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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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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2.07.18 12:32
최근연재일 :
2022.12.02 17:00
연재수 :
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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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17
추천수 :
92
글자수 :
579,291

작성
22.09.1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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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56화 어셔 백작가 (5)

DUMMY

“낮에도 그렇고, 도련님은 그새 지략이 느신 것 같습니다.”


전의를 잃은 두 기사와 달리 가스통은 백작을 지키는 쪽에 섰다.


“가스통, 아버지는 지금 정상이 아니시다. 너도 알 텐데?”

“...”


결국 가스통의 영주를 향한 충성과 태도는 변하지 않았지만, 이는 예견했던 상황이었다.


“뭐 좋아. 이쪽으로 오지 않으면 나야 좋지.”


싸우는 일 없이 싱겁게 끝났다면 제이드는 오히려 실망했을 것이다.


“연습상대가 필요했거든.”


그도 이참에 제국에서 보내준 무구를 시험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물며 가스통은 예전의 자신과 동등한 실력자.

실로 안성맞춤인 상대였다.


“저기, 도와주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제이드와 가스통의 본격적인 결투가 시작되자 패배를 우려한 포르테는 라이언을 바라본다.

포르테가 판단하기에 가스통은 팔라딘의 말석 정도는 능히 차지할만한 실력자였다.


‘제이드가 강해지긴 했겠지만.’


자신만만한 태도로 짐작했을 때, 제이드가 이길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지만.

사실 제이드가 가스통을 이긴 것을 본 적이 없어서 매우 불안했다.


“동생 걱정이 심하군. 제이드는 약하지 않네.”

“그거야 저도 압니다.”


포르테의 말에 살짝 미소를 지을 뿐, 라이언은 움직일 생각이 없었다.

이전에 라이언한테 한방에 나가떨어졌지만, 강함은 상대적인 것.

이 나라에서 제이드를 상대로 일대일로 이길 수 있는 인간은.


‘끽해야 두, 세 명이지. 저 봐라.’


기력 한 줌 소모하지 않고 티끌만 한 마력으로 잘도 상대하고 있지 않은가.


“강해지셨군요.”


열합도 안되는 경합으로 가스통은 제이드의 현재 상태를 알아차렸다.

제이드는 초인의 영역에 들어가지 직전.

그 경지에 발을 담그고 있는 지점이었고, 이는 제이드도 인지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역시 도련님은 대단하시군.’


신체를 단련하는 이들이라면 모두가 꿈꾸는 경지를.

채 스무 살도 안 된 청년이 넘보다니.

옛적에 사라진 줄 알았던 열등감이 바닥에서부터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고 있었다.


‘내 상식이 뒤바뀔 정도야.’


보통 한 우물만 파서 도달하는 것이 정석적인 방법으로 널리 알려졌건만.

제이드는 여러 무기를 단련하면서 누구보다 이른 나이에 달성하기 직전이었다.


‘정말 언젠가 해내실지도 모르겠군.’


제이드가 복수를 이룰 날이 머지않았다는 것을 느꼈다.

가스통은 자신의 패배할 것으로 이미 짐작했지만.


‘도련님. 노장은 죽지 않았습니다.’


아직 제이드가 극복하지 못한 약점을 발견해내고야 말았다.

풍부하고 강대했던 마력이 이제는 아주 미약하기 그지없었다.

물론 제이드는 이 또한 극복해낼 테지만.


‘당장의 체면은 살릴 수 있겠군.’


다행히 무력하게 패배하진 않는다.

생각을 끝낸 가스통은 내부의 모든 마력을 끌어올렸다.

한순간 눈부신 광채가 검을 감싸고 가스통은 이를 거침없이 휘둘렀다.


“제이드 위험해!!!”


검술에 살짝 맛본 포르테도 알 만큼 강대한 기운이 그 안에 담겨있었다.

검이 향하는 장본인 제이드도 느끼고 있는 사실이었다.


‘이 정도면 적당하겠지!’


제이드가 느낀 감정은 위협이 아닌 설렘이었다.

이번 작전을 위해 제국에서 받은 신무기가 공개된다.

쾅!!!!!!


“허허...”


가스통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허탈하게 웃는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의 전력을 쏟은 일격이 상대에게 생채기조차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쓸만하군.”


위가 둥글고 아래는 길고 뽀죡한 형태의 잿빛의 방패.

카이트 실드로 정면을 보호한 상태에서.

제이드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이제 마무리를...음?’


창을 꺼내어 싸움을 끝내려 마음을 먹었지만.

그의 오른손은 여전히 비어있었다.

제이드는 당황스러운 감정을 감추고 자연스럽게 주먹을 말아쥐며 가스통의 면상을 후려친다.


“커헉!”


무방비한 상태로 맞은 가스통이 저 멀리 날아가 쓰러졌다.

이윽고 제이드는 망령 장비의 패널티를 알 수 있었다.


‘동시에는 소환이 안 되는 건가.’


방패를 역소환하고 창을 원하자, 나타나는 모습을 보고 반쯤 확신할 수 있었다.

이대로도 충분히 좋은 장비였지만, 제이드는 조금 아쉬웠다.


“크와아아아아!!!!”


뜬금없는 괴성에 제이드가 고개를 돌리자.

의자에 달라붙어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백작이 보인다.

그 모습은 제정신이 아니다 못해 이지를 상실한 듯 보였다.


“뭐해. 끌어내려.”

“네!”


발광하는 백작을 집무실에서 끌고 나가고.

포르테는 곧바로 그 자리에 서서 열심히 서류를 뒤적거렸다.

오늘 하루 동안 백작이 무슨 짓을 했는지 살펴보려 했는데.


“아니, 벌써...”


포르테는 예상치 못한 서류를 발견했는지 곤란한 표정을 지었고.

제이드는 그 종이를 집게손가락으로 갈취해서 읽어보았다.

그곳에 적힌 내용은.


“형. 큰일 났네.”


제이드를 붙잡았다는 내용의 연통을 수도로 보냈다는 것이었다.


“이제 여왕이 어셔 백작가를 불태우고 잿더미만 남을 것 같은데. 앞으로 어떡할 거야?”


위험하다고 걱정하는 말과는 달리 제이드의 얼굴은 진한 웃음기를 머금고 있었다.


‘이거 큰일이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이쪽도 마찬가지였지만, 최대한 태연한 척 연기를 하며.

제이드는 포르테에게 눈빛으로 묻는다.

자신을 도와줄 건지 이대로 멸문할 것인지.


“...잠시 생각할 시간을 줘.”


이 사태를 자체적으로 해결할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백작이 하려 했던 대로 제이드를 가둘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고심하겠다고 말했지만, 어셔 가문이 살아남을 방법은 제이드에게 협력하는 수밖에 없었다.


“알았어. 하지만 서둘러 결정하면 좋겠어.”


이것 때문에 가디언의 일정도 앞당겨졌으니 말이다.

고민할 시간과 뒷정리 시간을 배려하여 라이언과 함께 집무실을 빠져나온다.

고심에 잠긴 포르테와 마찬가지로 제이드도 초조한 기분이 들었다.


“라이언,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이드는 라이언에게 먼저 생각을 물었다.

어떻게든 어셔 백작가를 설득하는 데에는 성공하겠지만, 문제는 시간이다.


“적어도 나흘 안에는 수도에 도착해야겠지.”


라이언은 빠르게 결론지었지만.


“말을 탄다고 해도, 내일 오전에는 무조건 출발해야 한다는 소리네요.”


결국 시간이 촉박하다는 내용.

사실 그들이야 조금 더 빨리 출발하면 그만.

정말 급한 쪽은 공작령으로 향한 자들이었다.


“위쪽은 괜찮을까요?”

“...글쎄다. 알아서 잘 해결하기를 빌어야지.”


라이언이 내뱉은 대로 그들이 시간에 맞춰서 나오길 기다리는 것뿐.

이쪽에서 도와줄 방법은 없었다.

답이 없는 상황은 뒤로 제쳐두고 제이드는 먼저 라이언에게 감사를 전했다.


“새 장비는 잘 쓰겠습니다.”

“내 것도 아닌데, 뭘. 나한테 고마워할 필요는 없어.”


앞으로 있을 큰 싸움에 대비하기 위해 제국에서 급히 보내준 장비들.

물론 계획대로라면 제이드가 활약할만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회의에서 그에게 준 역할은 아그네스 공주가 무사한지 확인한 후 확보하는 것이니까.


“...그런데 이건 불량품 아닙니까?”


제이드는 허리에 맨 벨트를 당기며 묻는다.

조금이라도 전력향상을 노리고자 제국에서 지원해준 장비는 하나가 아니었다.


“원래 그런 물건이야.”


라이언이 처음 설명할 때는 무척 대단한 기능이 숨겨져 있는 것처럼 말했는데.

평범한 아공간 벨트로 사용할 뿐, 전투 내내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제가 사용할만한 장비는 맞습니까?”

“지금 너한테 제일 안성맞춤이지.”


기력사용이 익숙해지고 오리진이 확정되지 않은 시기에 이것만 한 게 없다는데.

제이드는 라이언의 말이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저절로 알게 된다고 해. 괜히 가이드 라인이라고 불리는 게 아니야.”


컨티넌트 내부의 장인들이 연합하여 기력을 연구하고 기적처럼 만들어낸 작품.

착용자의 기력사용현황을 분석하여 미래의 가능성을 유추해낸다 설명했지만.


“라이언도 사실 잘 모르잖아요.”

“그걸 사용할 줄 알았으면 내가 2년을 낭비하지는 않았겠지.”


사용자마다 차이가 큰데,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제이드는 크게 기대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


라이언과 헤어지고 다사다난했던 하루의 끝을 고할 시간.

제이드는 휴식을 취하고자 했지만.


‘이제 얼마 안 남았군.’

‘정말 이렇게 끝낼 수 있다고?’

‘아그네스는 괜찮을까...’


복수의 날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여러 오만가지 생각이 들면서.

제이드는 침대에 가만히 누워 있기 힘들었다.


‘산책이나 하자.’


제이드는 가벼운 산책으로라도 싱숭생숭해진 마음을 달랠 수 있길 바랐는데.


‘왜 이리 뛰어다녀.’


하녀와 집사들은 물론이고, 기사들까지 총동원하여 분주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하긴 아버지가 그렇게 되셨으니 어수선해질 만 하지.’


제이드의 생각도 얼추 들어맞았지만, 제일 큰 소란은.


“수갑이 모자랍니다!”

“범죄자 수용소에서 빌려 오도록.”

“이 자식들아! 단장 어딨냐고!”


그의 부하들의 처리문제였다.

제이드와 함께 돌아가야 한다며 몇 번이고 쫓겨나도 계속 잠입해 들어올 것이라 외치는데.

정말 난감한 상황이었다.


‘며칠만 거기 머무르고 있어. 금방 다녀올게.’


제이드는 라이언과 함께 수도를 침공할 생각이었기에 부하들에게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제이드 단장님, 무사하시죠!!!!!”

“살아있는 거 맞지?”


애달픈 목소리가 제이드에게도 닿으며 가슴이 아팠다.

그는 부하들의 모습을 측은하게 여겼다.


‘그게 다 너희가 약해서 그래.’


제이드를 만나지 못하는 것도. 그가 부하들 몰래 혼자 수도로 가야 하는 것도.

전부 그들이 약하기 때문이다.


‘돌아오면 더 훈련하자.’


제이드는 복잡한 심경을 다스리고 차분해진 마음으로 산책을 마쳤고.

마침내 새벽이 밝았다.


짧은 수면을 마친 제이드와 라이언, 포르테는 응접실에서 서로를 마주 보았다.

눈가 밑으로 다크써클이 짙게 자리 잡은 포르테가 이마를 짚었고.

탄식에 가깝게 낮은 목소리로 혼잣말을 한다.


“프리지아 정세를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도 참 아직 모자르군.”


갑작스런 자아 성찰에 제이드는 의문을 느끼는 것도 잠시 생각이 많은 탓이라 넘어가는데.


“비밀리에 전쟁을 준비하고 있을 줄이야.”

“...?”

“사전작업은 마친 상태인가? 제국의 군대는 어디까지 와 있는 거지?”


아무래도 포르테는 뭔가 단단히 착각을 한 모양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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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6화 어셔 백작가 (5) 22.09.15 11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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