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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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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2.07.18 12:32
최근연재일 :
2022.12.02 17:00
연재수 :
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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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79,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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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0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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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화 뒷수습 (4)

DUMMY

눈치를 보고 있던 공작은 실종된 여왕이 나타날 리가 없다는 것을 확신하자마자, 본격적으로 톨레드를 장악하려는 움직임을 슬며시 드러냈고.

제국의 대표자들은 그것을 방관하고 있었다.


‘알아서 하라는 거겠지.’


포르테는 그나마 제이드라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카드가 존재했지만.

물론 이것도 순전히 제이드의 호의로 인한 도움이었고, 그가 이 이상으로 깊이 관여할 리 없었다.


“제국에서 요구한 대로 수도도 어느 정도 수습이 끝난 것 같소.”

“네, 네. 그렇습니다.”


회의장 가운데의 존재하는 높디높은 다섯 개의 좌석.

가장 높은 왕의 자리와 남부 대영주의 자리는 비어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자리가 휑하네.’


공식적으로 진행되는 쾰른의 대회의였으나 참석자의 수는 굉장히 조촐했다.

웬만한 중앙의 귀족들은 한시도 자리를 벗어날 수 없었으며, 발언권조차 가지기 힘들었기에.

회의결과에 따르겠다는 서명과 함께 참가하지 않은 게 대다수였다.


“다음은 어떤 안건입니까?”

“이제 각 지방의 이야기를 들어봅시다.”


고로 이곳의 대화는 저 둘이 하는 것이 전부였다.

빈센트 공작의 말에 맞장구치면서 그의 비위를 맞춰주는 멍청하게 웃고 있는 인물은.

동부의 해역을 다스리는 플로이드 후작가의 장자, 찰리 플로이드이다.


‘빈민가 구역은 태반이 무너져 있는데.’


지진이 일어나고 운석이라도 떨어진 듯한 모습의 빈민가.

그곳은 아직 재난을 벗어나지 못했다.

수습되었다고 말하기는 일렀지만, 포르테는 속으로 생각했을 뿐 뭐라 반박하지는 않았다.


‘저것도 짚고 넘어가야 할 이야기야.’


실제로 어셔 백작가를 제외한 나머지의 대영주들은 손해가 막심하다.

여왕의 강압적인 명령 탓에 병력을 무리하게 이동해야만 했으며, 이러한 이탈로 생긴 손실은 참 다양했다.


‘남부는 국경을 넘어 야만들이 영지 깊숙이까지 침투했다지?’


특히 남부와 동부의 피해는 심각했다. 남부 병력은 끝났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회군을 감행했을 지경이었다.

동부 해역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생명체가 목격되더니 인근에 소용돌이가 생겨났고.

멀리 떨어져 있던 인어 종족이 조업 영역을 침범해왔다.


‘멍청한 놈. 당장 병력을 데리고 돌아갈 것이지. 시간 낭비하고 있네.’


포르테는 공작에게 아부하는 찰리를 한심하게 생각했다.

주 경제자원인 어업이 망해가는 판국에 자리를 버젓이 지키고 있다니.


‘한시라도 한 빨리 해역을 복구해야 할 텐데.’


조금이라도 늦어졌다간 경제적으로 큰 타격이 입을 것이다. 이제라도 충고의 말을 건네줄까 했지만.

공작의 옆에서 자신을 향해 날리는 비웃음을 보고 생각을 그만뒀다.


‘영지민들만 불쌍하게 되었군.’


국가 원수가 없어진 위기 속에서 공작이 야심을 드러내며 쾰른을 쥐락펴락할 시간 동안.

포르테는 자신의 영지만이라도 잘 보전할 생각을 하였다.


그들만의 논의를 거치며 시간이 흘러 세 번째 회의가 끝났다.

여기 있을 이유가 하나도 없었기에 포르테는 바로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포르테 군. 안나는 잘 지내고 있는가?”


곧장 밖으로 나서려는 포르테를 낯익은 목소리가 멈춰 세운다.

일흔을 넘은 나이임에도 검과 영주의 자리를 내려놓지 않는 괴팍한 노인. 포르테의 장인어른, 빈센트 공작이 눈웃음을 짓고 있었다.


“...잘 지내고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포르테는 긴장하며 한발 늦게 대답했고, 공작은 이를 별로 신경 쓰지 않는지 다행이라며 방긋 웃었다.


‘기사를 보내 수시로 확인하고 있으면서.’


능글맞은 태도로 모른 척하는 능구렁이 같은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안나를 아낀다는 소문도 사실인지 의심스러웠다.


“자네도 자주 의견을 제시해보게. 나 혼자 말하는 것 같아 민망하군.”


정치범들을 활용하자는 주장을 제외하고 포르테가 직접 나선 적은 없었다.

공작이라는 위치에 걸맞게 안정화를 위한 작업을 차질없이 잘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서 공주님이 회복하셔야 할 텐데. 혹시 차도가 보이나?”

“단시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포르테는 꾸밈없는 진실을 전달했고. 공작은 안타깝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렇다면... 공주님이 깨어나실 때까지 왕의 부재는 이 노인이 맡겠네.”


이게 진짜 용건이라는 것을 포르테는 직감했다.

만약 여기서 반대를 한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자네가 괜찮다면 말이지.”


마치 허락을 구하는 듯한 태도.

제이드의 눈치를 보는 것일까, 아니면.


‘내가 공식적으로 지지해주길 바라는 것인가.’


에카르트 공작가는 쾰른 왕가의 혈통을 지닌 유일한 귀족이다.

선조의 핏줄을 받은 이상, 포르테가 끝까지 반대하더라도 공작이 왕을 대행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저는 괜찮습니다. 공작님이라면 신뢰할 수 있지요.”


한편 공작의 뒤에 서 있는 찰리는 질투를 숨기지 않으며 포르테를 째려보고 있었다.


“찰리, 그렇게 노려보지 마.”

“크흠, 무슨 헛소리냐.”


찰리는 헛기침을 하며 시치미를 뗀다.

포르테는 당장 등을 돌려 나가고 싶었지만, 동부의 백성들을 가엽게 생각하며 충고를 해주었다.


“...지금이라도 동부로 가도록 해. 아니면 따로 병력이라도 돌려보내.”

“하, 너야말로 뭘 모르면서 말하지 마라. 내가 데려온 지휘관들은 산악을 관리하는 레인저들이야. 우리 해군은 건재해.”


뭘 생각하는지 뻔하다는 듯, 찰리는 포르테의 말이 틀렸다고 반박했다.

산악 부대니까 현재 해군 병력에는 영향이 없다고 생각하나 본데.


‘모르는 건 네 녀석이다. 병력을 대다수를 차지하는 영지병들 태반이 뱃사람출신이지.’


그들이 영지로 돌아간다면 매우 큰 힘이 될 테지만, 말해봐야 포르테의 입만 아프다.

그렇게 말해도 인정 못 한다면서 오기로 버티기나 할 것이다.


‘됐다. 이것도 이해 못하다니, 안들으면 너만 손해지.’


포르테는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려서 찰리의 모습을 눈에서 치웠고.

문득 남부의 공석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멀쩡한 것처럼 보여도. 쾰른은 지금 위험이 사방에 깔려있다. 빈센트 어르신, 제발 헛짓거리하지 마시고 수습에만 전념하시길...’


포르테는 부디 평화로운 시기로 돌아가기를 바랐다.


*


“후우.”


동산을 오르는 디아나는 언덕에 저 멀리 지어진 저택을 발견한다. 밝게 웃으며 등에 업혀있는 클로에한테 말을 걸었다.


“클로에. 도착했어.”

“응.”


대답을 했을 뿐, 클로에는 디아나의 등에서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디아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다시 걸음을 옮겼다.


‘어쩔 수 없지.’


클로에는 오로지 이곳에 도착하기 위해 가장 빠른 경로로 찾아왔다.

고작 이주일 이라는 시간 동안, 대륙의 중앙에서 프리지아를 관통하고 동부에 있는 쾰른의 수도까지 주파.


‘힘들었을 거야.’


엄청난 장거리였지만 클로에는 단 하루도 지체하지 않고 도착했다.

빠른 이동을 위해 수행원으로 따라온 요원들을 전부 돌려보냈고, 두 명뿐인 불편한 이동에서 한 번도 투정부리지 않았다.

디아나는 그런 그녀가 무척 대견했다.


“조금 쉴까?”

“아니...”


가능하면 빨리 착수할수록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클로에는 꼼지락거리며 디아나를 재촉했다.

어셔 가문의 별장에 도착하고 별다른 일 없이 클로에는 바로 검사를 속행할 수 있었다.


“차라리 조금 쉬는 게 어때?”


제이드는 업힌 채로 등장한 것을 떠올리며, 실수라도 할까 봐 걱정했다.

클로에가 영 못 미더운 모양인지 은연중에 깔린 불신감이 겉으로 드러났다.


“괜찮아. 클로에게 저래 보여도 검사는 철저해.”


평소에 쓰지도 않던 안경과 하얀 가운 차림의 클로에가 하얀색 장갑을 착용하고 아그네스를 살펴본다.

동공이나 머리를 만지며 확인하거나 냄새를 맡는 등 아그네스의 상태를 진단하고 있었다.

사실 제이드와 마찬가지로 디아나도 확신치 못했다.


‘바로 알아내면 좋겠지만, 힘들겠지.’


마법과 달리 토속신앙과 전승되어 내려오는 주술은 그 민족만큼이나 정말이지 다양하다.

대륙의 중앙에 위치한 나라도 아니고 동쪽 끝에 있는 특색있는 왕가의 주술.

클로에라도 그 분야의 모든 지식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기대하지 않지만.


‘클로에라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낼 거야.’


디아나는 그녀의 관록을 믿고 있었다.

어느덧 시간을 흘러가며 소식을 들은 포르테까지 찾아온 상황. 마침내 검사를 끝마친 클로에가 한숨을 내쉬며 장갑을 벗었다.


“어때? 뭔가 좀 알겠어?”


제이드는 조마조마한 심정을 숨기지 못하고 급히 물었다.

콧잔등까지 내려간 안경을 추켜올리며 클로에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응. 대충 알 것 같아요.”

“오,오오!!!”


제이드는 눈에 띄게 안심했으며 포르테는 금방이라도 환호를 지를 기세였다.

디아나만이 얌전하게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하지만 한 가지 의문점이 있어요.”


클로에는 자신의 지식으로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는지 고민하는 듯한 자세였고.


“뭔데?”


혹여나 무슨 문제가 발생한 건지 모두가 궁금해하며 긴장했다.


“쾰른은 분명 용사의 후예들이라고 들었는데...”

“들었는데?”


무의식적으로 홀린 듯 누군가 클로에의 끝말을 따라 했다.


“어째서 남부 야만인 부족, 가카 민족의 주술을 쓰는 거죠?”

“...?”


한순간 모두의 머리가 멈췄다. 방금 말을 정리하자면.


“왕가의 주술이... 야만 부족의 것이라고...?”

“네, 혹시 쾰른의 선조는 야만 용사였을까요?”


쾰른의 왕가는 야만인의 핏줄이었다는 놀라운 진실.

포르테는 마른 세수를 반복하다가.


“난 못들은 걸로 할게.”


결국 잊어버리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아그네스는 깨어날 수 있는 거야?”


충격에 빠진 포르테와 달리 제이드는 쾰른의 선조가 야만인의 후예든 짐승의 후예든 관심 없었다.

그저 아그네스를 회복시킬 수 있는지가 중요했다.


“네.”


간단한 대답. 어두웠던 제이드의 낯빛이 환하게 밝아졌다.


“언제 가능해? 최대한 빨리...!”


제이드는 클로에의 몸을 붙잡고 흔들었고, 그녀는 어지러움을 참으며 재빨리 대답했다.


“여, 여기선 힘들어요”

“어째서!”


급한 마음에 내지른 고함에 클로에는 잔뜩 움츠러들고, 디아나가 둘을 떼어냈다.

자신이 너무 흥분했음을 인지한 제이드는 진정한 상태에서 클로에의 이유를 물었다.


“왜 그렇지?”

“보통 저주를 푸는 방식은 두 가지로, 술자를 죽이는 것과 완전히 반대의 저주로 충돌시켜서 소멸시키는 방법이 있어요.”


클로에는 먼저 가벼운 지식배경을 간단하게 설명해주는데. 그녀의 확고한 목소리가 들리는 이로 하여금 믿음이 가게 만들었다.

제이드는 조금 전의 말에서 이상한 점을 지적했다.


“술자? 여왕이라면 죽었는데... 아그네스는 왜 계속 이 상태지?”


제이드의 간결하게 뱉은 말에 포르테가 이번에도 못 들었다는 듯이 딴청을 피운다.

대외적으로는 실종 처리되었지만 여왕은 확실히 죽었고. 웬만한 이들도 그리 짐작하고 있었다.


“여왕이 부활한 것이 아니라면, 술자는 다른 사람이라는 소리겠죠.”


클로에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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