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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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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2.07.18 12:32
최근연재일 :
2022.12.0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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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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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9,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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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0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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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9화 뒷수습 (3)

DUMMY

이 사태의 원흉이자 수도에 상주하는 제국의 감시자가 현재 제이드의 위치였다.


‘괜히 나한테 여길 봐달라 부탁한 게 아니지.’


무장을 한 채 대기하는 이들은 이전에도 한 번 찾아온 적 있었던 자들이다.

이번에 단단히 일러두어야겠다고 다짐하며 다가갔다.


“제이드 경. 안녕하십니까. 다시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제이드가 안에서 얼굴을 보이자, 대표로 보이는 기사가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넸지만.


“너 누구였더라?”


제이드는 모르는 듯 퉁명스럽게 반문했다.

저번 만남에서 기사는 확실히 인사를 나눴었는데. 기사는 까맣게 잊어버린 제이드에게 위축된 목소리로 다시 자신을 소개했다.


“...안나 공녀님의 호위기사, 가뇽이라고 합니다.”


그것도 기억 못하냐면서 꼽을 주고 싶었지만, 자살이나 다름없는 행동.

상대가 제이드라면 그럴 수도 없었다. 쾰른에서 제이드의 유명세와 악명은 프리지아와 차원이 달랐다.


‘어셔 가문의 괴물새끼.’


아카데미의 독불장군. 남부 국경지의 야만인 학살자. 최연소 팔라딘 후보. 여왕을 시해하려 한 간 큰 범죄자.

제이드의 행보를 간략하게 나열하면 이랬다.


‘포악하기 그지없는 자식이라고 소문이 자자했지.’


아카데미를 다녔던 시절, 같은 시기에 진학할 학생들의 평가는 극단적으로 엇갈렸다.

그 당시 아카데미에는 제이드로 인해 그에게 맞았나 맞지 않았나, 두 분류로 나누어져 있었으니까.


‘사람을 가리지 않고 팼다는 점이 더 미친 부분이지.’


아카데미의 교수들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존경이 아닌 가혹한 체벌로 학생들을 지도했다.

대단한 배경을 지니지 못한 일반 학생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지만.

제이드한테는 달랐다. 거들먹거리는 학생들과 신경을 거스르는 교수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나이가 들어 은퇴했다지만 팔라딘까지 역임한 교장까지.’


가지각색의 사람들을 골고루 때렸다.

제이드가 교장을 이기면서 했던 발언은 아직까지도 교권을 추락시키고 있었다.


-퇴물이 다되셨습니다. 에바 경.


이후 여왕에게 직접 불려간 제이드는 벌은커녕 팔라딘의 후보가 되어 돌아왔고. 아카데미의 진정한 제왕이 탄생했다.


‘피해자만 기억한다더니.’


가뇽 또한 제이드에게 호되게 당한 적이 있었다. 가뇽은 기억 못 해서 자존심이 상하기보다는 안도감을 느꼈다.


“그래 가롱. 왜 왔어.”


낯선 이름 덕분에 가뇽은 회상에서 깨어나는 것이 한 박자 늦었다.

제이드는 가뇽이 찾아온 목적을 알면서 물어보고 있었다.


“안나 님을 모시러 왔습니다.”


저번과 똑같은 내용.

가뇽은 자신의 감시를 피해 가출한 안나를 데려가려 찾아왔고. 안나가 몰래 탈출한 것을 어떻게든 무마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있다.


“안 되니까, 꺼져.”


그런 사정 따위 봐줄 생각 없다는 듯이 단호하게 정리했고.


“제발. 부탁드립니다.”


가뇽은 무릎을 꿇으며 부탁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다른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엎드린 채 기다리는 데, 그 모습을 냅둘 수는 없었는지 제이드가 문을 열고 나왔다.


‘먹힌건가?’


가뇽이 일말의 기대를 품었다. 다리가 저려서 못 일어나는 그에게 다가와서.


“꺼지라고 했잖아.”


어깨를 세게 걷어찼다.

꽈당-.

뒤로 발라당 넘어진 가뇽은 다리에 고통을 느꼈는지 무릅을 붙잡았고. 그의 동료로 보이는 어린 기사가 발끈하며 검을 뽑았다.


“백작가 공자 주제에 감히 공작님의 명령을 거부하는 것이냐!!”


아무리 입을 크게 벌리고 목소리를 높여 위협해도 제이드의 반응은 시원찮았다. 오히려 기겁한 가뇽이 무릎 통증을 참으며 일어서려 애썼다.

제이드 앞에서 이럴 수 있는 사람은 지인을 제외하곤 존재하기 힘들었지만.

어디에나 별종 하나는 있는 법이다.


“아주 오만방자한 놈이군!”

“코너, 그만둬.”


코너란 불린 기사는 가뇽의 만류에도 무시한 채 검을 겨누었다.

왕국 아카데미를 졸업한 이후 기사가 된 지 얼마 안 된 새내기로, 코너도 제이드에 대해 들어본 적은 있었지만.


‘네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그건 내가 1년 늦게 입학한 덕분이지.’


자신감이 넘치는 이였다. 물론 바탕으로 깔린 근거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4년 과정의 교육을 월반하며 2년 만에 수석으로 조기졸업에 성공한 유망주. 최근 이슈의 주인공이 바로 그였으니까.


‘평범하게 졸업한 범재인 주제에.’


실력은 꽤 훌륭한 수준이라고 들었지만. 그건 코너도 마찬가지.

아카데미의 학생 중 그의 적수는 없었고. 코너 또한 교장과의 대련에서 좋은 대결을 펼쳤다.


‘그런데 어째서.’


코너에게 제이드라는 꼬리표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보다 좋은 성적을 가지고 있고 앞으로 훨씬 대단한 업적을 이룰 텐데.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또라인가?’


그건 코너의 속사정일 뿐. 제이드는 당당히 걸어오는 시비가 어이가 없었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지만 에카르트 공작이 안나를 원한다는 것을 파악했다.


‘이러면 더더욱 줄 수 없지.’


언제부터 에카르트 놈들이 제이드에게 명령을 했었던가. 그들은 결코 제이드의 위에 있을 자들이 아니었다.

공작 가문의 일원들은 파티에서 안나와 멀리서 지켜본 공작, 아카데미에서 삼남 헤레이스를 만난 것이 전부였지만.


‘그래 봤자 거기서 거기겠지.’


공작가의 일원이라 거들먹거리던 헤레이스는 제이드의 눈만 마주쳐도 오줌을 지리는 시원찮은 놈이었다.


“검을 뽑아라.”


시큰둥하게 바라보고 있는데, 코너가 바짝 굳은 얼굴 비장하게 말했지만.

제이드는 코웃음을 치며 무방비한 자세로 지근거리까지 다가갔다.

자신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여겼는지 다시 입을 연 순간.


“검을...!”


순식간에 코앞에 도착한 제이드가 주먹으로 코너의 배를 올려친다.

갑옷이 찌그러지며 공중에 몸이 떠올랐고. 비명도 지르지 못한 그가 바닥에 내팽개쳐졌다.


“멍청한 놈. 내 위에 있는 사람은 쾰른 전체를 통틀어도 한 손으로 꼽혀.”


사실 이마저도 제이드가 마음먹기에 따라 언제든 뒤집힐 관계였다.


“그리고 적어도 그중에 에카르트 놈들은 없어.”


기절한 코너의 손목에 제이드가 발을 가져다 댄다. 같이 따라온 다른 세 명의 기사들은 제이드를 말리지 못했다.

빠드득-.

지긋이 꾹 눌러 밟자 손목에서 섬뜩한 소리가 들리며 뼈가 으스러진다.


“더 할 말이 있을까?”


나머지 기사들을 향해 제이드가 지루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묻자. 가뇽은 몸을 덜덜 떨면서 그만하기로 마음먹었다.


“...아닙니다. 물러나 보겠습니다.”


서로 부축하면서 떠나는 그들을 향해 제이드는 작별인사와 함께 경고를 건넸다.


“잘 가. 다신 오지마라. 또 오면 목을 칠 테니까.”


멀리서도 잘 보이는 가뇽의 잔떨림을 눈에 담은 후 제이드는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모든 것을 지켜봤던 집사장 제프리는, 제이드의 잔인한 처리방식에도 흡족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난 이만 쉴게, 포르테 형님 오면 말해주고.”


제이드는 어울리지 않는 존댓말은 때려치우기로 결심했고.


“네, 알겠습니다.”


제프리는 신경 쓰지 않았다.

성가신 것들을 쫓아냈으니 당분간 위험요소는 없을 터.

제이드는 자기 멋대로 호위를 그만두고 별장에서 가장 구석진 공간으로 걸음을 옮겼자, 휴식을 즐기기 좋아 보이는 고급스러운 오두막이 보인다.


“아그네스, 나왔어.”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내뱉은 인사가 오두막 안의 적막함을 깨뜨렸다.

한적한 공간에 놓인 관. 베일에 싸인 아그네스가 있었고. 온갖 종류의 방향제에도 방에 가득한 지독한 악취는 줄어들지 않았다.


‘이제 앞으로 어떡한다.’


아그네스가 자꾸 눈에 밟히지만,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수는 없다.

아직 방법을 찾지 못한 제이드는 아그네스를 아련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


제이드가 개인적으로 포르테를 도와주는 것처럼 나머지 가디언들도 나름대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우선 라이언은 요양 및 운동을 하고 있으며, 베드로는 악명이 자자한 톨레드의 투기장을 직접 정리 중이었고. 디아나는.


‘난 항상 이런 역할인 것 같네...’


쾰른의 서쪽, 국경 마을의 자그마한 주점에 앉아 있었다.

본래 그녀는 쾰른의 주요 귀족들이 참가하는 대회의를 감시하는 역할이었지만.

가디언 본부에서 보내온 통보로 인해 클로에를 마중나가게 되었다.


‘리나인이 맡으면 되는데.’


탱자탱자 놀고 있을 리나인이 제격이었는데 이를 디아나에게 억지로 떠넘겼다.

다른 이라면 몰라도 리나인의 부탁은 거절하지 못하는 디아나.

순조롭게 뒷정리가 마무리되어 가는 과정에 그녀는 찝찝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어떻게 위로를 해야 하지.’


약혼자가 저주에 걸려서 죽어가는 것을 제이드는 곁에서 보고 있다.

디아나는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기에 이곳에 도착할 클로에한테 희망을 걸어 볼 수밖에 없다.


‘시간이 다 됐는데. 어디 있는 거야.’


자신이 못 알아챈 건가 싶어서 몇 없는 손님들을 천천히 살펴보고 있을 때.

약속된 시간에 딱 맞춰서 일단의 무리가 들어왔다.


“약속장소에 도착했습니다. 클로에님.”


가지각색으로 개성있게 차려입는 가디언과 달리 통일된 복장.

가디언을 보조해주는 컨티넌트의 정예 요원들 사이. 작은 가방을 멘 클로에가 서 있었다.


*


쾰른이 반쯤 무너지고 나서야 도착한 각 지방의 변경백들.

이 사태의 수괴, 크루세이더 베드로의 선언에 의해 그들은 이미 모든 일이 끝났음을 받아들였다.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쾰른은 제국에게 항의하지 못했다.

아론은 완벽하지 않다고 못마땅스럽게 여겼지만 상대가 보기에는 정말 압도적인 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작도 지금 눈치를 보고 있는 거고.‘


베드로는 첫 번째로 빠른 수습을 하라 말했고. 쾰른의 새로운 지도자들은 그 요구에 따라 쾰른의 안정화를 위해 회의를 거듭하고 있었다.


‘이럴 거면 왜 부르시는지.’


포르테는 높은 의자에 앉은 노인, 빈센트 에카르트 공작을 보았다.

벌써 세 번째를 맞이한 회의. 여태까지 회의를 주도했던 자는 바로 공작이었다.


‘정말 왕이라도 되시려는 겁니까.’


첫 회의의 논의 주제는 수도의 내정이었다.

여왕에게 알랑방귀를 뀌어대며 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인사들 대부분이 시체로 발견되었다.

당장 가용할 인력이 부족한 시점. 포르테는 한가지 묘수를 제안했다.


-교도소의 귀족들을 활용해 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리고 이는 매우 훌륭한 주장이었다.

인재수집으로 악명이 자자했던 여왕이었기에, 이런 돼못지 환경에서도 그녀의 최측근은 정말 뛰어난 이들이 많았다.

그 중 여왕에 반기를 든 자들도 있었고, 교도소에 수용된 정치범들이 그러했다.


‘이런 인재들을 가차 없이 감옥에 처넣고 방치하다니.’


수도를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긴급하게 투여한 인재들은 바로 두각을 드러냈다.

사망한 귀족들의 인적사항을 파악한 후 횡령 및 밀수 등의 범죄 이력을 낱낱이 밝혔고.

숨겨둔 재산들을 몰수해 쾰른의 보수비용과 위로금으로 사용하여 빠르게 안정화를 이루었다.


‘하지만 두번째 회의부터 이상해졌지.’


기사 대다수의 죽음 탓에 괴멸 상태에 놓인 수도의 군부는, 논의를 거친 끝에.

공작이 이끌고 온 병력이 잠시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다.


‘잠시라.. 기우였으면 좋겠는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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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63화 그들의 최후 (1) 22.09.26 11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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