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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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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2.07.18 12:32
최근연재일 :
2022.12.02 17:00
연재수 :
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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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글자수 :
579,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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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1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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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57화 어셔 백작가 (6)

DUMMY

제이드도 포르테의 오해를 깨닫는다.

그는 머릿속에서 여왕과의 전쟁을 가정하고 있었다.

어제 제이드가 말한 협조라는 뜻을.


‘전쟁에서 앞장서라는 말로 들렸겠군.’


포르테가 밤까지 새어가며 고민했던 이유였다.


“협조하지. 그 대신 향후 이어질 전쟁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겠어?”

“...그게 말이지.”


마음은 고맙지만, 제이드는 거기까지 바라지도 않는다.

그냥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충분한데.

포르테는 직접 나서서 여왕과 전쟁하는 걸 각오하고 있었다.


‘적대한다는 점에서 결국 비슷하기는 하지.’


제이드는 조언을 얻고자 라이언을 쳐다보지만.

라이언은 하품을 하며 그들의 대화에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다.

가디언은 어셔 백작가의 일을 제이드한테 맡기기로 했고.

그의 결정에 대해선 관여 안 할 생각이었는데.


‘저분이 결정권자였군.’


포르테의 눈에는 마치 제이드가 허락을 구하는 것처럼 보였다.


“믿을 수 없다는 건가. 역시 그렇겠지.”


제국에게 어셔 백작가는 있으면 좋고 없으면 그만일 터.

아쉬울 게 많은 어셔 가문은 숙이고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포르테는 이를 굴욕적이라 여기지 않았다.


‘제이드가 아니었다면 어셔 백작령은 이미 불타고 있었을 거다.’


무조건적인 항복선언과 선봉대가 되어 그들의 손실을 줄여주는 것만이 어셔 가문이 살아남는 방법이었다.


“내가 뭘 어떻게 지원해주면 될까?”


어둡고 그늘진 얼굴로 제이드에게 물어보는데.


‘많이 피곤한가?’


제이드는 포르테를 염려하며 현재 필요한 것들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랑 라이언이 타고 갈 체력 좋은 말을 준비해줘. 실버는 아직 살아있어?”

“아니, 죽었어. 다른 말로 준비해줄게. 사절단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


제이드의 요청을 들으며 그는 해결 과제들을 하나하나 정리해나갔다.


“그대로 가두고 있어. 나에 대해 이야기는 하지 말고.”


포르테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어. 어차피 그놈들은 연막이잖아.”

“...?”

“적을 속이려면 아군부터 속이는 법이니까.”


제이드는 왠지 포르테와 더 이야기를 나누어선 안 된다는 기분이 들었고.

영지 또한 빠르게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아버지는 어때?”


마지막으로 궁금했던 것.

백작은 어떤 상태인지 물어본다.


“아버지는 괜찮으신데.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발테르 백작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갔다.

정말 부작용 탓인지 그는 하루를 통째로 잊어버렸다.

남은 삶을 그렇게 보내실 테니 오히려 기억을 못 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그럼 가볼게.”

“나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을게.”


제이드는 포르테의 굳센 눈빛을 피하며 일어섰고.

바삐 방을 는 제이드에게 포르테가 물었다.


“제이드, 넌 기사단장이라고 했지. 저 녀석들이 네 부하야?”

“...응.”


놀리려는 것일까. 그래도 제이드는 그들이 자신의 부하가 아니라고 부정할 수는 없었다.

어디 내놓기 부끄러운 놈들이지만 제이드의 기사단이었다.


“...네 부하도 제법이라고 하더라.”

“밥이나 잘 줘.”


제이드는 기분 좋은 미소를 남기고 라이언과 함께 저택을 떠났다.


*


쾰른에 존재하는 유일한 공작령 남부 지역.

날카롭게 벼린 냉병기들로 무장한 용병들의 술집에서.

완전히 주변과 동화된 가디언들, 그 중 격투가로 분장한 디아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별일 없이 흘러가나 싶었는데. 역시 쉽지 않네요.”

“저쪽이 빨리 해결하면 뭐해. 이쪽은 이제 시작인데.”


리나인 또한 의자에서 고개를 젖히며 넋두리를 늘어놓는다.

일부러 넉넉하게 제이드 쪽에 시간을 주었는데, 저쪽이 일을 해결함과 동시에 사고가 발생했다.


“원래 작전대로만 흘러가진 않지. 그걸 메꾸는 게 현장의 일이고.”


베드로가 일행들을 다독이지만, 그도 아직 해결방법을 모색하는 중이었다.

얼마 안 지나 제이드의 수상한 움직임이 여왕의 귀에 그 소식이 들어갈 터.

여왕이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겠으나, 이쪽도 빠르게 행동할 필요가 있었다.


“어쩌죠. 그냥 가도 살짝 늦는데.”


여기서 다리까지 폭발시킨 후 가야 한다.

제이드 쪽이야 일정이 빨라진 것뿐이지만, 여기는 모든 계획이 어그러졌다.

묵묵히 시간이 흐르고.


“다 꺼져.”


갑자기 리나인이 고개를 들더니 거칠게 말했다.


“리나인. 그래도 머리를 맞대면 뭔가 방법이...”


당황한 디아나가 그녀의 기분을 풀어주려 했지만.


“그러지. 디아나, 출발하자.”


베드로가 고민도 없이 대답하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디아나는 영문을 몰라, 놀란 표정으로 지으며 리나인을 쳐다보았는데.


“꺼지라고.”


어느새 다시 고개를 젖힌 리나인이 손을 휘적거리자, 디아나는 얼떨결에 베드로를 따라나서게 되었다.

문을 나오면서 디아나는 그녀의 생각을 읽었다.


“...둘로 나누는 거군요.”


디아나의 중얼거림을 듣고 베드로도 고개를 끄덕였다.

다리 폭파에 필요한 주요인물은 리나인이고, 그녀 혼자서도 수행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첫 파괴 이후부터는 쉽지 않을 텐데.’


테러 행동을 눈치챈 병사들은 다리 보호를 철저히 대비하고, 이 점은 갈수록 심해질 것이다.


‘내가 리나인을 걱정할 때는 아닌가.’


수도에서 팔라딘과 전투에 나설 그녀가 사라지면 힘들어지는 것은.

본래 함께 팔라딘을 상대할 디아나였다.


‘괜찮겠지.’


티모시 장군은 베드로가 상대해줄 테니.

디아나가 주의해야 할 점은 팔라딘 다수와 동시에 싸우는 것뿐이다.

모든 사전 준비는 끝났으며, 더는 거리낄 것이 없다.

리나인을 제외한 4명의 가디언이 여왕을 죽이기 위해 톨레드로 향했다.


*


제이드가 떠난 지 삼일째.

집무실에 앉아있는 포르테는 초조한지 손톱을 물어뜯고 있었다.

그는 소식이 들리길 기다렸지만.


“왜. 아무 움직임도 없지...?”


포르테의 암담한 표정이 그가 얼마나 절박한 상황인지를 알려주었다.


“그냥 경고였나? 버림패?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나?”


여러 상황을 가정해 보아도 답은 나오지 않는다.


“아아, 엘린.”


요 며칠간 포르테는 유독 딸의 빈자리를 크게 느껴졌다.

에카르트 공작령에 무사히 도착했을까.


‘안나. 어찌해야 할까? 난 모르겠어.’


몇 년간 만나지 못한 부인을 생각한다.

이미 제이드의 행보는 여왕의 귀에 들어갔을 것으로 여겨지며.

그녀 어셔 가문이 침묵 중인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을 게 분명했다.


‘곧 있으면 조사관이 도착할 텐데.’


거듭된 해명에도 의심을 거두지 않은 여왕은 자신을 추궁할 것이다.

이번엔 아예 남은 눈마저 잃어서 맹인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더욱 큰일은 자칫 잘못해서 타국에 협력했다는 사실이 알려질 수 있다는 점.


‘그러면 팔라딘이 오겠지.’


포르테의 목은 효수되어 방치되다가 안나에게 보내지고.

이후 그녀의 일생은 매우 비참해질 것이다.

포르테는 그 끔찍한 비극을 도무지 두고 볼 자신이 없었다.


‘발버둥이라도 쳐야 해.’


뭐라도 해보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창고로 기사를 보낸다.

핼쑥해진 포르테와 달리 프리지아의 사절단은.

수갑을 맨 상태로 산책도 하고 밥도 먹으며 푹 쉬어서 전보다 살이 올라 있었다.


“언제까지 여기 있냐.”

“지금 협상 중인 거 아니야?”


생각보다 괜찮은 대접에 그들은 제이드에 대한 걱정을 한결 풀어놓은 상태였다.

물론 제이드를 계속 생각하는 이들이 있었는데.

특히 길버트는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대체 이게 뭐하는 짓이지?’


그는 이들의 목적도, 이후 벌어질 일들도 하나도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쫓겨난 처지에서 침입해온 사절단을 3일 동안 어떠한 위해도 가하지 않고 감금하고만 있다니.

창고에서 묵묵히 생각에 잠겨있을 때.


“여기 대장이 누구냐.”


길버트, 클라크, 파비앙을 혼자서 제압한 기사, 해리가 질문을 건네왔다.

발끈한 파비앙은 그에게 주눅들지 않고 소리쳤다.


“누구긴, 너희가 데리고 있잖아!”

“아, 그렇지. 실수, 실수. 부관이 누구야?”


해리는 가볍게 웃으며 말을 정정하고.

각기 다른 자세로 창고에 대기하던 기사들이 길버트를 바라보았다.


“형씨구먼. 영주님이 부르셨어, 날 따라와.”

“알았다.”


길버트는 모두의 시선을 받으며 해리를 따라나섰고.

그때까지만 해도 길버트는 긴장을 하고 있었다.

분명 이 비정상적인 현상을 설명해 줄 중요한 말을 들을 줄 알았지만.


“아무것도 몰라? 정말? 조금이라도 들은 게 있을 것 아니야!!!!”


발테르 백작으로 보기엔 조금 젊은 영주님이 길버트에게 일갈한다.

난데없는 호통을 들으며 그는 지금 자신이 심문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왜 나한테 묻는 거지?’


하이웰 공작과와 어셔 백작가의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속사정이나.

사실 제이드의 정체는 쾰른의 왕자였다는 비밀 정도를 예상했는데.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무엇을 묻고 계시는지 저도 알고 싶습니다.”


길버트가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지만.

되려 포르테가 탁자를 내리치며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


“연기 그만해!!”


영주는 그의 말이 들리지 않는 듯싶어, 길버트는 아예 태도를 바꿔서 제안해 보기로 결심했다.


“제이드 단장님을 데려와 주시면 다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어지는 영주의 반응으로 이것이 역효과라는 것을 알았다.


“뭐...? 제이드는 여기 없어... 이것도 몰라?”


영주는 멍하니 중얼거리더니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의자에 털썩 주저앉는다.


“정말 하나도 모르는 거구나?”


모든 걸 내려놓고 포기한 상태.

한마디로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그냥 경고였나? 버림패? 아니면...다른 이유가 있나?


포르테가 짐작한 다른 이유.

자신의 착각과 오해.

그리고 제이드의 거짓말.


-너를 믿을 수 있을까.


제이드를 믿고 싶다는 다짐은.


“하.하.하. 그렇게 말했는데도... 날, 속인 거냐...?”


다시 한번 배신으로 돌아왔다.

자신의 멍청함을 한탄하는 포르테의 눈가에 눈물이 고여 있었다.


“크흐흐흐, 크하하하핫!!!!”


포르테는 자조 섞인 미소를 짓더니 이내 미친 듯이 웃기 시작한다.

길버트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숨을 죽였다.


‘단장님, 이곳에서 뭘 하신 겁니까?’


저 원망에 사무친 웃음소리가 너무 소름이 돋았다.

제이드는 영주에게 무슨 짓을 했길래 저리 미움을 받는 것일까.


“영주님.”


가스통의 진중한 목소리가 포르테의 정신을 깨운다.

가스통은 포르테가 3일 간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알고 있었다.


“도련님도 악의가 있으시진 않았을 겁니다.”


자신이 짐작한 사실을 담담하게 말하자.

당장에라도 거품을 물고 기절할 듯한 포르테도 점차 진정되어갔다.

옆에서 이를 지켜본 길버트는 한 가지 단어에 주목했다.


‘도련님?’


길버트가 알기에 저들은 분명 제이드를 말하고 있다.

그렇다는 건 제이드가 이곳의 도련님이라는 소리일까.

그 생각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가스통, 저놈 다시 돌려보내.”

“네. 해리, 데려가거라!”


포르테가 기운 빠진 목소리로 길버트를 내쫓았기 때문이다.


“빌어먹을 새끼.”


길버트는 나가는 와중에 나지막이 내뱉는 욕설을 들었고.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제발 이겨라...”


닫히는 문 사이로 손으로 얼굴을 덮은 채, 진심으로 응원하는 영주의 모습도 보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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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59화 침공 (2) 22.09.20 118 0 12쪽
59 58화 침공 (1) 22.09.19 12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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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56화 어셔 백작가 (5) 22.09.15 11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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