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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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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2.07.18 12:32
최근연재일 :
2022.12.02 17:00
연재수 :
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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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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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79,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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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1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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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화 송곳니 부족의 전사 (1)

DUMMY

불과 사십여 년 전에 급부상한 어셔 백작가와 다르게, 남부의 베르티오 백작가는 오랜 세월 동안 그 자리를 지킨 터줏대감이었다.

그런 가문답게 고풍스러운 저택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우걱우걱-

쩝쩝-


이곳과 어울리지 않는 천박한 복장의 한 남성이 맨손으로 식탁에 있는 호화로운 음식을 덥석 집어 먹고 있었다.


“무스타바. 뺏어가지 않으니 천천히 좀 먹게.”


귀족이라면 엉망진창인 식사예절을 먼저 지적했을 테지만.

저택의 주인, 바일 베르티오 백작은 눈살을 찌푸리거나 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저 남성은 남쪽에서 찾아온 야만인이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우악스러운 전사지.’


첫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던 탓에 자칫 유혈사태로 번질 수 있었지만.

병사들의 공격을 가볍게 물리치며 저항하지 않았기에.

경비대는 그가 원하던 대로 많은 식량을 쥐여주자 얌전히 돌려보낼 수 있었다.


‘그리 마무리되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


혼자 다 먹을 수 있을까 싶은 양의 식량을 받아가 놓고서 며칠 만에 다시 찾아와 음식을 받아갔다.

이를 감당할 수 없던 경비대장은 문책을 각오하고 영주에게 보고를 올리게 되었다.


‘그때만 해도 이렇게 되리라곤 생각도 못 했는데.’


너무 허황된 이야기에 제대로 된 조사를 위해 기사를 파견했지만.

무기도 없이 단순한 주먹질로 무장한 기사를 때려눕혔단 소식에 의문만 늘어갔다.


-영주님. 그를 적대하시면 안 됩니다. 그랬다간 화를 면치 못할 것입니다.


백작은 패잔병의 헛소리로 치부하기에 조금 꺼림칙한 부분이 존재한다 여겼고.

결국 그 야만인을 초대하는 지경까지 오게 되었다.


‘야만인 중에 저런 인물이 있을 줄이야.’


직접 만나보니 기사의 말을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일반 야만인들과 너무나 달랐다.

저택 내부를 당당히 걷는 그는 상당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무스타바.


백작의 앞에서 야만인은 자신의 이름 네 글자를 내뱉자, 그 무례한 태도에 대기하던 기사들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불편한 기류가 형성되어 갈 때.


-불카아르으으!!!!!!!


야만전사가 고함을 내질렀다.

쩌렁쩌렁한 목청에 모두가 눈을 질끔 감으며 귀를 틀어막았다.

인상을 쓰며 다시 바라본 야만인은 엄청난 존재감을 내보이고 있었다.


-초인...!


백장의 옆에 있는 기사단장이 단말마의 탄성을 내뱉었다.

저 야만 전사는 쾰른에서도 그 존재를 보기 힘든 초인의 경지에 다다른 강자였다.


-조심. 위험.


조금 전과 같이 짧은 단어를 연달아 말하자, 천장까지 치솟핬던 위압감이 줄어들며 숨통을 조여오던 압박감이 사라졌다.


‘위험하다라...’


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만, 상당한 출혈을 감안한다면 무스타바를 죽이는 것이 가능했다.

초인의 경지에 오른 전사가 그런 것도 예상하지 못했을까.

당시 무스타바가 말한 위험이 누구에게 닥칠 위험이었는지 아직까지 의문으로 남아있었다.


‘말이라도 통하면 좋을 텐데.’


어느 정도 알아듣는 것 같은데 너무 대답이 짧아서 도무지 대화가 통하지 않았다.

음식만 받아간다면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는 것 자체는 상관없었다.


“대체 왜 이러는 건가?”


하지만 무스타바는 용건이라도 있는 것처럼 저택에 머무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기 시작했다.

가끔 찾아와 폭식한 후 식량을 받고 떠나던 이 야만인이 왜 이럴까.

답답함에 백작이 먼저 입을 열었지만.


“쎈 놈.”


무스타바의 대답은 알아듣기 어려웠다.

백작이 영지에서 가장 강한 기사를 데려와 보여주었지만.


“쎈 놈.”


무스타바는 고개를 저으며 똑같은 말만 반복한다.


“혹시 천천히 대화를 나눌 생각은 없나?”


어떻게든 의사소통을 위한 준비들은 뒤엎으며 오리지 강자만을 찾았다.


‘이걸 강제로 내쫓을 수도 없고.’


현재 영지민들 사이에는 야만인이 영주 저택을 침략했으며 야만인에게 점령당했다는 소리는 물론이고.

야만인을 노예로 만들려는 조짐이 보인다, 영주님이 야만인을 좋아한다는 여러 헛소문이 돌고있었다.

이미 평판은 내려갈대로 내려갔으며.


‘무엇보다 슬슬 힘들어지고 있다.’


베르티오 백작령이 쾰른에서 에카르트 공작령 다음으로 가는 곡창지대라 해도, 무스타바에게 식량을 매일같이 주는 것이 감당하기 어려웠다.

차곡차곡 내어준 식량들은 영지에 부담이 될 정도였다.


“쎈 놈.”


그런 와중에도 저 소리를 지껄이니 백작은 입장에서는 미칠 노릇이었다.

울컥하는 심정을 참으며 무스티바한테 물었다.


“내 기사들로는 부족한가?”

“응.”


두말 할 것도 없다는 듯이 단호한 대답.

백작은 끊어질 뻔한 이성의 끈을 간신히 붙잡았다.


‘참자.’


화난다고 들이박기에는 피해가 크다.

그렇다고 놔둘 수도 없었기에 백작은 자신의 모든 것을 활용해서 무스타바의 요구를 들어주기로 결심했다.


‘그래 씨x, 존나 쎈 놈으로 불러줄게.’


그리 마음을 먹었지만, 막상 부를만한 인물이 적다는 것을 알았다.

쾰른의 최강의 기사 티모시 경은 죽었고, 팔라딘은 해체되었다.


‘도움을 요청할만한 곳은, 에카르트와 어셔 뿐인가...’


각자 영지 일로 바쁠 그들이 이쪽을 도와줄지는 의문이었지만 백작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연락을 돌릴 생각이었다.


‘아, 다른 나라에도 보내볼까.’


또한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카르타 제국과 프리지아 왕국에도 보내기로 했다.

현재 왕의 대리를 하고 있다는 빈센트 에카르트 공작에게 허락을 구하기 위해 여러 장의 종이와 펜을 준비한다.

모든 준비를 마친 후 연통을 넣기에 앞서.


“무스타바. 자네가 죽을지도 몰라.”


백작은 그새 정이든 무스타바에게 경고했다.

이 편지를 받고 오는 인간들이 그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올 리가 없었다.


“좋다.”


그럼에도 무스타바는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햇볕으로 까무잡잡하게 탄 피부 덕분에 유독 그의 하얀 이가 돋보였다.


“그중에는 야만인 학살자라 불리는 괴물도 있어.”


이곳에 찾아올지는 모르겠지만, 황실 기사 시절 무수한 공적을 올렸던 제이드를 거론한다.

아마 야만인들에게 조금이라도 이름을 알린 인간이 있다면 그건 제이드일 것이다.


“학살자.”


무스타바도 그 소문을 들은 적이 있던 것일까. 흥미롭다는 듯이 반응한다.


“그래, 그놈이 온다고.”

“좋다.”

“그래.. 니 알아서 해라.”


백작은 무스타바와 설득하는 것을 포기했다.


*


휘잉-.

작은 바람이 낡고 삭막한 거리를 휩쓸고 지나간다.

사람이 분명 적은 것은 아닐 텐데 북적거리는 느낌보다는 엄숙한 분위기가 맴돌고 있었지만.


‘여기는 분위기가 밝아졌네.’


제이드는 이것도 많이 나아진 상태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년 전 야만인 대규모 토벌 작전 수행했을 때를 생각하면 정말 좋아졌다.


‘적어도 쇳소리는 안 나서 좋군.’


치안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대낮에 냉병기를 들고 용병들이 돌아다니는 험악한 길거리였다.

그렇기에 제이드 일행은 눈에 띌 수밖에 없는 조합이었다.


“바로 영주 저택으로 향하죠.”


온몸을 꽁꽁 싸맨 수상한 키다리와 순백의 소녀, 움직이는 목각인형은 누구나 한 번쯤 시선을 돌릴 법했다.

제이드는 구경거리가 될 생각이 없었기에 빠른 이동을 추천했다.


“그래.”


에녹의 심심한 대답을 들으며 제이드가 먼저 앞장서서 걸었다.

본래라면 연장자인 에녹이 리더를 맡았겠지만, 그러기엔 그는 말이 너무 없었다.


‘묻어가는 스타일인가.’


에녹의 리더쉽이 부족한지는 모르겠지만, 사교성이 없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었다.

바위산을 넘어 남부로 직행하는 길을 버리고 이곳을 들린 것도, 순전히 제이드가 제의했기 때문이다.


“클로에, 정말 확실한 거지?”

“응.”


클로에가 알약이 든 작은 병을 흔들어 보여준다.

클로에는 야만인의 언어가 가능했고, 지금 보여준 것이 즉효성 실시간 통역 아이템이라고 했다.


“좋았어. 어디 길잡이를 잡으러 가볼까.”


제이드는 이곳에 머무른다는 야만인을 붙잡아 정보를 캐거나 안내원으로 삼으려 했다.

일행들이 속도를 올려 빠르게 걷자 금세 영주 저택에 도착할 수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제이드 경. 오랜만입니다.”

“아직 정정하시네요. 바일 백작님.”


가벼운 인사를 나누고 백작은 곧바로 소문의 야만 전사에게 데려가 주었다.

백작은 사건이 해결될 거라는 반가움과 함께 설마 무스타바가 이 사람들도 만족하지 못할까 걱정되었다.


“무스타바, 네가 원하던 자들이 왔다네.”


백작의 불안은 무스아바의 진지한 표정을 보고 사라졌다.


“학살자.”


야만인의 입에서 익숙한 별명이 튀어나오자 제이드는 흠칫 몸을 움찔거렸다.

오랜만에 들은 별칭에 감회가 새로웠다.


‘하긴 내가 그때 장난 아니었지.’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막 황실 기사가 된 시절. 이곳에서 무수히 많은 야만인을 토벌했다.

우물 안의 개구리 취급을 받던 제이드는 그 사건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클로에. 그거 던져.”


괜스레 우쭐한 기분이 든 제이드가 미소를 머금으며 손짓하자, 클로에가 제이드의 얼굴을 향해 알약을 있는 힘껏 던진다.

공중에서 가볍게 낚아챈 제이드는 야만인에게 건네주며 입에 물고 있으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입에 물고 있으면 돼.”


다행히 야만인은 삼키거나 하지 않고 어금니로 잘 고정시켰고. 이윽고 낮은 목소리로 통역된 음성이 들려왔다.


“네가 학살자인가.”


하지만 그 이후 행동에 어색한 분위기가 되었다. 무스타바는 제이드가 아닌 에녹을 향해 말했기 때문이다.


“...”

“확실히 많은 피를 머금고 있군.”


에녹은 조용히 제이드를 바라보았고. 우쭐해있던 제이드는 팔짱을 낀 그 자세로 굳어 있었다.


“피히히.”


침묵 속에서 클로에의 작은 웃음이 피어났고, 피노 또한 입을 틀어막았다.

보다 못한 백작이 혀를 차며 무스타바의 오해를 정정해 주었다.


“쯧, 무스타바. 그 옆에 있는 자가 학살자라네.”

“아, 이 어린 전사를 말하는 건가?”


보통 덩치로는 제이드를 보고 어리다고 할 수 없겠지만.

제이드보다 한 뼘은 더 큰 키와 떡 벌어진 어깨를 보면 그럴 자격이 충분해 보였다.


“이거 참, 미안하군.”

“괜찮아.”


제이드는 호탕한 웃음을 터뜨리는 무스타바를 향해 뭐라 하지 않았다.

오해를 할 만큼 에녹의 분위기는 평범하지 않으니까.


“근데 너 날 만나고 싶었던 거야?”


하지만 야만인의 입에서 자신의 별명이 나왔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 부분의 해답을 찾고 싶었지만, 제이드에게 돌아온 것은 명쾌한 답이 아니었다.


“싸우자!”


손가락 관절을 푸는 것을 보아 당장 덤벼들 생각인 듯했다.


“...클로에, 통역 아이템이 고장 난 거 아니지?”

“응. 아니에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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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75화 송곳니 부족의 전사 (2) 22.10.12 10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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