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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마중감 님의 서재입니다.

검성 드래곤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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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중감
작품등록일 :
2022.05.11 11:14
최근연재일 :
2022.09.21 06:00
연재수 :
118 회
조회수 :
83,484
추천수 :
1,880
글자수 :
483,632

작성
22.09.20 10:00
조회
223
추천
7
글자
9쪽

대정령

DUMMY

“사실 아직 아가멤논이 죽었다는 것도 그리 실감나지 않소. 나에겐 어제가 출산날 같아서......”


“시간이 해결해 줄 겁니다.”


“그렇겠지. 굴베이그의 늙은 얼굴을 보니 확실히 다가왔기도 했고.”


“그러고 보면 전하는 거의 늙지 않으셨군요?”


알비니르가 다프네를 처음 봤을 때 조금 놀란 것은 꽤 오랜 시간 잠들어있었다고는 해도 얼굴은 그리 나이가 들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브리미드 왕가에서 왕위를 이어받은 자들은 이 토지의 대정령과 직접 계약을 나눈다. 몸을 보호하고 육체의 젊음을 유지해 주는 마법이지. 아마 그것 덕분에 저들의 저주에 저항할 수 있었던 거겠지.”


“그 대정령이란 건 대체 어떤 존재죠? 뭔가 도움이 되는 듯 안 되는 듯 하는데......”


알비니르는 순수한 궁금증을 가지고 물었다.


만약 그 정도로 강력한 존재라면 왜 상황이 이렇게 될 때까지 관망했는지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너무 힐책하지 말아주게. 대정령은 이 세계에 존재이자 그렇지 않기도 하니.”


“네?”


“그들의 개념을 우리에게 맞게 설명하는 건 나로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야. 일반적인 자연에 존재하는 정령들과도 차원을 달리하는 그들은 자연의 존재나 다름없으니까. 인과에 직접 끼어든다는 선택지 자체가 없었을 게야.”


“......그것 참 아리송하네요.”


“그렇지. 하지만 만나보면 굉장히 따뜻한 존재라네.”


다프네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알비니르를 보며 살짝 웃어주었다.


“아무튼 오늘은 이제 아르카와 함께 좀 쉬게. 나는 왕실 상황을 좀 파악해야겠어.”


“방해가 될 수는 없죠. 누나 가자.”


“어? 어 그래. 그럼 나중에 뵈어요. 어....어머니.”


아르카는 아직 좀 어색한 인사를 하며 알비니르의 손에 이끌려 알현실을 나갔다.


“후후 눈치가 좋은 아이야. 아니지? 드래곤이니 아이라고 할 나이는 아닌가. 모습이 저렇다보니 나도 모르게 그렇게 해버린다니까.”


스윽


둘이 완전히 나간 걸 확인한 다프네는 그제야 왕좌에 거의 눕듯이 허물어졌다.


“순간적으로 힘이 나서 해버리긴 했지만 역시 정치라는 건 지친다니까.”


오랜 잠에서 깨어날 때 정체모를 힘이 넘쳐났던 다프네였지만 그건 신체에 국한된 이야기였고 정신적인 부하는 완전 다른 이야기였다.


일어나자마자 상황을 듣고 납득하기도 전에 행동해야만 했고 시시탐탐 권력을 노리는 승냥이들을 상대하는 동안 정신적으로 큰 압박감을 느껴야만 했던 것이다. 그나마도 알비니르가 미리 깔아놓은 공주기사의 배경이 없었다면 좀 더 일이 꼬일 수도 있었다.


“설마 수호자가 아르카를 돕다니 이런 일도 있는 걸까?”


[눈앞에 있는 데도 못 믿는 거야?]


그때 다프네의 뒤에서 정체모를 소리가 흘러나오며 그녀의 눈앞에 서서히 그 모습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것은 연기나 혹은 다른 무언 가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확연히 의지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완전한 형태를 보인 그것은 불의 모습을 한 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것의 눈은 너무나 순진무구해서 어떤 이든 이것을 처음 봤다면 바로 정령이란 이런 존재겠구나 하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야 보통은 드래곤을 보는 것도 난생 처음 있는 일인 걸.”


[하긴 그 녀석들은 모습을 잘 드러내지를 않으니까.]


“그나저나 오랜만이야. 대정령. 어제는 많이 놀랐지?”


[아아 설마 그런 식으로 맹약을 깨려는 녀석들이 나올 줄이야. 바알이 완전히 현신했다면 아무리 수호자가 있다고 해도 무리였을 텐데.]


“전부 지켜보고 있었어?”


[물론이야. 손에 땀을 쥐면서...물론 난 땀 같은 건 안 나지만, 어쨌든 혹시나 수호자가 지지 않을까 하고 조마조마 했다니까.]


대정령은 그 경기장에서 바알과 알비니르의 대결을 전부 보고 있었다.


끼어들 수가 없어 항상 답답해했지만 오러소드가 튀어나와 말레키스를 밀어붙이고 수호자의 검붉은 불꽃이 튀어나올 때엔 그저 놀라움 밖에 없었다. 설마 완전히 현신하지 않았다고는 해도 그 마왕을 일방적으로 두들겨 쫒아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게 말하니 나도 궁금하네. 오러소드를 가진 드래곤이라니. 대체 어떤 모습이었을까?”


[말도 마. 반쯤 현신했을 때엔 소름이 돋았다고. 그 검붉은 검으로 바알을 갈라버리는데......]


대정령은 신난 아이처럼 전날의 일을 열변했다.


절망에 거의 가까이 끌려갔다가 갑자기 튀어나온 구원자의 활약에 흥분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던 것이다. 마계가 강림하면 대정령은 꼼짝없이 정령계로 쫓겨날 처지였으니 더더욱이었다.


“넌 그리 오래 세계에 머물러 놓고도 질리질 않는 구나.”


[그럼! 이 세계의 존재들은 재밌거든. 웃고 울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절망의 끝에 빠지더라도 촛불 같은 희망을 안고 다시 돌아오고. 화사하기만 한 정령계하고는 차원이 다른 자극이야! 수백 년이 지나도 여전히 재밌지.]


“그래. 그 상태로 다음 대에도 부탁할게.”


[그 아이 말이지. 정말 네가 어렸을 때랑 똑같더라.]


“아아 나도 처음 만났을 때 바로 느낌이 오더라고. 거울을 보는 줄 알았어.”


다프네는 눈을 떴을 때의 기억을 회상하며 살짝 미소 지었다.


정신을 잃기 전 마지막으로 본 것은 핏덩이인 아기였는데 어느새 당당히 자신의 길을 정하는 어른이 되어 있었다. 비록 그 과정을 지켜보지 못한 건 매우 아쉽지만 힘든 상황에서도 훌륭히 자라준 그 아이에게 남은 감정은 미안함과 고마움뿐이었다.


[뭐 걱정하지 마. 맹약이 있는 한 난 너희들의 편이야.]


“그래. 고마워.”


“실례합니다.”


“?”


그때 그들의 앞으로 붉은 머리의 남자가 나타나 섰다.


“그대는 분명......”


“여기서는 고흐 드래이그 백작이라고 알고 계실 테지만......”


“음. 알비니르의 아버지인 당신도 수호자겠지.”


“그렇습니다.”


고흐는 나름 귀족의 인사로서 다프네에게 허리를 숙였다.


“수호자가 인간에게 고개를 숙여도 되는 건가?”


“이건 제 지위에 대한 의무일 뿐. 당연히 해야 하는 일입니다. 인간 왕국의 여왕이여.”


“그런가. 왕국을 구해줘서 고맙다고 하고 싶네.”


“모든 건 제 아들이 해낸 일입니다. 그리고 마계에 관한 일은 우리의 일이기도 하니까요.”


“그렇다 해도 감사한 마음을 전하지 않을 수는 없지. 여왕으로서, 그리고 어머니로서.”


[흠. 흠.]


“왜 그러지 대정령?”


그때 대정령이 고흐의 주변을 맴돌더니 뭔가 강아지처럼 이마를 비비기 시작하자 다프네가 물었다.


[아아 친숙한 냄새가 나서. 당신 레드 드래곤?]


“그렇습니다만?”


[역시. 레드 드래곤의 불의 마나는 나랑 잘 맞아.]


기분이 좋아 보이는 대정령의 몸이 좀 더 확실하게 불타올랐다.


“그래도 너무 붙지는 말아주시죠. 뭔가 근질근질 거려서 무심코 본체로 돌아가 버릴 것 같으니까요.”


[힝.]


대정령은 아쉬운 듯 살짝 떨어져 다시 다프네의 곁으로 돌아갔다.


“그럼 다시 이야기를 되돌려서,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그다지 감이 오질 않네. 심각한 건 알고 있지만 어디서부터 손을 데어야 할지 모르겠어.”


다프네는 골치가 아픈 듯 표정을 찡그렸다.


이전에 그들을 감지했던 건 상대 쪽에서 다가왔기 때문이다. 정작 그렇게 되기 전에는 솔로몬회라는 집단의 존재조차도 몰랐던 게 사실이었으니까.


그래서 비슷한 놈들이 온다고 해도 대응할 방법이 그리 떠오르지가 않았다.


“그렇다면 엔릴 신의 교단을 늘리십시오.”


“엔릴교의?”


“엔릴 신께서는 그들과 대척점에 있습니다. 우선 이곳의 대주교가 이 일을 대략적으로 알고 있으니 불러서 대책을 상담하는 것이 옳을 겁니다.”


“일리 있는 말이군.”


“그리고 전 이 일을 저희의 로드께 알리고 대책을 강구할 겁니다. 혹시 모를 일이 생긴다면 드래이그 영지에 연락을 주시면 제가 어떻게든 하지요.”


“그대가? 알비니르는?”


“알비니르는.......가까운 시일 내에 이 나라밖으로 향할 일이 있어서 말이죠.”


“나라 밖으로?”


“그게 좀 굉장한 곳에 합격을 해서......”


펄럭


그렇게 말하며 고흐가 품에서 꺼낸 종이에는 바나바다르 마법학원의 인장이 찍혀있었다.


.

.

.


같은 시각


왕궁의 정원.


알비니르와 아르카는 기사단과 사람들이 다 빠지고 고요해진 이곳을 여유롭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생각해 보니 이 정도로 조용한 건 정말 오랜만이네.”


“그렇지. 쉴 새도 없이 계속 몰아쳤으니.”


굴베이그가 드래이그 영지로 찾아온 날부터 오늘까지 아르카에게 있어서 처음보고 곤란하고 힘든 일 투성이였다. 지금 뒤돌아보면 조금은 휩쓸려서 온 것 같기도 해 꿈을 꾼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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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당분간 안녕이야 +2 22.09.21 254 8 10쪽
» 대정령 22.09.20 224 7 9쪽
116 맹약자 22.09.19 215 8 9쪽
115 다프네 브리미드 22.09.18 228 7 9쪽
114 공주기사 아르카? 22.09.17 233 9 9쪽
113 그래도 보셔야죠 22.09.16 238 10 9쪽
112 역시 교육은 힘과 폭력이지 22.09.15 240 9 9쪽
111 당연히 나지 22.09.14 279 8 9쪽
110 누가 검을 그 따위로 들래 22.09.13 258 8 9쪽
109 전 소장이지 22.09.12 261 9 9쪽
108 네가 자초한 일이다 22.09.09 274 10 9쪽
107 강자가 아니다 22.09.08 273 8 9쪽
106 아미트 그리고 알비니르 22.09.07 282 7 9쪽
105 주먹으로 부쉈다고? 22.09.06 284 8 9쪽
104 바알의 은총 22.09.05 292 8 9쪽
103 사람을 구하는 일이요 22.09.04 293 6 9쪽
102 정말 부끄러운 솜씨군 22.09.03 299 6 9쪽
101 거기까지다 22.09.02 333 7 9쪽
100 위기의 레카 +1 22.09.01 309 6 9쪽
99 재밌으셨나봐? 22.08.31 330 8 9쪽
98 검은 오러 22.08.30 324 7 9쪽
97 유레이대 아미트 +1 22.08.28 349 8 9쪽
96 살고싶으면 여기로 와 22.08.27 346 10 9쪽
95 다 박살내는 거야! 22.08.26 350 9 9쪽
94 왕위에 오르거라 +1 22.08.25 363 9 9쪽
93 한 개는 정없지 22.08.24 365 8 9쪽
92 파이어볼 22.08.23 371 10 9쪽
91 마족 그레고리 22.08.22 367 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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