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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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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2.07.18 12:32
최근연재일 :
2022.12.02 17:00
연재수 :
113 회
조회수 :
23,523
추천수 :
92
글자수 :
579,291

작성
22.10.2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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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82화 소강상태 (3)

DUMMY

제이드가 솔직하게 평가해도 상관없다고 말하자, 거절할 핑계가 사라진 클로에는 독설을 퍼붓기로 결심했다.


“제이드에겐 과분한 능력입니다. 아까울 정도예요.”


잠시지만 연기를 다루어 본 클로에는 알 수 있었다.

연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며 창과 방패를 생성하면서 독특한 전투법.

기 존에 없었던 새로운 전투술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이런 기운으로 고작 막고 찌르는 게 전부라고요?”


클로에는 손짓과 발짓을 더해가며 자신이 활용했던 방법들을 말해주었다.

열기를 품고 말하다가 문득 고민에 빠진 듯한 제이드의 모습에 입을 멈췄다.


‘너무 심하게 말했나?’


생각을 마치고 고개를 든 제이드를 보고 클로에는 몸을 움츠렸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말에 이내 어이없는 표정이 되었다.


“이거 너무 날로 먹는 거 아냐?”


남들처럼 시행착오 따위 겪을 필요없이 분석한 데이터를 그대로 가져와서 이용하는 것으로.

육체를 단련할 필요도 없는 완전한 상위호환에 가까운 능력이었다.


“그렇게 말해봤자 나는 못 따라 하잖아.”


평생을 무기를 수련해온 그가 이제 와서 직업을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다.

도움이 하나도 안 되는 훈수.

제이드는 어째서 클로에가 말하기 꺼렸는지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지금 제가 한 말을 코로 들은 거에요?”


제이드가 클로에를 이해한 것과 달리 그녀는 그의 발언이 거슬렸던 모양이다.

발끈해서 잔뜩 힘을 주고 노려보는 눈빛이 매섭다.


“제가 마음껏 사용할 수 있었으면 박물관에서 낮잠이나 자겠냐고요!”


대여의 가장 치명적인 단점. 스스로 단련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전적으로 타인에게 의지하는 능력이기 때문에 자기 발전성이 없으며, 그 힘을 이용해 무언가를 해결해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 부분이 클로에가 임무를 그만둔 결정적 이유이기도 했다.


“이해했어요?”


클로에는 이미 했던 말을 다시 한번 또박또박 설명해주었고.


“그렇구나. 꽤 까다로운 능력이네.”


제이드는 한쪽 귀를 파며 영혼 없이 대답했다.


“이이이!”

“나 말고 누구누구 써봤어?”


마치 사람을 도구처럼 말하는 태도가 몹시 못마땅했지만. 클로에는 순순히 알려주었다.


“대여 안해본 사람을 말하는 게 빨라요. 아론, 베드로, 에녹이에요”


클로에 본인을 제외한 나머지 6명 반절이 넘은 인원을 체험해본 셈이다.

그럼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질문이 있다.


“뭐가 제일 좋았어?”

“단연 리나... 읍! 말할 수 없어요!”

“으흠, 리나인?”


이미 내뱉은 말을 주워담을 수는 없는 법.

제이드가 의미심장하게 중얼거리자 클로에는 매우 당황해 했다.


“그, 비밀로 해주세요.”


그 당돌하던 클로에가 쩔쩔매는 모습으로 보아, 제이드는 리나인이 클로에의 대여 능력을 엄청 싫어한다는 것을 눈치챘다.


“알았다.”


그 대답에 안심하는 클로에한테 제이드는 나직이 그녀를 칭찬했다.


“너한테 어울리는 능력이네.”

“지금 놀리는 건가요?”


클로에는 다르게 받아들인 모양이지만 더 따지지는 않았다.

무스타바의 치료를 끝냈는지 이르카가 그들의 근처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치료가 끝났나?”

“네, 덕분에 무사히 일어날 겁니다.”


이르카는 과도하게 감사를 표하며 제이드한테 무언가를 내밀었다.

두 손 위에 올려져 있는 것은 유리병, 그 안에 소량의 천연초 진액이 남아있었다.


“저기 이거라도.”


단번에 유리병을 낚아챈 제이드는 흥분하지 않고 최대한 침착하게 클로에한테 질문했다.


“클로에 이걸로 가능해?”

“못해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기에 클로에의 즉답을 듣고도 실망하지 않을 수 있었다.

겨우 한 모금 정도밖에 안 남은 액체. 이거론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냥 마시는 걸 추천해요.”


이르카 또한 마시는 걸 권유했다. 마시는 것만으로도 체력이 좋아지고 힘이 넘칠 거라고.


‘몸에 좋은 건 다 쓴 것 아니었나?’


혀 끝에서 처음으로 느낀 맛은 달콤함이었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털어놓은 제이드는 그대로 입안을 헹구기 시작했다.


“으으. 뭐해요.”


클로에가 못 볼 거 봤다는 듯이 인상을 구기고. 이르카의 눈이 잘게 떨고 있었다.

꿀꺽.

그녀들이 뭐라 하든 말든 제이드는 혀로 이빨을 핥으며 복용을 마쳤다.


“오오, 이거 좋은데?”


정신이 번쩍 들었던 충격까지는 아니지만, 육체에서 넘쳐나는 활력이 느껴졌다.

모두가 제이드에게서 고개를 돌렸기 때문일까.

제이드가 그 활력을 음미하는 와중에, 잠깐 그의 눈에 어린 푸른 기운을 아무도 보지 못했다.


*


어느새 해가 뜨는 아침, 나무로 뒤덮인 정글에도 곳곳에 햇빛이 밝게 비추기 시작했다.


“쿨럭! 쿨럭!”


이제 혼자 남은 로먼이 쪽잠에서 깨어나며 폭포수처럼 피를 토해낸다.

후두둑-.

급히 입을 가렸지만 넘쳐나는 검붉은 핏물이 나뭇잎을 적셨다.


‘이러다가 내가 죽겠군.’


죽어도 이상하지 않았지만, 양손의 깃든 암흑은 점점 짙어지고 있었다.

로먼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했다.

곧 있으면 그의 보좌관 나리아를 따라갈 것이 분명해 보이지만.


‘솟아날 구멍은 있기 마련이지.’


시시각각으로 생명이 소실되어가는 끔찍한 기분에도 로먼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가 지금 죽어가는 이유는 어둠을 다룰 기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놈들의 기운을 흡수할 수만 있다면’


극복할 수 있다. 기사회생은 물론, 저들 전부의 힘을 강탈할 수 있다면 생명을 연장하는 것을 넘어서서.

현재를 뛰어넘는 강력함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멋지군.’


로먼의 눈이 탐욕에 젖으로 물들어가지만, 이는 기력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생각이다.

하나로도 막대한 가디언들의 기력을 셋을 흡수할 생각을 하다니. 며칠 눕는 정도로 끝나지 않을 터.

하지만 로먼은 이러한 사실을 몰랐다.


‘할 수 있다. 나를 노리고 있을 테니까.’


익숙지 않아 이전만 같진 않지만, 제이드 일행이 숲을 벗어나려 한다면 이미 발각되었을 것이다.

그들은 현재 허겁지겁 도망치는 게 아니라 기척을 죽이고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한번 해보자고.’


이제까지와 달리 이제 선공권은 제이드 쪽이 지니고 있었지만.

에녹은 행방불명이고, 대족장은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질 것 같지 않군.’


로먼의 수명을 좀먹고 있는 어둠이 모순되게도 현재 그를 지탱해주고 있었다.

다짐을 마치고 로먼이 제일 먼저 한 일은, 불곰을 자유롭게 풀어주는 것이었다.


‘자, 어디 한번 물어보라고.’


영문을 모른 채 연신 두리번거리는 불곰은 주위를 경계하며 어슬렁거리다 가까운 동굴로 들어가 잠은 청했다.

적들은 무방비하게 노출되어 있는 불곰을 발견하고 많은 고민을 할 터.


‘난 너희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겠다.’


로먼은 일이 시작하기까지 분명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 예감했다.


*


로먼의 예상대로 진작부터 제이드 일행은 그를 죽일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적으로 지정할 수 있는 객체는 로먼과 불곰, 단둘뿐.

사실 거창하게 작전을 준비할 것까지는 없는 상황이다.


“들어서 아시겠지만, 에녹이 있을 때와 달리 다들 각자 제 몫을 다해야 합니다.”


나무를 타고 다니는 고릴라와 대지 위에서 굳건히 서 있는 불곰은 상대법이 다르다.

어쩌면 전사 타입만 넘쳐나는 이 파티에 훨씬 걸맞은 상대.

클로에는 그들의 제대로 된 전투를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내가 할 수 있을까.’


무스타바는 현재 매우 자신감을 상실한 상태였다.

그는 초인에 경지에 이른 어엿한 강자인데도 지금까지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고 있었다.


‘한심하군.’


하늘에서 무스타바를 내려다본다면 하는 것 없이 고함만 지르는 멍청이로 보였을 것이다.


‘다음 상대는 그 괴물 녀석이야.’


초원을 대표하는 전사가 한낱 짐승들에게 터전을 빼앗기고 농락당했다라는.

체면 따위를 신경 쓰는 게 아니라 다음 싸움에서도 한심한 모습을 보일까 걱정이 되었다.

클로에는 긴장한 것이라 여기고 넘어갔지만.


“정신 좀 차려. 왜 그리 떨어.”


이르카는 무스타바의 행동에서 불안을 눈치챘다.


“떤다고.. 내가?”


무스타브는 그게 정답이라는 걸 직감하고 경악한 표정을 짓는다.


“내가 죽음을 두려워한다고?”


그는 믿을 수 없었다. 불천지원수인 괴수와의 전투가 무서워하고 있었다니.

벼락이라도 맞은 듯 놀라는 모습.

위로하러 온 이르카가 되려 한심스럽다는 듯이 바라보고 말았다.


“생존 본능은 당연한 거야.”


애초에 무스타바는 죽음을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전사가 아니었다.

그가 초인이 되고 불곰과의 전력을 다한 전쟁에도 끝까지 생존했던 이유.

살아남기 위한 투쟁이었기 때문이다.


“너무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 없어.”


무스타바는 여태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싸우면 된다.

이르카가 입장에서 그가 이제와서 왜 이리 유난을 떠는가 싶었다.


“당신이 잘하는 게 있잖아.”

“내가 잘하는 거?”


영문을 모르는 듯한 무스타바의 표정.

이젠 아예 생각하는 것조차 포기한 것일까.

이르카는 그런 모습이 답답했는지 으이구-라는 한탄과 함께 정답을 알려주었다.


“싸움. 그리고 사냥이 있잖아.”

“오오...!”


무스타바가 나직이 감탄사를 내냍는다.

초원에서의 기본은 사냥.

이곳에서 나고 자라 족장까지 된 그가 못할 리 없다.


“저 괴물 곰을 사냥해 버리라고.”

“좋다. 맡겨둬.”


집체만한 큰 짐승을 상대하려면 부족민들의 도움과 함께 준비해야 할 도구가 있었다.

다행히 부족민 대신 도와줄 만한 친구가 있었다.


“피노.”

끼릭-.


이미 싹 나았지만, 피노는 반들반들한 표면이 마음에 들었는지.

클로에한테 받은 진액을 미용하듯이 얼굴에 펴 바르고 있었다.


“나와 함께 해야할 게 있다.”


끈적끈적한 피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어깨동무를 한 무스타바는 피노를 데리고 숲 속으로 들어간다.

피노 또한 앞으로의 전투를 위한 것임을 깨닫고 의욕을 내었다.


“같이 불곰사냥을 하자고. 친구.”


피노는 기습을 당해 땅에 깊숙이 파묻혀서 아무 도움도 되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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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60화 침공 (3) 22.09.21 12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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