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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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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2.07.18 12:32
최근연재일 :
2022.12.0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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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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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79,291

작성
22.10.1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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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80화 소강상태 (1)

DUMMY

“윽, 너무 무겁잖아...!”


클로에는 덩치가 산만한 두 인간을 힘겹게 끌면서 동굴 안으로 들어왔다.

그 옆에는 여기저기 할퀴어져 상처가 가득한 피노가 비틀거리며 따라오고 있었다.


“잠깐만 기다려 봐. 더 들어가서 치료해줄게.”


아직 동굴 밖에 불곰이 머무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위험천만한 곳에서 함부로 치료행위를 할 순 없었다.


‘그래도 다행이지.’


클로에를 제외한 모두가 위험에 노출된 순간.

고릴라를 날린 불곰은 승리를 자축하듯 포효를 지를 뿐, 이쪽은 신경 쓰지 않았다.

안전하다고 여긴 장소에 도착하자, 클로에는 자리를 깔며 엉망진창인 일행들의 모습을 살폈다.


‘다들 부상이 크다.’


가장 먼저 불곰의 일격에 나자빠진 피노가 오히려 제일 멀쩡했다.

움푹 패인 부분이 늘어난 정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진득한 진액을 주며 듬뿍 바르라고 간단하게 지시한 뒤, 제이드에게 시선을 돌렸다.


‘제이드는 그사이 더 강해진 건가?’


기력으로 방어한 상황인 점을 고려해도, 무방비하게 타격을 허용했음에도 골절상이 없다니.

정말 경이로운 내구성이다.

제이드는 이미 무스타바 못지않은 강인함을 지니고 있었다.


‘만약 그때 무스타바가 그만두지 않았더라면.’


전사의 의식이 이어졌다면 끝에 쓰러진 것은 무스타바였을지도 몰랐다.

이내 고개를 저으며 잡생각을 떨친 클로에는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진짜 문제는 제이드가 아니지.’


타박상으로 얌전히 기절한 제이드도 응급조치가 그리 힘들지 않았다.

하지만 저기서 죽어가는 무스타바는 클로에도 손쓰기가 어려웠다.


‘...살릴 수 없어.’


클로에의 현재 주어진 것으로는 모든 것을 쏟아부어도 잠시 생명이 연장될 뿐, 결코 완치시킬 수 없었다.

어떻게든 살릴 수 없을까 고심하는 찰나.


“누구야?”


클로에는 저편에서 인기척을 감지했다.

곧바로 그녀의 의지에 따라 하얀색 입자가 날아갔고, 허공에 방패를 형성하며 벽에 부딪쳤다.

무언가 휘청거리며 모습을 드러냈다.


“잠시만요!”


클로에가 손에 쥔 창을 던지려 하자, 정체불명의 인간이 당황한 듯 엉거주춤한 자세로 외쳤고.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항복의사를 밝혔다.

클로에는 그 행동에 잠시 머뭇거렸고, 이르카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자신을 소개했다.


“저는 송곳니 부족의 주술사, 이르카입니다. 저기 누워있는 전사의 아내이기도 하고요.”


무스타바의 짝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젊은 나이.

주술에 해박해 보이지 않는 순수한 얼굴.

분명 죽었다고 들은 무스타바의 아내가 클로에의 앞에 등장했다.


*


나무에 기대어 숨을 몰아쉬는 한 인영.

생기를 써서 강력한 저주를 날린 후유증이 로먼은 지독하게 괴롭히고 있었다.


“쿨럭.”


느닷없이 기침을 하더니 이내 목구멍에서 올라오는 피를 토해 버리고 만다.


“크흐흐.”


그래도 로먼은 웃었다. 입이 찢어지듯 매우 흡족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굉장히 운이 좋았다. 이전부터 곰이 고릴라에게 호승심을 가졌던 게 이렇게 될 줄이야.

덕분에 상황이 정말 잘 풀렸다.


‘이제 끝장을 내주지.’


사실 일행들이 초원에 발을 디뎠을 때부터 함정은 이미 시작되었다.

그들의 첫 번째 행선지인 마을의 흔적을 미리 멀찌감치 옮겨놓았고.

제이드 일행은 자신들이 예상보다 훨씬 더 깊게 들어왔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거리 계산이 될 리가 없지.’


정글이 더 넓어진 것이 한몫했다. 덕분에 야만인들의 감각도 감쪽같이 속일 수 있었다.

애초에 대륙의 남부지도가 정확하지 않게 그려진 탓도 있었다.


‘마지막만 남았다.’


막다른 동굴 안으로 들어간 적들, 그 공간에 도망칠 길은 존재하지 않았다.

중간에 에녹의 상식을 벗어난 강함과 갑작스러운 새로운 인물의 등장에 위험했지만, 그렇다고 결과를 뒤집진 못했다.


“후우우우.”


떨리는 몸을 추스른 그의 등 뒤로 불곰이 얌전히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풀려난 불곰은 근처를 배회하고 있었고.

로먼은 이 기세를 몰아붙여야 했기에 조금 무리를 하면서 다시 조련을 시도했다.


“행운의 여신은 존재하나? 푸하하!”


그리고 보시는 바와 같이 무사히 조련에 성공했다.

고릴라는 절벽으로 떨어져 사라졌지만, 불곰 하나라도 충분한 전력이었다.


‘제대로 싸울 수 사람은 끽해야 그 하얀 여성뿐이다.’


제이드와 비슷한 능력을 다루면서도 훨씬 능숙하게 활용하는 수수께끼의 인물.

그 요주의 인물조차 저 짐승을 혼자서 감당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지금 공격해야해.’


로먼은 제이드 일행이 들어간 동굴 안으로 불곰을 집어넣었고,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했다.


“...왜 나오는 거야?”


아무 일 없이 슬며시 나오는 모습에 로먼은 당혹스러움을 숨길 수 없었다.

기척을 지우고 숨은 것일까.

계속해서 곰을 들여보내도 똑같은 동작을 반복할 뿐, 아무런 성과가 없다.



‘내가 나서야 하는 건가.’


호랑이 새끼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

로먼은 위험을 감수하고 조심스럽게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막다른 벽이 나올 때까지 탐험해보았지만, 결국 텅 비어 있는 것을 깨달았다.


“어디로 도망친 거야?”


로먼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


휘이이이잉-.

바람을 가르고 낙하 중인 에녹. 대체 어디까지 떨어지는 것일까.

어마어마한 높이, 바닥에 도착했을 때 에녹이 무사할지 장담할 수 없었다.


‘저 녀석을 방석으로 삼아야겠어.’


두 팔을 신체에 붙이며 더욱 빠르게 낙하하여 고릴라의 위에 안착했다.

피를 너무 많이 흘린 탓인지 고릴라는 아무런 몸부림 없이 그대로 땅에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쿵-.

나무 몇 그루가 휩쓸려 부러지며, 둔중한 소리와 함께 에녹과 고릴라는 바닥에 착지했다.


“후우.”


꽉 쥐었던 털을 놓으며 웅크렸던 몸을 일으킨다.

높다란 절벽을 보면서 에녹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돌아가려면 시간이 걸리겠는걸.’


나무가 충격을 흡수해준 탓일까. 고릴라는 숨이 붙어 있었다.

막 정신까지 차린 모양인지, 에녹은 밑에 쓰러진 고릴라의 손가락이 움찔거리는 것을 느꼈다.


“튼튼하군.”


하지만 그뿐. 녀석은 몸을 가누지 못했다.

털이 온통 피칠갑임에도 특유의 흉포성을 드러내고 있었지만.

푹-.


“잘 가라.”


애녹이 길고 날카로운 레이피어를 목에 찔러넣었고. 신체에 힘이 하나도 없는지 간단하게 쑥 들어갔다.

검을 한번 털어낸 후, 맨바닥에 내려선 에녹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질퍽-.


‘여긴...’


습기가 가득한 불쾌한 공기. 허리까지 차오른 깊은 끈적끈적한 물.

정글의 늪지대에 떨어진 것이 틀림없었다.

기분이 나쁜 것과 별개로 에녹은 늪지를 성큼성큼 가로질렀다.


‘차라리 나라서 다행이긴 한데.’


만약 혼자 낙오된다면, 그건 자신이여야 한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었다.

에녹도 일행 그 누구보다도 자신이 강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가장 위험한 일은 자신이 맡아야 하는 게 맞았다.


‘이것도 그리 마음이 편하진 않네.’


막상 이렇게 떨어지자 불안한 감정이 불쑥 튀어 올랐다.

변화 없는 표정에 하나도 힘들어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속은 활활 타들어 가는 중이었다.


‘서두르자.’


물론 에녹이 주제넘게 보호하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이런 전투적인 부분만큼은, 자신이 최대한 활약이 필요하다고 여길 뿐이었다.


‘우선 내 자리로 돌아가야...’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아론이 에녹을 믿고 클로에를 맡겼지만, 이런 사태까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열심히 나아가던 에녹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우뚝 섰다.

첨벙-. 콱!


‘고릴라에 이어 불곰이 나왔는데... 이건 또 뭐야?’


간발의 차이로 악어의 주둥이를 피한 에녹이 얼굴만 늪 위에 둥둥 띄운 대형 악어를 쳐다보았다.


‘참 일관성이 없군.’


악어는 눈을 끔벅거리다가 이내 잠수를 해버렸고, 이후 에녹의 눈에도 포착되지 않았다.

늪지와 비슷한 색의 몸체와 소리 없이 유영하는 모습. 까다로운 암살자를 만나고 말았다.


“그냥 보내줄 순 없다는 거지?”


에녹의 주위를 맴돌던 악어의 그림자가 한순간 입을 쩍 벌리며 돌진했다.

수면에 일어난 물결을 읽으며 공격을 피했지만, 덮쳐오는 물살은 도저히 피할 수 없었고.

에녹의 옷이 흠뻑 젖었다.


“조금 시간이 걸리겠어.”


악어가 잠수함과 동시에 에녹의 모습 또한 배경에 동화되어 사라지고.

늪지의 침묵 속에서 에녹과 악어의 숨바꼭질이 시작되었다.


*


로먼이 동굴을 조심스럽게 둘러보고 있을 시각.

클로에는 송곳니 부족의 주술사, 이르카와 비밀통로로 동굴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걷고 또 걸어서 마침내 동굴 밖으로 빠져나온 순간.


“...시간이 다 됐네.”

“네?”


클로에는 지속시간이 끝났음을 깨달았다.

푸쉬익-.

클로에의 신체에서 증기가 서서히 흘러나왔고.

어느새 늘씬한 미녀는 사라지고 순진무구한 소녀가 서 있었다.


“어,어어?”


이르카가 잠시 언어를 잊어버린 듯 어벙한 표정을 지었고.

평상시로 돌아온 클로에는 그녀의 호들갑을 무시하며 피노에게 두 사람을 넘겼다.


“피노, 이제 네가 들어요. 어서.”


엄살을 부리는 피노를 나무라는 사이.

입을 다물지 못한 이르카가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저기, 크흠. 괜찮으세요...?”


갈 곳을 잃은듯한 이르카의 손가락이 허공에서 떨고 있었다.


“놀라지 않으셔도 돼요. 이게 제 진짜 모습이니까.”


괜히 오해가 길어지기 전에 클로에가 먼저 간단하게 말했다.


“아...!”


전혀 이해한 표정은 아니었지만, 클로에의 침착한 설명에 이르카도 정신을 잡으며 적당히 수긍하고 넘어가는 듯했다.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클로에는 우선 고마움을 전했다.


“네? 별거 아니랍니다?”


이르카는 당황하며 해괴한 말을 내뱉었다.

아무래도 어린 클로에한테 바로 적응할 수 없었나 보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진정하는 데 성공한 이르카가 어색하게 말을 붙였다.


“저 괜찮으시면 무스타바부터 살펴봐도 될까요?”

“피노, 내려놔.”


이르카의 요청에 클로에는 피노에게 두사람을 내려놓으라 명령했고.

피노는 어깨에 짊어진 두사름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무스타바에게 직행한 이르카가 품속에서 주머니를 꺼내더니 가루를 그의 얼굴에 뿌렸다.


“정신 좀 차려봐...”


이르카의 다정한 말과 동시에 도저히 깨어나지 못할 것 같았던 무스타바의 의식이 돌아왔다.

메마른 입술로 그녀를 불렀다.


“당신이 있다니 여기가 천국인가.”

“...현실이고, 당신 아직 살아있어.”

“그렇군. 크흐흐흐.”


농담칠 기운은 남아있다는 것일까. 아니면 그저 아내를 안심시키고 싶었던 것일까.

힘겹게 미소를 지은 무스타바가 이번엔 클로에를 향해 말했다.


“너도 무사했군. 다행이야.”


무스타바는 위기의 순간 나타났던 여인을 클로에라고 생각지 못했다.

클로에는 그저 나지막한 한숨을 내쉬고 제이드에게 고개를 돌렸다.


“허튼소리 말고 이거나 먹어.”


이르카는 눈물을 글썽이며 이번엔 품속에서 병을 꺼내었고, 무스타바의 입가로 향해 기울였다.

한 방울이라도 흘릴까 소중하게 다루는 모습.


“그게 뭐예요?”


무엇인지 궁금했던 클로에가 불쑥 질문을 던졌고. 이르카는 눈물을 닦으며 알려주었다.


“천운초입니다.”


그리고 이르카의 대답이 나오기가 무섭게.


“천운초?”


제이드가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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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81화 소강상태 (2) 22.10.20 10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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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79화 함정 속으로 (4) 22.10.18 108 0 11쪽
79 78화 함정 속으로 (3) 22.10.17 96 0 12쪽
78 77화 함정 속으로 (2) 22.10.14 98 0 11쪽
77 76화 함정 속으로 (1) 22.10.13 105 0 10쪽
76 75화 송곳니 부족의 전사 (2) 22.10.12 10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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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73화 일주일 (3) 22.10.10 10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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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71화 일주일 (1) 22.10.06 110 0 12쪽
71 70화 뒷수습 (4) 22.10.05 109 0 11쪽
70 69화 뒷수습 (3) 22.10.04 112 0 12쪽
69 68화 뒷수습 (2) 22.10.03 117 0 11쪽
68 67화 뒷수습 (1) 22.09.30 135 0 11쪽
67 66화 그들의 최후 (4) 22.09.29 124 0 11쪽
66 65화 그들의 최후 (3) 22.09.28 114 0 11쪽
65 64화 그들의 최후 (2) 22.09.27 122 0 11쪽
64 63화 그들의 최후 (1) 22.09.26 113 0 11쪽
63 62화 침공 (5) 22.09.23 126 0 12쪽
62 61화 침공 (4) 22.09.22 122 0 12쪽
61 60화 침공 (3) 22.09.21 124 0 11쪽
60 59화 침공 (2) 22.09.20 11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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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56화 어셔 백작가 (5) 22.09.15 11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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