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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마중감 님의 서재입니다.

검성 드래곤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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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중감
작품등록일 :
2022.05.11 11:14
최근연재일 :
2022.09.21 06:00
연재수 :
118 회
조회수 :
83,561
추천수 :
1,880
글자수 :
483,632

작성
22.09.09 10:00
조회
274
추천
10
글자
9쪽

네가 자초한 일이다

DUMMY

“아미트는 죽었고 대회는 우리의 승리다.”


“하하 설마 이걸로 뭔가를 해냈다고 생각한 건가? 대회의 결과 따위 우리에게 아무 의미도 없다.”


“그렇겠지. 하지만 저것도 그럴까?”


“뭐라고?”


그 순간 말레키스는 굴베이그가 가리키는 경기장으로 고개를 돌렸다.


“......없어?”


그곳에는 아미트의 사라지지 않는 검은 오러가 있을 뿐 서있어야 할 알비니르가 없었다.


“어디에? 설마?”


당황한 말레키스는 주위를 둘러보다 위를 보고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오랜만이야? 국왕 전하.”


“......”


국왕이 앉아있는 전용석, 어느새 날아간 알비니르가 아가멤논의 앞에 서있었던 것이다.


스릉


그런 그의 손에는 잘려나갔던 아미트의 검날이 쥐여져 있었다.


“나에게 볼일이 있나?”


“모른다고 하지는 마라. 방금 그 짓거리에 네가 아무 상관없다고 말할 셈은 아니겠지?


“훌륭한 검이었지. 그 이상 무엇이 필요한가.”


“사람이 중요하게 여겨야하는 건 가족이야. 이런 쇳덩어리가 아니라.”


“가족이라.”


아가멤논은 알비니르의 말에 대답은 하면서도 어딘가 얼이 빠진 느낌이었고 감정의 터럭조차 보이질 않았다.


“내 가족은 오직 검이야.”


“여왕은? 공주는? 그리고.......여왕의 딸인 아르카는?”


“......?”


아르카의 이름이 나오자 아가멤논이 약간 움찔거리며 그 탁해진 눈에 빛이 조금 돌아왔다.


“다프네의 딸? 유산되었을 텐데?”


“살아있어. 그리고 너에게 매우 실망 중이지.”


“그런가? 모든 것이 검을 위한 것이거늘. 검? 아니지? 뭘 하려고 했지? 으으음.”


아가멤논은 말을 절고 어딘가 기억이 엉망진창이었다.


“이미 너를 잃어버렸구나.”


스스슥


알비니르는 방금 그것으로 아가멤논을 포기했는지 검에 오러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네가 자초한 일이다. 책임지고 죽어라.”


서걱


그리고 눈 한 번 깜박할 틈도 없이 아가멤논의 목을 잘랐다. 잘린 그의 목에서 피가 흘러나오며 고개가 밑으로 떨어졌고 거기서 다시 살아날 길은 없어 보였다.


“이걸로 끝이다. 말레키스.”


“......”


그걸 목격한 굴베이그가 말레키스에게 말했다.


뭔가 수가 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이 정도로 빠르게 움직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지 반응도 굼떴다.


“이럴 줄은 몰랐군. 확실히 대담한 공격이야.”


“......”


“숨어있던 쥐새끼들이 한 것 치고는 말이야.”


“!”


스르르륵!


순간 말레키스의 몸이 검게 물들더니 순식간에 다크엘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회색피부의 뾰족한 귀! 다크엘프인가!”


“너희는 헛다리를 짚었다. 하려고 했으면 경기 자체가 안 열리게 경기장을 부수는 게 더 나았을 것인데.”


파바방!


말레키스는 손을 높게 들어 올리더니 손가락 끝에서 검은 구체를 생성해 하늘 위로 쏘아올렸고 이윽고 검은 연기가 신호처럼 크게 터졌다.




처음에는 들리는 것보다 바닥에서 울리는 것 같은 작은 진동이 먼저였다.




두 번째는 조금 더 확실하게 커졌고




이윽고 사람들은 이것을 무언가의 고동소리라는 걸 인식하기 시작했다.


펑!


그리고 왕궁, 정확히는 그 정원에서 검은 빛의 기둥이 하늘을 찌를 듯 솟아났다.


“의식은 끝났다! 이제 그분께서 우리를 보실 시간이다!”


“뭐....라고? 하지만 아르카는 아직 저기에......”


“아 그렇군. 너희는 모르겠지. 브리미드 왕가의 핏줄이 저 녀석뿐이라고 생각했을 테니까.”


“그게 무슨 소리냐!”


“굴베이그. 넌 그날 그냥 도망가서는 안 되었다. 적어도 그녀의 생사는 확실히 하고 가야했어.”


“설...마......!”


“다프네 여왕은 살아있다. 우리의 마법으로 식물인간이 된 채 지금 왕궁 정원에 누워있지. 설마 저 어리석은 국왕 하나에 모든 걸 걸었다고 생각한 건가?”


“다프네가.....살아있어?”


“마나에 민감한 그녀가 우리의 흑마법을 느낀 게 실수였지. 브리미드 왕가의 마나 감응력이 그 정도라고는 생각도 못했거든.”


본래 말레키스의 목표는 다프네여왕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마나 감응력은 보통이 아니었고 그들의 일에 협조적이지도 않았다. 일에 난항을 겪은 그들은 결국 여왕에게 저주를 걸고 그에 마음에 틈이 생긴 아가멤논으로 목적을 바꿨다.


“국왕의 사랑하는 대상을 가족에게서 검으로 바꾸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지. 상처받은 인간만큼 다루기 쉬운 건 없으니까 말이야.”


“이 놈들!”


“그리고 그는 이제 국왕이 아니야.”


우득


“!”


세상이 흔들리는 그때 아가멤논의 고개가 위로 솟아올랐다.


부글부글


그리고 그의 잘린 목에서 검은 액체가 보글거리며 상처를 이어 붙였다. 그런 그의 눈은 새까맣게 물들어 붉은 씨앗만이 중앙에서 빛나고 있었다.


[때가 왔다. 문을 두드린 자가 누구냐.]


그런 그의 입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절대 그의 것이 아니었다. 심지어 귀가 아니라 머릿속에서 울리는 그 소리는 영혼마저 얼릴 것 같이 차가웠다.


“오오 저입니다. 당신의 충실한 종, 말레키스가 당신의 목소리를 청하옵니다.”


털썩


말레키스는 진심으로 감복한 듯 애절하게 말했다.


쿠드드득!


아가멤논은 자리에서 일어나 점점 변이하기 시작했다. 몸은 검게 물들며 부풀었고 본래의 얼굴은 온데간데없이 흉악한 짐승의 것으로 바뀌고 있었다.


콰드득!


마침내 그 머리 위에 커다란 두 뿔이 솟아나 푸른 불꽃을 머금으려 할 때


파삭


무언가에 막힌 듯 돌연 멈췄다.


“시...신이시여?”


강림이 멈추자 말레키스는 눈에 띄게 당황해 했다.


[다시 문을 두드려라. 아직 연결이 부족하다.]


“하지만 분명 왕가의 핏줄을!”


[역겨운 대정령의 계약이 굳건하다. 계약을 파기시켜라!]


“계약? 설마......!”


문득 말레키스는 이 나라의 건국 신화를 떠올렸다. 절대 가족을 버리지 말라는 대정령과의 계약이 그저 혈족을 제물로 바치지 마라는 것으로 해석했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다. 여왕을 촉매로 삼은 것이 마계로 연결은 가능하게 했지만 그 이상은 불가능했다.


그리고 그에 번뜩이는 생각이 말레키스를 스쳤다.


“신이시여! 저기에 있는 자가 지금 신체로 쓰인 자의 혈족이자 왕가의 직계입니다.”


[권능을 하사 하마 종이여. 이리 오라.]


우득


순간 말레키스의 신체가 보이지 않는 손에 잡힌 것처럼 굳어 위로 떠올랐다. 그리고 천천히 그에게로 다가가더니


우득


순식간에 몸으로 삼켜졌다.


“오...오오오! 내가! 신의 몸에!”


완전히 먹힌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정작 말레키스의 표정은 환희 그 자체였다.


[네 임무를 완수하라.]


“물론입니다! 반드시 이곳으로 신을 강림 시키겠나이다!”




그렇게 말레키스가 검은 신체에 완전히 빨려들어 간 것을 끝으로 의문의 목소리는 끊어졌다.


휘릭


그리고 그 눈가에 다크 엘프의 노란 동공이 들어왔다.


“오오 힘이...지금껏 없었던 힘이......!”


“이제 끝났어?”


“흠?”


그제야 말레키스는 아직 자신의 정면에 서있는 알비니르를 발견했다.


“호오. 아직 도망도 안 가고 남아있다니. 관중이란 놈들은 모조리 사라졌거늘.”


“이제 와서 도망은 무슨. 게다가 날 믿고 남아준 사람이 있는데.”




알비니르는 곁눈질로 아직 경기장 안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아르카를 보았다.


“......”


비록 영혼을 짓누르는 것 같은 무거운 압력에 겁을 안 먹을 순 없어 손이 떨고 있었지만 흔들림 없는 눈으로 알비니르를 믿고 있었다.


“이 상황에 와서도 너를 믿는 건가. 인간이란 정말 어리석군.”


“어리석은지 아닌지는 결과가 말해 주겠지.”


“크...크크크큭! 이거 정말 오만하다고 해야 할는지. 하지만 좋다.”


휙! 쿵!


말레키스는 순식간에 뛰어 거의 반파된 경기장 중앙에 큰 소리를 내며 섰다.


“네가 이 대업의 마지막 시련이라면 무참히 짓밟아주고 말고.”


“진짜 결승이라는 건가. 뭐 좋아.”


휙! 타닷!


알비니르도 순간 사라지더니 다시 말레키스의 앞에 섰다.


“신기한 동작이군.”


“오? 날 쫒았어?”


알비니르는 이 세계에 와서 처음으로 말레키스가 자신의 보법을 눈으로 쫒았다고 확신했다.


그 독특한 눈에서 나오는 기운이 단 한 번도 자신을 놓치지 않았다는 걸 기감을 통해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빠르지만 그보다 더 독특한 움직임이 눈에 띈다. 넌 대체 뭐냐?”


“난 그냥 네 적이야. 그 이상 무언가가 필요한가?”


“그렇지. 어쨌든 허무하게 죽어나갈 거라는 건 변함이 없으니.”


우득 우드득


그 순간 말레키스의 등에서 검은 검이 서서히 뽑혀져 나왔다.


기묘하고 보기만 해도 소름 돋는 문양이 가득 새겨진 그 검은 곳곳에 박혀 있는 보석이 눈알처럼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었다.


두근


거기다 왜인지 박동소리까지 느껴져 저것이 살아있는 것처럼 느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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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대정령 22.09.20 224 7 9쪽
116 맹약자 22.09.19 216 8 9쪽
115 다프네 브리미드 22.09.18 228 7 9쪽
114 공주기사 아르카? 22.09.17 233 9 9쪽
113 그래도 보셔야죠 22.09.16 238 10 9쪽
112 역시 교육은 힘과 폭력이지 22.09.15 240 9 9쪽
111 당연히 나지 22.09.14 279 8 9쪽
110 누가 검을 그 따위로 들래 22.09.13 258 8 9쪽
109 전 소장이지 22.09.12 261 9 9쪽
» 네가 자초한 일이다 22.09.09 275 10 9쪽
107 강자가 아니다 22.09.08 273 8 9쪽
106 아미트 그리고 알비니르 22.09.07 283 7 9쪽
105 주먹으로 부쉈다고? 22.09.06 284 8 9쪽
104 바알의 은총 22.09.05 292 8 9쪽
103 사람을 구하는 일이요 22.09.04 293 6 9쪽
102 정말 부끄러운 솜씨군 22.09.03 299 6 9쪽
101 거기까지다 22.09.02 333 7 9쪽
100 위기의 레카 +1 22.09.01 309 6 9쪽
99 재밌으셨나봐? 22.08.31 330 8 9쪽
98 검은 오러 22.08.30 325 7 9쪽
97 유레이대 아미트 +1 22.08.28 350 8 9쪽
96 살고싶으면 여기로 와 22.08.27 346 10 9쪽
95 다 박살내는 거야! 22.08.26 350 9 9쪽
94 왕위에 오르거라 +1 22.08.25 363 9 9쪽
93 한 개는 정없지 22.08.24 365 8 9쪽
92 파이어볼 22.08.23 371 10 9쪽
91 마족 그레고리 22.08.22 367 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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