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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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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2.07.18 12:32
최근연재일 :
2022.12.02 17:00
연재수 :
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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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79,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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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0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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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1화 일주일 (1)

DUMMY

“여왕이 부활한 것이 아니라면, 술자는 다른 사람이라는 소리겠죠.”


클로에가 가볍게 결론을 내리자.

아드득-.

제이드를 이를 갈며 의심 가는 인간들을 하나하나 족칠 생각을 했다.


‘누군지 몰라도 기필코 찾아낸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든 클로에는 염려할 것 없다며 다른 방법을 제시했다.


“저는 상충시키는 방법을 이용할 생각이에요. 그 방법은 재료만 갖춰지면 저도 할 수 있으니까요.”

“뭐가 필요해?”


포르테가 이야기에 끼어들며 묻는다. 어셔 백작가의 위세를 총동원해서 필요한 모든 것을 마련해줄 생각이었다.


“혹시 천운초를 구해다 줄 수 있어요?”

“...그게 뭔데?”


생전 처음 들어보는 풀떼기 명칭에 당황한 것도 잠시 포르테는 클로에의 대답을 기다렸다.


“대륙 남부에서도 최남단에 있는 산, 그곳의 계곡을 따라 하늘에 닿는다는 봉우리 너머에 존재하는 협곡이나 절벽에 자란다는 전설의 약초에요.”

“...”


터무늬 없는 이야기에 포르테는 말문이 막히고, 그런 그를 대신해서 디아나가 그녀에게 물었다.


“혹시 제국의 보고에는 없을까?”

“있는데 쓰면 혼날 거에요.”


제국에서도 함부로 쓸 수 없는 귀중한 약재.

포르테는 도저히 자신이 구해주겠다고 나설 수 없었다.


“사실, 원래라면 꼭 필요한 건 아닌데요...”


꼭 필요한 게 아니라면 정말 다행이었다.

우물쭈물하며 조심스럽게 말하는 클로에의 말을 모두가 귀를 기울여 정성껏 들어주었다.


“제가 해주 의식을 하려면 그게 필요해서..”


말꼬리에 이르러서 클로에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자기 실력에 대한 부끄러움을 표현했다.


“괜찮아! 이 정도로도 대단해!”


디아나가 시무룩해하는 그녀를 다독였다.

진짜 주술사라면 모를까. 실제로 여기 있는 전원은 클로에가 충분히 힘써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아쉬운 건 어쩔 수 없군.’


제이드는 아그네스를 회복시킬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희망적으로 생각하며.

일단 용의자 색출에 전념하기로 결심했다.


*


“...해서 아그네스 공주님이 쾌차하실 방법을 찾았습니다.”

“그것참 다행이구려.”


아그네스의 부활할 수 있다는 소식은 쾰른 전역에 조금씩 알려졌다.

빈센트 공작도 미리 들었지만 마치 처음 듣는 것처럼 포르테의 이야기에 반응했다.

포르테는 공작의 인자한 미소 뒤에 숨겨진 실망을 읽을 수 있었다.


“제국 덕분에 한시름 놓을 수 있겠어. 정말 대단하지 않나. 찰리군?”

“네, 네! 그렇고 말고요.”


찰리는 전혀 기뻐하는 얼굴이 아니었다.

울상을 지으며 낭패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


‘표정관리 좀 해라.’


아무리 속이 쓰려도 그렇지 국가의 공작과 백작 앞에서 대놓고 공주의 희소식을 꺼리다니.

포르테는 찰리의 모습에 기분이 나빴고, 그건 공작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그보다 자네는 언제 동부로 돌아갈 생각이지?”

“네?”


공작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찰리 공자는 무심코 되물었고, 공작은 혀를 차며 저 우매한 인간을 훈계하기 시작했다.


“해역 복구가 힘들다던데 소영주인 자네가 거들어야 하지 않겠나.”


아직 찰리는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듯싶었다.

못 알아듣고 멍하니 서 있는 찰리를 향해 공작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뭣하나 안가고?”

“공, 공작님! 저번에 하신 약속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찰리가 다급한 목소리로 공작에게 묻는다.

포르테는 모르는 무언가 주고받은 이야기가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때와 지금이 같은 상황은 같아 보이나?”


빈센트 공작은 고작 ‘그런 것까지 설명해야 하나.’ 라는 듯 경멸하는 눈빛과 함께 더는 상대하기 귀찮다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큰 사례를 할 테니 제발 동부 지원에 대해 철회하지 말아주십시오!”


무릎이라도 꿇을 기세로 부탁하지만, 공작의 표정은 냉담할 따름이었다.

포르테는 자신의 짐작보다 동부 해역의 사정이 더 나쁘다는 것을 눈치챘다.


“어떤 사례를 말하는 거지?”

“그것이...!”


공작의 물음에 찰리의 말문이 막힌다.

그는 영주가 아니고, 당황한 것을 보아 영주한테 다른 권한을 부여받지 못한 듯했다.


‘아니면 뭘 받았는지도 모르거나.’


뭐든지 간에 총체적 난국이다.


‘그러니까 빨리 가라고 했잖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로 거래를 한다니.

어느 정도의 재산을 걸어야 할지 가늠조차 안 된다.


“나한테 뭘 제안하겠냐는 말이다.”


게다가 상대는 늙은 여우 빈센트 공작, 포르테는 도저히 할 수 있으리라 여기지 않았다.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옆에서 굽신거리며 아양을 떨면 공작이 뭐라도 해줄 줄 알았을까.

그렇다면 정말 단단히 잘못된 판단이었다.


“그렇다면 영지의 배를...!”

“종류는 무엇으로, 몇 척이나 줄 생각이지. 애초에 용도별 수량은 다 파악하고는 있나?”


조소하며 내뱉는 공작의 질문에 찰리는 대답할 수 없었다.

공작이 원하는 것은 적어도 군함일 터. 그리고 그 부분은 기밀 중의 기밀이었다.


“지금 답할 수 있는 게 없다면 당장 이 자리에서 꺼져라!”


곤혹스러움에 땀을 흘리며 입을 달싹거리는 찰리를 향해 불호령이 떨어졌고.

이내 어깨를 늘어뜨린 채 나서는 그를 향해 공작은 표정을 풀고 말을 덧붙였다.


“잘 생각해오게. 마음에 안 들 경우, 병사 하나 보낼 생각이 없으니 말일세.”

“...네, 알겠습니다.”


가까이서 지켜본 포르테는 얼마 안 있어 찰리가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것이 훤히 보였으며.

머지않아 플로이드 후작가의 위세가 나락으로 곤두박질칠 것이라 확신했다.


“자네는 참 건실한 젊은이야.”

“...감사합니다.”


공작은 고개를 돌리더니 느닷없이 포르테를 칭찬하자, 포르테는 떨떠름하게 받아들였다.


“안나는 여전히 공작가로 올 생각이 없나?”

“없다고 합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엘린까지 셋이서 오붓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다시 묻는 질문에는 굳이 자신의 딸인 엘린의 이름에 힘을 주며 대답했지만.

공작은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며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오붓하다라... 그러고 보니 자네들은 신혼이나 다름없겠군.”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일까. 포르테는 공작의 저의가 의심되었지만.

공작은 뜻밖의 말을 하며 흐뭇하게 웃었다.


“왕국이 진정되고 나면,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리는 게 어떻겠나.”


안나를 데려가려 안간힘을 쓰던 모습과 정반대로 이제는 포기했다는 선언을 해버린 셈이었다.


“그건, 안나도 기뻐할 소식이군요.”


친근하게 접근하는 공작의 태도에 미심쩍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생각보다 시답잖은 반응에 공작은 포르테를 주의 깊게 보고, 그가 근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아직 해결 못한 문제가 더 있는가?”

“그것이...”


전 여왕에 대해서라면 자신보다 공작이 잘 알고 있을 게 분명했기에, 포르테는 주술 시전자가 따로 있다는 이야기를 순순히 털어놓았다.


“...쾰른 내부에 세작이 있을 수 있다는 소리군.”


뭔가 짐작가는 구석이 있는 것일까.

기억을 되새기는 공작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생긴다.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이 노인네도 한가지 짚이는 인물이 있다네.”


역시 쾰른의 최장수 귀족. 전대 왕까지 모신 가장 오래된 귀족답게 비밀스러운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코린느 전 여왕에게 예언자라고 불리는 인물이 찾아온 적이 있었지.”

“예언자 말입니까?”


정말 뜸하게 등장했던 인물로, 여왕은 함구하라 명했으며.

그에게 관심을 보인 귀족들은 어떤 식으로든 결국 죽음을 맞이했다고 한다.


“딱 한 번 멀리서 본 적이 있었지. 그 남자에 대해 깊은 신뢰를 보였다네.”


포르테는 공작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의 인상착의에 대해 물었고.

그것들을 전부 머릿속에 저장해두었다.


“이 늙은이를 의지하셨다면 좋았을 텐데.”


빈센트 공작은 진심으로 여왕을 안타까워하는 듯싶었다.

여왕과 무슨 속사정이 있는지 모르겠으나, 정말 중요한 힌트를 얻은 것은 분명했다.

예언자라 불리는 수상쩍은 인물. 로먼은 그렇게 용의자 선상에 올랐다.


*


많은 시간이 지나서야 뒷수습이 끝났다.

깨끗지 못한 귀족들이 퇴출당하고, 살아남은 병사들 중 행패를 부렸던 이들 또한 심판을 받았다.

그중에는 팔라딘 핀리와 린다 남매도 포함되어 있었다.


-사형은 면했네.

-다행인데. 이제 뭐할까?

-...일단 이 지긋지긋한 곳부터 떠나자.


재판 당시 담담하게 중얼거리는 남매의 목소리가 떠오른다.

직위를 박탈당하고 재산을 몰수해갔지만, 죄질이 그리 심각하지 않아 목숨은 건졌고.

재판이 끝나자마자 그들은 홀연히 모습을 감추었다.


‘알아서 잘 살겠지. 그럴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니까.’


제이드는 둘에 대한 생각은 접었다. 현재 그는 프리지아로 귀국했고 기사단장으로 복귀한 상태였다.


-수고 많았구나.


제국에서 미리 정리해준 문서를 마탑에 전달하여 여왕에게 칭찬을 받아 사절단의 일은 마무리되는가 싶었는데.


‘예상과 다르네.’


자신이 정체를 밝힌다면 기사들은 존경을 표하거나 하다못해 두려움이라도 가질 줄 알았는데.

제이드가 기대했던 반응이 아니었다. 오히려 기사보다 마법사들이 그에게 존중해주고 있었다.


‘나라를 팔아먹은 쓰레기를 보는 것 같군.’


실력은 바닥인 주제에 충성심은 아주 제국 기사 못지않다.

마주칠 때마다 까칠한 태도를 보이지만 제이드는 이전과 달리 하나하나 행패를 부리지 않았다.


‘사람이 너그러울 줄 알아야지.’


복수를 마친 제이드는 조금 여유를 가진 듯하다. 며칠이나 갈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수긍하지 않으면 어쩔건데.’


이러한 생각이 바탕에 깔렸있기에 가능한 자비로움이었다.

어차피 저들은 자신을 받아들일 것이고, 제이드는 번거롭지만 이 상황이 거쳐야 하는 과정임을 인지했다.

그것보다는 이 일에 집중해야 했다.


“아, 진짜 어떻게 했더라...”


현실로 돌아온 제이드가 책상 위의 놓인 메모를 바라본다.

낙서처럼 되는대로 끄적거린 글씨.

제이드의 혼잣말에 차로 목구멍을 적시던 피노가 고개를 돌린다.


“큰일났네.”


분명 제이드는 귀국하기까지 매우 순탄한 상황이었다.

기력의 요점을 파악해서 자신만의 오리진을 완성하는 데 성공하고, 티모시 장군을 쓰러뜨렸다.

그리고 정체가 밝혀진 것과 동시에 가디언으로 인정을 받았다.


‘게다가 다음 임무를 들었을 땐 내게 천운이 따르는 줄 알았지.“


때마침 남부를 갈 기회가 찾아왔다.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임무에 앞서 실력 점검을 했을 때 제이드도 몰랐던 심각한 문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어, 이게 왜 안 되지...?


디아나를 비롯한 가디언들이 보는 앞에서 제이드는 처참하게 실패했다.

장비의 도움 없이는 아직 완전히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상태로는 같이 가기 힘들다.


에녹의 나지막하게 내뱉은 선언. 제이드는 억장이 무너지는 듯했다.

야만인 주술사 혹은 천운초를 찾든지 간에 아그네스의 저주를 풀기 위해서 남부로 가야 했고.


‘남부 땅은 혼자 갈만한 곳이 아니야.’


임무에 끼어들면서 동행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각종 동식물이 살아가는 정글과 드넓은 초원은 제이드같이 강한 기사라도 위험한 지역이었고. 거기서 죽여야 할 적들도 존재한다고 들었다.


-어떻게든 해내겠습니다.


제이드의 다짐을 듣고 에녹은 일단 클로에와 디아나를 제외한 나머지들을 데리고 제국으로 돌아갔다.


‘단 일주일.’


에녹이 이곳에 다시 돌아올 때까지, 제이드에게 주어진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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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68화 뒷수습 (2) 22.10.03 11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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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64화 그들의 최후 (2) 22.09.27 121 0 11쪽
64 63화 그들의 최후 (1) 22.09.26 113 0 11쪽
63 62화 침공 (5) 22.09.23 125 0 12쪽
62 61화 침공 (4) 22.09.22 122 0 12쪽
61 60화 침공 (3) 22.09.21 12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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