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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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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2.07.18 12:32
최근연재일 :
2022.12.02 17:00
연재수 :
113 회
조회수 :
23,542
추천수 :
92
글자수 :
579,291

작성
22.09.2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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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60화 침공 (3)

DUMMY

“장군님이 저걸 봐야 하는데.”


그들은 현재 기사들과 전투 중인 상대를 쓰러뜨리라는, 티모시의 명령을 받고 이 자리에 도착했다.

그 덕분에 엄청난 구경을 하게 되었다.


“상대는 한눈에 봐도 저거겠지?”

“둘 다 적일 가능성도 있어.”


적아를 구별하고 싶었지만 둘 다 처음 보는 괴상한 것들인지라 믿을 수 없었다.


“이왕이면 저 돌덩이가 쓰러지면 좋겠는데.”

“그건 그래.”


마법사의 주장대로 저 살덩어리는 어떻게든 공략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바위 골렘 쪽은 앞에 설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아벳. 여기서 맞출 수 있지? 준비시간이 길어도 제일 센 걸로 날려.”


격투가가 이곳의 리더였는지 마법사에게 턱짓으로 명령한다.

과녁이 큰 덕분에 이 거리에서도 마법은 적중할 것이다.


“응. 근데 누굴 노릴까?”

“당연히 저 울퉁불퉁한 놈이지.”


물어볼 것도 없다.

멀리서도 골렘은 상대를 압도하고 있었고.

그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순간에도 시체 더미는 하나로 수가 줄었다.


“눈치채면 어쩌게?”

“이 정도 거리면 장군님도 눈치 못채.”


저 덩치가 쿵쾅쿵쾅- 뛰어오며 잡으러 올 것을 상상하니 등골이 오싹해지지만.

싸움에 집중하는 지금이 피해를 줄 찬스였다.


“알았어.”


마법사가 강력한 마법을 준비하는 사이.

라이언의 바위 주먹이 시체 더미의 머리통을 박살낸다.

뭉개진 머리를 수복하고 있었지만, 라이언의 눈에 재생이 느려진 게 훤히 보였다.


‘끝났군. 주술 시전자를 못 찾은 게 아쉽지만, 역시 여왕 처단은 올바른 선택이었어.’


마지막 놈을 어깨로 밀쳐 넘어뜨린 후 발로 쾅쾅 내려찍으면서.

빌어먹을 불순물이 이곳에서 암약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콰아아아앙!!!


“큭!”


멀리서 직격한 마법이 바위 골렘의 등 부분을 터뜨리고.

이 순간을 기다린 것 마냥 살덩어리가 엉겨붙었다.

라이언도 알아채지 못할 초장거리 저격.


‘적들이 더 있었나? 공격으로 봐서는 보통 놈들이 아닌데.’


당장 저들을 잡고 싶었지만, 불시에 당한 일격이 꽤나 뼈아팠고.

등 부위를 수복하더라도 이 상황을 벗어나기 힘들었다.


‘무리해서라도 시체 더미라도 정리해야 돼...!’


쿠콰아아아앙-!

과열시킨 엔진이 몸을 부술 듯이 진동하고, 한순간에 살덩어리의 늪에서 벗어난다.

몸을 일으킨 라이언은 두 손을 깍지끼고 인정사정없이 내려찍었다.

쿵. 쿵. 쿵.

지면을 다지는 충격이 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속도는 현저히 느려졌다.


“오, 쓰러진다.”


한참 난동을 피우던 골렘은 주변을 초토화하고 나서야 동작을 멈추며 쓰러지고.

완전히 형체가 무너진 다음에야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팔라딘들이 움직였다.


“안에 들어있는 낯짝이나 한번 볼까.”


그들이 다가서서 안을 들여다보자, 무너진 돌무더기 속에 라이언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

상당히 지쳐 보이는 모습.

검사와 격투가는 말할 필요도 없다는 듯 자세를 가다듬었다.


“수고 많았어. 그럼 잘 가.”


마법사는 이미 다 끝난 것처럼 라이언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는데.

라이언은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그의 엔진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후우, 이미 할당량은 초과했는데.’


파지직...!

다시 한번 라이언의 몸에서 스파크가 튀지만, 골렘을 만들기에는 힘이 부족했다.

그가 무슨 수작을 벌이기 전에 끝내겠다는 듯 격투가와 검사가 달려들었고.

라이언은 힘겹게 돌격을 막았다.


“푸하핫. 그게 뭐야.”


마법사가 라이언을 비웃는다.

겨우 팔뚝만을 뒤덮은 돌멩이들.

더구나 방금 부딪힌 충격으로 돌 부스러기가 떨어지고 있었다.


“힘이 다하긴 했나 봐?”


아까 그 골렘을 보다가 지금 라이언의 꼴을 보면 우습긴 할 것이다.

마법사는 대놓고 딜레이가 긴 마법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한방에 편하게 보내줄게!”


라이언은 이게 절호의 기회인 것을 눈치채고, 아껴둔 힘을 쏟았다.

푸쉬익.

과도하게 혹사한 신체에서 검은 매연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고.

그는 전력으로 내달렸다.


“컥!”“윽!”“어?”


두 팔을 앞세우고 폭주하는 열차처럼 모든 것을 밀쳐낸 후, 마법사의 앞에 다다른다.

보호 마법에 잠시 멈칫한 라이언이 마법사를 들이박으려는 순간.

튕겨나갔던 격투가가 재빠르게 대각으로 부딪쳐왔고, 라이언은 엉뚱한 곳을 들이박았다.


“고, 고마워. 덕분에 살았네...”


감사 인사와 함께 정신이 돌아온 마법사가 매서운 눈빛으로 라이언을 노려보았다.


“저 새끼. 빨리 죽여야 해.”

“동감이다.”


검사가 바지를 툭툭 털며 일행에게 다가왔고, 격투가는 그들의 앞에 서며 말했다.


“여유 부리지 말고, 전력으로 몰아붙이자.”


*


티모시가 등장한 직후, 싸움터에는 침묵이 감돌고 있었다.

제이드는 티모시가 쳐다보는 것에 아랑곳없이, 디아나를 부축하며 대화를 나누었다.


“베드로는 어디 가고 네가 저놈을 맡고 있어.”

“그게, 배덕자들이 나타났다면서 가버렸어...”

“너는 일정대로 합류하려다가 저 자식 마주친 거고?”


잠시 안정을 취하는 듯 고개만 끄덕이는 디아나의 모습.

전쟁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지만, 참 대차게 꼬인 상황에 제이드는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싸우다 보면 알아서 찾아오려나.’


베드로라면 가능하겠지만 위험한 일은 최대한 피하고 싶었다.

제이드를 눈여겨보던 티모시는 잠시 눈을 돌려 핀리와 린다 남매를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봤다.


“핀리, 너는 무슨 꼴이냐.”


핀리는 아무 말도 못 하자, 안 봐도 눈에 선하다는 듯 티모시가 한심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저년 때문이겠지. 그런 짐 덩어리 진작에 버렸으면 좋을 텐데 말이야.”


자신의 말이 옳다고 믿으며 진심으로 충고하는데.

대답할 가치도 없는 소리였기에, 린다는 흘려 넘겼지만.

핀리는 무시할 수 없었나 보다.


“뭐? 다시 한번 말해봐.”


정상이 아닌 상태임에도 핀리는 티모시에게 달려들 태세를 보이지만.

티모시는 눈을 내리깐 채 그들을 쏘아붙였다.


“귀가 먹었나? 그딴 짐덩어리는 버렸으면 좋았을 거다.”


평소라면 티모시 이렇게까지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핀리는 자신의 명령에 잘 따르지 않는 전사였지만, 내심 그에게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다.


‘제이드의 반만 닮았어도 너는 더 강해졌을 거다.’


제대로 각오하고 무정하게 적을 상대한다면 자신 못지않은 강자라고 여겼는데.

이런 한심한 꼴이라니.

만류하는 린다를 뿌리칠 수는 없었는지 덤비지 못하는 핀리를 비웃으며 내쫓았다.


“꺼져라. 눈앞에서 사라져.”


티모시가 동료들에게 매몰찬 말을 지껄이고 있을 때.

제이드도 디아나에게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디아나, 조금 떨어져서 쉬고 있어.”


그 말에 디아나가 기겁하며, 제이드의 팔을 꼭 붙잡았다.


“제이드, 같이 싸우자.”


앙다문 입술과 연신 힐끔거리는 눈동자.

티모시에게 아주 호되게 당한 모양이었다.


“괜찮아. 아직 전투는 끝나지 않았으니까 먼저 회복부터 해.”


전의를 불태우는 디아나의 어깨를 붙잡고 마주 본다.

제이드도 그녀가 그를 걱정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말만 최고기사지. 아놀드와는 꽤 격차가 크니까.’


다른 것도 아닌 바로 육체에 큰 차이가 있었다.

여왕의 축복이라는 개조 시술을 받은 비상식적인 육체.


‘마력을 고도로 집중시켜서 공격해야 그나마 상처가 생기겠지.’


그러면서 티모시시는 상대의 방어를 파훼시킬 무식한 힘과 오러를 지니고 있으니.

디아나의 소환수들은 무참히 썰려나갔을 것이다.


‘디아나 입장에서 답이 없는 상대야.’


물론 디아나의 마법 중에는 타격을 줄 만한 마법이 있을 테지만.

앞서 말했듯이 소환수가 준비 시간을 끌어주지 못하면 쓸 수도 없다.


‘또 하필 주무기가 너클이라 방어하기도 벅차겠지.’


아론도 괜히 디아나에게 마주치면 피하라 경고한 것이 아니었다.


“내가 상대할게. 날 믿고 기다려.”


제이드는 디아나를 적당히 밀며 가라 재촉하자, 디아나는 마지못해 걸음을 옮겼다.


“기다려줘서 고맙다고 해야하나.”

“저런 계집이야 나중에도 처리할 수 있으니까. 난 너에게 관심이 있거든.”


담담하게 말을 나누었지만, 제이드는 알고 있었다.

디아나를 진짜 보낸 이유를.


‘쫄리니까 그렇지.’


괜히 협공하면 귀찮아 질 테니까.

그리고 그건 제이드도 마찬가지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손발 좀 맞춰보는 건데.’


어설프게 제이드를 도와줄 바에, 차라리 제대로 휴식을 취하고 합류하는 게 훨씬 나았고.


‘대충 가닥이 잡히네.’


결정적으로는 티모시의 여유 있는 척하는 모습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일단 그동안 얼마나 성장했는지 볼까.”


여왕의 축복은 무적이 아니다.

디아나는 눈치채지 못한 듯했지만.


‘이 자식도 체력 소모가 많았어...!’


사실 티모시도 멀쩡한 것은 아니었다.

디아나의 발악이 꽤 아프게 작용한 것이 보였다.

제이드는 휴식을 취한 그녀가 올 때까지 버틸 생각이 없다.


‘네놈은 반드시 내 손으로 쓰려뜨린다...!’


목표설정을 마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제이드는 호기롭게 자리를 박차고 나아갔다.

연기처럼 사라진 제이드가 티모시의 등 뒤에서 나타났지만.

티모시는 제이드를 아주 쉽게 포착했다.


“잔재주는 여전하군.”


부딪치는 두 검이 강하게 반발하며 튕겨 나가고.

티모시는 제이드의 힘을 예상치 못했는지 급하게 물러서며 이어지는 공격을 급하게 피했다.


“왜, 검술은 좀 매서워졌나 봐?”


제이드는 티모시와 싸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여왕을 죽이기 위해 단신으로 성을 침입한 그날 밤.

목표까지 얼마 안 남았을 때, 제이드는 티모시에게 패배하고 체포되었다.


“아주 기고만장해졌군.”


씨익 웃는 제이드에게 티모시는 실소로 화답하며 싸움을 이어간다.

우직하게 검술만을 이용해서 싸우는 티모시와 달리 제이드는 기습적으로 단검을 날리거나.

방패를 믿고 거침없이 달려들기도 하지만.


“겨우 이걸 믿고 덤벼든 거냐?”


점점 제이드가 밀리기 시작하더니 방패를 이용한 공격도 통하지 않게 되었다.

제이드는 자신의 잘못된 판단을 깨닫고 새로운 타계책을 생각한다.


‘디아나를 불러야 하나...’


모양이 조금 빠지긴 하겠으나, 하늘을 향해 크게 외친다면 그녀는 달려와 줄 것이다.


‘공격이 먹히지 않지만, 나도 방어는 순조로운 편이다.’


아직 그녀를 부르기엔 시기상조였다.


“결투 중에 딴생각을 하다니.”


빈틈을 노리고 파고든 티모시의 찌르기.

급하게 만든 회색의 방패가 쭉 밀려나며 제이드도 멀찍이 물러섰다.


“아무래도 이게 전부인 것 같군. 기대한 것보다 높지만, 역시 실망스러워.”

‘뭔 헛소리야.’


결과적으로 실망스럽다는 소리를 거추장스럽게도 말한다.

인상을 찌푸리며 이어서 내뱉은 티모시의 중얼거림에는.


“고작 아놀드 따위를 찾아갔으니 그렇겠지.”


추악한 열등감이 진득하게 묻어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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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63화 그들의 최후 (1) 22.09.26 11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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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61화 침공 (4) 22.09.22 122 0 12쪽
» 60화 침공 (3) 22.09.21 12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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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56화 어셔 백작가 (5) 22.09.15 11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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