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xSn50 님의 서재입니다.

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2.07.18 12:32
최근연재일 :
2022.12.02 17:00
연재수 :
113 회
조회수 :
23,475
추천수 :
92
글자수 :
579,291

작성
22.09.23 11:00
조회
125
추천
0
글자
12쪽

62화 침공 (5)

DUMMY

초토화된 빈민가.

무너진 잔해 사이에서 라이언과 격투가가 주먹을 부딪친다.

현재 싸움의 양상은 단순한 타격전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으아아아아-!!!!

흐으아아아앗-!!


라이언이 기합을 지르며 내지른 주먹을 격투가가 피하면서 그의 허리를 후려친다.


“한걸음 물러나!”


뒤에서 외치는 소리에 재빠르게 물러서자 라이언은 홀로 화염에 휩싸인다.

불길이 잠잠해지면 어김없이 격투가가 달려들어 다시 난투를 벌였다.


‘정말 경이롭군.’


이제는 넝마가 되어 나체에 가까워진 상태였다.

중요 부위만 겨우 가려진 흉측한 몰골.

대머리 남자는 한계에 다다른 모습이었지만.

불끈-. 단단하게 자리를 잡은 근육이 꿈틀거리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괴물 같은 자식. 기어코 한 놈을 데려갔어.’


검사로 보이는 인물이 라이언의 근처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그가 자랑하는 검 또한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그만 좀 쓰러져라!”


마법사가 라이언을 향해 괴성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자, 격투가는 그녀를 달랬다.


“아벳, 진정해. 거의 끝났다.”


격투가가 손가락으로 라이언을 가리키자.

쓰러지듯 위태롭게 걷던 라이언이 벽에 기댄 채 주르륵 미끄러져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진짜 불사신이라도 되는 줄 알았네.”


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마침내 끝이 났다고 생각한 마법사는 혀를 내둘렀다.


“됐고. 빨리 죽이기나 하자.”


격투가는 라이언 금방이라도 벌떡 일어날 것 같다는, 불안한 생각이 떠나지 않았고.

마법사도 동감했기에, 곧바로 라이언을 재로 만들 불꽃이 쏟아진다.


“후우, 어디 있다 이제 온 거야.”


라이언은 하늘을 향해 한숨을 내쉰 것과 동시에.

푹-.

어디선가 날라온 대검이 라이언의 앞에 꽂히고, 불꽃을 가로막았다.

사람이 들 수는 있을지 모를 정도로 검은 지나치게 거대했기에, 라이언은 무사할 수 있었다.


“잘못하면 죽을 뻔했잖아.”

“...”


저 멀리서 베드로가 침묵한 채 걸어오고 있었다.


“하아, 진짜 쟨 또 뭐야?”

“무시하고 저 녀석부터 처리해!”


짜증을 부리는 마법사에게 말하며 격투가는 급하게 뛰었다.

지친 것일까, 라이언은 격투가가 다가오는데도 일어서지 않았다.

다른 방비도 없이 여유로운 태도.


‘뭘 믿고 그렇게...!’


이를 악물고 한츰 더 속도를 올리려는 격투가의 앞에, 아까와 비슷한 크기의 대검이 꽂히고.

그는 저 인간을 무시하고 라이언에게 다가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기까지 던졌다고?’


직접 겪었지만 믿을 수 없는 광경. 격투가는 상식을 벗어난 행동에 기가 막혔다.

곧이어 마법사의 공격이 곡선을 그리며 라이언에게 날아가지만.

텅-.

또다시 공중에서 등장한 대검에 막힌다.


‘허공에서 갑자기 나타났어.’


분명 앞에는 아무런 장애물이 없었는데, 느닷없이 대검이 생성되었다.

그가 알 수 없는 미궁에 빠져있을 때.

어느새 베드로는 라이언에게 다가가 있었다.


“빨리 좀 다녀.”

“미안.”


라이언은 태연하게 베드로를 바라보고.

베드로는 공중에서 마법을 맞고 되돌아오는 대검을 잡으며 라이언의 앞에 섰다.


“합류하기로 했던 지원군인가.”

“쟤 같은 괴물은 아니겠지?”


긴장하여 서로 눈치만 살피는데.

라이언은 그런 그들을 내버려 둔 채, 베드로와 대화를 나누었다.


“베드로, 멸망론자 녀석들이 뒤에 있었어.”


라이언은 가디언 본부에 반드시 알려야 할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쾰른의 배후에 존재하는 자.


“...어느 계열인데.”


베드로는 바로 알아듣고 그들에 대해 묻는다.

라이언은 손을 들어 바닥에 가득한 육편을 가리켰다.


“저기 시체들을 엮어 만든 거 보이지? 워시퍼... 숭배자 놈들 같아. ”


베드로도 어느 정도 짐작은 했지만, 현장 인원에게 확실히 들을 필요가 있었다.

그는 초토화된 주변을 살피며 물었다.


“근처에 있을 가능성은?”

“없어. 이미 꼬리말고 도망쳤을 거야.”


라이언과 베드로가 진지한 문답을 나눌 때.

마법사가 자존심이 상했는지 그들을 향해 소리쳤다.


“우리 무시하냐?”

“아벳, 조용히 해. 우리가 도망쳐야 할 판이야.”


격투가는 마법사를 낮은 목소리로 제지하며 베드로의 눈치를 보았다.


‘아니, 도망도 못 치려나.’


사정거리가 얼마나 될지 모르겠지만.

저 무지막지한 기술에서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으리라 장담할 수 없었다.


“항복할 기회를 주지.”


베드로는 그들에게 자비를 베풀었지만.


“...이미 죽음을 각오했다.”


거절할 수밖에 없다.

팔라딘들은 여왕의 권력 아래에서 많은 악질적인 명령을 수행했고.

또 자신들의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했으니까.


‘나나 아벳이 핀리와 린다처럼 살지는 않았지.’


그들은 정상참작의 여지가 충분했지만, 이들은 그렇지 않다.

지금이야 후회를 하고 있지만, 이곳에서 그렇게 살아남은 걸 어쩌겠는가.

베드로는 이해한다는 듯 주억거리며 자신의 손목을 매만지고.


“고통은 없을 거다.”


눈앞이 번쩍이더니 아벳이라는 마법사의 형체가 순식간에 분쇄되어 소멸되었다.

격투가는 그제야 이 기술의 정체를 깨달았다.


“내 눈이 잘못 된줄 알았는데... 정말-”


격투가 마저 그 말을 끝으로 죽고 라이언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역시 저 능력은 사기라니까.”


*


제이드와 티모시가 격돌하며 서로에게 공격을 가하지만.

경합에서 압도하는 것은 제이드였다.

그는 제이드에게 별다른 상처도 못내고 만신창이가 되어갔다.


“이, 이럴 리가 없는데...!”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는 티모시가 제이드를 부릅뜬 뜬눈으로 째려보았다.

실력에 자부심이 있었던 탓일까.

도무지 이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너 단련한 게 언제냐. 하루에 몇 번 검을 휘두르지?”


이번에는 제이드가 질문할 차례였다.

제이드는 신체 스펙이 티모시와 맞춰지자 알 수 있었다.

단단했던 것은 겉모습일 뿐, 그 속살은 정말이지 물렁했다.


“했을 리가 없지.”


티모시의 검은 너무도 가벼웠다.

분명 몇십 년간의 정수가 녹아있어야 할 그의 검술에 심오함은 존재하지 않았다.

슈슉-.

방패 뒤에 숨어서 찔러대는 단순한 전술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노력해서 얻은 힘이 아니니까. 노력하지 않는 거야.”


갑자기 제이드가 압도할 수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가 신체적으로 밀리지 않게 되었으며 무구 수준은 티모시보다 훨씬 좋아졌기 때문이다.

제이드가 한심스러운 눈빛에 티모시는 진한 굴욕감을 느꼈지만.

뭐라 반박할 틈도 없이 뒷걸음치기 바빴다.


“그러면서 연구할 필요가 없다고? 웃기네.”

“언제, 여기까지...!”


한없이 물러나던 티모시도 더는 물러설 수 없게 되었다.

바로 뒤에 존재하는 거대한 성문.

이러한 것도 깨닫지 못할 정도로 티모시는 심적으로도 몰린 상태였다.


“그냥 딱 그 정도의 가치밖에 없다는 소리 아니야?”


제이드는 오른손의 창을 흘어내고 양 팔뚝으로 방패를 지탱하여 맹렬히 돌진했다.

티모시의 무의미한 칼질 따위 접어두고 짓눌러 버린다.


“크헉!!”


쾅-!

성문이 박살나고 티모시는 성안으로 파편과 함께 바닥을 뒹굴었다.

무릎을 꿇은 티모시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쿨럭! 말도 안돼.”



성문을 뚫고 들어간 그를 따라가기 위해 제이드는 성문에 생긴 커다란 구멍을 지났다.

조심히 침범했던 옛날과 달리, 이번엔 당당히 정문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억울한 듯 쳐다보지마. 너야말로 거저 얻은 힘이잖아.”

“닥쳐라! 나도 내 힘으로 이 자리까지 올라온 거다!!!”


티모시의 포악한 외침에 그건 인정해준다는 듯 제이드가 고개를 끄덕인다.

티모시는 쾰른에 존재하는 모든 기사들의 우상.

제이드도 한때나마 그의 위업을 존경한 적이 있었으니까.


“그런데 그 노력을 홀라당 날려먹었네?”


이제 그는 존경을 표할 가치가 없는 사람이다.

티모시의 인성이 어땠든 능력만큼은 출중했는데.


“실력마저도 사실 이 꼴이었다니.”


조금 과장을 보태서 쥐어진 게 검이 아니라, 몽둥이였어도 다를 게 없을 정도였다.


“강함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강함에 취해있군.”


제이드의 말대로 티모시는 최고기사라는 자리까지 올려준 노력을 무시해버렸다.


‘그 간편한 유혹에 넘어간 거겠지.’


행운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제이드는 유혹을 받아본 적조차 없었다.


“그러는 너야말로 장비의 힘을 빌렸으면서!!!”


소리를 지르며 달려드는 티모시에게 제이드는 다시 방패를 앞세우고 창을 찔렀다.


“내가 말했지. 억울하면 너도 착용해!!”


다시 한번 어렵게 창을 회피하는 티모시.

이게 가디언의 진정한 힘일까.

제이드는 티모시를 압도하는 자신의 힘에 내심 감탄하고 있었다.


‘물론 대단한 능력이지만.’


사실 티모시가 속이 빈 강정이었다는 점이 컸다.

만약 신체능력만 갖춰진다면 아놀드도 무난하게 이길 수준.


‘그래서 아놀드에게 자격지심이 있는 건가.’


또한 그런 아놀드를 이길 수 있다는 점이 여왕의 축복을 맹신하게 만든 걸지도 몰랐다.


‘단련도 소홀히 하는 것도 당연한 수순이지. 노력이 하찮게 보일 테니까.’


그 결과가 이것이다.

티모시는 진땀을 흘리며 제이드의 창을 피하기 바쁘다.

이제 기력을 아끼기 위해 방패를 치워야 하나 생각이 드는 순간.


“이럴 리가 없어!!!”


보라색 기운을 있는 힘껏 내뿜으며 끝까지 현실을 부정한다.

마지막 발악이라도 하는 건가 싶었던 제이드가 방패 뒤로 웅크리자.


“으아아아아!!!!”


티모시는 등을 돌리고 가까운 성으로 냉큼 도망쳤다.


‘아니, 저 새끼가!’


덩그러니 남은 제이드는 인상을 팍 구기면서 빠르게 그를 뒤쫓았다.

문을 들이박아 가며 안으로 들어서는 티모시의 모습이 저 멀리 포착했다.


‘도망치는 건 잽싸네!’


이윽고 도착한 제이드도 문을 박차며 들어간다.

아무 소음도 없는 조용하고 차가운 분위기.

주변을 경계하며 살펴본 내부는 아무도 지내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여기는...’


여왕을 죽이기 위해 내성 지역을 외웠었던 제이드는.

티모시가 도망쳐온 이곳이 아그네스가 머무는 공주성이란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지만 공주성에 하녀가 한 명도 없다니.


‘그럼 아그네스는...?’


주구장창 전투하느라 잊었던 그녀의 존재를 떠올린다.

휙-!

바람 소리가 들린다 싶더니, 제이드는 갑작스러운 기습을 당했다.

문 위에서 기척을 숨기고 있던 티모시가 제이드의 뒤를 노리고 있었다.


‘썩었어도 초인은 초인이군.’


추잡하게 도망칠 때는 언제고, 이런 기습을 준비했다니.

제이드가 감상에 젖을 공주성으로 도망친 것도 계략인 것 같았다.


“크하핫, 추격 중에 방심이나 하다니 꼴 좋구나!”


티모시가 노린 것은 제이드가 착용한 허리띠.

그는 벨트에 어린 은은한 기운을 눈치채고 있었다.


“네 녀석도 남말 할 처지가 아니지. 그 허리띠에 의존한 주제에.”


급히 피했지만, 벨트는 금방이라도 찢어질 듯 칼자국이 크게 남아있었다.

투구는 사라져 제이드의 은발이 드러나고 무기에서 희미한 연기가 몽실몽실 새어나온다.


“네놈도 끝이다!”


티모시가 흥분하며 뛰어드는데 제이드는 다가온 그를 향해 가볍게 방패로 올려치자.

퍽-!.

티모시는 턱을 움켜쥐며 물러섰고.


“왜, 뭔가 생각대로 잘 되지 않아?”


방패 뒤에서 제이드가 비열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6 85화 재대결 (3) 22.10.26 96 0 11쪽
85 84화 재대결 (2) 22.10.25 97 0 11쪽
84 83화 재대결 (1) 22.10.24 89 0 12쪽
83 82화 소강상태 (3) 22.10.21 101 0 10쪽
82 81화 소강상태 (2) 22.10.20 101 0 11쪽
81 80화 소강상태 (1) 22.10.19 101 0 12쪽
80 79화 함정 속으로 (4) 22.10.18 108 0 11쪽
79 78화 함정 속으로 (3) 22.10.17 96 0 12쪽
78 77화 함정 속으로 (2) 22.10.14 97 0 11쪽
77 76화 함정 속으로 (1) 22.10.13 104 0 10쪽
76 75화 송곳니 부족의 전사 (2) 22.10.12 108 0 12쪽
75 74화 송곳니 부족의 전사 (1) 22.10.11 104 0 11쪽
74 73화 일주일 (3) 22.10.10 103 0 12쪽
73 72화 일주일 (2) 22.10.07 106 0 12쪽
72 71화 일주일 (1) 22.10.06 110 0 12쪽
71 70화 뒷수습 (4) 22.10.05 109 0 11쪽
70 69화 뒷수습 (3) 22.10.04 112 0 12쪽
69 68화 뒷수습 (2) 22.10.03 117 0 11쪽
68 67화 뒷수습 (1) 22.09.30 134 0 11쪽
67 66화 그들의 최후 (4) 22.09.29 124 0 11쪽
66 65화 그들의 최후 (3) 22.09.28 114 0 11쪽
65 64화 그들의 최후 (2) 22.09.27 121 0 11쪽
64 63화 그들의 최후 (1) 22.09.26 113 0 11쪽
» 62화 침공 (5) 22.09.23 126 0 12쪽
62 61화 침공 (4) 22.09.22 122 0 12쪽
61 60화 침공 (3) 22.09.21 124 0 11쪽
60 59화 침공 (2) 22.09.20 118 0 12쪽
59 58화 침공 (1) 22.09.19 121 0 11쪽
58 57화 어셔 백작가 (6) 22.09.16 132 0 12쪽
57 56화 어셔 백작가 (5) 22.09.15 119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