


“인생이 참 불공평하면서도 묘하게 인정하게 만든단 말이지. 아무튼 이제 본격적으로 활동할 수 있겠어.”


황제의 오랜 염원. 그리고 가디언들의 최종목표.


“다시 쓰레기를 치울 시간이야.”


이번에야말로 대륙을 깨끗하게 정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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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0화 신입 기사단장 (2) 22.07.29 253 1 12쪽
20 19화 신입 기사단장 (1) 22.07.29 287 0 12쪽
19 18화 가디언 디아나 (4) 22.07.28 272 0 12쪽
18 17화 가디언 디아나 (3) 22.07.28 267 0 11쪽
17 16화 가디언 디아나 (2) 22.07.27 282 2 11쪽
16 15화 가디언 디아나 (1) 22.07.27 311 0 13쪽
15 14화 범인과의 혈투 (3) 22.07.26 313 1 13쪽
14 13화 범인과의 혈투 (2) 22.07.26 293 1 12쪽
13 12화 범인과의 혈투 (1) 22.07.25 315 0 13쪽
12 11화 여왕의 손아귀 (4) 22.07.25 340 2 11쪽
11 10화 여왕의 손아귀 (3) 22.07.24 332 3 12쪽
10 9화 여왕의 손아귀 (2) 22.07.22 361 5 11쪽
9 8화 여왕의 손아귀 (1) 22.07.22 415 6 11쪽
8 7화 최고기사 아놀드 (4) 22.07.21 435 6 12쪽
7 6화 최고기사 아놀드 (3) 22.07.21 482 5 12쪽
6 5화 최고기사 아놀드 (2) +1 22.07.20 569 6 12쪽
5 4화 최고기사 아놀드 (1) 22.07.20 702 4 11쪽
4 3화 수습기사가 너무 강함 (3) 22.07.19 826 9 11쪽
3 2화 수습기사가 너무 강함 (2) 22.07.19 900 12 12쪽
2 1화 수습기사가 너무 강함 (1) +1 22.07.18 1,256 10 11쪽
1 프롤로그. 희망찬 미래를 꿈꾼다 +2 22.07.18 2,162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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