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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9,899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2.06.09 21:30
조회
394
추천
3
글자
11쪽

157화

DUMMY

빛이 시야를 가린다.

점유하는 것 같기도 했다. 마치 땅따먹기를 하듯 점차 제 영역을 넓히던 빛은,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멈췄다.


스윽-.


설진은 아스라이 눈을 떴다.

그러자 빛은 곧 장면을 이룬 채 나타났다.

꼭 심연 던전에서 본 것과 비슷한 광경이다. 설진은 팔을 들어 눈을 가리더니, 머잖아 옅어지는 빛의 광도를 확인하며 천천히 내렸다.


-“팔라님 님. 황실은 과거의 영광에 책잡혀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는 정체될 수밖에 없습니다. 저희는, 황국은 진보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그러자 들렸다.

보이기도 했다.


교회의 사제들이었다. 그들은 황실이 키운 군세인 팔라딘과 성기사들을 매수하려 하고 있었다.

그런 장면이 스치듯 지나갔다. 설진은 그제야 지금 상황을 깨달을 수 있었다.


‘상황 요약···?’


그동안 있었던 사건이.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설진이 관여하지 않았던 사건이 비치고 있었다.


기실 황실의 성기사와 팔라딘이 매수당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크게 다가오지는 않았었다. 실제로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설진의 생각이 변했다.

황실은 퇴보했다는 말을 운운하며 팔라딘과 성기사를 끌어들이려는, 배신을 요구하는 듯한 사제들의 모습을 보자 생각이 변했다.


‘간접적으로라도 느끼게 하려는 건가?’


비단 팔라딘과 성기사의 매수 건만이 아니었다.


-“황녀님, 이게 대체 무슨 일인 겁니까.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요?”

-“무슨 소리를 하시는지요. 교황님. 저희는 교황님이 부탁한 대로 행동했을 따름이요, 그리하여 열화시킨 몬스터들을 훈련 목적으로 보냈습니다. 헌데 지금 와서 경위를 모르겠다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으시면, 황실은 어떤 대처를 해야 할까요.”

-“그러니까···! 저희는 그런 얘기를 꺼낸 적이···!”

-“발뺌하시는 겁니까?”


엘리나의 공격.


-“황녀님. 최근 수인 납치 사건의 빈도가 줄어들고 있다고 들으시지 않으셨나요.”

-“아, 들었습니다. 좋은 소식이지요.”

-“저희가 범인을 잡았습니다. 교회가 단언컨대, 앞으로 수인 납치 사건의 가능성은 원천차단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요한의 입지 강화.


-“최근 들어 황실의 던전 관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교황으로서 황녀님께 무슨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지 걱정되어 아뢰옵니다.”

-“걱정이라··· 괜찮습니다 교황님. 그런 건 없으니까요. 단지, 누군가의 의도적인 계략 탓에 황실 쪽 팔라딘과 성기사가 줄어들었을 뿐이지요.”

-“허허, 그것참 안된 일이군요.”

-“교황님도 그렇게 생각하시는지요.”


다시 한번 공수.

그러니까, 엘리나와 요한의 정치 싸움.

즉, 말다툼도.


-“넌 아직도 황실에 있을 거냐?”

-“응? 왜? 갑자기 뭔 소리야.”

-“어제 교회 사제한테서 연락을 받았거든. 황실은 이제 발전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교회 쪽으로 붙으라고. 월급 같은 거, 많이 챙겨 준다던데.”

-“야, 미친 소리 하지 마. 가려면 너나 가라. 응? 대신, 나중에 문제 생겨도 난 모른다. 그때 난 없는 사람이야.”

-“아니, 친구 사인데 너무 쪼잔한 거 아니냐?”

-“쪼잔한 건 교회에 붙어먹으려는 니 대가리고.”


성기사와 성기사.


-“넘어간다. 더 이상 황실에 있을 이유가 없어.”

-“말리진 않겠습니다. 마브드. 대신, 다음에 만날 땐 저희는 적이 되겠군요.”

-“흥. 필멸의 굴레를 벗어날 방법이 있는데, 그럴 따르지 않는 너희가 멍청하게 보이는군. 난 이만 가겠다.”


팔라딘과 팔라딘.

그들이 서로 싸워 분열하는 모습도.


-“들어주시지 않겠습니까. 황실 간부 여러분.”

“모두, 제 얘기를 들어주십시오.”

-“교황 요한의 죄는 명백하고 또 명백합니다. 저희들의 군을 가져간 것도 모자라 한순간의 오판으로 제국민들을 죽게 만들 뻔했더군요.”

“엘리나의 죄는 분명하지 않습니까? 쓸데없는 날조로 황국을 혼란에 빠뜨리고, 이젠 더 나아가 교회를 멸하려 듭니다.”

-“이런 요한을.”

“이런 엘리나를.”


세력 최고의 자리에 오른 수장들이, 서로를 향해 선전포고하는 모습도.


“황녀의 명예를 걸고 발언하건대, 용서할 수 없습니다.”

-“저 교황 요한, 신의 이름을 받들어 용서할 수 없군요.”


삑-.


그제야 흰 빛무리가 보여주던 광경이 끝났다.

이제 설진의 앞에 있는 것은 사람만 한 크기의 문 하나.


싸움의 시작을 알리는 전투의 문이었다.


설진은 망설임 없이 발을 내디뎠다. 곧이어 자신을 따라 걷는 소리가 들렸다.

넷 모두 각오는 한참 전에 마쳤다. 굳게 마음을 먹고서 여기까지 왔다.


남은 것은 그저-.


“가죠.”


교회를 척결하는 것.

그것만이 남아 있었다.


* * *


익히 보던 광경이었다.

수도. 중심가에 보이는 커다란 성.


저곳이 황실임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고개를 몇 번 돌려 상황을 확인한 설진은 수도 중심으로 걸음을 옮겼다.


저벅. 저벅.


“어떻게 할 거에요?”


채린의 물음이었다.


“일단 황실로 이동하자. 지금 거리의 분위로 봐선 전쟁은 이미 시작된 것 같은데, 우린 아직 자세한 상황을 몰라.”

“아, 그러네요.”

“그러니까 일단 황실로 이동해 정보를 얻···.”


퍼어엉!!


설진의 말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폭음이 들렸기 때문이다.

다름 아닌 황성에서. 그리고 그건 곧 싸움의 전조이기도 했다.


아니, 전조이다 못해 이미 시작되었음을 증거하는 포격이었다.


“···뛰자.”


걸으려던 설진의 발이 점차 빨라지기 시작했다. 타다다다! 시간은 대낮이었으되, 설진은 전쟁이 꼭 밤에만 일어나는 법은 없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발걸음은 다급해졌고, 황실로 이동하는 소리는 진동을 만들어 다른 이들에게 울려 퍼졌다.


그래서-.


“너희들이로군. 엘리나의 사냥개 역할을 맡은 놈들이.”


누가 오고 말았다. 정확히 말하면 누군가‘들’이었다.

설진의 시선이 점차 앞으로 돌아갔다.

장장 오십은 넘어 보이는 사제들이 도열해 있는 광경.


그뿐만이 아니다.

사제들의 앞에 선 남자의 기세가 심상찮았다. 왼손에 든 방패는 시연과 비슷한 크기의 방패였으되, 오른손의 도끼는 대검의 크기를 훌쩍 넘어섰다.


“···마브드.”


고위 사제 마브드.

교회의 간부 중 하나였다.


‘시작부터 마브드인가.’


설진이 알기로 고위 사제의 수는 총 넷.

그중 앞에 있는 마브드는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싸움을 주도하는, 이른바 파워형 스타일이었다. 속도전을 선호하는 설진과는 완전히 반대된 스타일.


거기다 혼자가 아니다. 뒤에 도열해 있는 사제들의 기백도 만만찮았다.

아마 단단히 준비하고 나왔을 터.


스릉-.


설진은 마음을 가다듬으며 검을 뽑아들었다.


‘힘이 주특기인 만큼 체력 또한 뛰어나겠지.’


확실히 마브드는 설진의 발목을 묶어둘 수 있는 전력 중 하나였다. 뽑아든 검에서 옅은 바람결이 이는 것을 확인하며 숨을 내뱉었다.


후우우.


‘꽤 고전하겠어.’


분명 낮이었을진대, 숨결은 차가웠다. 겨울인지라 찬 바람이 불어 그러는 것인지, 햇빛 하나 없는 양달이라 그러는 것인지.

설진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있었다.


마브드를 쓰러뜨리고 넘어가려면, 상상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리라는 것.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마브드의 전력은 그동안 싸워 왔던 그 어떤 몬스터보다, 그 어떤 사람들보다 강력할 터였다.


“제가 선두로 들어갈게요.”


그리 말하고선 발을 움직였다.

정확히 말하면, 움직이려 했었다.


“아니. 괜찮아 설진아.”

“누나? 그게 무슨···?”

“적당히 칼 몇 번 내지르다 가. 저놈은 나 혼자 맡을게.”


돌연 어깨를 잡으며 입을 열어온 시연의 말에, 설진의 발걸음이 멎었다.

혼자 남겠다고? 저 괴물을 상대로?


‘힘들··· 텐데?’


물론 그동안 많은 층을 오름으로써 가공할 만한 성장을 한 건 인정한다.

그러나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였다. 마브드는 고위 사제 중 하나, 악마로 따지면 사천왕 중 하나인 격이었다.


그런 마브드를 상태로 혼자 남겠다고?

절대 이길 수 없을 터. 설진은 생각한 것을 이야기하고자 다시금 입을 열었다.


“아무리 누나라도···.”

“알고 있어. 나도 저놈을 이기긴 힘들어.”

“그런데 왜-.”


왜 혼자 남으려 드는지, 이유를 물은 설진의 말이 시연의 귀를 스쳤다.

시연은 손가락을 들었다. 가리킨 곳은 황실. 이제 몇 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목적지를 손으로 짚으며 화답했다.


“지금 우리 넷 전부가 묶이면 그만큼 불리해질 거야.”


맞는 말이긴 했다. 마브드는 강하지만, 어디까지나 고위 사제 중 한 명. 말인즉 마브드와 비슷한 전력이 못해도 셋 이상은 있다는 이야기였다.

넷이서 마브드를 잡고자 시간을 소요한다면 그 틈에 황실은 함락당할 터.


“그러니까 가. 그게 옳은 판단이야.”


그리하여 시연은 혼자 남겠다는 결정을 하게 되었다.

그녀는 파티 내 가장 튼튼한 직업인 기사였으니.


“하지만 그걸로는.”


다만 몸이 튼튼하다고 해서, 체력이 좋다고 해서 마브드를 쓰러뜨리기란 요원했다.

아무리 방어력이 높아도 공격력이 낮으면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수 없을 터.


“물론 나도 이기겠다는 건 아니야. 애초에 그럴 생각도 없었고.”


그런 설진의 의문을 풀어주듯 시연은 제 목적을 간략히 얘기했다.

마브드를 쓰러뜨리는 것이 아닌, 마브드에서 버티는 것이 목표라.

확실히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시연의 결정은 옳은 판단이 된다. 설진을 비롯한 셋은 시연의 말을 곱씹더니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그래도 조심해요.”

“응. 여긴 나한테 맡기고 가.”


마음 같아서는 같이 싸우고 싶었지만, 현 황실은 엘리나라는 거대 전력이 공백 상태에 빠져 있었다.

그러한 상황일진데 지금 설진이 황실에 개입하지 않으면 황실 함략은 시간문제일 터. 설진은 오묘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금 발걸음을 옮겼다.


‘후.’


속으로 숨을 내쉬었다. 동시에 눈빛을 바꿨다.

단언컨대 그 눈빛은, 시연을 바라보던 눈과는 정반대되는 눈빛이었다.


“귀찮게. 길을 막고 있네.”


냉혹하고, 무자비한 눈동자.

가히 무표정에 가까운, 옛 설진의 모습과 비슷한 목소리.


“마브드,”


설진은 그 이름을 불렀다. 단순히 이름을 중얼거린 것에 반응한 것인지, 마브드는 도끼를 들어 올리며 설진의 말에 대꾸했다.


“음? 내 이름을 알고 있는 건가. 이것 참, 꽤 유명한 모양이야.”

“쓸데없이 시간 끌지 마. 그러다 죽어.”


처음은 기세 싸움.


일부로 마력을 방출했다. 설진은 민첩과 같이 마력을 1대1 비율로 올려 왔었다.

그리하여 지금 밖으로 사출된 마력의 위력은 어마무시했다. 찬우는 설진의 뒤에 있었음에도 심장이 떨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하. 영양가 없는 말을 뱉는 걸 보니, 역시 엘리나의 개인가.”


그러나 마브드는 요지부동. 설진의 마력 압박에도 별 개의치 않다는 듯한 표정을 보였다.

여기까진 예상했었다. 고위 사제가 가지고 있는 일신의 무력은 하나같이 만만히 볼 수 없었으니.


‘그럼-.’


대신 시선은 확실하게 잡아끌었을 터.

적당히 하고 빠져나간다. 그 사실을 복기하며 발을 움직였다.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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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133화 22.05.06 41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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