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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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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2.07.18 12:32
최근연재일 :
2022.12.02 17:00
연재수 :
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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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79,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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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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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1화 침공 (4)

DUMMY

“그게 불만이야?”


자존심 때문에 부정할 거라는 예상과 달리 티모시는 순순히 인정했다.


“불만이 생길 수밖에, 제국의 검성이라면 모를까 초인의 경지에 겨우 발만 붙인 놈한테 빌붙다니.”


제이드한테는 이상한 부분에서 불만을 품은 놈으로 비쳤지만.

티모시는 이를 신경 쓰지 않고 자기 말을 끝까지 했다.


“그놈처럼 가디언에 들어갔다지? 괜히 헛물 들이키지 말고 돌아와라.”

“이게 헛고생으로 보이나? 난 강해졌는데.”


제이드가 어깨를 피며 당당히 말하는데, 티모시는 그런 제이드를 바라보며 비열하게 웃었다.


“그딴 연구에 시간 낭비할 필요도 없다. 여왕님의 시술로 기력을 개방하면 나처럼 원초적인 강함을 손에 쥘 수 있지.”


팔라딘에게 주어지는 여왕의 축복이라는 이름의 주술.

강함의 근원은 다를 게 없었다.

오리진 같은 특별함은 없겠지만, 기사에겐 저걸로 충분했다.


‘근데 그게 뭐 어쨌다고.’


제이드에게는 전혀 설득력이 없는 말이었다.

티모시는 제이드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었다.

그는 강해지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국가에도 억압되지 않을 정도로 강해진다면 좋겠지만, 나는 일단 복수가 우선이야.’


티모시도 제이드에 대해 알고 있다면 어머니의 원수인 것을 알 텐데.

어째서 이런 제안을 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티모시가 추가로 덧붙인 말로 설명이 되었다.


“네 분노 또한 사라져서 편해질 거다.”

“그럼 그렇지.”


전에 처음 싸울 때도 이런 생각을 하고 권유했을까.

그때나 지금이나 남 입장은 고려하지 않는 놈이었다.

제이드는 쓰린 속을 달래며 중지를 들어 올렸다.


“내 대답은 이거야.”

“감옥에서도 다시 그럴 수 있을지 두고 보자고.”


이제까지는 장난이었다는 듯이 티모시의 태도가 돌변한다.

잔뜩 성난 팔다리의 근육이 두 배는 부풀어 오르면서 힘줄이 툭툭 튀어나오고.

몸 전체에서는 불길한 보라색의 아우라가 넘쳐흘렀다.


“이제 끝내주마.”


말이 끝남과 동시에 티모시가 돌진한다.

직선으로 오는 정직한 공격.

제이드는 방패를 세우고 마주 검을 찔렀지만.


‘느낌이 달라...!’


콰직-! 방패는 부서지고.

쨍-! 검은 부러졌다.

콰아아아아앙!!!

디아나의 첫 등장처럼 제이드 또한 벽을 뚫고 지나갔다.


“이제 어떡할 거지?”


건물에 처박힌 제이드는 티모시의 물음에 답할 수 없었다.

가슴 언저리에 남은 충격 탓인지 아니면 돌가루가 얼굴 위로 떨어졌기 때문인지 숨쉬기가 힘들었다.


‘검은 약하고, 방패도 너무 얇아.’


검으로는 티모시의 갑옷을 뚫고 상처를 입히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방패를 버리고 창을 선택할 수도 없었다.

공격에 나서기도 전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터.


‘그래도 피해를 주려면 창이 꼭 필요해.’


방법이 없을까.

숨이 가빠지는 와중에도 승리를 위해 간절히 머리를 굴리는 순간.

자욱하게 깔린 먼지가 멈추고.

낯설지만 한번 겪었던 느릿한 감각을 다시금 느꼈다.


‘이렇게도 되나?’


예전 죽을 각오를 하여 도달한 내면의 세계.

기력을 각성했던 그 장면이 재현된다.

정확히 말하면 그때와 다르다.


‘정말 안락하군...’


피를 뿜었던 각성과 달리 이번에는 꿈을 꾸듯 편안하게.

제이드는 내면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


‘장소도 달라.’


기운이 충만한 구가 전부였던 공간에서 자욱한 안개로 둘러싸인 장소로 변했다.

안개는 저번에 생겼던 균열에서 새어나온 연기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였다.

제이드는 중앙에 있는 구슬로 향했다.


‘이걸 깨면 되나...?’


저번처럼 구슬을 깨뜨려 기운을 해방하면 되는 건가 싶을 때.

구슬에 손을 대자 그 위로 제이드가 소유한 영령 장비들이 나타났다.

잿빛의 창과 방패가 공중에 둥둥 떠 있었다.


‘음, 일단 방패부터 이리 좀 올래?’


마음속으로 손짓하자 방패가 제이드에게 서서히 다가왔고.

양손으로 붙잡은 방패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제 어쩌지...?’


사실상 첫 방문인지라 설명도 없이 어떻게 뭘 해야하나 고심하고 있을 때.


‘어, 어?’


벨트에 빛이 나며 허리가 곧추세워지고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

구슬에서 새어나온 연기에 방패를 가져다 대자 연기가 방패를 감쌌고.

이후 드러난 방패는 이전과 그 모양이 완벽히 달라져 있었다.


‘히터 실드.’


넓찍했던 기존의 형태와 달리 위와 아래가 줄어든 대신 좀 더 두꺼워진 모습이 되었다.


‘그래, 이 정도는 돼야 막을만하지.’


제이드는 원하는 대로 튼튼해진 방패를 만족스러워하며.

곧이어 저 멀리 떠 있는 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것도 같이 쓸 수는 없을까.’


방패를 왼 팔뚝에 맨 제이드가 창으로 손을 뻗었고.

창을 잡은 즉시 빠져나가는 기력의 양이 느껴졌다.


‘대신에 패널티라는 건가... 이 정도면 감수할만하다.’


창과 방패를 착용한 제이드는 마음이 가는 대로 안개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 이왕 갖춰진 거, 제대로 분위기 좀 내야지.’


한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리며 내면에서 깨어난다

잔해를 털고 벌떡 상체를 일으키는 제이드.


“멀쩡하군. 제대로 직격했는데.”


상처하나 없는 말끔한 제이드의 모습에 티모시가 의아해할 때.

제이드가 가볍게 입을 열었다.


“아까 아놀드 이야기를 했었지?”

“핫, 뭐라 반박이라도 하고 싶은 거냐?”


티모시는 할 테면 해보라는 듯이 여유로운 자세로 제이드를 기다려 주었다.


“사실 이런 힘을 추구하는 건 너 같은 추악한 놈들이나 바라는 거야.”


티모시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진다.

그가 뭐라 하기도 전에 제이드는 하고 싶은 말을 끝맺었다.


“너와 난 기사일지는 몰라도 훌륭한 기사가 아니야. 아놀드가 더 올바른 기사다.”


티모시의 얼굴이 흉악하게 일그러지면서.


“헛소리!!! 강함이 전부다. 내가 윗줄로 놓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단 말이다!!!”


열이 단단히 오른 목소리가 하늘에 쩌렁쩌렁하게 울려퍼진다.

아놀드와 무슨 악연이 있는 것인지 의심할만했지만.

제이드에게는 하등 의미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대신해서 증명해 줄게.”


무릎을 손으로 짚으며 일어난 제이드가 티모시의 앞에 똑바로 섰다.


“네가 뭐라고. 아놀드 그놈에게 배운 것 하나 없는, 네가 뭐라고 놈을 대신한다는 거냐!!”


티모시의 보라색 아우라가 더욱 짙어지고 그에 따라 위압감도 상승했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제이드는 빈손으로 어정쩡한 자세를 취한다.


“부족한 것은 서로 메꾸며 도와가는 것 아니겠어?”


아까보다 더욱 두꺼워진 방패와 함께 창이 등장하고.

머리에는 같은 회색 빛깔의 투구가 씌워졌다.


“억울하면 너도 동료 불러, 새끼야!!!”


투구 속에서 붉은 안광을 빛내는 검투사가 방패를 앞세우고 진격했다.


*


한편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제이드의 주장에 따라 착실히 휴식을 취하는 디아나.

그녀의 앞에 핀리를 부축하는 린다가 지나가다 서로의 눈이 마주쳤다.


‘제이드가 물리친 팔라딘들.’

‘제이드에게 장군을 맡기고 도망친 년.’


서로를 만만히 보는 불편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누나. 건들지 마.”

“...시끄러.”


핀리가 만류하자, 린다는 혀를 차며 그를 노려보다가 이내 그만두었다.

그들은 포로나 다름없는 신세라는 것을 린다도 알고 있었다.

그녀가 암울한 목소리로 물었다.


“핀리, 우리 어떻게 해야할까.”


핀리라고 딱히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그저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기다리자.”

“무엇을 기다려? 어차피 우린 망했는데. 하하.”


허탈하게 웃으며 린다는 핀리를 어깨로 부축하던 그의 팔을 놓아버렸다.

넘어질 것이라 예상했지만 핀리는 가뿐하게 자세를 추슬렀다.


“기다려서 뭐해. 제국이 이기고 여왕이 죽으면 달라질 것 같아?”


그 이후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이쪽이 승리하길 바라는 것도 아니다.

전쟁에서 이기더라도 그들은 여왕에게 숙청될 테니까.

하늘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옆에서 들려온 디아나의 무덤덤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우리 제국은 법치국가입니다. 당신들을 조사해서 재판을 진행하고 판결을 내릴 겁니다.”


린다는 디아나에게 다가서며 내려다보았는데.

번들거리는 눈빛이 그녀가 매우 화가 난 상태임을 알려주었다.


“죄가 없으면 살 수 있다?”

“...뿌린대로 거두는 것뿐입니다.”


담담하게 내뱉는 이야기에 린다는 배알이 뒤틀렸지만.

가까스로 참으며 머리를 헤집고 따지듯 물었다.


“우리가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했던 짓을 너희가 어떻게 평가할 건데?”

“제가 하는 것도 아니니 굳이 알 필요는 없겠죠.”


새침한 말투에 린다는 발끈해서 디아나를 노려보지만, 그 눈빛을 무시하고 너클을 착용했다.

저쪽이 먼저 걸어오는 시비를 그녀가 참을 이유는 없었다.


‘조용히 쉴려고 했는데.’


근묵자흑이라고 제이드와 지내다 보니 디아나도 호전성이 짙어진 듯싶었다.

디아나의 입꼬리가 올라가자 린다는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았고.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핀리가 다가왔다.


“그만해.”


핀리의 걱정어린 만류에 그녀는 눈물을 참으며 고개를 떨궜다.

디아나의 말이 어지간히 분했는지 불끈 쥔 두 주먹이 잘게 떨리고 있었다.

한참을 가만히 있던 그녀는 주먹을 풀고 애달픈 미소를 지었다.


“그래, 납작 엎드리면 살 수는 있겠지.”


의욕이 다 떨어져나간 목소리.

조금 전까지 내보이던 전의를 잃어버린 듯했지만.

디아나는 이대로 넘길 생각이 없었다.


“지들끼리 이야기하면 끝이야?”


한껏 눈을 치켜뜬 디아나가 린다를 빤히 바라보았지만.

그녀는 사과 한마디 없이 고개를 휙 돌릴 뿐이었다.

디아나는 실소를 지으며 탄식했다.


“하, 나, 원, 참... 내가 이런 취급 받을 사람은 아닌데.”


적당히 지나갈 수 있으나 티모시한테 당한 굴욕도 그렇고, 디아나는 오늘 자존심이 구겨질 대로 구겨진 상태였다.

그러니까 이건 분풀이라고 해도 좋았다.


‘별 같잖은 게 시비를 걸고 있어.’


제이드한테 이 대 일로 진 녀석들이 무슨 자신감으로 이리 행동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다시는 이를 드러낼 생각조차 못하도록 예절을 주입할 생각이다.


“사과하는 게 그리 힘들어?”


디아나가 수인을 맺기 시작하자 린다의 앞으로 수증기들이 모여들고.

곧이어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공중에서 얼음으로 변해간다.

추위가 얇은 옷차림의 린다를 덮친다.


“이제라도 싹싹 빌어보든가.”


마치 세공품 같은 투명한 비늘과 날카로운 주둥이. 포악함이 깃든 눈매.

모여든 수증기가 걷히면서 드러난 존재는.

얼음으로 만들어진 와이번이었다.

크롸롸롸롸-!!

와이번의 포효에 린다의 몸이 굳어버렸다.


“까불고 있어.”


디아나는 그녀를 비웃었다.

아무래도 기선제압은 순조롭게 성공한 듯싶었지만.

더 나아가 아예 자신만 보면 덜덜 떨게 할 생각을 한다.


“이 정도면 경고로 충분할 텐데.”


핀리가 린다의 앞을 막아서며 뜻을 이루지 못했다.

티모시처럼 불길한 오러를 내뿜진 않았지만.

오른손으로 잡은 방패에서 와이번을 짓눌러 버릴 기세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꼭 힘을 보여줘야 직성이 풀리겠어?”


핀리의 뒤에서 안정을 찾아가는 린다를 바라보며 디아나는 속으로 다른 의문이 생겼다.


‘이 자를 상대로 제이드가 이겼다고?’


방금 보여준 기세만 놓고 본다면, 저 외팔 전사는 티모시에 필적할 것이 확실하다.

단순히 강함만 높고 본다면 자신의 밑에 있었을 텐데.

상성을 제쳐놓고 보더라도 제이드는 머지않아 디아나를 제칠 것만 같았다.


‘자신이 있을 만 했구나...’


디아나는 제이드가 자신 있게 나선 이유를 깨달았다.

분명 기뻐해야 할 일인데.

어째서인지 그녀는 굳은 얼굴로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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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69화 뒷수습 (3) 22.10.04 112 0 12쪽
69 68화 뒷수습 (2) 22.10.03 117 0 11쪽
68 67화 뒷수습 (1) 22.09.30 134 0 11쪽
67 66화 그들의 최후 (4) 22.09.29 124 0 11쪽
66 65화 그들의 최후 (3) 22.09.28 114 0 11쪽
65 64화 그들의 최후 (2) 22.09.27 121 0 11쪽
64 63화 그들의 최후 (1) 22.09.26 113 0 11쪽
63 62화 침공 (5) 22.09.23 125 0 12쪽
» 61화 침공 (4) 22.09.22 122 0 12쪽
61 60화 침공 (3) 22.09.21 124 0 11쪽
60 59화 침공 (2) 22.09.20 118 0 12쪽
59 58화 침공 (1) 22.09.19 12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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