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xSn50 님의 서재입니다.

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2.07.18 12:32
최근연재일 :
2022.12.02 17:00
연재수 :
113 회
조회수 :
23,477
추천수 :
92
글자수 :
579,291

작성
22.10.14 11:00
조회
97
추천
0
글자
11쪽

77화 함정 속으로 (2)

DUMMY

제이드는 여기 오기 전 클로에한테 대략적인 설명을 들었다.


-사실 대외에 알려진 정보는 반대에요. 가디언은 컨티넌트 이전에 설립되었어요.


클로에가 문제아를 가르치는 교수처럼 천천히 말했다.

하지만 이는 이미 제이드도 이미 눈치채고 있었던 사실이었다.


-어떻게...?

-그냥, 눈치껏 알았지.


제이드가 직접 경험한 컨티넌트는 그저 중앙 대륙 국가의 외교를 담당하는 기관에 불과했다.

중앙 대륙의 연합기관이라는 이름값에 비해 하는 일은 대단해 보이지 않았다.


-이곳에 들어와 보니 알겠더라.


가디언의 활동은 컨티넌트와 연결되어 있지 않다.

컨티넌트는 인력이 필요하다면 제국에서 빌리면 그만이었다.

그쪽에서 가디언의 힘을 요구했던 적이 있던가. 적어도 제이드는 본 적아 없었다.


-쾰른에서 코린느 여왕을 죽이는 거만 봐도 이상하지.


컨티넌트는 사실상 가디언에 끌려다니는 형국이었다.

도저히 가디언이 그 조직의 아래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러면 설명하기 편하죠. 이거 하나만 아시면 됩니다.


의외라는 듯 놀라는 클로에. 제이드는 그 표정을 무시하고 들었다.


-제국에서 가디언을 창립한 원인. 세계를 멸망시키려는 우리의 주적이랍니다.

-멸망시키려는 이유가 뭔데.


개인이 아니라 단체로 존재하는 데 그 밑에 깔리는 이념이 존재하기 마련.

무슨 동기를 가지고 있기에 자살희망자들을 끌어안고 있는 것일까.


-비밀이에요.

-그래?

-장난치는 거 아니에요.


혹시 심술이라도 부리는가 싶어서 제이드는 주먹에 호-하며 입김을 불었고.

클로에는 재빠르게 그 장난이 아니라 선언했다.


-일 년 정도 지나면 아론이 직접 알려줄 거에요.

-알았다. 뭐 이리 비밀이 많아.


불평을 늘렸지만, 제이드는 상대가 죽어 마땅하다는 것만 알아도 검을 드는 데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드디어 제이드도 가디언의 주적을 만났다.

멸망이라는 거창한 목표를 지닌 또라이들.


‘미친 새끼들한테 몽둥이가 특효약이지.’


대게 이런 이들에게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

무력으로 와해시키는 것이 가디언의 최종 목적일 거라고 예상했다.


‘일 년까지 가기도 전에 불게 만들어주지.’


그렇게 궁금하지 않지만, 자신만 모르는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뛰어난 활약을 하고, 깊이 관여한다면 저절로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흠씬 패줄 생각을 하며 바라본 순간.


“황금색 별.”


제이드는 황금색 펜타그램이 그려진 후드를 뒤집어쓴 로먼에게 시선을 빼앗겼다.

포르테가 묘사했던 복장과 흡사했기에 제이드는 무심코 물어보았다.


“너 예언자라고 아냐?”


제이드의 물음에 로먼은 어떻게 대답할지 고심했다.

무슨 결단을 내렸는지 그는 순순히 알고 있음을 시인했다.


“쾰른에서 전 여왕의 조언자를 말하는 거라면, 알고 있다.”


제이드가 다시 묻기도 전에 로먼이 후드를 벗으며 빠르게 이어 말했다.


“그게 나니까.”


드러난 얼굴은 삼십 년을 넘게 활동했다는 정보와 비교하면 너무나 젊어 보였다.

어디에서나 볼법한 노란 머리의 평범한 인상.

하지만 제이드에게 로먼의 외견 따위 중요치 않았다.


“아그네스한테 저주를 건 게 너야?”


제이드가 건조한 목소리로 묻고 있지만, 로먼은 그가 감정을 억누르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고.


‘어떡할까... 전부 까버려?’


도발할 가치는 충분했다. 제이드의 머리를 어지럽히는 것만으로 훨씬 수월해지리라 판단을 마쳤다.


‘사실 전부 다 핑계지.’


여왕과 오래 있다 보니 물들었나 보다. 로먼은 알려주는 것이 더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나다. 그리고 이건 거짓말이 아니야. 맹세할 수도 있어.”


낮은 웃음과 함께 진실을 말해주면서 곧 있을 장면을 기대한다.

제이드는 그런 로먼의 기대에 부응해주었다.

문답무용. 더는 대화가 필요 없다고 여긴 제이드가 자리를 박차고 돌격한다.


“읏...!”


제이드의 검 끝이 로먼의 목젖을 스쳐 지나간다.

옆에서 날아오는 화살을 방어하느라 멈칫한 사이, 로먼도 반격을 시작했다.


“너무 흥분했는데.”


어둠 속에서 둔기 같은 무거운 공격이 제이드의 육체를 두드린다.

한두 번도 아니고 이어지는 타격에 제이드는 눈을 부릅뜨고 그 정체를 확인했다.


‘어둠? 그림자?’


까만 무언가가 형체를 갖추고 있었다.

그 속성 때문일까. 아니면 분노로 인해 눈이 돌아갔기 때문일까.

제법 둔중한 타격이지만 무시할만한 수준이었다.


‘저 녀석만 죽이면...!’


아그네스는 저주에서 풀려나 일어날 것이다.

제이드가 그림자의 공격을 무시하며 다가왔지만 로먼은 여유를 잃지 않았다.


“무식하기는.”


제이드의 과격한 성미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저 소나기 같은 주먹 사이로 전진해올 줄이야.


‘내가 저주술사라는 것을 까먹었나?’


저 그림자 주먹은 단순한 물리력만을 행사하지 않는다.

지금이야 흥분해서 체감이 안 되는 모양이지만 얼만 안 지나 몸이 무거워져서 가누기도 힘들 것이다.


“정말 이렇게 될 줄이야.”


자신의 전략이 기가 막히게 적중하면서 로먼은 승리를 확신한다.

이대로 전선을 유지하기만 해도 상황은 점차 유리해질 터.

너무 희망적이었기 때문이었을까. 로먼은 제이드에게 날아드는 화살의 수가 줄어들고 있음을 깨닫지 못했다.


*


제이드가 로먼과 일대일 결투에 들어간 사이.

적들에게 노출된 동료들은 돌발적인 공격에 꽤 피해가 있는 듯했다.


“괜찮아?”


특히 여기저기 흠집이 난 목각인형. 피노의 성치 않은 상태에 클로에는 우려를 표했다.

그런 그녀를 안심시키려는 듯 피노는 밝은 표정을 지으며 클로에의 앞을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제이드, 멋대로 행동한 만큼 확실한 전과를 가져와야 해요.’


새로이 추가된 야만인 전력을 제외하고 네 명이서 정해놓은 기본적인 대형이 존재했다.

정면에서 제이드가 싸우고 피노가 클로에를 보호, 에녹이 적을 기습하는 형식.

전위를 담당할 제이드가 멋대로 뛰쳐나갔지만.


‘그렇게까지 불리하지 않아.’


어떻게 보면 제이드의 돌격은 그리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덕분에 피노의 부담감이 높아졌지만, 에녹은 현재 숲 속 어둠에 숨어든 궁수들을 줄여나가고 있었으니.

얼추 비슷한 형태로 전투를 벌이고 있기는 했다.


‘이대로 간다면 이길 수 있어.’


클로에의 눈동자가 제이드를 향한다. 이쪽의 승리는 제이드한테 달려있다.

이를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제이드는 있는 힘껏 분노를 토해내고 있었다.

매서운 검격에 로먼이 진땀을 흘렸다.


‘어떻게 움직이는 거지?’


끊어지지 않는 맹공에 곤혹스러워하는 순간.

제이드는 화살이 비는 틈을 엿보았고, 방어에 여유가 생긴 사이에 방패를 소멸시킨다.

연기로 흩어지는가 싶더니 이내 제이드의 왼손에는 창이 쥐어져 있었고.

콱-.


“크윽!”


제이드는 로먼의 그림자를 뚫고 허벅지에 창을 쑤셔 넣었고.

신음을 삼킨 로먼이 기합을 내지르며 기운을 끌어올렸다.


“우와아아아!!”


로먼의 주위로 어둠이 소용돌이치며 제이드를 밀쳐냈다.

아직 적은 상당수가 남아있었지만,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를 처치한다면 승리는 당연해 보였다.


“허억! 허!”


한순간의 발악이 끝나고 제이드가 로먼의 숨통을 끊으려는 순간.

쾅!


“윽! 뭐야?”


갑자기 나타난 거대한 팔이 제이드의 몸을 날려버렸다.

제이드는 당황하며 무스타바를 찾았다.


“고릴라가 여기 어떻게..?”


일행들이 각자의 역할에 따라 활약을 하고 있을 때, 야만인들의 상황은 처참했다.

압사당하고, 찢겨나가고, 짓뭉개진 참담한 모습.

무스타바만이 홀로 울분을 토하며 뛰어오고 있었다.


“우아아아아아아!!!!”


결국 무스타바를 제외한 야만전사들이 전멸하면서 균형의 추가 무너지고 말았다.

이어서 등장한 에녹이 결정타를 날렸다.


“후퇴해야 해.”


직접 적들을 파악하고 온 에녹의 의견. 안들을 이유가 없었다.

일행들은 적들을 경계하며 반대 방향인, 더욱 깊숙한 숲으로 도망치기 결정했다.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는지 고릴라는 일행들이 떠나는 것을 멀뚱히 바라만 보고 있었다.


*


소강상태가 되고 초토화된 나무 사이로 수 십 명의 인간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에녹이 적지 않은 수를 죽였을 텐데 그걸 충당하고도 남을 많은 인원이 보였다.


“로먼님. 괜찮으십니까.”


허벅지를 동여매는 로먼에게 한 인물이 다가왔다.

살랑이는 바람이 일며, 상처를 살피려 몸을 숙인 인간의 후드를 넘겼다.

뾰족한 귀. 오뚝한 콧날. 전형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이는 바로 이전에도 등장했던 엘프였다.


“반 정도 죽었군. 혹시 부상자가 있습니까.”


그 눈부신 미모에도 로먼은 눈길을 돌리지 않았다.

반절 가량이 줄어든 주술적 재량을 대략 짐작하면서 냉정히 물었다.


“없습니다.”


부상자 없이 깔끔하게 반절에 달하는 인원이 죽었다.

밤중에 습격한 것치고는 너무나 큰 손실이지만, 충분히 감수한 피해로 생각했다.


‘역시나 쉽지 않군.’


가디언들의 강함에 다시 한번 혀를 내두르는 것도 잠시.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는 상황에 로먼은 꿈을 이룰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기대했다.


“연락 돌리고. 인원을 더 충원하고 마저 추격합니다.”

“네.”


로먼의 선언에 엘프는 간결하게 대답한다.

그들의 최대전력이라 할 수 있는 고릴라가 건재했기에 괜히 시간을 줄 필요도 없었다.

여기서 그만둘 이유는 없었다.


‘아직 많이 남아있다. 끝까지 가보자고.’


*



사박, 사박-.

잎사귀를 밟는 소리가 울린다.

조심할 것 없이 빠르게 나아가는 중이다.


“미안하다.”


침울한 기색인 무스타바는 현재 분을 삭이고 있었다.

아무래도 부족 전사들의 죽음을 안타까웠지만, 이리 후퇴하는 것이 자신의 탓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상대의 힘을 잘 파악하지 못해서 그런 것뿐이에요.”


위기상황에서도 클로에는 침착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기습으로 일어난 전투. 사실 전멸하지 않은 거로도 다행이었다.


“일단 회복부터.”

“네, 그래야겠어요.”


에녹의 제안에 클로에가 동의하며 주머니를 풀어헤쳤다.

이 중에서 제일 상처를 입은 것은 피노.

클로에는 유리병에서 진뜩진뜩한 액체를 꺼내어 피노의 피부 위에 펴 바르기 시작했고.


“제이드는 이걸 씹어요.”


그 다음으로 저주에 중첩되어 피곤한 제이드에게 기괴한 식물의 뿌리를 내밀었다.

이런 분야는 또 클로에가 박사였기에 제이드는 의심없이 한 입 크게 베어 물었고.


“웩.”


내용물이 빠져나오지 않게 입을 막으며 헛구역질을 했다.

흙을 퍼먹어도 이렇게 까끌까끌한 쓴맛이 나지 않을 것이다.


“부디 꼭꼭 씹으며 음미하세요.”


정신이 번쩍 뜨는 충격이 미각을 통해 뇌를 관통하고, 몸을 무겁게 만들던 느낌이 가셨다.


‘효과는 직빵이군.’


마치 되살아나는 것처럼 원기가 회복되는 기분.

제이드는 미각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무표정으로 식물을 질겅질겅 씹었다.


“다들 잘 들으세요.”


모든 처방이 끝나고 클로에가 이목을 집중시켰고.

각자 정체불명의 약초를 삼키거나 치덕치덕 바르며 클로에를 주목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6 85화 재대결 (3) 22.10.26 96 0 11쪽
85 84화 재대결 (2) 22.10.25 97 0 11쪽
84 83화 재대결 (1) 22.10.24 89 0 12쪽
83 82화 소강상태 (3) 22.10.21 101 0 10쪽
82 81화 소강상태 (2) 22.10.20 101 0 11쪽
81 80화 소강상태 (1) 22.10.19 101 0 12쪽
80 79화 함정 속으로 (4) 22.10.18 108 0 11쪽
79 78화 함정 속으로 (3) 22.10.17 96 0 12쪽
» 77화 함정 속으로 (2) 22.10.14 98 0 11쪽
77 76화 함정 속으로 (1) 22.10.13 104 0 10쪽
76 75화 송곳니 부족의 전사 (2) 22.10.12 108 0 12쪽
75 74화 송곳니 부족의 전사 (1) 22.10.11 104 0 11쪽
74 73화 일주일 (3) 22.10.10 103 0 12쪽
73 72화 일주일 (2) 22.10.07 106 0 12쪽
72 71화 일주일 (1) 22.10.06 110 0 12쪽
71 70화 뒷수습 (4) 22.10.05 109 0 11쪽
70 69화 뒷수습 (3) 22.10.04 112 0 12쪽
69 68화 뒷수습 (2) 22.10.03 117 0 11쪽
68 67화 뒷수습 (1) 22.09.30 134 0 11쪽
67 66화 그들의 최후 (4) 22.09.29 124 0 11쪽
66 65화 그들의 최후 (3) 22.09.28 114 0 11쪽
65 64화 그들의 최후 (2) 22.09.27 121 0 11쪽
64 63화 그들의 최후 (1) 22.09.26 113 0 11쪽
63 62화 침공 (5) 22.09.23 126 0 12쪽
62 61화 침공 (4) 22.09.22 122 0 12쪽
61 60화 침공 (3) 22.09.21 124 0 11쪽
60 59화 침공 (2) 22.09.20 118 0 12쪽
59 58화 침공 (1) 22.09.19 121 0 11쪽
58 57화 어셔 백작가 (6) 22.09.16 132 0 12쪽
57 56화 어셔 백작가 (5) 22.09.15 119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