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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9,793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1.12.06 21:45
조회
1,247
추천
17
글자
11쪽

28화

DUMMY

“웬 거렁뱅이가 왕국의 수도에 발을 들인단 말이냐.”

“루이스 님. 저런 것들이랑 말을 섞을 필요는 없습니다.”


한참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귀족 자제들은, 설진과 시연이 다가오자 뒤늦게 품위를 차리기 시작했다.

개중에서도 루이스라 불린 귀족 한 명.

그는 삿대질을 해가며 시연의 복장을 지적하더니만, 이내 못 볼 걸 봤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말을 내뱉었다.


“네놈들은 대관절 어디 출신이길래 이곳에서 민폐를 부리느냐.”


그 말에 루이스의 옆에 붙은 귀족들이 키득댔다.

속닥거리는 귀족들의 입가에 웃음이 감돌았다. 그것은 명백한 비웃음이되, 오직 시연과 설진을 놀림감으로 만드는 것에 집중된 표정이었다.


루이스의 말을 들은 설진은 자신이 둘러쓴 망토를 바라보았다. 호위 임무를 하면서 직접적으로 죽인 사람이 셋이라 피가 군데군데 번져 있긴 했다.

허리춤에 매달린 검 상태 또한 깨끗하다고 말할 순 없었다.

저들이 피가 덕지덕지 발린 칼날을 보고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어찌 되었든 설진의 검은 사람의 피가 묻어 상당히 더러워진 상태였으니.


설진이 제 옷 상태를 점검하는 것을 본 루이스는 그것이 자신의 말에 걸려들었다 여겨 비릿한 웃음을 머금은 채 말은 이었다.


“거기 볼품없는 망토를 걸친 남자. 그래, 너 말이다. 이름이 뭐지.”

“···.”


설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자신이 사람과의 소통이 원활해져 타인과 물 흐르듯이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해도 루이스와 말을 섞고 싶지는 않았다.

그 대신 때를 기다렸다.

게임에서는, 이런 주인공 캐릭터가 엑스트라에게 당하는 것을 오래 보여주지 않았다. 아마 조금 더 있으면 다른 중재자가 올 듯싶었다.


“어허. 겁먹지 말고 이름을 대 보거라. 네놈의 집안에 해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루이스 님이 말씀하시는 데 건방지게시리! 빨리 이름과 출신을 말하지 못할까!”


어린 귀족들의 치기 넘치는 말이 연달아 이어진다.


“애들아. 바쁜 어른들 귀찮게 하지 말고 그냥 가렴.”


보다 못한 시연이 말을 내뱉은 것은 그때였다.

그녀는 정말로 귀찮다는 듯한 표정을 지은 채 손을 휘휘 저었다.


그 표정이 진심이라는 것을 인지한 루이스의 얼굴이 구겨졌다.

자신들이 그저 귀찮은 존재로 인식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제야 깨달았는지, 허, 라며 숨을 내뱉고 애써 침착을 유지했다.


“무시도 정도껏 해야지. 평민 따위가. 네놈은 아반가든의 이름도 들어 보지 못하였느냐?”

“아반가든? 설진아, 거기 어딘지 아냐.”

“···몰라요. 스쳐 지나가는 거 빼고 비중이 너무 없어서.”


루이스는 저들이 하는 말이 무엇인지 그 뜻을 온전히 받아들일 순 없었지만, 자신과 자신의 가문을 모욕하고 있다는 것 정도는 인지할 수 있었다.

삽시간에 루이스의 얼굴이 푸르락해졌다.


얼마 가지 않아 루이스의 손에서 옅은 불꽃이 피어올랐다.

화륵-. 화롯불이 타오르듯 희미한 색상의 불이 그의 손에 맴돌았다.


“네놈들이 정녕 귀족들을···.”

“멈춰라.”


화르으-.


이윽고 수도 한복판에서 마법을 시전하려 했을 때.

열이 받은 듯한 목소리와 함께 루이스의 마법이 새된 소리를 내었다.


“네놈은 또 무엇이! 냐, 아?”


그것이 한층 더 성질을 돋웠는지 마법을 끊은 장본인을 찾아 루이스의 얼굴이 움직였다.

하지만 곧 푸르락해진 얼굴이 창백하게 물들었다.


“와, 왕녀님?”

“왕녀 전하를 뵙습니다!”

“와, 왕녀 전하를···!”


왕녀 플라임.

청색 다이아몬드를 눈에 박은 듯한 눈동자와 바다의 위광을 품은 양 푸르게 일렁이는 머리카락이 설진의 눈앞에 비쳤다.

등까지 내리뻗은 머리가 하염없이 흩날렸다.


왕녀가 손을 뻗었다.

미약하게 방출된 플라임의 마력이 순식간에 루이스의 불꽃을 지워버렸다.


그걸로 끝이었다. 더 이상 루이스의 몸에 마력은 느껴지지 않았다.

시전하던 마법이 완벽히 봉쇄당한 것. 압도적인 실력 차에 루이스의 눈동자가 흔들거렸다. 플라임은 냉담하게 루이스를 바라보았다.


“꺼지거라.”

“예, 예?”

“꺼지라고 했다.”

“하지만 왕녀님! 저들의 복장은 너무 수상합니다! 그, 그 혹시 모를 범죄자거나 타국의 스파이일 가능성도-.”

“노르담에서 온 손님 앞에서, 당장 꺼지라 하였다. 이번에 세 번째다.”


플라임은 더 이상은 봐주지 않겠다는 듯 마력을 내뿜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플라임의 손에서 불꽃이 뿜어져 나왔다.

단언컨대 루이스의 것보다 훨씬 짙고, 거대한 불꽃이었다.


“···.”


루이스의 입이 닫혔다.

중립국 노르담.

설진과 시연의 출신을 확인한 루이스의 표정이 복잡하게 변했다.


노르담은 기본적으로 중립을 관철하는 나라였다.

먼저 공격하지 않는다면 노르담 또한 절대 공격하지 않는. 몬스터로 따지면 비선공 몬스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의도가 어쨌든 루이스는 방금의 언사로 노르담 출신인 설진와 시연에게 모욕적인 말을 내뱉었다.

그리하여 그것은, 노르담이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공격의 명분이 될 수도 있었고, 나아가 타국에게 약점을 잡힐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물론 아무리 노르담 출신이라고 한다고 해도 겨우 두 명에게 그런 짓을 했다고 예의 파국적인 상황이 오지는 않는다.

다만 문제는, 둘이 모험가 길드에 소속된 모험가이고.

모험가임과 동시에 최근 리자드맨이 기거하는 지하 미궁을 공략한 신예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것이 너무 최근이라 노르담 사이에서만 퍼진 소문일 뿐.

그리고 그 소문을 플라임은 독자적인 정보망을 구축해 알고 있었고,

루이스는 모르고 있었을 뿐이었다.


“···.”


루이스의 얼굴에 잿빛이 감돌았다.

기실 노르담의 손님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상황 파악을 마친 상태였다.


“노르담의 손님 여러분···.”


플라임의 눈앞, 노르담 출신 사람의 앞에서.


“치기 어린 마음에 제가 결례를 범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루이스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말을 이어갔다.

숙인 고개가 익은 벼처럼 더더욱 밑으로 내려갔다.

한동안 사과를 반복하던 루이스는 그제야 돌아갔다.


루이스가 돌아가고 난 후, 남은 것은 둘과 플라임뿐이었다.

먼저 입을 땐 쪽은 플라임이었다.


“미안하게 됐군. 노르담의 신예들이여.”


스토리 모드에서 본 플라임과 똑같은 모습.

냉철하고 냉담한 왕녀의 모습이었다.


“괜찮습니다. 그리 마음에 둘 정도로 상처받지는 않았으니까요.”

“아니, 되었다. 이번 일은 왕가의 이름으로 배상하지.”


둘의 대화를 지켜보던 설진의 시선이 위로 돌아갔다.

어린 귀족 자제를 만나고 헤어지고, 이윽고 플라임까지 마주한 순간.


“···그러고 보니 그대들은 실력이 출중한 모험가라 들었다만.”


[목표 : 왕녀의 의뢰를 거절하거나, 수락하십시오.]


“내 친히 그대들에게 맡기고 싶은 의뢰가 있다.”


12층에서 이루어야 할 목표가 떠올랐다.

의뢰를 거절하거나 수락하거나, 둘 중 하나를 고르는 선택지. 그것으로 끝이었다. 무엇을 선택하든 12층은 클리어된다.


한참 플라임과 대화를 주고받고 있던 시연도 시스템 창을 봤는지 언뜻 설진을 돌아보았다. 설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수락의 뜻이었다.


“무엇인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의뢰 이야기를 하기 전 플라임이 꺼낸 말은 귀족 루이스의 불미스러운 일을 왕가의 이름으로 배상한다는 말이었다.

말인즉 플라임이 거론이고 있는 이야기는 보상을 빙자한 의뢰. 중립국의 사람이라 대놓고 보상하는 것은 그러하니 이런 식으로 보상하겠다는 의도였다.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왕가의 이름이 들어간 의뢰니, 보수는 섭섭지 않게 챙겨주겠다.”


받지 않아도 스토리는 진행되겠지만, 받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우선 자리를 마련해야겠군. 이틀 뒤 다시 연락하겠다. 그때 동안 수도의 사람들에게 그대들에 대한 언질을 해놓을 테니, 부디 그때까지 수도를 관광지 삼아 즐겨줬으면 하는군.”

“여부가 있겠습니까. 왕녀님의 뜻이 그러하니, 그러도록 하지요.”

“그래, 그럼 그런 걸로 알겠다. 이틀 뒤 해가 중천에 떴을 때, 내 사자들이 그대들을 데리러 갈 것이다.”


플라임은 그 말을 끝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러던 중 무언가 생각났는지 다시 설진과 시연을 돌아보더니만.


“이름을 알려 줄 수 있겠나.”

“시연입니다.”

“···설진.”

“···시연, 설진. 좋은 이름이구나.”


이름을 확인하고 난 후 자리를 떴다.


플라임이 떠난 이후 설진은 플라임의 말을 곱씹었다.

-수도의 사람들에게 언질을 해놓을 테니.

타국보다 빠르게 노르담의 신예에 대한 정보를 퍼뜨리려는 플라임의 속셈이었다.

왕녀는 왕녀구나, 라고 생각하던 설진의 눈앞에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12층이 클리어되었습니다.]

[10000G를 획득하셨습니다.]


시연에게도 똑같은 말이 떠올랐는지 그녀는 상태창을 열람했다.

설진 또한 잔여 스텟 포인트를 사용하기 위해 상태창을 활성화했다.


[유설진(lv.12)]

[직업 : 도적]

[보유 스킬 : 기민한 발걸음, 암습, 학살, 신체 강화, 함정 해체]

[체력 : 15(+3) 근력 : 13(+2) 민첩 : 17(+2) 마력 : 16]

[잔여 스텟 포인트 : 1]


고민은 길지 않았다.


[마력 : 17]


예전부터 고수했던 방법이었다.

민첩과 마력을 동시에 올리자고.

스텟 배분을 마친 설진은 상태창을 닫았다.

시연 또한 끝났는지 손을 휘릭 저었다.


앞을 바라보았다.

하늘이 푸르렀다. 수도의 외곽에는 귀족들만이 아닌 평민들도 살고 있었다. 아이 하나가 뛰쳐나와 구슬을 던졌다. 다른 아이들은 즐겁다는 듯 웃으며 던진 구슬을 받고, 던지고, 그러면서 놀았다.


그 옆에는 포장마차처럼 번진 노점들이 장사하고 있었다. 아직 밤이 되지 않았음에도 장사 준비에 한창인 것이 정말로 바빠 보였다. 먹거리를 판매하는 가게 주인의 이마에 땀이 번졌다. 번진 땀이 낙하해 땅을 적셨다.


설진의 눈동자에 파문이 일었다. 노는 아이들을 보아도, 장사하는 사람들을 보아도, 아무리 보고 또 보아도 설진의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아니, 변할 수 없었다.

3년의 세월을 바치다시피 한 세계고 게임이었다. 아무리 아니라고 인식해도, 현실이라고 생각해도 마음속 깊은 곳에는 여전히 게임이란 단어가 자리 잡고 있었다.


모든 것이 입체적임과 동시에, 평면적으로 느껴졌다.


* * *


“루이.”

“예, 왕녀님.”

“둘이 있을 때는 플라임으로 불러도 된다니까. 이걸 몇 번이나 말해야 하는 거야.”

“하지만···.”


흥, 작게 콧바람을 뿜어낸 플라임이 고개를 돌렸다.

그러던 중 딱히 시선을 둘 때가 없어 다시 루이를 바라보았다.


“아무튼, 널 부른 이유는 하나야. 보여주고 싶은 게 있거든.”

“보여주고 싶은 것, 말입니까?”

“그래, 이거야.”


플라임의 손에 사람 손만 한 구슬이 들렸다. 퍽 무거워 보였는지 플라임의 손이 흔들렸다.


“아직 결정 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너한테는 보여줘야 할 것 같아서.”


5층 스토리 모드에서 플라임이 획득했던 귀보.


“아마 멀지 않아 쓸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 그 여파가 어떻게 되었든 간에-.”


‘만물(萬物)을 통제하는 억압의 눈'이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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