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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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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2.07.18 12:32
최근연재일 :
2022.12.02 17:00
연재수 :
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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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12
추천수 :
92
글자수 :
579,291

작성
22.10.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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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83화 재대결 (1)

DUMMY

각자 나름대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시간.

대뜸 피노를 데리고 사라진 무스타바를 바라보며 제이드는 머리를 긁적였다.


“...나도 점검이나 좀 할까.”


딱히 준비할 게 없었던 제이드는 혼자서 가볍게 몸을 풀기로 했다.


“후우, 후.”


제자리 점프 및 수직. 사선베기 등 검술까지 마무리한 뒤.

마지막으로 기력 또한 확인한다.


‘벌써 가득찼네.’


기력의 회복 속도는 마력보다 빠른 편이지만, 대신 지팡이나 다른 보조도구를 이용한 인위적인 회복은 불가능했다.


‘이왕 한 김에 다 확인해 봐야지.’


점검차 조금 소비하는 거라면 괜찮을 수준.

제이드는 검기를 생성해보았다.

그가 생성해낸 오러 블레이드는 초인의 것 못지않게 강한 기운을 내포하고 있었는데.


“음...?”


조금 엉뚱한 표정이 되었다.

문제가 생겨서 그런 것이 아니라, 단지 오랜만에 보는 푸른 빛의 오러였기 때문이다.


‘컨디션은.. 나쁘지 않아, 마력이 높아진 것도 아니고.’


기력을 깨우치고 그 양이 급격하게 늘어나 마력을 압도한 이후.

어느새 제이드가 내뿜는 기운들은 거의 회색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푸른 색은... 흔하니까.’


제이드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힘이 빠지면 색이 옅어지기도 했고 마력 본연의 색깔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이어서 자신의 손에 만든 창을 보고 뭔가 변화가 일어난 것을 깨달았다.


“이건 또 왜 파래?”


창의 색깔 또한 바다같이 새파랳기 때문이었다.

조금 전의 검기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선명한 청색.

제이드는 머릿속에 한 가지 기억이 떠올랐다.


‘마치 그때와 같아...’


티모시한테 고통을 주기 위해 만들었던 검은색 단검 혹은 생명력이 넘쳐나는 목인의 기운처럼.

제이드는 이번에도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것 같았고, 그 원인은 불 보듯 뻔했다.


‘천운초 밖에 없어.’


피노가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일주일을 고생해가며 아무 수확이 없었는데.

이렇듯 제이드는 우연히 열쇠를 찾을 수 있었다.

제이드는 곧바로 클로에한테 향했다.


‘이런건 바로 물어봐야지.’


혼자서 고민할 필요 없이, 분석관이라 일컬어지는 그녀에게 도움을 구하는 게 옳았다.

클로에는 항상 한 자리에 머무르고 있었기에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자냐?”

“...뭐요.”


바위 위에 걸터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는 클로에.

제이드의 말에 황급히 고개를 들어 올리며 퉁명스럽게 대답한다.

슥-.


“아잇! 저리 치워요.”


가타부타 말도 없이 내민 기다란 창에 클로에는 몸을 뒤로 빼며 피하자, 제이드는 그녀의 머리통을 잡고 창을 마주 보게 만들었다.


“뭐 바뀐 거 안 보여?”


머리를 붙잡은 제이드의 팔뚝을 마구 할퀴던 클로에는, 그 말에 창을 똑바로 보았고.


“색이 달라졌네요?”


제이드도 알아챈 변화를 바로 집어냈다.

팔목을 할퀴는 손을 멈추고 학자로서 진지한 태도로 살펴보았다.


“옜다.”


겉으로 보기엔 클로에가 들기 버거워 보였지만, 그녀는 부담 없이 받아 이리저리 돌려가며 세밀하게 조사했고.

제이드는 점점 기대에 부풀어 올랐다.


‘기대되는군.’


마법에서 보통 마력의 색변화 과정은 보통 속성 부여를 할 때 일어나는 과정.

하지만 이는 오러에는 통용되지 않는 상식이었다.


‘정확히는 사용하기 까다롭다는 게 맞는 표현이겠지.’


기사들에게 있어 오러는 마력을 이용한 유일한 공격수단.

막강한 파괴력을 추구하는 것이 당연했고, 순수한 힘의 크기가 최우선 과제이다.

그들에게 속성변화 기술이란.


‘번거로우면서 괜히 마력을 낭비하는 기술이지.’


하지만 제이드의 연기는 다르다. 기력을 소모하면서 자연스럽게 생성되고 소모되는 기운.

저 청색의 창은 잿빛으로 생성할 때와 소모량은 달라지지 않았다.


‘만약 그렇다면 나는...!’


여타 기사들과 달리 소모값 없이 속성을 사용할 수 있다는 거다.

그야말로 전무후무할 마법 기사의 탄생.


‘파란색이니까. 얼음 속성인가. 으하핫!’


이루지 못했던 마법의 꿈을 이렇게 이룰 수 있는 것일까.

제이드는 냉기를 풍기며 서리를 두른 채 검을 휘두르는 자신을 상상한다.


‘내가 지나간 자리에는 살얼음판이 남겠지...’


제이드가 한참 상상의 나래를 펼칠 무렵.

클로에는 창을 한번 손으로 한번 쓰윽- 쓸어내리며 제이드에게 돌려주었다.


“그래, 어때. 뭔가 새로운 걸 발견했어?”


이제부터 창이 꽂힌 상대는 결빙된다거나, 동상에 걸린다는 그런 효력이 붙어있지 않았을까.

기다리고 기다린 결과, 클로에 해맑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모르겠는데요?”


제이드는 너무도 밝게 이야기했기에 한순간 잘못들은 줄 알았다. 그의 고개가 한 박자 늦게 기울어졌다.


“설마.. 그냥 색만 변한 거야?”


혹시 색만 변할 건 아닐까 싶은 제이드의 불안은, 다행히 클로에가 불식시켰다.


“그냥 제가 알 수 없을 뿐이에요.”


무언가가 있다는 클로에의 답변.

그 해괴하고 엉터리 같은 대답에 제이드는 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게 뭔데?”

“물어도 제가 대답해줄 수 없는데요.”


정말 더는 할 말이 없는지 클로에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전에도 말했다시피 제이드는 정말 특수한 경우였다.


‘뭘 말해요. 전혀 짐작이 안 되는데.’


애초에 통상적으로 기운에는 색이 부여되지 않고, 물리력 또한 없다.

그저 이능을 발현하기 위한 자원에 불과하다.

이렇다 할 위력이 없기에 오리진이라 불릴 기술은 아니지만.


‘하나의 능력이라고 볼 수 있겠죠.’


그런 의미에서 지금 보이는 변화는 새로운 발견으로.

마치 오리진을 분석할 때처럼 유의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었다.


‘애초에 난 전문가도 아니라고요.’


클로에는 속으로 불평했다. 남들보다 조금 아는 게 많을 뿐.

기력에 관한 분야는 날고 기는 제국의 연구원들조차 밝혀내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었다.

가장 이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 능력의 주인.


“저보단 제이드가 잘 알 거에요.”

“내가 너보다?”


얼빵한 표정을 지은 채 손가락으로 자신을 지목하는 제이드.

어이없어하는 그를 보며 클로에는 실소를 짓는다.


“네, 맞아요.”


클로에가 이전에 제이드의 능력을 대여해서 싸운 것은 그녀 입장에서 큰 각오를 다져야만 했다.

머릿속에서 예측한 것과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으며. 그 덕분에 실전에서 예기치 못한 실수가 나올 수도 있다.


‘그때는 도저히 다시 싸우라고 할 수 없었으니까.’


클로에는 그만큼 임무에 임하기 전부터 제이드의 힘을 이해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였고.

그 결과 무사히 성공적으로 실전을 마친 셈이다.

그녀의 오리진은 어찌 보면 승산이 높은 도박에 가까웠다.


“보고, 느끼고, 깨달으세요.”


결국 스스로 깨우쳐야 할 능력.

제이드에게 가장 도움이 될만한 충고였다.


“...그래 일단 알았다.”


제이드는 그 속뜻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팔짱을 끼며 말하는 클로에가 못마땅할 따름이었다.

아무런 소득 없이 떠나는 제이드에게 클로에가 응원했다.


“제이드한테 어울리는 능력이길 빌게요.”

“말만이라도 고맙다.”


시큰둥한 목소리로 응답한 제이드한테 클로에는 한껏 웃어주었다.

엄연히 말하면 기사인 제이드에게 무구 창조 능력은 유용한 기술이긴 있으나.

어디까지나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에 불과했다.


‘만약 저게 실제로 위력적인 효과를 지니고 있다면...’


그리고 제대로 다룰 줄 안다면.

어쩌면 최초로 두 가지 오리진을 각성한 가디언이 탄생할지도 몰랐다.


*


정글 속을 홀로 배회하는 한 사람의 발자국 소리.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듯, 제이드는 눈동자를 굴리며 주변을 탐색하고 있었다.

흠칫-.


이윽고 한 자리에서 걸음을 멈춘 제이드가 검을 잡으며 자세를 낯추고.

한낮임에도 어둠이 짙은 숲 속을 향해 소리쳤다.


“거기 있는 거 아니까 나와.”


제이드의 경고에 서서히 나타난 그림자의 정체는 다름 아닌 로먼.

몇 시간을 추적한 끝에 그를 찾을 수 있었다.

당당히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보아 상당히 자신에 차 있는 듯했다.


“저번과 같은 수라니 너무 우려먹는 거 아닌가?”


로먼은 제이드의 계책을 짐작할 수 있었다.

에녹의 자리를 제이드로 대체하여 저번과 똑같은 상황의 재현한 것.


“그럼 대비를 잘 해두던가.”


유감스럽다는 로먼의 말을 제이드가 웃음기 없는 목소리로 되받아친다.

제이드는 로먼과 죽일 기회가 있다는 것이 반가웠고.


“나랑 아직 볼일이 남아있지?”


그건 로먼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제이드의 추격을 알아채자마자 동료들과 멀찍이 떨어지도록 일부러 엄청난 거리를 이동했다.


“끝내지 못한 마무리를 여기서 짓자고!”


제이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전보다 강력해진 그림자가 제이드를 습격했다.

그물처럼 펼쳐진 그림자 망이 제이드를 덮쳤다.


“그때와 똑같을 거라고 생각했나?”


로먼의 힘이 예상 밖이었는지, 제이드는 무방비하게 공격을 허용했고.

로먼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방심했나 보군.”


이전과 같이 많은 시간이 지나야 효력을 보이는 미약한 저주가 아니다.

이제 제이드는 그물을 빠져나오는 데에 안간힘을 써야 했다.


“너무 자신만만한 거 아니냐?”


다 이겼다는 듯한 로먼의 태도를 비웃으며 제이드는 주머니에서 약초 한뿌리를 꺼내 씹었다.

쌉싸름한 맛이 뇌리를 강타하고 온몸을 짓누르던 피로가 말끔히 사라졌다.


“약빨 죽이네.”


제이드가 약초를 징걸징걸 씹으며 그림자 그물을 냅다 걷어냈다.

쯥. 퉷-.

그리고 단물을 쑥 빼먹은 약초를 내뱉었다.


“고작 대비한 게 그거인가.”


로먼은 제이드의 대처에 헛웃음을 흘리며 다시금 투망을 던졌지만.

제이드가 같은 수에 당하지 않겠다는 듯이 가볍게 피하며 로먼에게 다가갔다.


‘쉽게 붙을 수 있을 것 같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공세를 유지했던 저번과 달리, 로먼은 제이드가 다가오는 것만큼 멀찍이 후퇴했는데.

그렇다고 마냥 뒤로 물러서기만 한 것도 아니었다.


‘이건...?’


로먼을 따라가 잡으려던 제이드의 다리가 멈추고 풀썩 주저앉았다.

제이드가 자세히 살펴보니 로먼으로 향하는 길에는 수많은 검은 덩어리가 놓여있었다.


“어때 남겨둔 선물은 마음에 들어?”


로먼은 강대한 힘을 손에 넣은 것과 별개로 직접 겪어본 상대의 강함을 인정하고 있었다.

그러니 이러한 치졸하기 짝이 없는 방식도 가리지 않았다.


“아까처럼 계속 달려들어 보지그래.”


로먼이 도발을 해왔지만, 제이드는 쉽사리 다가갈 수 없어 보였다.

그럼에도 제이드는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안그래도 그럴려고 했다.”


잠깐 사이에 날라온 그림자 공격을 쳐내며 제이드는 다시 한번 쫓아갈 준비를 마친다.

로먼은 그런 제이드의 어리석음을 속으로 비웃었다.


‘결국 그거냐. 멀리서 공격해봤자 소용없을 테니.’


제이드의 원거리 공격 수단은 고작해야 투창과 검기 날리기 두가지 뿐.

투창은 낌새가 보일 때 빽빽한 나무들을 방패로 삼고, 검기는 준비 자세일 때부터 아예 범위에서 벗어나면 그만이었다.


‘제풀에 지쳐서 쓰러지...? 아니, 저 미친놈이!’


앞으로의 구도를 예상하며 결과 또한 짐작하고 있을 때.

제이드는 상관없다는 듯이 로먼에게 일직선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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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64화 그들의 최후 (2) 22.09.27 121 0 11쪽
64 63화 그들의 최후 (1) 22.09.26 113 0 11쪽
63 62화 침공 (5) 22.09.23 125 0 12쪽
62 61화 침공 (4) 22.09.22 121 0 12쪽
61 60화 침공 (3) 22.09.21 124 0 11쪽
60 59화 침공 (2) 22.09.20 11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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