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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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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2.07.18 12:32
최근연재일 :
2022.12.02 17:00
연재수 :
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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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07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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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79,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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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1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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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58화 침공 (1)

DUMMY

제이드가 백작령을 떠난 지 나흘이 지난 시각.

쾰른의 왕성은 이틀 전 발테르 백작으로부터 받은 전서로 인해 발칵 뒤집어졌다.

여왕은 어셔 백작령에서 일어난 수상한 소식을 허투루 보지 않았다.


‘너무 이상한 부분이 많아. 그리고 놈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고.’


제국의 5강 중 하나, 크루세이더 베드로가 그 무거운 엉덩이를 들었다.

그가 향하는 곳이 동쪽이라는 소문이 파다하고.

하이웰 공작령에 있을 두 가디언의 행방이 묘연했다.


‘결코 낙관적으로 볼 수 없어.’


여왕은 위기를 감지하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웠고.

결국 그녀의 불길한 예감이 적중했다.


“에카르트 공작은 대체 언제 온다는 것이냐!!!”


항상 등받이에 기대어 한가롭게 명령하던 여왕이, 관료들을 향해 날카로운 목소리로 꾸짖는다.

이렇게 여유가 없는 모습은 처음이었기에 관료들 또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여왕님 흥분을 가라앉혀 주시옵소서.”


쾰른의 정보국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반역도들은 어셔 백작가가 대부분이며.

프리지아에서 넘어온 암살자는 고작해야 5명에 불과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북부 에카르트 공작은 적들의 테러 때문에 잠시 늦어졌습니다.”

“동부와 남부의 병력은 내일이면 당도할 것 같습니다.”


어셔 가문은 각지의 병력이 도착하는 대로 밀어버리고.

팔라딘과 300명의 정예기사, 수천의 징집병들이 암살자들을 처리할 것이다.


‘헌데 어째서 저리 불안해하는 것인지...’


관료들은 그녀가 느끼는 불안을 이해하기 어려웠고. 이는 당연했다.

가디언의 힘을 목격한 자는 삼십 년 전 여왕과 티모시 장군이 전부였으니 말이다.


‘젠장, 젠장, 젠장! 이건 말이 다르잖아?’


여왕은 관료들 앞에서 체면을 차릴 정신이 없었다.

자신에게 한껏 용기를 주었던 예언자는 이틀 전부터 애타게 불러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녀는 예언자가 한 짓거리를 뒤늦게 깨우쳤다.


‘감히 나한테 사기를 치고 도망가?’


말 그대로 소리소문없이 자취를 감췄다.

제이드가 제발로 찾아올 것이라는 예언으로 이렇게 뒤통수를 칠 줄이야.

분하기 짝이 없었지만 이미 지나간 일.

여왕은 분노를 털어내며 다짐했다.


‘내가 이렇게 무너질 줄 알아? 가디언이든 뭐든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죽여주마!’


여왕은 목적이 정해지고 냉정하게 상황을 분석한다.

양측의 전력은 명백히 여왕 쪽이 우위.

침착하게 판단을 내린다면 전투에서도 전쟁에서도 질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좋아. 충분히 가능해.’


그녀는 불안감이 사그라지고 자신감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진정된 상태로 현재 상황을 검토한다.


“수도에 먼저 들어왔다는 쥐새끼들은 찾았나?”

“네, 병사들이 범위를 좁혀가는 와중에 수상한 두 명을 찾아서 쫓고 있다고 합니다.”


진압 과정은 순조롭다.

쳐들어온 이들을 색출해내고 차륜전을 벌이다가 각지에서 도착한 병력으로 일망타진한 후.


‘어셔 백작가까지 멸망시키는 거다.’


이미 수십 번을 반복하여 예측한 순서대로 차근차근 이어나간다.

그 첫 단추로 가디언의 합류를 막는 것이다.


“확실해지면 기사들을 보내서 죽이도록.”

“네, 알겠습니다.”


제이드 일행이 우려했던 상황은 현실이 되었다.

경계를 늦추지 않은 여왕이 침공을 대비하고 철저하게 침입자들을 말살할 예정이었다.


“팔라딘들은 뭘 하고 있지?”

“여왕님의 말씀대로 현재 대기하고 있습니다.”


최강의 패 팔라딘들이 언제든 싸울 준비를 마쳤다는 소식에.

기다렸다는 듯이 여왕은 제일 강력한 카드를 뽑았다.


“티모시, 팔라딘들을 지휘해서 놈들을 파악하는 즉시 사냥을 하도록 해.”

“네, 하나씩 확실하게 처리하겠습니다.”


티모시는 반드시 완수하겠다고 맹세를 하며 회의실을 떠나가고.

시간이 흘러 귀족들은 오전 회의를 이렇게 마치는가 싶었는데.

전령으로 보이는 기사가 헐레벌떡 안으로 뛰어들었다.


“여왕님, 급보입니다! 추격 중이던 수상한 자들이 적국의 암살자들이 맞았습니다.”


여왕 진영에는 전해진 희소식.

그게 승전보라도 되는 것처럼 여왕은 기뻐했고, 회의장에 모인 귀족들도 숨통이 트였다.


“좋아, 기사 백을... 아니 싹 다 보내도록!”


여왕이 손을 펼치며 기고만장한 자세로 명령을 내렸지만.

전령은 빠릿빠릿하게 행동하지 못하고 입가를 씰룩이며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무언가 요상한 태도에 여왕은 불안감을 느꼈다.


“왜 그러지?”

“여왕님 앞에서 그리 망설이는 것이냐, 어서 말하지 못할까!”


바로 근처에서 한 관료가 벼락같이 호통을 지르자.

전령은 마지못해 입을 열었고, 모두가 이해 못할 말을 내뱉었다.


“그게, 기사로는 안될 것 같습니다...”


*


쾰른의 수도 톨레드의 서남쪽에 위치하는 빈민가.

오물이 점칠된 구불구불한 골목길에서 라이언과 제이드가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하아, 하아. 라이언. 저희 큰일난 것 아닙니까?”


위쪽과 합류하기도 전에 정체를 들키고 말았다.

현재는 사방에 깔린 병사들이 그들의 목을 죄어오는데.

더 큰 문제는 아직도 일행들이 도착할려면 조금 더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리나인은 연락 두절 됐고. 베드로, 디아나는 지각이라니. 참, 일이 많이 어그러졌어.”


라이언이 내쉬는 한숨에서 피곤함이 느껴진다.

이로써 제이드는 가디언의 설계가 얼마나 허술했는지 깨달았다.


‘대응이 너무 빨라.’


우선 어셔 백작령에 사람을 보내고 사태를 파악하는, 평범한 반응을 보일 줄 알았는데.

각 지방의 병력을 소집하는 등, 여왕은 매우 예민하게 반응했다.

일부러 말까지 갈아타며 바쁘게 도착했건만, 딱히 좋은 선택이 아니게 되었다.


‘어떻게 알아챈 거지.’


여왕이 가디언을 그만큼 두려워했기 때문이었지만.

제이드는 오만한 그녀가 그럴 것이라고 상상도 못했다.

구석에 있던 거지들이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읽었는지 서둘러 자리를 피한다.


“상대는 마법사의 천적으로 악명높은 제이드다. 마법사는 색적에만 집중하고 전투에서는 물러서도록!”


어느새 근처까지 다가온 쾰른의 추적자들.

자신들을 찾아다니는 병사들을 의식하며, 제이드는 조심스럽게 의견을 구했다.


“이제 어떻게 할 겁니까. 잠시 자리를 피할까요?”


곤란한 상황인 것은 틀림없지만, 그들이 몸을 빼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제이드의 질문에 라이언은 제이드를 빤히 쳐다본다.


“그러고 싶어?”

“아니요.”


제이드가 한시의 망설임 없이 즉시 대답하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여왕을 피해 도망치는 것은 지긋지긋했다.


‘여기서 끝내자.’


잠시 물러나는 것이 현명할지는 모르나, 제이드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라이언은 그의 말이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었다.


“그래, 칼을 뽑았으면 휘둘러는 봐야지. 너무 걱정하지 마. 낙담하기는 이르니까.”


어깨를 돌리고, 팔을 안쪽으로 당기며.

더러운 골목길에서 라이언은 몸을 풀었다.


“리나인은 북쪽에서 못 올 테니, 베드로와 디아나, 나와 너. 이렇게 넷이서 작전을 실행해야 할 거야.”


기존과 달라진 멤버, 리나인의 공백을 제이드가 메꿔야 했다.

성내 수색을 담당했을 제이드도 전투에 참여하게 되었다.


“...정말 그대로 하는 겁니까?”


회의 당시 다섯 명이서 수도 침공하는 작전도 반감이 컸지만.

제이드가 생각하기에 회의에서 정해두었던 역할분담은.

지금 생각해도 여전히 믿기 어려웠다.


“응. 전력분배는 완벽해.”


제이드는 디아나와 같이 팔라딘을 상대하면 된다.

베드로는 최고기사 티모시를 쓰러뜨린 뒤, 다음으로 여왕을 처단할 것이다.


“이제 슬슬 시작해 볼까.”


쪼그려 앉아 무릎까지 신체를 풀어준 라이언이 일어서며 의미심장하게 말한다.

그의 상대는 수도에 있는 기사 삼백명과 수천에 달하는 병사들이었다.


“빨리 시작해야 일찍 끝나니까.”


긴장되지도 않는지 라이언이 태연하게 이야기한다.

수 천명에 달하는 병사들이 가지는 위력도 부담스럽지만.

사실 그들은 상대하고 싶다고 상대할 수 있는 숫자가 아니다.


‘고함을 지른다고 병력이 몰리는 건 아니니까.’


보통 병과별로 나뉘거나 여러 곳으로 흩어지기 마련인데.

다행히 이 부분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저들을 끌어모으고 시선을 사로잡을 능력이 라이언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이드, 네 활약을 기대해봐도 되겠지?”

“물론입니다.”


라이언의 물음에 제이드가 자신 있게 대답한다.

본격적인 싸움의 시작.

제이드도 서둘러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만약 위험하면 여기로 오고.”


라이언은 가슴을 두드리는 모습이 정말 듬직하게 보였지만.

제이드는 마음 한편에 걱정이 맴돌았다.


‘이게 현실적으로 정말 가능한 싸움일까...?’


그의 호언단장을 의심할 새도 없이.

멀리서 기사들의 목소리가 들리고 걸음 소리가 서서히 가까워졌다.


“이쪽은 왜 안 뒤지나, 멍청이들아!”


마침내 코앞까지 다가온 적들.

라이언은 이곳에서 떠나라는 듯 손짓했다.


“자, 여긴 맡기고 가라.”


제이드는 저 대사를 들으니 더욱 불안해지고 도저히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하하, 걱정되면 살짝 멀리서 보다가 가던지.”


망설이는 모습에 라이언이 타협점을 제시하고.

두고 지켜보겠다는 듯 제이드는 벽을 타고 지붕에 올라 서 있었다.


“거기 있으면 휘말릴 수도 있는데... 알아서 잘 피하겠지.”


제이드가 지붕 위에 올라서자, 바로 도착한 한 기사가 동료를 불렀다.


“여기 있잖아, 빨리 와!”


순식간에 골목을 막아버리는 병력.

고작 하나를 잡기 위해 수천의 병사가 모인 것은 물론이고.

지금 동원된 기사들만 오십이 넘었다.


“더 모이면 좋겠는데. 내가 더 불러야겠다.”


멀리까지 내다본 라이언은 눈길을 거두고 펑퍼짐한 옷을 뜯어 던졌다.

그 밑에 보기 민망한 딱 달라붙는 내복을 입고 있었는데.

이에 아랑곳 없이 라이언은 조금 전 펌핑시킨 근육을 선보였다.


“시작해보자고!”


파츠츠. 파지직.

라이언의 단전에서 발생한 작은 전류가 온몸을 뒤덮으며 주변에 스파크가 튀었다.


“마법?”

“다들 보호막 뒤로 숨어!!”


좁은 골목에 몰려있는 병사들이 다급히 뒤로 물러서며 경고를 외친다.

적들의 호들갑을 보고 라이언이 피식 웃었다.


“쫄기는, 그래도 매너있게 기다려줘서 고맙다.”


사방으로 튀던 전기가 잠잠해지더니, 라이언이 서 있는 땅이 솟아오른다.

근처의 집이 허물어져 내리고 철이 자석에 이끌리듯.

집의 기둥과 벽돌이 그 아래로 빨려 들어갔다.


“조심해!”

“더 물러나라고!”


차곡차곡 쌓이는 돌들이 거대한 형상을 이루는데.

멈추지 않고 점점 늘어나는 높이가 쳐다보는 이들의 간담을 서늘케 만들었다.


“...저거 언제까지 커지는 거야?”


크기에 비해 짧고 두터운 팔다리.

머리보다 더 높이 치솟은 등.

주변을 집어삼킨 골렘이 등장한다.


“쾰른의 원시인들은 이런 거 처음 보려나? 프흐흐!”


동굴 안에서 말하는 것 같은 웅얼거리는 목소리.

쿵! 쿵! 쿵!

푼수 같은 웃음소리와 함께 힘찬 엔진음이 울려 퍼지고.

어두웠던 골렘의 안면에 샛노란 안광이 번뜩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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