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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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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2.07.18 12:32
최근연재일 :
2022.12.02 17:00
연재수 :
113 회
조회수 :
23,414
추천수 :
92
글자수 :
579,291

작성
22.07.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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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7화 가디언 디아나 (3)

DUMMY

마법사의 필수 아이템 지팡이는 온데간데없고.

활동하기 편한 옷차림과 손가락이 튀어나와 있는 장갑, 꽉 묶은 머리.


‘전형적인 격투가 복장이군.’


그것도 숙련자 된 자의 복장 같았고.

실제로 팔, 허벅지 등의 근육들이 잘 단련되어 있었다.


“대체 뭐냐. 권왕 소설이라도 감명 깊게 봤어?”


제이드가 콧방귀를 뀌며 비아냥거린지만, 겉보기와 달리 제이드는 속으로 매우 놀라고 있었다.


‘나쁘지 않아, 조금만 손 보면 세실보다도 낫겠군.’


그가 보기엔 조금 심심한 근육들이었으나, 디아나가 마법사임을 고려하면 매우 훌륭한 수준.

건강미 넘치고 탄력적인 육체는 날렵할 것이라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내 손을 피한 건 우연이 아니었어.’


걸음걸이, 대치하는 자세로 판단했을 때, 평범한 운동 수준이 아닌 무술을 배운 것으로 보였다.


“흥. 그게 뭐 어쨌다고. 내가 뭘 입든 무슨 상관인데?”

“이제 좀 성격이 나오네. 그 까칠한 태도가 그리웠어.”


디아나는 팔짱을 끼고 고운 이마를 찌푸린 채 말했다.


“시끄럽고 갑자기 왜 이러는 건데, 내가 동정심 좀 가졌다고 이러는 거야?”


제이드는 자신이 한심한 모습을 보인다는 사실을 알지만.

도저히 디아나의 생각과 복장은 두고 보기 힘들었다.


“너는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영악하긴 해도, 삐뚤어진 성격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디아나의 격투가 복장에서, 자신이 어렸을 적 마법을 동시에 배우려던 예전 모습이 겹쳐 보인다.

디아나는 마법과 격투술 같은 무술을 병행하면서 즐거운 일상을 보낸 모양이다.


“어렸을 적 단편적인 모습으로 뭘 안다는 거야...”


잠시 노려보던 제이드가 로브를 들고 분수대에 가까이 걸어간다.

분수대에 놓여있는 속이 뒤엉켰는지 이리저리 툭 튀어나온 두툼한 가방.


‘미리 챙겨온 건가?’


디아나는 분수대에 가방이 있는 것을 지금 눈치챘고.

제이드를 경계하면서도 뭐가 들어있을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제이드를 지켜보았다.


“난 어렸을 때 마법을 익히고 싶었어.”


제이드는 가방의 내용물을 꺼내면서, 읊조리듯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런데 프리지아랑 달리 쾰른에서 마법을 배우는 것은 엄청나게 힘든 일이더라.”


대수롭지 않게 자신에 대해 말하는 제이드.

그런 그의 이야기를 디아나가 두 귀를 쫑긋 세우고 유심히 듣고 있었다.


“도움은 안 될지라도 재밌어서 취미로라도 익혀보고 싶었어.”


디아나는 제이드의 마지막 말에 마음속으로 동의했다.


‘아무래도 힘들지.’


수 백년간 축적된 마법의 정수를 온전히 받을 수 있는 프리지아와 달리.

마법의 불모지나 다른 없는 쾰른에서 수준 높은 마법을 배우기란 힘들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닌데. 그 여왕이 허락할 리가 없지.’


가방 속에서 무기들을 차곡차곡 꺼낸 제이드가 디아나에게 고개를 돌린다.


“너는 준비 안 해? 아주 자신만만하네.”

“싸우자고? 여기서?”

“맞아. 애초에 그러려고 온 거라서.”

“하, 너는 그런 거에 막 희열에 느껴?”


다시 한심스럽다는 표정에 더해서, 디아나는 기가 막힌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이후 눈을 가늘게 뜨고는 매서운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한번 덤벼봐. 박살을 내줄게. 아직도 과거의 영광에 사로잡혀있나 봐?”


갑자스런 결투 신청에 디아나는 처음에 당황했지만, 이내 당돌한 미소를 지으며 도전을 받아 들였다.


“잘 생각했어. 도망가지 못할 테니까. 순순히 싸워주는 게 서로 편해.”


장비들을 전부 착용했는지 제이드가 일어섰다.

연구소에 쳐들어갔던 당시에 복장에 조끼를 껴입은 차림새.


“잡상인도 아니고 보기 흉하게 뭘 그리 주렁주렁 달고 다니냐.”


착 달라붙는 조끼에는 암살자들이 주로 쓰는 비수와 단검들이 잔뜩 있었다.

암살자들과 다른 점은 안쪽이 아닌, 바깥에 대놓고 보인다는 것이었다.


“어쩔 수 없어. 다양한 무기를 다루는 게 내 강점인데, 지니고 있어야 쓰지.”


조금 거리를 두고 보는 디아나는 제이드의 모습이 추잡하기 그지없었지만.

웬만한 사람들은 다가서기도 무서운, 살벌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마법 주머니는 바로 꺼내쓰기 불편해도, 포션과 암기 보관하는 아공간 벨트만 하게 없잖아. 돈 없어? 누나가 사줄까?”

“선물해주면 고맙지. 나 거지거든.”


추레한 모습을 보고 빈정거려 보았지만, 그의 답변에 디아나의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그녀가 시선을 돌리고 혀를 한번 차자 제이드가 디아나를 향해 칼을 들었다.


“이제 농담 그만두고 용무부터 보자고.”

“다시 까불지 못하게 교육해줄게.”


제이드는 조끼에 양손을 가져간다.

손가락 마디 사이에 비수를 한 개씩 끼더니 한 손에 2개씩, 총 4개의 비수를 쏜살같이 던졌다.


“네가 그럴 수 있을까?”


꺼내드는 동작이 생략되고 바로 던져진 비수들이 디아나의 눈을 어지럽히고, 제이드는 그 뒤를 따라갔다.

멀리서 시선을 빼앗고 다가가는 정석적인 방법.


‘여전히 까다롭네...!’


어렸을 때, 당황해서 허용한 불의의 일격.

대비하고 있었는데도 한순간 놓칠 뻔하였다.

디아나는 팔목보호대를 이용해 비수가 노리는 위치를 가까스로 지켜내고.


“흥! 옛날만 못한데?”


디아나가 호기롭게 외치며 다가오는 제이드를 향해 오른팔을 내질렀다.


“나랑 박투를 하겠다고? 좋아. 응해줄게...!”


그녀가 정권 자세를 취한 것을 보고, 디아나의 모양새가 우습다는 듯 제이드가 코웃음을 치며 같이 주먹을 맞대었다.

부딪치는 두 주먹.


‘크윽, 무슨 힘이...!’


하지만 그 결과는 상반되었다.

디아나의 주먹은 맞붙자마자 풀리며 튕겨 나왔고, 제이드의 주먹은 그 기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쾅.


“커헉!”


주먹이 디아나의 얼굴에 정통으로 들어갔다.


“정신이 들어?”


휘청거리는 디아나의 신체, 결국 무릎을 꿇고 만다.


‘뭐지, 들었던 거랑은 다르잖아? 이 정도면.’


엄청난 충격에 디아나는 정신을 차리려 노력했고, 제이드는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 자리에 멈춰 서 있었다.


“겨우 이 정도로 어쩌겠다고. 마법이나 꺼내. 탐색전 하다가 끝내기 싫으니까.”


예상과 다르게 자유롭게 마력을 다루는 듯한 모습.

디아나는 당황한 티를 감추지 못하며 숨을 몰아쉬고, 울리는 골을 참으며 일어섰다.


“후회하지 마라...!”


디아나는 욱신거리는 오른 손목을 한번 매만지며, 손가락을 접고 피며 바쁘게 움직였다.

제이드로서는 이해하지 못할 손동작.


‘제대로 실력을 발휘했으면 좋겠군.’


다시 만난 라이벌.

때마침 힘을 되찾은 지금, 상태를 점검하기 좋은 상대였다.

어디서 공격해오든 막을 수 있게 방어태세를 취한 순간.


‘바닥? 지하?’


땅에서 진동이 일고 흙이 들썩거리며 올라와 형체를 갖추었다.

튼튼한 네 개의 다리. 긴꼬리와 풍성한 꼬리털.

크지만 뭉툭한 두 개의 뿔. 큰 체구와 달리 순한 인상.


‘바로 앞에서 소환마법? 무슨 생각이야.’


흙으로 이루어진 소가 제이드의 바로 앞에서 만들어지고 있었다.


‘제대로 만들어지기 전에 망가뜨리면 그만이지!’


이를 눈치채고 바로 거침없이 날리는 발길질.

형성되는 소를 향해 강하게 머리를 걷어찼지만, 얼굴이 살짝 일그러지고 들어갔을 뿐.


‘이게 멀쩡하다고?’


방해에도 불구하고 무사히 완성되었다.

예상과 달리 너무나 튼튼한 흙 소.


‘실수다. 처음부터 검을 뽑았어야...!’


바로 검집으로 손이 향하지만, 검을 꺼낼 새도 없이 소에게 들이 받쳐진다.

땅에 줄을 그으면서 속절없이 밀려 나가고.


“크윽, 좀 멈춰라.”


제이드는 소의 머리에 연거푸 팔꿈치를 찍어보지만, 멈출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아예 상체를 기댄 채, 두 팔을 뒤로 돌려 허리춤에 있는 단검을 뽑았다.


“도축해주마...!”


소머리의 양 뿔을 도려내고 옆으로 벗어난 뒤, 고개를 돌리는 소의 목을 갈라버렸다.

깔끔하게 목이 도려내 지자, 흙 소가 형체를 잃고 허물어졌다.


‘흙 주제에 무슨, 목이 베였다고 사라져?’


제이드는 혹시 몰라 뿔부터 제거했지만, 나타난 현상을 보고 목이 약점임을 알 수 있었다.


“무슨 살아있는 동물도 아니고, 일부러 이렇게 만든 거냐?”

“에휴, 이 위대한 마법을 몰라보다니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야. 무식한 놈.”


어느 정도 회복이 된 듯 디아나가 몸을 일으킨다. 제이드를 다시 한심스럽게 쳐다본다.

울컥한 제이드가 반박을 시도하지만.


“네가 이상하게 만들어놓고 나한테 뭐라고 하냐? 골렘도 목 베었다고 안 멈춰... 안 멈추는데?”


말하면서 제이드의 등골이 오싹해졌다.

보통 마법으로 만든 생명체는 움직임을 제어하는 핵이라는 동력기관이 존재하는데.


‘아까 그 속에 핵이 있었던가?’


허물어지는 흙더미 속에서 핵으로 보이는 마력석이나 장치는 보이지 않았다.


‘흙으로만 이루어진 동물이라... 정령인가?’


이 세계에서 저렇게 순수한 자연 생명체라면 정령이라 볼 수 있었는데.


‘저게 땅의 정령이라고?’


제이드는 말도 안 된다는 생각에 고개를 흔들었다.

정령의 힘은 오로지 환경에 의존하는데.


‘고작해야 꽃과 풀더미, 분수대에 고인 물로 무슨 힘이 있다고.’


초록이 우거진 산속이나 숲, 평야. 혹은 강, 바다, 호수에서.

위대한 자연의 일부분으로서 커다란 능력을 발휘했다.


“도대체 뭘 소환한 거야.”

“보는 눈은 있네.”


짐작도 못하고 있는 제이드에게 디아나가 대꾸한다.

한 손을 허리에 잡고 짝다리를 짚은 오만한 자세.


“오랜 연구 끝에 탄생한 나의 아이들이지.”


디아나는 자신의 마법이 매우 자랑스러웠다.

정령에 가깝게 탄생한 마법생명체들은 디아나의 연구 성과이자 역작이었다.


‘과연 마법사의 나라, 프리지아...’


쾰른에 정체 모를 육체 강화 비법이나 기술의 비결이 있었다면, 프리지아에는 이해 못할 신비한 마법이 존재하였다.


‘아니, 이건 온전히 디아나의 능력이나 제국의 기술일지도 모르지.’


사실 그런 것 따위 아무래도 상관없었고,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능력을 목격한 제이드는 흥분을 주체하기 힘들었다.


“싸움 끝나면 천천히 설명해줄게. 전달해 줄 것도 있으니까.”


제이드는 문득 이제 전투를 끝내도 상관없다는 기분이 들었다.


‘디아나의 착각도 바로 잡아주었고, 무엇보다 무슨 말을 할지 듣고 싶은데.’


겉으로 보기에 제이드의 급발진으로 일어난 다툼으로 보이지만. (사실 맞다.)

제이드의 성향과 복잡한 상황들이 맞물려 시너지로 일어난 사건이었다.


‘어떻게 끝내지?’


제이드는 고통스러웠던 쾰른의 생활에서 짧은 시간이지만, 그 농밀한 경험에 매몰되었고,

디아나는 그의 흔적들을 보았지만, 제이드를 깊이 이해하거나 공감하기는 어려웠다.

7년전 라이벌이었던 모습만 기억한 채, 18살의 막 성인이 된 어린 두 사람.


“무승부로 하지 않을래?”


제이드는 민망한 얼굴로 머리를 긁적이며 디아나에게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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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9화 신입 기사단장 (1) 22.07.29 287 0 12쪽
19 18화 가디언 디아나 (4) 22.07.28 272 0 12쪽
» 17화 가디언 디아나 (3) 22.07.28 267 0 11쪽
17 16화 가디언 디아나 (2) 22.07.27 282 2 11쪽
16 15화 가디언 디아나 (1) 22.07.27 311 0 13쪽
15 14화 범인과의 혈투 (3) 22.07.26 313 1 13쪽
14 13화 범인과의 혈투 (2) 22.07.26 293 1 12쪽
13 12화 범인과의 혈투 (1) 22.07.25 314 0 13쪽
12 11화 여왕의 손아귀 (4) 22.07.25 340 2 11쪽
11 10화 여왕의 손아귀 (3) 22.07.24 331 3 12쪽
10 9화 여왕의 손아귀 (2) 22.07.22 361 5 11쪽
9 8화 여왕의 손아귀 (1) 22.07.22 414 6 11쪽
8 7화 최고기사 아놀드 (4) 22.07.21 434 6 12쪽
7 6화 최고기사 아놀드 (3) 22.07.21 482 5 12쪽
6 5화 최고기사 아놀드 (2) +1 22.07.20 568 6 12쪽
5 4화 최고기사 아놀드 (1) 22.07.20 701 4 11쪽
4 3화 수습기사가 너무 강함 (3) 22.07.19 826 9 11쪽
3 2화 수습기사가 너무 강함 (2) 22.07.19 900 12 12쪽
2 1화 수습기사가 너무 강함 (1) +1 22.07.18 1,256 10 11쪽
1 프롤로그. 희망찬 미래를 꿈꾼다 +2 22.07.18 2,161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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