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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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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2.07.18 12:32
최근연재일 :
2022.12.02 17:00
연재수 :
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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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98
추천수 :
92
글자수 :
579,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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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1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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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76화 함정 속으로 (1)

DUMMY

작은 숲을 지나자 드러나는 넓은 초원.

피노는 요양으로 느끼는 듯 기운을 차린 모습이다.

시원한 바람의 아직 풀죽어 있는 머리 위의 새싹이 살랑거린다.


“아직 눈에 보이는 건 없군.”


무스타바는 주위를 경계하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그가 초원을 떠날 당시 정글에서 튀어나온 짐승들이 마음껏 활개치고 다녔었다.

그래서 진출하는 데 상당한 피를 볼 것이라 예상했는데. 별다른 생명체는 존재하지 않았다.


“중심으로 가면 동물들이 셀 수도 없이 많을 거다. 항시 주의를 살피도록.”


무스타바는 초입이라서 그럴 것으로 넘어가며 일행을 이끌었다.

하지만 온종일 걸어 초원을 가로질러도 동물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불침번을 정하여 하룻밤을 지새우면서 평탄한 여정이 계속 이어졌다.


“다시 정글로 돌아간 건가?”


정글의 동물들은 초원에 적응하지 못한 것일까.

무스타바는 알 수 없는 의문에 사로잡혔다.


“괜찮은 거 맞지?”


일행들은 정글로 진입하기 전까지 무스타바의 안내를 따를 생각이었지만.

무언가 이해할 수 없다는 그의 아리송한 태도에 제이드는 불쑥 불안감을 느꼈다.


“드디어 도착했군.”

“이건 말이 다르잖아요.”


클로에가 피곤한 다리를 주무르며 불평한다.

늦어도 첫날 오후에 도착을 예상했던 지점, 일행은 이틀 후에야 도착했기 때문이다.

똑바로 안내하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웠다.


“...속도를 올릴 테니 걱정 마라.”


무스타바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다음날 일찍 출발한 그들은 행군의 속도를 올렸고, 그날 새로운 광경을 보았다.


“저기 숲이 있는데?”


굳이 말하지 않아도 떡하니 존재하는 거대한 숲.

웅성웅성.

야만 전사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쑥덕거리기 시작하고.


“벌써 도착했을 리는 없다.”


무스타바도 미간을 찌푸리며 한마디 거들었지만.

모두의 눈에 보이는 저 숲은 신기루가 아니다.


‘고작 몇 개월이 지난 걸로 이렇게 변하다니.’


물론 이런 조짐은 보이고 있었다. 여기까지 오면서 작은 나무들이 곳곳에 있지 않았던가.

정글의 입구로 보이는 빽빽한 나무들. 현재도 그 앞에 우후죽순처럼 자라나는 작은 나무들이 존재한다.


“이거 정글의 범위가 넓어졌군.”


에녹이 상황을 요약했고, 제이드는 이번 여정이 매우 길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쩐지 순조롭더라니.’


본래 남부 복구 작업은 선발대가 먼저 정찰 및 전투를 통해 안전을 확보한 후, 본대가 점령하면서 슬슬 범위를 넓혀나갈 생각이었다.

다행히도 야만인들에게 정착은 백작의 지원 덕분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 않았지만.


‘목표의 절반은 됐을 려나?’


정확한 넓이를 알 수는 없었으나 제이드가 짐작해봤을 때 만족할만한 성과는 아니었다.


“어떻게 할 거에요, 본대를 기다릴 건가요?”

“기다려야지 별수 있겠어.”


클로에의 물음에 제이드가 답하고 에녹도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한다.

정글이 도착한 이상 무스타바의 안내는 끝났다. 이제 자신들이 주도할 차례.

목표치를 채우지 못했다고 곧장 정글로 들어갈 수는 없다.


“좀 쉬자. 이제 힘들어질 테니까.”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면 제대로 쉬지 못할 수도 있다.

고생이 훤할 것이 분명하기에 클로에 또한 한숨을 내쉬며 마지막 휴식을 만끽했다.


얼마 안 있어 도착한 본대가 합류를 마치고, 서둘러 경계지역에 울타리를 세운다.

전날과 다를 바 없는 다음날 새벽 일어난 일행들.

선발대는 사람들의 걱정을 뒤로 한 채, 어두운 정글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조심해서 따라와.”


이번엔 정글도를 쥔 제이드가 앞으로 나섰다.

최전방은 에녹이나 무스타바보다 기사인 제이드가 어울렸기 때문이다.

정글에 온갖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지만, 일행은 단 한 번도 그 위기를 겪지 않았다.


“제이드, 앞에 뱀굴 천지다. 왼쪽으로 돌아가야 해.”


에녹은 정글을 자유분방하게 정찰하며 일행을 인도해주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제이드는 선두라고 해도 딱히 부담감을 느낄 수 없었다.


‘정말 편하군.’


문득 예전 스테인의 뒤를 쫓아 유적을 탐사했을 때가 떠올라서, 자신의 뒤를 쫓아오는 피노를 쳐다봤다.


‘멀쩡하네.’


몇주간의 요양 끝에 거의 몸을 회복했던 피노는 정글에 들어오자 평상시로 돌아왔으며.

숲 속에 있다는 게 즐거운지 물 만난 고기처럼 몸을 흔들었다.


“...좀 얌전히 가요.”


피노에게 업혀있는 클로에는 들썩이는 몸을 가누느라 힘겨웠다.

저렇게 말해도 잠시 조용해질 뿐, 얼마 안 지나 다시 흥을 주체하지 못했다.


“제발...”


혼이 빠진 듯한 클로에를 보니 이전의 기진맥진하던 피노와 입장이 뒤바뀐듯했지만,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다들 체력이 만만치 않아.’


제이드는 물론이고, 일찍이 대초원을 뛰어노는 야만 전사들은 쉽게 지치지 않았다.

이런 일행들 사이에서 클로에가 속도를 맞춰서 따라올 수 있을 리 없었고.


“흐에, 흐에.”


업혀가는 클로에가 제일 먼저 지쳐가는 기이한 행군은 해가 져서 사방이 깜깜해지고 나서야 멈추었다.


“에녹, 얼마쯤 왔는지 알 수 있을까요.”

“모르겠다.”


에녹은 이런 점이 스테인과 달랐다.

스테인은 경험을 토대로 대략적인 진행도를 파악해서 알려주었지만, 에녹은 확실하지 않다면 좀처럼 말을 꺼내지 않았다.


“삼할 쯤 왔을 것 같다.”

“...그래, 고마워.”


옆에서 대화를 엿들은 무스타바가 끼어들었다.

조금 미심쩍었지만 무스타바가 자신 있게 주장하자 제이드는 마지못해 인정해준다.


‘그렇다면 딱히 속도가 줄진 않은 것 같군.’


무스타파의 주장이 맞다고 치면 현재 일행의 속도는, 이전에 비해 크게 뒤지지 않았다. 정글에 들어왔는데도 말이다.


‘에녹의 활약이 덕분이겠지.’


가끔식 스스로 걷던 클로에가 정글로 들어온 이후부터는 계속 피노에게 업혀있는 것도 한몫했지만.

아무래도 위험요소는 피하면서 최적의 길로 인도해준 에녹의 영향이 제일 컸을 것이다.


“불침번들은 경계 확실히 하고, 내일도 힘들 테니 후딱 자도록 합시다.”


육포로 간단히 저녁을 마친 그들은 새까만 숲 속에서 처음으로 밤을 보내게 되었다.

취침시간은 총 네 시간.

클로에를 제외한 여덟 명의 인간들이 두 명씩 짝을 지어 당번을 맡았다.


“피노, 너는 클로에 옆에 대기해.”


피노는 잠을 잘 필요가 없기에 그 시간 동안 계속 클로에를 지킬 예정이다.

누가 근처에 오면 바로 일어날 다른 이들과 달리 클로에는 죽을 때까지 꿈나라에 있을지도 몰랐다.


“잘 있네.”


제이드가 말하기도 전에 클로에의 근처에 서 있는 나무인형.

저번 사고 이후 피노는 제이드보다 클로에한테 더 애정을 가지는 듯 보였다.


‘별 수 없지.’


시간이 지나면 차차 서운한 감정은 풀릴 터.

제이드는 괘의치 않고 잠자리에 드러누웠다.

그리고 이러한 장면을 나무 위의 부엉이 한 마리가 눈을 빛내며 지켜보고 있었다.


*


풀벌레 소리만 나직이 울리는 깊은 밤.

누군가 몸을 일으키는 기척에 제이드의 눈이 번쩍 뜨였다.

오밤중에 우두커니 서 있는 에녹의 모습.


“무슨 일...”


쉿, 입술을 가져다 댄 손가락을 보고 제이드가 얌전히 입을 다물었다.

눈을 감고 가만히 있던 에녹의 몸이 흠칫 떨렸다.


“뭔가 다가오고 있어. 모두를 깨워.”


뭔가를 감지했는지 급하게 제이드에게 말을 남기고 수풀을 헤쳐나갔다.

곧바로 제이드는 큰소리로 일행들을 깨웠다.


“일어나!!!”


고함이 퍼져 나가며 정글 곳곳에서 새들이 푸닥거림이 들린다.

무스타바가 가장 먼저 벌떡 일어섰으며 나머지도 급히 정신을 차렸다.


“으음.”


잠결에 꿈틀거리는 클로에는 피노가 안아 든 채 모두가 만반의 태세를 갖춘다.

달빛으로 잠깐씩 보이는 제이드의 긴장한 표정.

말하지 않아도 일행들은 심각한 상황임을 알 수 있었다.


‘앞이 아니라 뒤로 향했어.’


에녹은 일행들의 정면이 아니라 뒤로 향했다는 점이 제이드의 마음에 걸렸다.

부스럭-.

한껏 후방을 주시하고 있을 때, 어둠 속에서 에녹이 등장했다.


“적들이다.”


진하게 풍겨오는 혈향과 얼굴에 묻은 핏자국.

에녹의 모습만 봐도 코앞에 적들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너무 에녹에게 시선이 집중된 탓일까. 위에서 내려오는 그림자를 너무 뒤늦게 알아차렸다.


“피해!”


퍽!

꽉지를 낀 손으로 내리쳐 전사 하나를 분쇄시킨 존재.

움푹 들어간 눈과 내려앉은 콧잔등, 기다란 양팔.


“우우우워어어어!!”


쿵-, 쿵-.

고릴라 모습을 한 괴수가 가슴을 양손으로 두드리며 자신을 과시한다.


“이 원숭이 새끼가!!!”


무스타바가 분노를 터뜨리며 고릴라 괴수에게 한손 도끼로 덤벼들었다.


“불-카-르!!”

“불카아르으!”


다른 야만인 전사들도 무기를 꼬나쥐고 함성을 외치며 달려들 때.


“그놈이 다가 아니다!”


에녹은 고릴라가 아닌 후방을 주의하고 있다.

그의 경고에 따라 제이드도 고개를 돌렸을 때. 공기를 찢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방패...!’


제이드는 앞으로 나서며 늦지 않게 기력을 끌어올려 방패를 형성했지만.


“끄억!”

“윽!”

“화살이다! 나무 뒤로 숨어!”


제이드 몸하나 겨우 가릴 크기의 방패 하나로 전부 막아낼 수는 없었다.

빠득-.


‘역시 오리진을 복원했어야 했나...!’


제이드는 잃어버린 능력에 대한 아쉬움을 뒤로 하고 바로 반격을 시도했다.

몸을 낮추며 자세를 잡는다.

순식간에 뿜어져 나오는 반월의 검기가 숲을 휩쓴다.


“이제 좀 뭐가 보이네.”


탁 트인 공간이 생기고 달빛이 비친다.


“불카아아르으으으!!!”


저 뒤에서 열심히 땅과 나무 위를 뛰어다니며 고릴라와 사투를 벌이는 야만인들이 보인다.

고릴라는 근처를 쑥대밭으로 만들며 전진하는데, 약올랐는지 잔뜩 화가 난 모습이었다.


“누가 원숭이인지 모르겠군.”


제이드는 생각보다 능숙한 전투에 걱정을 거두고 정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래서 네놈들이 드럼인지 뭔지냐?”


숲에 있는 먼지 구름이 걷히고 수상한 차림의 인간들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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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6화 함정 속으로 (1) 22.10.13 105 0 10쪽
76 75화 송곳니 부족의 전사 (2) 22.10.12 108 0 12쪽
75 74화 송곳니 부족의 전사 (1) 22.10.11 10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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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71화 일주일 (1) 22.10.06 110 0 12쪽
71 70화 뒷수습 (4) 22.10.05 109 0 11쪽
70 69화 뒷수습 (3) 22.10.04 112 0 12쪽
69 68화 뒷수습 (2) 22.10.03 117 0 11쪽
68 67화 뒷수습 (1) 22.09.30 134 0 11쪽
67 66화 그들의 최후 (4) 22.09.29 124 0 11쪽
66 65화 그들의 최후 (3) 22.09.28 114 0 11쪽
65 64화 그들의 최후 (2) 22.09.27 121 0 11쪽
64 63화 그들의 최후 (1) 22.09.26 113 0 11쪽
63 62화 침공 (5) 22.09.23 126 0 12쪽
62 61화 침공 (4) 22.09.22 122 0 12쪽
61 60화 침공 (3) 22.09.21 124 0 11쪽
60 59화 침공 (2) 22.09.20 118 0 12쪽
59 58화 침공 (1) 22.09.19 12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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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56화 어셔 백작가 (5) 22.09.15 11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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