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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마중감 님의 서재입니다.

검성 드래곤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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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중감
작품등록일 :
2022.05.11 11:14
최근연재일 :
2022.09.21 06:00
연재수 :
118 회
조회수 :
83,567
추천수 :
1,880
글자수 :
483,632

작성
22.09.21 06:00
조회
255
추천
8
글자
10쪽

당분간 안녕이야

DUMMY

“아 저기 의자에 조금 앉을까?”


“그래.”


정원을 구경하던 중 아르카는 정원 한쪽에 보이는 곳을 가리키며 제안했고 알비니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


두두두두 털썩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아르카는 앞서서 가 긴 벤치의 중앙을 차지했다.


“자 여기 누워.”


“누워?”


“그래. 머리는 이쪽으로 주고.”


“......”


알비니르는 뭔가 영문을 몰랐지만 일단은 순순히 옆으로 가서 아르카의 무릎 위로 누웠다.


“잘했어. 알비니르.”


“강아지가 된 느낌인데?”


“기분 탓이야. 기분 탓.”


스윽


아르카는 무언가 찜찜해 하는 알비니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작게 흥얼거리기까지 했다.


“후후 이렇게 보니 꽤 작네. 경기장에선 그렇게 크게 보였는데.”


“폴리모프 마법의 특성이 원래 그래. 성장기에는 변해도 아이의 모습 밖에는 될 수 없더라고.”


“변신 마법과는 다른 건가?”


“많이 다르지. 내가 인간이었다면 딱 이 정도 나이일 거라고 변하게 하는 마법이거든.”


“헤에.”


아르카는 신기한 듯 알비니르의 얼굴 이곳저곳을 눌러보았다.


“그러니까 넌 인간으로 친다면 아직 애구나?”


“왜 인간으로 쳐야 하는 지는 잘 공감 안 가지만 말이야. 어차피 시간은 절대적인 거라고 난 생각하거든.”


“후후 그럼 넌 정신은 백 살 먹은 노인인가?”


“그럴 수도 있지.”


“왠지 그 나이답지 않은 여유가 설명되는 거 같기도 하네.”


아르카와 알비니르는 그렇게 시시한 이야기를 하며 간만에 찾아온 평온함을 누렸다.


알비니르가 드래곤이라는 걸 알았음에도 그가 자신을 속였다고는 조금도 느끼지 않았는지 그저 평소처럼 대화했다. 이는 아르카가 너무 담대해서가 아니라 알비니르라는 인간의 존재 자체는 그대로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게 작별 전 마지막 만남이라는 것도.


“이제 가는 거야?”


“합격했다면 아마도.”


“드래곤인데도 마법을 배울 필요가 있어?”


“우리의 마법과 저들의 마법은 많이 달라. 물론 힘만으로 따진다면 상대가 안 되는 게 사실이긴 하지만 마법의 기능은 그것뿐이 아니잖아?”


“그런 건가.”


“그리고 나도 많은 걸 배우고 싶어. 더 넓은 세상을 보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좀 더 성장하고 싶거든.”


“욕심쟁이구나. 이미 소드마스터면서.”


아르카는 그런 흔들림 없는 모습과 눈에 아직 자신이 들어있지 않음을 확인하고 약간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바로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막을 수는 없겠지. 나도 당분간 여기서 움직일 수는 없을 테니까.”


“공부할 게 많지?”


“나름 열심히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모자란 가봐.”


아르카는 왕위의 후계자로서 이제 그에 대한 교육을 받고 공부해야한다.


그리고 원래는 어린 시절부터 신분에 대한 의무로서 철저히 교육해야 하는 것을 굉장히 압축해야 하기에 엄청나게 혹독한 앞날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게 어느 정도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자유롭게 다니지는 못한다.


“서로 힘내자. 아카데미에도 방학이 있잖아? 그때 다시 만날 수 있겠지.”


“그때는 재밌는 것들이라도 들고 올게.”


“그리고 바람피우면 안 된다?”


“응? 바람?”


“아직 때가 오지 않아서 참지만 갑자기 이상한 게 옆에 붙어 있으면 내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르거든. 알지?”


“......”


왜인지 서늘함이 느껴지는 아르카의 말에 알비니르는 바알에게서도 느끼지 못한 위기감이 등줄기를 스쳤다. 입은 웃고 있었지만 눈은 어딘지 모르게 무서운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분위기를 바꾸려 바로 다른 이야기로 넘어갔다.


“아 근데 나 바로 떠나지는 않을 거야.”


“어? 그래?”


“한 달 정도는 여기서 머무를 거야. 해야할 일이 있거든.”


“그게 뭔데?”


“누나 교육.”


“......예?”


“내가 공주기사라고 이름 붙였잖아? 그럼 검도 꽤 잘 다루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거든.”


스윽


알비니르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목을 좌우로 꺾었다.


“적어도 오러 유저 정도는 되어야 내 마음이 편할 거 같아.”


“아....알비니르? 설마?”


그 뒷모습을 보는 아르카는 뭔가가 잘못 되었다는 예감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드래이그 영지에서 머무를 때 기사단이 훈련하는 걸 본적이 있는데 이걸 어떻게 인간이 할 수 있는지 믿을 수 없는 정도였다. 그때는 그저 신기하다고 바라볼 뿐이었는데 지금 그걸 자신이 할 처지라는 걸 알게 된 것이다.


“한 달간 특별훈련이야. 봐주는 것 일절 없을 테니 각오하는 게 좋을 걸?”


“......살려줘.”


“하하 걱정하지 마. 죽지는 않아. 죽지는.”


“......”


이후 훈련받는 아르카를 보고 모험자가 될 거라고 자신도 훈련시켜 달라고 제 발로 온 에우로스까지 같이 굴려진 건 비밀이었다. 그렇게 들어오면 다시는 빠져 나가지 못할 거란 걸 몰랐던 에우로스는 자신의 경망함을 후회했다.


그렇게 한 달 정도, 왕궁 내에서 두 사람의 비명이 울려 퍼진 후.


“시작.”


알비니르는 여유롭게 앉아 앞에 서있는 두 사람에게 말했다.


“후우.”


“하아!”


스스스슥


그러자 아르카와 에우로스는 각자의 몸에서 무형의 오러를 밖으로 내보내기 시작했다.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오러는 강맹하지는 않았지만 제법 그 기운이 정돈되어 보였다.


“그만. 잘했어. 이제 둘 다 어엿한 오러 유저네.”


“으아.”


“해...냈다.”


털썩


둘은 기나긴 지옥 같은 훈련의 성과를 기뻐하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죽는 줄 알았어.”


“아니. 난 실제로 문손잡이는 본 것 같아.”


알비니르의 훈련은 너무나도 효율적이었고 빈틈이 없었다.


잠, 휴식, 체력, 검, 심지어 먹는 것까지 관리하는 그의 방식은 어떻게 보면 생각할 필요가 없어 마음은 편했지만 그와 비례해 몸을 극한까지 몰고 갔던 것이다. 성장하는 자신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약간의 기쁨으로 다가오기는 했지만 그걸 즐길 여유는 허락되지 않았다.


“시간만 있었다면 좀 더 확실하게 마무리했겠지만.......뭐 이 정도면 아슬아슬하게 출발선에는 선 거겠지.”


“그래도 내가 오러 유저가 되다니. 믿기지가 않네.”


“맞아. 이 심법이라고 하는 거. 밖에 나간다면 엄청난 일이 벌어질 거 같은데?”


처음 알비니르가 이들을 오러 유저로 만들겠다고 했을 때, 두 사람은 그저 훈련에 대한 의욕을 고조시키기 위한 약간의 희망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시작하고 나니 있을 리 없다고 생각한 오러가 자신들 안에 들어오는 것을 똑똑히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이는 재능만이 오러를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상식을 완전히 비트는 일이었다.


“혹시 몰라 말해두는 데 다른 사람에게 이걸 가르치려고 해서는 안 돼. 어설픈 지식으로 가르쳤다가는 그리 좋은 꼴은 못 볼 테니까.”


“걱정하지 마.”


“맞아. 솔직히 우린 아직 이걸 완전히 이해도 못 했는걸.”


아르카와 에우로스는 성심성의껏 가르침을 공부했지만 자신들의 지식들과는 무언가 어긋난 게 많아 머리보다는 몸으로 익혔기에 남에게 가르칠 수 없다고 생각했고 그게 진실이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에우로스?”


“일단은 발사자르의 뒤를 따라가기로 했어. 난 왕궁 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으니까. 이것저것 배울게 많거든.”


“그렇구나. 꼭 찾았으면 좋겠네. 그 분.”


“걱정 마. 언니. 찾으면 정신 차리라고 뺨이라도 한 대 갈겨 줄 테니까.”


“......살살 해. 살살.”


에우로스는 주먹을 들어올리며 말했고 아르카는 그게 진심이라는 걸 확실하게 느꼈다.


“소영주님.”


“펠레우스.”


그때 펠레우스가 나타나 알비니르에게 다가갔다.


“기사단은 떠날 준비를 마쳤습니다.”


“그래? 여기도 이제 마무리된 참이야.”


그 말에 펠레우스는 아르카와 에우로스에게서 오러의 기운이 느껴진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정말로 오러 유저로 만드신 겁니까?”


“만든 건 아니야. 자신들이 오른 거지. 나름 재능도 있고.”


아르카는 브리미드 왕가의 적계로 본래 마나 적응력이 높은데다가 레드드래곤의 피로 혈을 전부 뚫어 놨다. 에우로스는 그보다는 못하지만 나름 드워프 일족의 피를 받아 금속에 대한 감응력이 좋았다.


그러니 제대로 된 가르침만 있으면 당연히 이 정도는 가능한 것이다.


“이제 작별이야? 알비?”


그에 아르카가 일어나 알비니르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그래. 하지만 언젠가 다시 볼 거야. 걱정하지 마. 난 드래곤이잖아?”


“응. 기다리고 있을게.”


스윽


아르카는 약간 촉촉해진 눈으로 알비니르를 살포시 안았다.


그렇게 알비니르는 다시 볼 날을 기약하며 왕도를 나서 다시 드래이그 영지로 향했다.


“와아아아아!”


“감사합니다! 드래이그 백작 만세!”


그런 알비니르와 드래이그 영지의 기사들이 떠나는 날, 수많은 백성들이 성문으로 몰려 그들을 마중했다.


“이런 식으로 환대를 받을 줄은 몰랐군.”


“뭐 어떻습니까. 저들도 이게 나름의 감사인사일 뿐. 웃으며 받아주면 됩니다.”


기사로서 당연한 일을 한 거라 생각한 펠레우스는 그에 어리둥절해 했고 비드는 그저 손을 흔들어 화답해주었다.


“저...저희는 왜 말을 안타는 겁니까? 형님?”


“꿍얼거리지 마. 영지로 돌아가는 시간까지 못 버티면 바로 모가지니까.”


등에 짐을 가득 지고 걷는 비드와 그의 엉덩이를 걷어차는 멘테가 뒤를 이었다.


“어....어? 왜 나는 여기에?”


“하하 작은 건 신경 쓰지 말라고.”


“아니. 난 드래이그 영지에 갈 이유가......”


“같이 열심히 해보자고.”


“너무 흥분해서 듣지를 않네.”


기꺼이 본거지를 옮기기로 한 유레이와 왜 자신이 아직 여기에 있는지 모르는 레카가 얼떨결에 행렬에 합류하고 있었기는 했지만 사소한 일이었다.


“자 그럼. 당분간 안녕이야. 브리미드 왕국.”


알비니르는 그렇게 말하며 새로운 배움에 대한 두근거림을 간직한 채 왕도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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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분간 안녕이야 +2 22.09.21 256 8 10쪽
117 대정령 22.09.20 224 7 9쪽
116 맹약자 22.09.19 216 8 9쪽
115 다프네 브리미드 22.09.18 228 7 9쪽
114 공주기사 아르카? 22.09.17 233 9 9쪽
113 그래도 보셔야죠 22.09.16 238 10 9쪽
112 역시 교육은 힘과 폭력이지 22.09.15 241 9 9쪽
111 당연히 나지 22.09.14 280 8 9쪽
110 누가 검을 그 따위로 들래 22.09.13 258 8 9쪽
109 전 소장이지 22.09.12 261 9 9쪽
108 네가 자초한 일이다 22.09.09 275 10 9쪽
107 강자가 아니다 22.09.08 273 8 9쪽
106 아미트 그리고 알비니르 22.09.07 283 7 9쪽
105 주먹으로 부쉈다고? 22.09.06 284 8 9쪽
104 바알의 은총 22.09.05 292 8 9쪽
103 사람을 구하는 일이요 22.09.04 294 6 9쪽
102 정말 부끄러운 솜씨군 22.09.03 299 6 9쪽
101 거기까지다 22.09.02 334 7 9쪽
100 위기의 레카 +1 22.09.01 309 6 9쪽
99 재밌으셨나봐? 22.08.31 330 8 9쪽
98 검은 오러 22.08.30 325 7 9쪽
97 유레이대 아미트 +1 22.08.28 350 8 9쪽
96 살고싶으면 여기로 와 22.08.27 346 10 9쪽
95 다 박살내는 거야! 22.08.26 351 9 9쪽
94 왕위에 오르거라 +1 22.08.25 363 9 9쪽
93 한 개는 정없지 22.08.24 365 8 9쪽
92 파이어볼 22.08.23 371 10 9쪽
91 마족 그레고리 22.08.22 367 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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