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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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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2.07.18 12:32
최근연재일 :
2022.12.02 17:00
연재수 :
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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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글자수 :
579,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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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2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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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64화 그들의 최후 (2)

DUMMY

“함부로 넙죽 받아먹는 너만 할까?”


코린느는 표독한 얼굴로 베드로를 유심히 관찰한다.

순간 베드로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지며, 손가락부터 점차 썩어 문드러지기 시작한다.


“느낌이 어때?”


그러한 현상과 함께 악취가 진동했지만, 여왕은 향기롭다는 듯이 음미하면서.

베드로가 보는 앞에서 보라색 가루를 담은 유리병을 흔들었다.


“지금이라도 바짝 엎드리면 이걸 줄게.”


마치 해독제라도 되는 것처럼 말하지만 실제로는 고통을 줄여주고 환각을 보여주는 마약이다.

베드로는 중독된 것이 아니고 저주에 걸린 상태였지만.


‘그런 생각을 할 여유는 없겠지. 자, 어서 엎드리라고.’


몸이 썩어가는 고통 속을 참지 못하고 여왕에게 애원할 것이다.


‘바닥을 기는 꼴을 볼 수 있겠지.’


코린느는 손에 쥔 마약을 바닥에 흩뿌린 후 마약을 저 남자가 바닥을 핥을 것을 기대했지만.

베드로는 묵묵히 자신의 목걸이로 부패한 손을 가져갔다.


“얄팍한 수로군.”


황금색 빛이 뿜어져 나오며 베드로의 팔을 완벽히 복구시킨다.

베드로가 혼자서 자신만만하게 여왕에게 올 수 있었던 이유.


“크루세이더의 뜻을 잘 모르나? 하긴 그러니 주제넘게 팔라딘이라는 칭호를 기사들에게 붙인 거겠지.”


저주나 정신 공격 같은 악의적인 의념에 강한 저항력을 지닌 고결한 성기사였기 때문이다.

물론 신의 힘이 아닌 오리진의 발현으로 이루어진 치료였지만 크게 상관없는 내용이었다.

베드로는 이 힘으로 악마 같은 것들을 처단할 수 있는 것으로 족했다.


“이 역겨운 마귀야.”


아까까지 무표정이었던 것이 착각이라도 되는 듯.

베드로의 얼굴이 흉악해지고 그가 내뱉은 말에 살의가 가득했다.


“지옥에서 참회하도록.”


베드로는 팔찌에 붙어있는 장신구를 떼어내자 어느새 거대한 검이 베드로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베드로가 거치적거리는 식탁을 날려버리고 대검을 위협적으로 휘두르며 여왕에게 다가간다.


“네 까짓게 감히...!”


여왕은 베드로를 향해 무수한 저주를 퍼부었지만, 무엇하나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베드로의 앞을 방해하는 저주의 형상들이 가볍게 휘두른 대검에 허무하게 찢겨나갔다.

코앞까지 다가온 그가 코린느의 몸을 두 동강 내버린다.


“이게 다는 아니겠지?”


반으로 갈라져 바닥에 여왕의 신체가 흐릿해지고,

꺄아아아악-!

으,으히히히-!

곧이어 섬뜩한 귀곡성이 울린다.


‘온다.’


주위를 경계하는 베드로가 위험을 감지하지만, 검으로 막을 수 있는 공격이 아니었다.

바닥이 뒤집히며 이번에는 눈이 썩어들어간다.

베드로는 다시 한번 목걸이를 쥐었지만.


‘이 공간은 환상이 아니었나.’


썩어가던 눈이 멀쩡해질 뿐. 비명이 사라지거나 갈아엎어진 방이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흐흐흐. 여기서 천천히 죽여줄게.”


천장, 벽, 바닥 모든 곳에서 끈적끈적한 점액질이 샘솟는다.

서서히 불어나더니 질척한 덩어리가 사방에서 덮쳐왔다.

베드로는 팔찌에서 장식 하나를 더 뜯어내 양손에 하나씩 대검을 쥐고는.


“흡!”


검면으로 지면을 다지기 시작했다.

주변에서 덮쳐오는 점액질의 괴물들이 펑펑 터져나갔지만, 다시 모이고 뭉치면서 본래 모습으로 회복한다.


“소용없다고. 포기하는 게 어때?”


마음을 평안하고 긴장감을 풀어주는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리고.

베드로는 풀리지 않는 상황을 반복하다가, 포기한 듯이 두 대검을 땅에 꽂았다.


“괜히 힘 빼지 말고, 너도 저기에 합류하는 거야.”


빈틈없이 사방을 둘러싼 슬라임들이 기회를 엿보고 있을 때.

베드로는 팔찌에서 검 모양의 장식들을 한 움큼 뜯어내 위로 던진다.


“이것도 소용 없는지 한번 보자고.”


박아 놓았던 대검들을 뽑고 가운데 모아 포갠다.

녹아들어 가듯 두 대검이 합쳐지고, 아까 던져두었던 장식들이 낙하하며 그 위에 착 달라붙었다.


“한번에 쓸어주지.”


온 몸을 비틀어 한 바퀴 휘두른다.

철퍽-.철퍽-.

슬라임은 거대한 벽에 부딪치듯 대검에 달라붙는다.


“흐읍!!!!!!”


짧은 기합 소리와 함께 장딴지와 허벅지의 근육이 불끈거리며 팔뚝의 굵은 힘줄이 툭툭 튀어나온다.

한바퀴를 완주를 마친 대검은 아까와 비교도 안 될 정도의 크기 되어 있었고.

다시 한바퀴를 돌고 난 후에도 그 몸집을 계속 불린다.


“후!”


모든 슬라임을 대검에 달라붙자 베드로는 손에서 놓아 하늘로 날려버리고.

허공에서 유리가 깨지듯 공간이 박살나더니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빠져나온다고?”


경악하는 여왕이 모습이 드러나고, 베드로는 진정한 공간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시체들이 장식품은 아니었군. 이런 식으로 활용하다니.’


베드로의 생각대로 여왕성에 놓여진 시체들은 함정을 만들기 위한 일종의 의식이었다.

코린느의 입장에서는 무식하게 함정을 파훼한 베드로 쪽이 더 끔찍하게 느껴졌다.


‘얼마 안 남았다.’


여왕은 베드로의 팔찌에 있는 검 장식이 거의 다 사라졌음을 알아챘다.

모든 무기를 잃은 베드로라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직접 찢어발겨 주마!”


전투를 준비하는 코린느의 모습이 점차 바뀐다.

먼저 동공이 세로로 날카롭게 변하고.

찰랑거리는 머리가 산발이 되고 잘 손질되었던 손톱은 길어지며 그 끝은 뾰족해졌다.


“그게 본 모습이군. 추악한 마녀.”


베드로의 이죽거림에 여왕은 빠른 속도로 자리를 박차고 나아갔다.


*


아그네스를 발견하긴 했지만, 제이드는 그녀를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을 내릴 수 없었다.

우선 디아나를 찾아가기로 결론지었다.


‘티모시가 쓰러졌으니, 이미 반쯤은 끝났다.’


제이드는 새삼 자신이 한 일에 감탄했다.


‘내가, 최고기사를 이겼어.’


가디언들이 회의에서 과도한 자신감을 가졌던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예비 전력에 불과한 제이드가 티모시를 쓰러뜨릴 정도였으니.


‘일이 꼬이지 않았다면 더 쉽게 끝났겠지.’


리나인이 북쪽에 발목이 잡히지 않았다면, 제이드나 디아나가 나설 일은 없었을 것이다.

내성 부지를 빠져나온 제이드는 본래 티모시와 조우한 성문.

그곳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공터에서 휴식을 취하는 디아나를 발견했다.


“제이드...?”


악랄한 기운을 감지하고 경계 중이었던 디아나는 제이드인 것을 눈치챘다.


“티모시를 쓰러뜨린 건가...”

“말도 안돼!”


핀리와 린다 남매는 눈에 띄게 당황스러운 모습을 보인다.

불관 1년전만 해도 팔라딘에 턱걸이 수준이었던 제이드가 티모시 장군을 이기다니.


‘설마 제이드도 초인의 경지에 도달한 건가.’


핀리는 제이드가 자신과 마찬가지로 최근에 초인의 경지에 올라선 것인지 의심했고.

디아나도 다른 방식을 생각하며 그가 강해진 것에 놀랐다.


‘벌써 오리진을 발현 한 거야...?’


제이드는 기본적으로 비옥한 토지를 갖추고 있고.

계기만 주어진다면 언제든지 폭발적으로 성장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일단 티모시를 이겼다는 사실을 받아들였지만.


‘...뭔가 좀 꺼림칙한데.’


제이드한테서 진하게 느껴지는 섬뜩한 느낌에 디아나는 그의 외관을 자세히 보았다.

끝이 검게 물들어 먹구름 같은 머리와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쁜 시커먼 검까지.

자칫 잘못하면 디아나도 몰라볼 정도로 분위기가 확 달라져 있었다.


“저기 괜찮아?”


사실 핀리의 착각보다는 디아나의 생각이 조금 더 정답에 가깝다고 볼 수는 있었으나.

그것도 정확한 것은 아니었다.

제이드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불완전한 형태였으니까.


“난 멀쩡해.”


의외로 제이드는 디아나를 바라보며 똑바로 대답해오며 남매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린다는 다 포기한 듯 신경쓰지 않았지만 핀리는 제이드의 강렬한 시선에 긴장하고 있었다.


“대치 중이야? 지쳐서 힘들었을 텐데. 수고했어.”


정말 고생 많았다고 디아나를 달래주면서 린다에게 걸어갔다.

제이드가 서서히 다가오자 린다는 심드렁하게 말해주었다.


“구속하게? 그럴 필요 없다. 난 다 포기했으니까. 저 여자 말대로 법의 심판이나 받아보려고.”


콧방귀를 뀌며 디아나를 노려보는데 제이드는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완전히 항복했다는 의미로, 굳이 싸울 필요가 없을 테지만.


‘살릴 필요가 있나?’


제이드는 망설임 없이 검을 휘둘렀고, 미리 대비하고 있던 핀리는 제때에 맞춰서 린다를 구할 수 있었다.

치익-.

한팔로 린다를 데리고 핀리는 땅을 그시며 물러섰다.


“어?”


다짜고짜 검을 휘두른 상황에 린다는 어안이 벙벙했고.


“...굳이 죽이려는 이유가 뭐냐.”


핀리는 급히 바닥에 놓인 방패를 주우며 물었다.


“귀찮게. 순순히 죽어주지 그래.”


제이드는 그 말을 가볍게 무시하며 디아나에게 소리쳤다.


“마무리는 나한테 맡겨.”


대답도 듣지 않은 채 자리를 박차고 돌진하는데.

다시 한번 핀리의 방어에 막히고 말았다.


“우린 싸울 생각 없다고!”


말과는 반대로 린다는 붉어진 얼굴로 재빠르게 활시위를 당겼고.


“공격하지 마!”


핀리는 제이드의 공격을 받으며 그녀를 만류했다.

그러면서 곁눈질로 디아나를 살피는데.

협공을 가하면 현재 관망하고 있는 디아나가 참전할 것이라 여긴 모양이었다.


‘나 혼자서도 충분해.’


제이드도 디아나의 도움을 바라지 않았고, 오히려 디아나에게 사냥감을 뺏길까 걱정했다.

반드시 자신의 손으로 죽일 생각으로 전력으로 검을 휘두른다.


“실력을 숨기고 있었나.”


전력을 다한 일검에도 어렵지 않게 막아내는 모습.

손에 쥔 단검 한 자루로는 상대하기 쉽지 않았다.

제이드는 첫 싸움에서 핀리가 실수하지 않았다면, 매우 위험한 전투였음을 인지했다.


‘승부는 한순간에 정해지니까. 나도 방심하면 안 되겠어.’


확실하게 끝낼 생각을 하며 다시금 그의 약점을 후벼 파기로 결정한다.


“흐압!!!!”


디딤발에 힘을 주고 발바닥으로 핀리의 방패를 세게 밀어버렸다.

이전과 똑같은 상황이 재현되었지만.

이번엔 회색이 아닌 묵빛의 창이 제이드의 왼손에 쥐어져 있었다.


“안 돼!!!”


전보다 더 멀리 밀려난 핀리는 결코 닿을 수 없는 거리.

핀리의 비명과 함께 창이 쏘아진다.


“...무슨 짓이야.”


갑자기 등장한 투명한 날개가 린다의 앞을 가로막아 창을 흩트렸다.

창에 꿰뚫렸을 그녀는 얼음으로 이루어진 와이번의 보호를 받고 있었다.

이런 짓을 할 사람은 디아나가 밖에 없었다.


“제이드, 그만 해. 우린 쾰른을 정복하러 온 게 아니야.”


깊은 우려가 담긴 목소리가 제이드를 자극한다.

죽여도 문제는 없었지만, 디아나의 말대로 쾰른을 멸망시키러 온 게 아니다.


“죄질의 경중에 따라 참작의 여지가 있다면, 살려야 해.”


하물며 이들은 투항한 상태.

일차적인 목표는 가디언의 손실이 최소화로 여왕을 죽이는 것이 목적이었고.

제이드가 하는 짓은 단지 불필요한 살육이었지만.


“싫은데?”


제이드는 당장 이 자식들의 목을 따고 싶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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