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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9,777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1.12.11 22:22
조회
1,122
추천
18
글자
12쪽

31화

DUMMY

“으음.”


시연의 눈이 가늘어졌다.

함정, 그것도 마법 함정이 있다는 설진의 말에 몸이 저절로 멈춰섰다.


“내 기억상에는 없는데.”

“그죠. 완전히 똑같은 건 아닌 걸까요. 그렇게 되면 이쪽이 더 어려운 난이도가 되는 건데···.”

“설진아. 함정 해체로 봐봐. 몇 개 정도 있어?”

“잠시만요···.”


7층에서 얻은 스킬인 함정 해체. 함정을 해체하는 것만이 아닌, 발견 및 탐색까지 가능한 만능형 스킬이었다.

비록 시연은 탱커 역할이라 얻지 못했지만 빠른 몸놀림으로 함정을 피해간 설진은 스킬을 얻을 수 있었다.


한동안 스킬을 활성화한 채 함정을 탐색하던 설진의 눈이 커졌다.

기껏해야 많으면 대여섯 개 정도 있을 줄 알았건만.


“스무, 개?”


겨우 그 정도가 아니었다. 도처에 깔린 마법 함정은 두 자릿수를 넘어갔다.

게임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 다른 난이도에 일순간 당황이 스쳤다. 여섯 개 정도라면 어떻게든 빠르게 뚫고 보겠지만, 스무 개는 그 얘기가 달랐다.


“페이드 씨가 있었더라면 달랐을 텐데··· 누나, 이거 좀 걸릴 것 같은데요.”

“으으음. 그러냐.”


마법사 포지션이었던 페이드를 생각하며 설진의 입이 열렸다.

페이드가 있었더라면 지금 상황을 비교적 쉽게 넘길 수 있겠지만, 없는 지금은 달랐다. 마법과는 관련이 없는 기사와 도적이 마법 함정을 넘어야 했다.


“일단 시작할게요. 피할 수 있는 건 피하고, 도저히 안 되겠다 싶은 건 해체하면 삼십 분 정도 걸릴 것 같···.”


퍼석-.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함정 해체를 시작하려던 설진의 눈이 동그래졌다. 스무 개의 함정 중 다섯 개가 무력화되어 있었다. 파직거리며 마력을 잃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고개를 돌렸다.

돌린 곳에는 플라임이 한 손을 내뻗고선 마력을 발현시키고 있었다.


“이것 참.”

“왕녀 전하?”


시연의 물음에 플라임은 대답하지 않은 채 앞으로 나아갔다.

기사보다 앞선 모습에 시연이 기겁하며 따라붙었지만, 플라임은 아랑곳하지 않고 마력을 내뿜으며 마법 함정을 파괴하고 있었다.


퍼석- 퍼석-.


삽시간에 사라지는 함정이 마치 쉬운 퍼즐을 풀어내는 듯했다. 플라임이 적정량의 마력을 배분해 마력 함정에 흘려 넣으면, 함정은 채 저항할 틈도 없이 사라지고 부서졌다.


그렇게 5분.

함정을 모두 파훼한 플라임이 고개를 들어 올렸다.


“무엇을 숨겨 놓았길래, 이렇게나 대비를 꼼꼼히 했단 말이냐.”


들어 올린 고개 너머, 플라임의 얼굴에는 명백한 분노가 스며져 있었다.


“이번에야말로 무엇을 꾸미고 있는지 샅샅이 뒤져주마.”


한참 마력을 내뿜던 플라임이 잠잠해졌다. 한 번, 두 번, 세 번··· 천천히 마력을 갈무리하던 그녀의 손에 샛노란 불길이 타올랐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알겠으나, 조금만 뒤로 움직여주시지 않겠습니까.”


그런 플라임에게 다가간 시연이 말했다. 플라임은 과할 정도로 흥분해 있었다.

흥분은 결코 좋은 것이 아니었다. 사람이 분노하면 분노할수록 움직임은 단조로워지고 생각은 단순해진다.


이 세상은 더 이상 게임이 아니었다. 분노한다고 무작정 사람이 강해지지는 않는 법이었다.


한참 이글거리고 있던 플라임은 그제야 자신의 상태를 자각했는지 걸음을 멈추었다. 손에서 뿜어낸 불길은 여전했지만 서서히 마력을 조절하기 시작했다.


“···미안하군. 추태를 보였어.”

“아닙니다. 왕녀 전하께서 그렇게나 분노하고 계신 일이라면, 응당 그런 거겠지요.”

“위로에 감사하지, 아무래도 저번 설진 경이 한 말이 맞는 것 같아. 역시, 아직 나는 경험이란 것이 부족한 것 같구나.”

“이제부터 쌓아가면 될 일입니다. 너무 괘념치 마시길.”


서서히 뒤로 물러나는 것을 확인한 시연이 다시 앞장섰다. 플라임이 망가뜨린 마법 함정이 있는 구간에서 미약한 잡음이 흘러나왔다.

지지직. 안테나가 먹통이 되듯 지직거리는 소리가 약하게 울렸다. 일자식으로 되어 있는 지하 통로 속, 잡음과 잡음이 공명하여 귀에 내리꽂혔다.


그 소리를 들으며 셋은 천천히 나아갔다. 다행이랄 것은 마법 함정 이후로 길을 가로막는 요소가 없었다는 것이다.


더는 함정이 나타나지 않았고, 길을 막는 사람도 없었다. 그저 순풍에 돛 단 듯 수월한 진행이었다.


“···.”


그럼에도 설진은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더라도, 기억에 없던 ‘일’을 겪은 순간부터 기억에 모든 것을 의존할 순 없었다.

물론 지금까지는 생각한 그대로 일이 진행되어 위험을 느낄 순 없었지만.

이번 일로 재차 자각했다. 이곳이 게임이되 게임이 아니라는 사실을.


시연 또한 마찬가지로 설진과 같은 생각이었다.

통제할 수 없는 변수가 나타난 이상 유하게 할 생각은 없었다. 아직 게임 속이라는 생각은 지우지 못했지만, 최소한 방심은 하지 않게 되었다.


플라임은 둘과 달리 처음부터 경계에 신경을 쏟으며 나아가고 있었다. 바깥 세계에서 온 사람과 안쪽 세계 거주민의 차이였다.


저벅, 저벅.


걸음 소리가 잇달아 울리고 울리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는지.

설진의 기감에 사람이 잡히기 시작했다.


“···!”


그와 동시에 적잖이 놀랐다.

왜냐면 설진이 사람이 있음을 감지함과 동시에, 그 사람 또한 설진의 존재를 감지했기 때문이다.


범죄 조직에 가담했다 하여도 귀족은 귀족이란 건지.

서로 존재를 자각한 이상 기습의 의미는 옅어진다. 스르릉-. 허리춤에서 장검을 꺼내든 설진이 전투 태세를 갖추었다.


그 모습을 바라본 시연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 상대는 암살자. 까다로운 상대이긴 하지만 아예 공략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으음. 그대인가. 이번 사건의 배후가?”


다만,


“···쯧. 귀찮게. 날파리가 하나, 아니. 셋이나 꼬여 들었네.”

“뚫린 입이 아니랄까 봐 저급한 말을 쏟아내는구나.”


다만, 귀족의 정체를 보게 될 플라임의 반응이 걱정되었을 뿐.


“허, 꽤 거물이?”


귀족이 헛웃음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지하인지라 그림자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두 개의 단검을 쥐고 있는 것이 암살자임을 드러내는 듯했다.

그 모습에 질세라 마력을 끌어올린 플라임의 주변에 다섯 개의 화염구가 생겨났다. 화륵이며 타오르는 모습이 그녀의 분노를 대변했다.


“모습을 드러내라 멍청한 것아.”

“원한다면, 뭐. 이젠 빼도박도 못 하겠구만.”


저벅.


암살자가 걸음을 옮겼다. 한 발자국을 내디딜수록 어둠에 가려진 그림자가 옅어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림자가 완전히 사라지고 그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오랜만입니다. 왕녀 전하님. 아, 오랜만은 아닌가.”

“네놈···.”

“우리 형만큼은 아니더라도, 우리 사교계에서 자주 만났잖아요?”


루이 로반델트와 놀랄 정도로 닮은 사내가 그 형상을 비추고 있었다.


“안 그래요? 플라임 왕녀 전하.”


로이다스 로반델트.

루이 로반델트의 동생이자 같은 암살자인 그가, 씨익 웃었다.


“허.”


로이다스의 웃음을 본 플라임의 표정이 구겨졌다.

믿을 수 없다는 듯한 얼굴을 하기도 했고,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을 겪은 사람처럼 당황에 찬 낯빛이 드리우기도 했다.


“네놈이 대체 왜 여기에 있는 것이냐.”

“응? 그야 당연하잖아요? 제가 제 조직 좀 키우겠다는데, 그게 잘못된 일입니까?”

“다시 한번 묻겠다, 네놈이 왜 여기에 있는 것이냐.”

“하하, 왕녀님. 지금 상황이 무슨 상황인지 혼란스러운 건 이해하겠는데, 일단 조금 진정하시는 게 어떠신지. 일단 천천히 제 이야기를 들어 보면···.”


화륵-!!


로이다스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플라임의 화염구가 먼저 움직였다.

다섯 개의 화염구가 맹렬한 기세로 로이다스에게 향했다. 공기를 연소시켜 가며 그 몸집을 불린 플라임이 마법이 파멸적인 기세를 보였다.


퍼어엉!!


목적지에 도달한 화염구가 터졌다. 콜록, 콜록. 기침 소리가 앞에서 들렸다.


“쯧. 왕녀와 척 지긴 좀 그런데.”


소매로 입을 막은 로이다스의 손이 주머니 속으로 움직였다. 그는 몇 번 고심히 생각하더니, 이내 어쩔 수 없다는 듯 투척용 검을 집어들었다.


“어쩔 수 없나. 이야기를 들어 줄 것 같지도 않고 말이지.”


한참 마력을 갈무리하고 있던 플라임의 얼굴을 향해 검이 날아갔다. 바람 한 점 없는 통로 속에서, 두 개의 검이 비상했다.


티잉!


“아, 맞아. 불청객이 더 있었지 참.”


방패에 막힌 검을 보며 로이다스가 중얼거렸다.


“방패는 좀 짜증 나는데. 저러면 멀리서 마법만 펑펑 써댈 테고···.”


생각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기사가 대놓고 마법사를 지키겠다는 형세를 취한 이상 마법사를 노리긴 어려워진다.

그럼에도 플라임을 먼저 노리긴 해야 하는데.


“어이쿠. 날파리라는 말 취소. 좀 빠르네.”


팅!! 기척을 줄인 채 다가오던 설진의 검을 막은 로이다스의 말이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저쪽 암살자가 빨랐는지 그의 눈엔 이채가 드리웠다.


“뭐, 그래도 상대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고···.”


그 목소리를 들은 설진이 다시금 검을 내질렀다.

팅! 아까와 마찬가지로 막혔다. 방어만 하고 있을 생각은 없었는지, 짜증에 찬 표정을 지은 로이다스가 설진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신체 강화(오른손)가 활성화됩니다.]

[근력이 증가합니다.]


반사적으로 신체 강화를 사용한 설진의 검과 로이다스의 검이 맞물렸다. 거친 소리를 내며 부닥친 두 자루의 검이 서로를 향해 이빨을 들이밀었다.


팅! 다시 튕겨나간 서로의 검이 소강상태를 만들었다.


‘슬슬···.’


설진은 빠르게 상태창을 활성화했다.


[유설진(lv.13)]

[직업 : 도적]

[보유 스킬 : 기민한 발걸음, 암습, 학살, 신체 강화, 함정 해체]

[체력 : 15(+3) 근력 : 13(+2) 민첩 : 17(+2) 마력 : 17]

[잔여 스텟 포인트 : 1]


13층으로 올라감에 따라 생긴 잔여 스텟 포인트.


[민첩 : 18(+2)]

[잔여 스텟 포인트 : 0]


망설임 없이 민첩에 투자하고선 다시 공격을 펼칠 준비를 했다.


[신체 강화(다리)가 활성화됩니다.]

[속도가 상승합니다. 도약력이 증가합니다.]


빨라진 속도와 도약력, 그리고 상승한 민첩이 아까와는 다른 기류의 공격을 만들었다.


“그 정도 속도로는 나를···.”


검이 아닌 다리로.


퍼어어어억!!


찰나와도 같은 속도로 뻗어진 다리가 로이다스의 얼굴을 걷어찼다.

뭉개진 얼굴과 몸이 뒤로 밀려났다. 크게 밀려난 것은 아닌지라 벽에 부딪히지는 않았지만, 공격을 허용했다는 사실 자체에 로이다스는 충격을 받은 듯했다.


“···너 뭐야.”

“···.”


설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여전히 검을 든 채 다시 진격했다.


채애애앵!!


검과 검이 다시금 맞대어졌다.

철과 철이 맞물리는 소리가 사방에 퍼져 흩날렸다.


[신체 강화(오른손)가 활성화됩니다.]

[다음 공격에 추가적인 마법 공력이 깃듭니다.]


설진이 검이 횡을 그으며 펼쳐졌다.

정확히 빈틈을 노린 공격이었다.


챙! 다시 울리는 소리와 동시에 로이다스의 검이 적재적소의 장소를 찾아 공격을 막았다.

괜히 후작가의 자식이 아닌지 뛰어난 검술을 가지고 있었다. 설진은 발현된 마법 공격이 팔을 스쳤다는 사실을 확인하고선 몸을 물렸다.


“너.”


로이다스의 표정이 돌연 진지해졌다.

이제부터 장난이 아니라는 듯 기세가 사나워졌다.


팔에 그어진 상처에서 피가 흘러내린다는 사실을 자각한 그가 분노를 드러낸 채 말을 이었다.


“좀 귀찮다.”


짜증이 가득 들어간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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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화 - 선언과 책임(責任)의 장(2) 21.11.25 2,159 25 12쪽
17 17화 - 선언과 책임(責任)의 장(1) +1 21.11.25 2,380 3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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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화 21.11.25 2,484 35 12쪽
14 14화 +1 21.11.25 2,591 3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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