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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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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2.07.18 12:32
최근연재일 :
2022.12.02 17:00
연재수 :
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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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79,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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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2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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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81화 소강상태 (2)

DUMMY

이르카는 결국 무스타바에게 천운초를 먹이지 못했다.

벌떡 일어난 제이드가 그녀의 손목이 강하게 붙잡았기 때문이다.


“꺄악!”


너무나 세게 붙잡았는지 뼈가 으스러질 듯한 고통에 이르카가 몸부림쳤지만.

제이드는 오로지 황토색 빛깔의 유리병에 시선을 빼앗겨 있었다.


“제이드. 팔 놓으세요.”


보기 드물게 진짜로 화가 난 클로에가 쌍심지를 키며 날카롭게 꾸짖는다.

제이드는 무표정하게 힐긋 쳐다보더니 순순히 손목을 놓아주었는데.


“아앗!”


이르카는 이번에 다른 의미의 비명을 지른다.

제이드가 그녀의 손에서 유리병을 홀라당 강탈해갔기 때문이다.


“이게 천운초라고? 이것만 있으면...!”


제이드가 유리병을 붙잡고 미친 듯이 중얼거린다.

핏발 선 그의 두 눈이 얼마나 이것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지 설명해주었다.

털썩-.


“제발 돌려주세요.”

“...”


이르카가 즉시 무릎을 꿇고 하소연을 했지만, 제이드의 반응은 냉담할 따름이었다.

한참을 뚫어지라 쳐다보던 제이드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걸 다시 얻을 수 있나?”

“그게...”


이르카는 제이드의 물음에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당장 구할 수 없어...’


그녀가 알기로 천운초의 자생지는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전부 망가뜨렸으며 멀쩡한 장소는 없었다.

이르카는 로먼이 벌인 짓을 알고 있다.


“네가 아는 대로 정확히 말해. 죽고 싶지 않으면.”


수작을 부리는 순간 모가지를 부러뜨리겠다는 경고와 함께 제이드가 진실을 요구한다.

애초에 이르카는 부족의 구원자에게 거짓을 고할 생각이 없었다.


“가능은 합니다만...”


한순간 밝아지려는 제이드의 얼굴은 이르카의 이어진 말에 더욱 어두워졌다.


“최소 10년은 걸릴 겁니다.”

“그렇게 오래 걸린다고?”


자연적으로 회복할 시간을 생각하고 자랄 것까지 고려하면 그것도 짧게 잡았다는 것을 제이드는 몰랐다.

단번에 숙연해진 분위기 속에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지 나무에 기대어 주저앉은 제이드.


‘부디...’


이르카는 그런 제이드를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보고 있었다.


*


건너편에서 제이드가 깊은 고민에 빠져있을 시간.

이 모든 것을 지켜봤을 무스타바는 천운초의 소유권에 대해 딱히 왈가왈부하지 않았다.


“미안하다.”


비몽사몽한 채로 클로에한테 사과를 건넸다. 자신이 멍청하게 행동한 탓에 동료 한 명을 잃었다.

한순간의 실수로 찾아온 불행. 무스타바는 자신에 대한 혐오를 참을 수 없었다.


“에녹은 걱정 마세요.”


클로에는 시무룩해하는 무스타바를 적당히 위로해주었다.

사실 괜한 언쟁을 벌이거나 타박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기도 싫었으며.

절벽으로 떨어진 존재가 에녹이기에 할 수 있는 처사였다.


‘생존력만 따지면 스테인을 넘어설 테니까.’


아마 험난한 지형에서의 적응력과 생존력은 가디언 중에서 원탑일 것이다.


“그렇군... 알았다.”


클로에의 나름의 정신치료 행위로 해석한 것일까.

무스타바는 여전히 안타까운 시선을 보냈다.


‘으으... 뭐, 됐어.’


클로에는 뭔가 짜증이 났지만, 에녹이 얼마나 대단한지 하나하나 조목조목 설명하는 게 더 귀찮았다.


“당신, 괜찮아?”


제이드가 혼자 고민할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준 이르카가 무스타바에게 다가왔고.

그녀의 물음에 무스타바는 입꼬리를 올리며 대답했다.


“마치 당신과 몇 날 며칠 동안 격렬하게 보낸 것 같아.”

“그게 무슨 낯부끄러운 소리야.”


허세가 다분한 목소리. 경련이 이는 입가.

이르카는 애써 무시하며 그의 농담에 웃어주었다.


*


시간이 속절없이 흐르고.


“써라.”


어느 새 다가온 제이드가 유리병을 이르카의 품으로 밀어 넣었다.

쑥 들어온 유리병을 받으며 그녀는 감사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이르카는 제이드가 어떠한 고민을 했을지 짐작하지 못하고, 현재 그의 심정도 이해할 수 없었지만.

결국 욕심을 버리고 무스타바를 살리는 용도로 소비하는 것에 찬성하고 양보했다는 점은 알았다.


“아직 내 말 끝나지 않았어.”


이어진 제이드의 말에 이르카가 정자세로 경청한다.

제이드는 천운초를 내어주는 대신, 한가지 방안을 생각했다.


“이번 일이 끝나고 날 따라오도록 해.”


바로 주술사를 직접 데려가는 것.

클로에는 천운초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그건 그녀가 실력이 부족 탓이라고 실토했다.

부족의 주술사를 맡고 있는 이르카라면 저주를 풀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무슨 오해를 했는지 이르카는 슬픈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면서 승낙했다.

진지하게 제안한 탓에 제이드는 이를 눈치채지 못했다.


“무스타바에게 가자.”


장소를 옮겨서 침울한 기색을 애써 밝은 미소로 숨기며 무스타바의 입가에 유리병을 가져갔다.


“마셔.”


이르카는 제이드가 혹시나 마음을 돌릴까 봐 서둘렀지만, 무스타바는 이르카를 제지한 뒤 제이드에게 물었다.


“정말 괜찮겠나, 자네는...”


무스타바도 얼핏 들은 적이 있었다. 천운초는 제이드 일행의 목적 중 하나.

정확히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약초를 구한다는 것은 십중팔구 누군가에게 사용하기 위해서 일 터.


“이르카가 도와주지 않을 게 걱정된다면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


이르카에게 족장으로서 제이드를 도우라 명령한다면, 설령 그가 죽더라도 부족을 위해 이르카는 도움을 줄 것이다.

그리고 무스타바는 그렇게 해줄 용의가 있었지만.


“괜찮으니까, 마셔.”


제이드는 무심하게 그 제안을 거절하고 마시라고 손짓했다.


“고맙다. 이 빚은 꼭 갚도록 하지.”


무스타바가 입을 크게 벌리자 이르카는 단 한 방울도 흘리지 않도록 정성스럽게 기울였다.

꿀꺽.꿀꺽.

액체가 목구멍을 타고 그의 위장으로 들어갔다.


“욱, 뭐야 흙 알갱이가 있는데, 씻지도 않고 달인 거야?”


목에 이물감을 느꼈는지 무스타바가 멈칫하며 뭐라 따지지만.

이르카는 그의 입을 두 손으로 닫으며 한소리 했다.


“그럴 상황이 아니었으니까 불평하지 마.”


이후 야만인 부부가 오순도순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 때.


“잘 선택하셨어요.”

“그러냐.”


클로에는 칭찬했지만, 제이드는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미심쩍은 태도에 클로에가 분위기를 풀고자 농담을 던졌고.


“같이 황제님한테 가서 천운초 좀 쓰겠다고 말하죠.”

“그럴까?”

“크흠.”


그럴 생각이 없었던 클로에는 헛기침을 하며 말을 얼버무렸다.

제이드가 대답을 회피하는 그녀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졌다.


“그보다. 그때 보았던 여자가 설마 너야?”


기절하기 직전 보았던 여성.

제이드는 그 실체를 어림짐작하고 있었고, 클로에는 그 물음에 시큰둥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걸 봤어요? 정말 지독하네요. 그거 저 맞으니까 더 묻지 마요.”


클로에는 더는 말하기 싫다는 듯이 제이드한테 손을 휘적거린다.

하지만 제이드는 아랑곳하지 않고 묻기 시작했다.


“왜 그렇게 변한 거지?”

“그게 네 오리진이야?”

“무슨 능력이길래?”


클로에가 두 손으로 귀를 틀어막아도 제이드의 질문 공세는 멈추지 않았고.

결국 클로에가 소리를 질렀다.


“묻지 말라고 했잖아요!”

“왜, 말해주면 안 되는 거야?”


절대 말해주지 않겠다는 클로에의 단호한 태도.

제이드는 클로에가 왜 그렇게 질색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의 순수한 궁금증이란 것을 알았을까. 클로에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기분 나쁘지 않아요?”


오리진은 말 그대로 독자적인 자신만의 아이덴티티이다.

실제로 동의해놓고서 함부로 사용했다면서 멱살을 잡은 경우도 더러 있었으며.

그냥 본인을 기절시키고 멋대로 자기 능력을 사용하는 것이 실로 불쾌할지도 몰랐다.


‘찝찝하겠죠.’


처음 이 능력의 대상자는 평범한 마법사였다. 그때 당사자가 지었던 겸연쩍은 듯한 그 미소가 마음에 남았다.

괜찮다고 하는데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았다.


‘아주 가관이었죠.’


클로에는 옛 기억에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분석관이랍시고 마법사의 빌려 쓴 힘의 사용 후기를 말할 때, 마법사는 굳어진 인상을 숨기지 못했다.

단점을 지적할 때는 그나마 분위기가 좋았다.


‘고칠 수 있는 부분이었으니까요.’


충분히 허용할 수 있는 단계. 아쉬운 점을 말할 때도 비슷했다.

하지만 되려 그가 지닌 장점을 말할 때가 문제였다.

이런 식의 활용이 좋다, 어떤 방식이 효율적이고 특히 이런 점이 마음에 든다.


‘그때 본 표정은 정말 아리송했죠.’


전혀 모르는 새로운 영역. 정말 그게 자신의 장점이 맞는 건가.

마법사는 스스로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클로에의 칭찬은 마법사의 능력에 대한 칭찬이 아니었다.


-대단하시네요. 하나도 따라 하지 못하겠어요.


멋쩍게 웃으며 허탈하게 내뱉은 말.

의도치 않은 자기자랑과 자화자찬, 모든 칭찬은 결국 자신에게 돌아왔다.

이후 클로에는 칭찬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아무 의미가 없으니까.’


그리고 오리진을 사용하는 횟수도 줄었다.

상대의 못난 점만 꾸짖는 어린애에게 무엇하러 힘을 빌려주겠는가.


‘더 나은 사람들이 넘쳐나는데.’


이미 그들은 스승님과 상관에게 듣는 지적으로 충분했다.

=클로에가 깊은 생각에 잠겨있을 무렵.


“그게 왜 기분 나쁜데?”


제이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되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여러 가지의 무기술을 익힌 제이드의 입장에서.

그보다 단검이나 방패를 잘 다루는 기사는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물론 검술만으로 압도당하면.. 그건 좀 충격이겠지만.’


그렇게 대입해 보니 제이드도 심정이 살짝 이해가 갔다.


“제이드 같은 사람만 있으면 정말 편할 텐데요.”


흔괘히 자신의 것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그들한테도 절대로 타인에게 주지 못하는 게 존재할 것이다.


“내가 특이한 건가, 다른 사람들은 전부 싫어했어?”


그래서 클로에가 활동을 자제했었던 걸까.

사실상 최종병기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능력으로.

동료만 있다면 어떻게든 임무에 참여할 수 있을 텐데도, 제이드가 클로에의 바깥 활동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뇨. 절 찾는 곳은 많았어요.”


꺼리는 반응과 별개로 클로에는 인기가 많았다.

혼자 다녔을 때의 개인 전투력이 모자라서 그렇지, 치료사로서도 훌륭했고 비상전력으로서 가치가 높았기 때문이다.


“너무 많아서 문제죠.”


클로에의 오리진, 대여는 그 단어대로 빌려 가는 것이다.

당사자의 허락도 구해야 하며, 능숙하게 힘을 다루기 위해 사전 분석은 필수.

하지만 그렇게 열심히 준비하며 무엇하나.


“제가 나설 일은 별로 없어요.”


정작 가서 하는 일이라곤 편하게 있다 오는 게 전부였으니, 성취감이라곤 하나도 없었고.

그나마 평소 관심이 있던 박물관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박물관장이 될 수 있었다.

만약 대체 가능한 인물이 있었다면 이번 임무도 클로에가 참가했을 리 없었다.


“딱히 대단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구나.”


제이드는 어렸을 적 트라우마라도 있어서 말하기 꺼렸나 싶었는데, 그의 관점에서는 아무 이유도 없는 셈이었고.


“클로에, 내 능력 평가 좀 해줄래?”


묻는 것에 거릴 낄 게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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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63화 그들의 최후 (1) 22.09.26 11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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