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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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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2.07.18 12:32
최근연재일 :
2022.12.02 17:00
연재수 :
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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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79,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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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2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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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63화 그들의 최후 (1)

DUMMY

멀쩡히 반격하는 제이드.

티모시는 제자리에서 경계태세를 취하며 스스로 정답을 찾았다.


“제길, 속인 거였나!”

“그걸 이제 안 거야?”


제이드는 비웃으며 창을 찔러넣었지만, 사실 거짓말이다.

그리 여유로운 상태가 아니었다.

벨트가 망가진 이후 기력 소모가 부담이 될 정도로 높아진 상태였다.


‘투구 벗은 거조차 속임수라 여긴 것 같지만.’


투구는 물론, 창과 방패에서 흩어지는 모습은 결코 제이드가 의도하지 않았다.

조금 서둘러서 결판 지을 필요가 있었지만.


‘벌써 전의를 상실했군.’


회심의 일격이 아무런 피해가 없자 티모시는 좌절하며 알아서 무너져갔다.


“우아아아아아!!!!”


이성을 잃은 듯 생각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검을 휘두르는데.

제이드가 그러한 눈먼 검에 맞을 리가 없었다.

빈틈을 노린 발길질을 겨우 피하며 티모시는 옆벽을 뚫고 나간다.


“또 도망치는 거냐.”


제이드는 창을 앞세우며 뒤따랐다.


‘이제 마무리를 짓자.’


이번엔 기습에 주의하며 들어갔는데, 방을 가득 채운 불쾌한 냄새가 제이드의 코를 자극했다.

화사한 장식이 꾸며진 것과 달리 스산한 분위기가 흐르는 장소.

벽에 손을 짚은 티모시가 기분 나쁜 웃음을 짓고 있었다.


“크흐흐, 이곳을 보고도 떠오르는 게 없나...! 컥!”


그가 무슨 헛소리를 하든 제이드는 먼저 티모시를 향해 있는 힘껏 창을 던졌고.

제대로 명중한 창은 복부를 관통하며 벽에 박혀 들었다.

이어서 티모시의 목을 가르려 하는데.


“크윽...! 잠깐, 정말 아그네스를 잊은거냐!”


손에 꽉 쥔 단검에 오러를 입히며 다가서자 입가에 피를 흘리는 티모시가 다급히 외친다.


“아그네스...?”


목젖에 닿기 직전에 멈춘 칼날.

티모시는 꼼짝도 못하고 눈동자를 굴려서 한 곳을 가리켰다.


“저, 저길 봐라.”


시선을 따라가자 이곳에 어울리지 않는 가시덩굴이 꼬여있는 관이 보인다.


“저걸 열어 봐-. 끄아아악!”


제이드는 티모시의 말을 따르기 전에, 우선 그의 어깨에 칼을 꽂아넣는다.

완전히 제압을 마친 그는 걸음을 옮겨 거침없이 넝쿨을 치웠다.


‘여기서 나는 거였군.’


열기도 전부터 고약한 냄새가 밖으로 올라온다.

방안에 가득한 불쾌한 악취의 원인.

무엇이 들어있기에 이런 냄새가 나는 것일까.

뚜껑을 열자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은.


“...아그네스.”


측근조차 못 알아보는 몰골이었지만. 제이드는 이것이 아그네스 공주라는 것을 직감했다.

미동도 없는 상태로 미약하게 숨만 붙어있는 상태로 그녀가 누워 있었다.

관을 그대로 두고 창에 꽂힌 채로 열심히 조잘거리는 티모시에게 다가간다.


“...아그네스를 살리고 싶으면 이제라도 여왕님의 밑으로...?”


흉악한 기운을 풍기는 제이드를 보고 티모시는 말문이 막히고.

솥뚜껑만 한 손이 그의 안면을 콱 붙잡았다.

뚜둑-.


“끄으으으으읍!!!!”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울리며 티모시의 머리가 찌그러진다.

동시에 제이드는 티모시에 박았던 단검을 뽑았고.

푸슉-.

단검이 꽂혔던 자리뿐만이 아니라 안면에서도 피가 뿜어졌다.


“어떻게 이럴 수 있는 거지?”


제이드는 이가 부서질 듯 악문 채 티모시에게 묻는다.

아그네스가 험한 꼴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자신이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한 것일까.


“...네 딸이기도 하잖아.”


목이 달아날 것을 염려하여 아무도 내뱉지 않았지만 공공연하게 퍼진 소문.

대부분이 진실이라 확신하고 있는 추측.

아그네스는 코린느와 티모시의 딸일 것이다.


“이 나라는 잘못됐어.”


제이드는 절망 어린 중얼거림을 티모시는 듣지 못한다.

눈가를 떠는 그의 생명이 얼마 안 있어 꺼질 듯 보였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 끔찍한 일의 대한 설명도 변명도 들을 수 없었지만 상관없었다.

들어봤자 속 터지는 건 제이드일 테니까.


“코린느, 그 년이 죽을 이유가 더 만들어졌네.”


한시라도 빨리 쳐죽여야 한다는 다짐과 함께.

이렇듯 간단히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이 성에 차지 않았다.

제이드는 손에 쥔 단검에 마력과 함께 기운을 불어넣는다.


‘너희는 더 큰 고통 속에서 죽어가야 해.’


티모시의 작디작은 숨소리가 지워지고 제이드의 손을 타고 흐르는 핏물이 멈춘다.

겨우 허리에 걸쳐있던 벨트가 끊어져 내리며 제이드는 다시 한번 내면 속으로 들어갔다.


‘전과 다르군.’


다르다고 표현하긴 했지만, 공간의 형태는 비슷했다.

회색의 안개 대신 검은 먹구름이 대체된 공간.

중앙의 구슬도 탁한 연기가 나오는 모습이 매우 어둡게 느껴졌다.


‘방식은 비슷하겠지.’


금이 간 구슬로 다가가 손을 얹는다.

어째서 영령 무기도 아닌 단검이 공중에 홀로 떠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굳이 머리 아프게 고민하지 않았다. 검은 연기 속에서 단검의 모양이 변화한다.


‘어떤 형태일까?’


워낙 추상적으로 바랬던지라 제이드도 무슨 검이 나올지 몰랐다.

변형이 멈추고 나타난 것은.


‘모양은 달라진 게 없는데.’


손잡이 부근까지 시커멓게 도색된 단검이었다.

마법이라도 부여된 것일까.


‘써보면 알겠지.’


먹구름을 빠져나가자 멈추었던 시간이 풀리고 생기를 잃어가는 티모시가 보인다.

현실로 돌아온 제이드의 신체에서 희뿌연 연기도 잿빛의 기운도 아닌, 거무튀튀한 아지랑이가 피어오른다.

공간을 뒤덮는 어두운 분위기만큼 제이드의 탁한 눈동자가 티모시를 응시한다.


‘어디에 꽂아도 상관 없는 건가.’


제이드는 망설임 없이 티모시의 심장에 날카로운 단검을 꽂아 넣었다.

티모시가 짧은 비명을 질렀지만, 제이드의 귀에 닿지 않았다.

갑옷을 꿰뚫고 살을 파고드는 소리. 몸부림에 갑옷이 절그럭거리는 소리는 들렸지만.

오직 티모시의 비명만이 들리지 않았다.


‘조용해서 좋군.’


제이드는 놈이 앓는 소리 따위 듣고 싶지 않았기에 만족스럽게 티모시의 마지막을 감상한다.

피부가 창백해지고 보라색으로 변색되는데.

오히려 체온은 근처에 있는 제이드가 뜨거움을 느낄 정도로 고열이 되어가고 있었다.


‘기절하지 않네.’


툭-. 건들어도 즉사할 것 같은 상태를 유지하고.

몇 분이 지나자 그는 눈을 감지 못한 채 싸늘한 시체가 되었다.

기사 중에서 손꼽히는 강자, 티모시의 시시한 최후였다.


*


막 티모시가 죽기 직전.

일단 중앙으로 기운 없는 발걸음을 옮기는 라이언과 그 옆에 있는 베드로는 불길한 기운을 감지했다.


“저기 누군가 있어.”

“나도 방금 느꼈다.”


둘의 고개가 동시에 한곳으로 향한다.


“아무래도, 우리 귀염둥이들한테 가는 모양이야.”


워낙 사악한 기류였던지라 그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 기운은, 티모시인가?”


라이언은 이해가 가지 않는 듯 아리송한 표정으로 잠시 생각을 했지만.

고민만 해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기에, 그는 직접 찾아가 알아보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가볼 테니. 넌 네 역할을 끝내.”

“괜찮겠나. 많이 지쳤는데.”


베드로가 평가하듯 가늘게 뜬 눈으로 라이언의 상태를 살피자.

라이언은 피식 웃으며 걱정 말라며 큰소리쳤다.


“거의 회복했어. 제이드도 찾아서 디아나랑 같이 도움 좀 받으면 되겠지.”

“알았다.”


아직까지 제이드라고 생각 못하는 두 사람.

라이언은 악의적인 기운을 쫓기로 하고.

베드로는 그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곧장 여왕의 궁전으로 향했다.


‘딱히 걱정할 것은 없겠지.’


라이언을 말리는 것처럼 행동했지만, 사실 베드로는 그를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라이언은 단독으로 소탕 작전이 가능한 믿을만한 강한 사람이니까.

방금 싸움만 봐도 대단한 활약을 보여주었다.


‘살짝 무리한 것 같기는 하지만.’


이제 남은 위험요소는 여왕과 티모시 뿐이다.

졸지에 베드로는 맡은 역할을 다하지 못한 셈이 되었지만, 본래 전투라는 것이 이렇다.


‘현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바뀌는 법이지.’


리나인이 이곳에 도달하지 못한 것 정도는 크게 문제라 여기지 않았지만.

불행은 겹쳐서 등장하는지 변수가 발생하며 꽤 큰 위험으로 다가왔다.


‘아론은 이것도 예측한 걸까.’


베드로를 보내지 않았다면 가디언은 큰 희생을 감수해야 했을 것이다.

그는 무의미한 가정은 잠시 접어두고 굳게 닫힌 여왕궁의 문을 열었다.


‘지독하군.’


어지간한 일에도 꿈쩍없을 베드로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저절로 인상을 찌푸려질 악취가 성안에서 풍겨왔다.

안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데, 정말 악질적인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보통 쓰레기가 아니였어.’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그저 아무도 없는 조용한 장소로 보이지만.

방안은 처참한 상황이었다.


‘정성스럽게도 꾸며놓았군.’


얼핏 살펴본 방안에 의자에는 고급스러운 차림의 시체가 놓여있었다.

과시하듯 활짝 열린 문들을 하나하나 닫으며 나아가자 어느새 끝방에 도착했다.


“어서 와.”


탁자에 기대놓은 두 손등 위에 턱을 올린 채로, 쾰른의 여왕 코린느가 베드로를 환영한다.

지나왔던 방과 마찬가지로 긴 테이블의 의자에는 시체들이 앉아있었지만.


“거기 앉아.”


코린느의 맞은 편, 가장 끝에는 빈자리가 있었고.

다른 이들과 달리 와인이 담긴 잔이 놓여 있었다.


“한잔할래?”


그녀의 권유를 받아들여 베드로는 잔을 들어 올렸고, 한입 머금은 와인으로 입안을 헹궜다.

진짜 마실 줄은 몰랐는지 눈을 크게 뜨며 놀랬다.


“이제 죽을 텐데 조그만 부탁 정도야 들어줄 수 있지.”


베드로는 변화 없이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

그의 자신 있는 태도에 코린느는 조소를 머금었다.


‘혼자서 무슨 배짱이지?’


코린느도 가디언이 지닌 강함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고작 한 명이 이곳을 찾아올 줄이야.


‘나를 너무 우습게 보는군.’


그녀는 본인의 능력에 실로 자신이 있었다. 제국 5강을 상대로도 말이다.


‘내가 쉽게 죽을 거 같아?’


코린느는 베드로의 방심을 이용할 계략을 꾸밀 때.

베드로가 갑자기 잔을 기울이더니 내용물을 바닥으로 쏟았다.


“...예의가 없군. 기껏 공수해온 건데, 와인을 싫어하나.”


코린느는 눈살을 찌푸리며 베드로를 조용히 타박했다.

그저 그녀의 심기를 어지럽히는 행동이라고만 여겼는데.


“아니, 좋아하는 편이라 이런 싸구려는 못 마실 뿐이다.”


인상을 구기며 진심으로 던진 말이 그녀의 평정심을 흩트렸다.


“지금 뭐라...”

“아카이아 공국에서 만든 짝퉁이다. 많이들 속더군.”


베드로는 음흉한 웃음이 터져 나왔고, 코린느의 얼굴이 점차 붉어졌다.

그가 장단 맞춰주는 것도 여기까지였다.


“아무것도 모르고 잡식처럼 주워 먹다니, 돼지가 따로 없어.”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말하네?”


베드로가 일어서며 선전포고를 날리고 코린느는 화장이 짙은 눈으로 뚫어지듯 그를 노려보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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