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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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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2.07.18 12:32
최근연재일 :
2022.12.02 17:00
연재수 :
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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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79,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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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0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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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2화 일주일 (2)

DUMMY

그 이후로 제이드는 의욕을 가지고 온종일 감각을 느끼려 애썼지만, 능력은 돌아오지 않았다.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한 채 벌써 이틀이 지났다.


‘시간은 없는데. 일은 쌓이네.’


제이드는 메모를 구겨 던지며 바닥에 책상에 널린 서류들을 마저 검토하려 애썼지만.


‘그 감각만 느낄 수 있다면 다시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도저히 제이드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곁에서 이를 지켜본 길버트는 그의 고민을 덜어주고 싶었다.


“잘 안되시는 게 있으십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보지도 않은 채 별거 아니라는 듯 손을 내젓자 길버트의 표정이 어두워 졌다.

이를 눈치채지 못한 제이드는 딴생각에 잠겨있다가, 차를 다시 우리는 피노가 눈에 들어왔다.


‘피노의 핵도 색이 다르게 발현됐었지.’


생명력이 넘쳐나는 녹색의 빛. 마지막에 만들었던 단검 또한 제이드 고유의 빛깔이 아닌 흑색이었다.


‘뭔가 연관이 있으려나?’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던 제이드는 피노의 심장을 이용해보기로 결정했다.


“단장님? 지금 어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제이드를 보고 길버트가 그의 행선지를 물었지만.


“오늘은 일찍 퇴근해도 돼. 난 볼일 있어서 이만 갈게.”


제이드는 몇 마디 말을 남기며 피노를 데리고 쌩 떠나버렸다.


“알겠습니다.”


홀연히 남겨져 피노의 찻잔을 치우는 길버트는 몹시 침울해 보였다.


제이드의 파견 기사단만을 위해 지어진 연무장.

기존 기사단의 연무장보다 살짝 작은 감은 있었지만, 훈련장비만큼은 그에 뒤지지 않았고.

어찌나 많이 사용했는지 새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피노, 네 핵.. 심장 좀 보여줄래?”


제이드는 도착하자마자 단도직입적으로 용건을 꺼냈고, 피노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만족스러운 생활을 보내고 있었기에, 피노는 제이드의 부탁 정도는 들어줄 생각이었다.


“어디 보자.”


무채색의 정육면체 조각을 손에 쥐고 처음처럼 기력을 불어넣는다.

나무줄기 같은 문양들이 점차 빛나더니 녹색으로 물들어갔다.


“역시 다르단 말이야.”


단지 빛깔의 차이가 아니라 풍겨오는 기운이 남다르다.

이전에 능력을 이용해 만든 검은 쥐고 있는 것만으로 불쾌감이 느꼈었다.


‘이 변환 능력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다면.’


전투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것이고 남부로 가는 것에도 지장이 없을 터였다.

그때 느꼈던 감각을 떠올리며 생명력이 충만한 힘을 다루려 시도했다.

제이드가 의도한 대로 이리저리 이동하기 시작했다


‘쉬운데?’


제이드의 입꼬리가 올라가며 흡족함을 느낀다.

예상보다 기민하게 즉각으로 반응하는 녹색 연기, 제이드는 자신의 운용능력을 믿고 다음 단계로 진행했다.


‘한번 해볼까?’


저번처럼 무기를 변화시키는 데 사용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했다.

제이드는 허리춤에서 단검 한 자루를 꺼내면서, 단검에 기운을 담으려 가져다 대었다.


“오오, 된다 돼!”


천천히 녹색으로 물들어가는 단검을 보며 제이드는 순조롭다고 여겼지만 피노의 상황은 달랐다.

갑자기 끈 떨어진 인형처럼 풀썩 쓰러진 피노.


“야...!”


제이드는 바로 단검을 바닥에 내려놓고 쓰러진 피노의 상태를 살폈다.

몸을 세차게 흔들었지만,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반들반들했던 표면은 몸체의 수분이 날아간 듯 거칠었고, 머리 위의 새싹이 누렇게 죽어간다.


“정신 차려봐!”


제이드는 뭔가 단단히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안면에 떠오르는 피노의 표정은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었다.


“이거 꽂는다?”


콱-!.

제이드는 피노가 안 좋아진 원인이 자신의 손 위에 있는 큐브 때문이라 짐작했고.

활짝 열려있는 피노의 가슴에 큐브를 내리꽂았다.


“이게 아닌가...?”


안에 집어넣고 뚜껑을 닫았지만 피노는 정상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스스로 해결 못 할 일이라는 것을 깨달은 제이드는 피노를 들쳐메고 급하게 달리기 시작했다.


‘클로에한테 가야 돼.’


그나마 자신보다는 효과적인 대응을 해줄 클로에를 향해서.


“단장님?”

“제이드 경.”

“자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지나치고 북쪽 관문을 지나 오르빌 후작가로.

현재 클로에는 제국의 귀빈으로 디아나와 함께 후작의 저택에 지내고 있었다.

한시가 급했던 제이드는 단숨에 저택을 둘러싼 담벼락을 뛰어넘었다.


“침입자다!”


일대의 소란은 무시하고 클로에의 방으로 직행한다.

후작과 디아나의 잦은 초대로 저택의 구조에 대해 빠삭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클로에 얘 좀 봐줘!”


노크도 없이 문을 박차고 들어온 제이드.

침대에서 낮잠을 자던 클로에가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


*


소란이 잦아들고 널찍한 단상 위에 있는 피노를 클로에가 점검 중이었다.

외견으로도 드러나는 시름시름 앓고 있는 목인.

이 모든 일이 자신의 욕심 때문이었기에 제이드는 착잡했다.


“단시간에 회복될 상처가 아니에요.”


클로에는 마스크와 장갑을 벗으며 장기간의 요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목인도 엄연한 생물. 제이드가 한 짓은 잔뜩 부푼 폐에서 공기를 뽑아낸 것과 다름없다 표현했다.


“나는 이만 나가보도록 하지.”

“죄송합니다. 후작님.”


제이드의 침입에 다급히 귀가한 저택의 주인.

오르빌 후작은 제이드의 사과를 받은 후 사건의 개요를 파악하자 왕성으로 돌아간다.


‘경솔했어.’


제이드에 의한 피노의 부상 소식은 아일레이스 대왕대비의 마음은 좋지 않을 터.

이번 침입과 더불어 귀족들과 여러 인물들의 입방아에 오를 것이다.

하지만 그걸 신경 쓸 때가 아니다.


“그냥 쉬기만 하면 되는 거야?”


걱정이 스며든 다정한 어투였지만 사실 그렇지만도 않았다.

피노는 제이드를 믿고 자신의 심장을 맡겼지만 정작 제이드는.


‘다시 한번 해보고 싶은데.’


피노의 호전된 상태를 보자마자 아쉬움을 느꼈다.

죄책감이 제이드의 양심을 쿡쿡 찌르지만. 미안한 것 이상의 별다른 감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만큼 제이드는 절벽에 몰려있는 상황이었다.


“삼 주 동안 제가 전담해서 치료한다면 괜찮은데...”


볼을 긁적이며 클로에가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남부로 갈 확정된 멤버는 에녹과 클로에.

그리고 일주일 후에 제이드나 다른 사람이 추가로 확정될 것이다.


“그렇다면 피노는 너랑 같이 있어야겠네.”

“아무래도 그렇겠죠.”


얌전하고 싸움 따위 안할 거 같은 피노였지만, 단단한 몸체를 이용한 타격 위주의 준수한 전투력을 보유하고 있으니 동행에 지장은 없었다.


‘나도 따라갈 수 있다...”


거기까지 생각을 마친 제이드의 표정이 환해진다.

바위산에서 알 수 있듯이 피노는 고집이 매우 셌지만, 이상하게도 그의 말에는 순순히 따르는 편이었다.


‘에녹이 거절할 수도 없겠지.’


막대한 세월 끝에 겨우 등장한 목인. 제국 차원에서 냅두고 갈 수도 없다.

자연스럽게 동행은 허락되고 혹시 모를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자신도 따라갈 수 있을 것이다.


‘편법이나 다름없지만.’


이런 식으로라도 갈 수 있다는 것에 제이드는 내심 기뻤다.

대놓고 웃을 수는 없기에 무표정하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중얼거린다.


“나도 같이 가야겠어.”

“...”


클로에가 반만 뜬 눈으로 그를 빤히 바라보았지만, 제이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불만 있어?”

“네.”

“...?”


실제로 불만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클로에의 짧은 답변에 제이드가 당황한다.

항상 어물쩍거리는 모습만 보았었기에 이런 직접적인 불만 표현이 놀라웠다.


‘원래 이런 성격이었나.’


하긴 클로에와는 마주친 적도 적고 대화를 나눈 것은 더 없었다.

이게 본 성격이거나, 아니면.


‘내숭을 떤 거겠지.’


제이드는 오히려 이 상황이 달가웠다.


‘자극해볼까?’


자신 앞에서 가면을 벗었다면 조금 자극한 것만으로도 말을 술술 내뱉을 것이다.

다른 가디언들도 정보가 많이 개방된 편은 아니지만, 클로에는 정말 그중에서 독보적으로 비밀이 많은 편이었다.


“어떤 점이 불만인데?”


한번 말해보라는 듯이 피식 웃으며 단상에 기대는데.


“실력이요.”


이어진 클로에의 대답에 당황하며 헛짚어서 넘어질 뻔했다.


“...지금 내 실력이 별로라고 말하는 거야?”

“네.”


왜 또 물어보냐고 눈빛을 보내는 게 당돌하기 그지없다.

제이드는 어이가 없었다. 한판 붙자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참아내는 것에 성공했다.


‘상대는 꼬맹이다.’


어린애치고는 제법 다부지지만 아무리 봐도 아카데미에 갓 입학했을 나이의 소녀였다.

화를 내기보다 이해를 시켜줄 필요가 있었다.

다행히 클로에는 영특한 아이, 조금의 설명으로도 쉽게 이해할 것이다.


“크흠. 클로에, 내 실력이 부족하다는 소리야?”


거듭되는 질문에 고개만 까딱거리는 모습.

제이드의 이마에 십자마크가 생기지만 울컥거리는 기분을 다스리며 다시 묻는다.


“나는 이제 정식 가디언이 되었어. 아론은 내 실력을 인정해준 건데, 어째서 불만인 거야?”


클로에가 불만이 있어도 아론 대장의 말은 거역할 수 없을 터.

제이드를 의심하는 것은 아론의 안목을 의심하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이해하겠지.’


제이드는 스스로 만족스러웠다.

자신은 어른스럽고 친절하게 클로에의 잘못된 생각을 깨뜨리고 정정해 주었다고 여겼다.


“그건 제이드가 오리진을 완성했다는 전제가 깔려 있어요.”


클로에의 반박에 제이드는 머리가 바쁘게 돌아갔다.

아마도 저 주장은 맞을 것이다. 아론은 오리진을 활용하여 티모시를 이긴 것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 능력을 상실한 것 같은데 아닌가요?”


클로에가 이겼다는 듯이 의기양양해진 것은 제이드의 착각일까.

확실히 제이드의 상황을 알아차리면 아론은 어떻게 반응할지 모른다.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다면 제이드의 등록을 취소할지도.


‘아놀드도 5년은 버텼다는데.’


만약 자격을 박탈당한다면 그것만큼 어이없는 일도 없을 것이다.

위기를 감지한 제이드는 궁색한 변명을 꺼냈다.


“내가 장비만 주어지면...”

“이번에 끊어먹은 벨트를 말씀이시죠?”


클로에는 제이드를 벌레보듯이 바라보았다.

대여해준 물건을 부숴 먹다니. 그녀의 상식에선 이해할 수 없는 무례한 짓이었다.


“수리하는 데만 몇 개월은 걸리는데... 그때까지 기다리시게요?”


제이드가 클로에를 전투원으로서 믿지 못한다면, 클로에는 제이드라는 인간을 신용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제서야 제이드는 깨달았다.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거구나.’


클로에가 자신을 싫어한다는 것을.

그동안의 일들이 필름처럼 생생히 떠오른다.

개인적으로 만날 일이 있더라도 딴청 피우거나 바쁜 척하는 것은 예삿일이었고.


‘갑자기 아무런 이유 없이 디아나를 데려간 적도 있었지.’


여태까지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깨닫고 다시 생각해보니 섭섭한 일들이 많았다.

제이드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힘겹게 참았다.


‘어이가 없네.’


그 하찮게 느껴지는 행동들이 불만을 표현했던 거라니 정말 우스웠다.

서로 아무 말 없이 눈싸움이 이어지고 클로에가 방심하는 틈을 타 제이드가 그녀의 이마에 손가락을 튕겼다.

딱!


“뜨익! 이게 무슨 짓이에요!”


이마를 부여잡으며 클로에가 눈을 치켜 떴다. 꽤 고통스러웠는지 눈물이 글썽거린다.


“제대로 실력을 보여주면 되는 거지?”


딱밤을 때린 제이드가 실력으로 몸소 증명하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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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68화 뒷수습 (2) 22.10.03 117 0 11쪽
68 67화 뒷수습 (1) 22.09.30 13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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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64화 그들의 최후 (2) 22.09.27 122 0 11쪽
64 63화 그들의 최후 (1) 22.09.26 114 0 11쪽
63 62화 침공 (5) 22.09.23 126 0 12쪽
62 61화 침공 (4) 22.09.22 122 0 12쪽
61 60화 침공 (3) 22.09.21 125 0 11쪽
60 59화 침공 (2) 22.09.20 11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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