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9,827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1.11.25 23:55
조회
3,217
추천
36
글자
12쪽

11화

DUMMY

지하 미궁의 입구는 게이트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불길한 기운이 감도는 붉은색 게이트. 구석구석에 튀어나온 하얀 빛은 허리가 구부려진 듯 괴상한 모양을 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성공해야 해.’


라임은 란과 린 몰래 주먹을 꽉 쥐고 다짐했다.

신규 지하 미궁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거짓말이었다. 그녀는 여러 모험가, 혹은 용병단을 고용해 미궁에 들어간 전적이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미궁에 들어갈 때마다 그녀는 실패를 거듭했었다. 몬스터가 강한 탓도 있겠지만, 시야가 문제였다.


일반적인 파티의 경우, 마법사의 마법으로 시야를 해결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신규로 발견된 미궁 속에서는 마력을 사용한 마법 사용이 극단적으로 어려워질뿐더러 마력 소비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마력 소비량의 증가는 곧 유지력의 감퇴를 의미했다. 미봉책으로 횃불을 사용해 시야를 확보하려 했으나 미궁의 특성인지 횃불을 드는 순간 꺼져 버렸다.


‘후우.’


심호흡하듯 숨을 내쉬었다.

란과 린이라는 모험가에게는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공략에 여러 번 실패했다는 소식이 나뒹군다면 미궁에 도전할 기회는 줄어들 수밖에 없으니까.


게이트에 입장하기 전 그녀는 손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미궁 속에서 마법사의 쓰임은 거의 없다시피 하지만, 입장 전 미리 마력을 모아 마법을 발현시키고 가는 것 정도는 가능했다.

라임은 초반 시야 확보를 그것으로 해결할 생각이었다.


란과 린이 아무리 뛰어난 모험가라 해도, 어두운 시야에 적응하기까지에는 시간이 필요할뿐더러 적응한다고 해도 전력을 내기 어려울 테니까.


“들어가지.”


기합이 들어간 란의 목소리와 함께, 그녀는 미궁에 들어섰다.


* * *


“광염(光焰).”


미궁에 들어서자마자 라임의 목소리가 울렸다.

울린 목소리에서 하나의 주문이 들리는 듯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작은 빛을 만들어냈다. 순식간에 밝혀진 주변 풍경이 두 눈을 비추었다.


“혹시 모르니까 써 본 거야.”

“마법사였나? 이것 참. 공략이 편해지겠는데.”


설진의 바뀐 말투가 라임에게 전달됐다.

불과 관련된 마법을 다루는 마법사. 그것이 라임의 정체였다.


지하 미궁이라는 곳은 보통 어둠을 동반하므로, 시야 확보가 가능한 마법사의 존재는 큰 이점이었다. 설진은 주위를 파악하고자 고개를 돌렸다.


[어둠 속 길잡이가 활성화됩니다.]

[반경 250m의 지리를 파악합니다.]


‘란’의 패시브 스킬의 활성화와 함께 지리가 머릿속으로 흘러 들어왔다.

시야 확보와 정보의 선점. 굉장한 이점이었다.


‘이만한 특혜를 주고 시작하니 스토리 모드가 쉽다고 평가받을 수밖에.’


설진은 스킬로 얻은 정보를 정리했다. 갈림길, 숨어있는 몬스터의 대한 정보가 대부분이었다. 대부분이면서 중요한 것들이기도 했다.


“앞 100m까지는 일직선의 길이다. 다만 곳곳에 오우거가 배치되어 있군. 어림잡아 스무 마리 정도. 가자, 빠르게 진압하지.”


설진의 손이 신호를 보내듯 움직였다. 시연은 그 신호를 보고서 방패를 들어 올렸다.


그녀 또한 4층 상점에서 산 소형 방패가 아닌 대형 방패를 들고 있었지만, 그리 불편해하는 기색은 아니었다. 페이드와 유약이 없어 소형 방패를 산 것이지, 원래 시연은 대검과 함께 커다란 방패를 사용했었다.


타다다다-.


설진을 선두로 셋은 앞으로 나아갔다. 시야 확보에 성공한 이후 라임의 광염은 꺼졌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도적인 설진은 더욱 유리하게 싸울 수 있었다.


도적은 보통 어둠에 녹아들어 검을 휘두르는, 그런 식의 플레이를 하는 직업이었으니까. 깜깜한 곳은 절대적으로 도적이 활약하기 좋은 환경이었다.


“먼저 가지.”


기민한 발걸음을 사용한 설진의 기척이 옅어졌다.

시연의 시야에도 설진은 보이지 않았다.


“어디까지 가는 거야?”


그건 라임에게도 마찬가지였는지, 돌연 그녀의 입에서 의문이 튀어나왔다.


“멀리 가는 건 아니야. 그냥, 지금 최대한 숫자를 줄여놓는 편이-.”


그 의문에 화답한 건 설진이 아닌 시연이었다. 시연의 직업은 기사였는지라 설진과 같은 민첩성 높은 플레이가 불가능했다.


다만 아군을 지키는 역할에는 탁월할 정도로 어울리는 직업인지라, 그녀는 라임의 곁에서 대형 방패를 치켜들고 있었다. 그녀의 역할은 의뢰인인 라임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었다.


이윽고 약간의 시간이 지나.


사락-!!


섬뜩한 절삭음이 란의 움직임을 알렸다.


“-의뢰인을 지키기에도 유리해져서 말이야.”


시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연쇄적으로 절삭음이 들려왔다.

크에에에에!! 그와 동시에 오우거의 처절한 비명소리도.


크에에!! 다시 한번 비명이 울렸다.

그러나 그 비명이 끝맺기도 전에 촤악-. 피 튀기는 소리가 귀를 잡아먹었다.


더 나아가 계속해서 베는 소리가.

베고, 베고, 베고, 베고, 베고 또 베는 소리가.


“세 마리 남았다. 두 마리는 부상이야.”


무아지경으로 단검을 휘두르던 설진의 목소리였다. 그와 동시에 광란에 찬 오우거의 목소리가 고막을 비집었다.


크아아아아!!!


고블린, 오크와 같은 녹색의 괴물.

남은 세 마리의 오우거가 라임과 시연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오케이.”


시연은 답하며 한 손에는 방패를, 다른 한 손에는 대검을 들어 올렸다.

후방에 위치한 라임과 시연을 향해 달려오던 오우거의 공격을 한 번 튕겨내고서, 전방의 방패를 치우고 대검을 휘둘렀다.


촤아아아악!!


인정사정없이 회전한 대검에, 오우거의 몸이 갈기갈기 찢겨나갔다. 몸에서부터 뿜어져 나온 초록의 핏물이 사방팔방 번져 근처 암석에 묻었다.


묻은 피가 번져 내려오기 전에 다른 오우거가 달려들었다. 설진이 말한 세 명의 오우거 중 유일하게 부상을 입지 않은 오우거였다.


시연은 전과 마찬가지로 먼저 달려오는 오우거의 공격을 방어한 후, 똑같이 방패를 치웠다. 빠르게 스위치 된 양손이 대검을 앞세웠다.


퍼어어억!!!


검의 단면을 맞은 오우거가 뒤로 날아갔다. 날아간 틈을 타 마지막 오우거가 달려들었다.


마지막 오우거에 대처하는 시연의 모습이 달라졌다. 방패로 오우거의 대처를 한 번 막고, 대검으로 바꾸는 것이 아닌 방패 그대로 오우거를 밀어버렸다.


촤아아악!!!


철퍼덕! 주위 석재에 부딪혀 곤죽이 된 오우거의 몸이 부서졌다. 이로써 두 마리. 언뜻 뒤를 돌아보자, 대검으로 밀어낸 오우거는 설진이 이미 마무리를 한 뒤였다.


“계속 가지. 머릿속에 들어온 정보는 더 있다.”


설진의 머릿속에는 나머지 백오십 미터의 정보가 더 들어 있었다.

체력이 별로 소진되지 않았음을 인지한 셋은 계속해 나아갔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가 지나.


“갈림길? 그것도 네 개나?”


걷던 도중 그들이 마주친 것은 갈림길이었다. 설진은 다시 한번 어둠 속 길잡이를 발동시키려 했다. 그러나 들려오는 목소리에 의해 발동을 멈추었다.


“제일 왼쪽으로-. 왼쪽으로 가는 게 맞는 것 같은데.”

“그건 마법사로서의 감인가?”

“아니, 마법 비슷한 거라고 생각하면 돼.”

“흐음. 일단 알겠다.”


마법사인 의뢰인이 저렇게 말하는데, 딱히 거절할 명분은 없었다. 말을 듣지 않을 이유가 없기도 했고.


라임의 말대로 설진은 가장 왼쪽 길을 택했다. 확실히, 나머지 세 갈림길과는 다르게 옅은 빛이 뿜어져 나오는 것이 수상하기는 했다.


설진은 방심의 끈을 놓지 않은 채 걸음을 옮겼다.


“그나저나 이곳··· 생각보다 넓군. 높이로도, 넓이로도.”


걷던 도중 설진의 입을 열었다. 어둠 속 길잡이를 사용하면서 왼쪽 갈림길을 지나쳤지만, 끝이 보이지 않았다.


“끝에 잡히는 게 없는 거야?”

“그래. 계속 사용하고 있었는데 잡히는 게 없어.”

“흐음···.”

“물론 넓이로 따지면 이해할 수 있어. 공간이 무식하리만치 넓은 던전이나 미궁은 많이 경험했으니까. 근데 높이마저 끝이 없다는 건···.”


설진이 입을 열었다.


“둘 중 하나다. 정말 말도 안 되게 거대한 던전이라거나, 내 스킬을 누군가 차단하고 있거다나. 물론 후자의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지만.”

“란의 말이 맞을 거야.”


설진의 분석을 옮다고 말한 건 라임이었다.


“나도 스캔을 사용해 봤는데 여긴 정말··· 어마어마하게 넓은 곳이야.”


도적의 탐지 스킬과 마법사의 탐지 스킬.

둘의 결론이 같았다. 그렇다는 건 미궁이 넓다는 건 사실이라는 의미였고, 말인즉 꽤 피곤한 여정이 셋을 기다리고 있다는 의미였다.


미궁은 기본적으로 사람이 사는 환경과는 달랐다. 미궁 밖 세상에 섞인 마력보다, 미궁 속에 섞인 마력이 절대적으로 많았다.

하여 미궁에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압박감이 느껴졌다. 조금 풀어져 말하자면 쉽게 지치고 쉽게 피로해진다.


“뭘 걱정하는지는 알겠는데, 너무 그럴 필요 없어. 새로 발견된 지하 미궁이래서 준비는 철저히 했어. 물자는 셋이서 써도 족히 세 달은 버틸 수 있을 거야.”

“후유. 그건 다행이네.”


라임의 말에 답한 건 시연이었다. 물자의 풍족함은 모험가의 안심을 잴 수 있는 척도나 다름없었다. 지금으로선 그 척도가 매우 높은 편이었다.


오래 버틸 수 있다는 건 곧 유지력과 지속력의 증강을 의미했으니까.

적어도 지금 설진과 시연은 공략에 전력으로 임할 것이라고, 라임은 생각했다.


“그렇다면 말 나온 김에 여기서 잠시 쉬고 가도록 하지. 꽤 걸었다. 몬스터와의 조우는 없었지만, 이대로 계속 경계하면서 나아가면 체력 소모가 더더욱 심해질 테니까.”

“난 상관없어. 라임은?”

“···슬슬 나도 그 말 하려고 했어.”


설진이 입을 열었다.


“다행이군. 삐뚤어진 성격의 의뢰인은 아니라서.”

“A급 모험가를 홀대할 만큼 세상 물정을 모르는 꼬맹이는 아니거든.”


그 말에 설진의 눈이 잠시 돌아갔다.

시야에 라임이 담겼다. 꼬맹이. 자신이 말한 그대로 그녀는 꽤 여린 체구를 가지고 있었다. 잘 쳐줘봤자 17살, 18살 정도려나.


“쉬고 있어. 잠시 둘러보고 오지,”

“음? 경계석을 사용하면 되는데?”

“난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거든.”


말이 끝남과 동시에 설진의 몸이 사라졌다.

둘에게서 벗어난 설진은 벽에 몸을 짚었다.


턱.


“···적응이 안 돼.”


벽이 닿은 손바닥에서 미약한 떨림이 느껴졌다.


‘란’이라는 인물에게 도저히 이입할 수 없었다. 성격도, 체형도 모든 것이 설진과 달랐다. 자동으로 바뀌어 튀어나오는 말투가 적응되지 않았다.


“컴퓨터로 볼 때는 괜찮았는데···.”


새삼 컴퓨터와 현실이 다름을 느꼈다. 한 차례 멀리서 캐릭터들의 대사를 지켜보는 것과 직접 인물과 인물 사이의 대화에 끼는 것은 현저히 달랐다.


설진은 대충 자리를 잡고서 걸터앉았다.


‘하아. 하아.’


절로 가쁜 숨이 뿜어져 나왔다.

손에 힘이 없었다. 맞지 않는 사이즈의 옷을 입은 것처럼 불편했다.


5층의 스토리 모드 자체는 쉬운 것이 맞았다. 그러나 원체 맞지 않는 성격 때문에 설진으로선 외려 부담이 되었다.


‘으으. 그래도, 어쩔 수 없으니까.’


설진은 다시 몸을 일으켰다.

이래라저래라해도 이곳은 지하 미궁. 쉽게 피로해지고, 쉽게 지친다.


하여 빠른 클리어가 중요했다. 처음에는 괜찮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게임의 난도는 더욱더 올라가게 될 테니까.


굳이 게임을 어렵게 할 필요는 없었다.


“···가자.”


설진은 몸을 돌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40 사막선인장
    작성일
    22.02.07 01:56
    No. 1

    게임이 가상현실 게임이었나요? 게임으로 얻은 경험은 결국 간접경험이고 실제 절차기억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텐데 게임에서 대형 방패를 다뤄봤기에 현실에서도 대형 방패를 다루는 게 어색하지 않았다는 식으로 묘사가 되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0 사막선인장
    작성일
    22.02.07 01:59
    No. 2

    컴퓨터 게임이었다는데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2 32화 21.12.12 1,082 19 12쪽
31 31화 21.12.11 1,123 18 12쪽
30 30화 +1 21.12.10 1,170 18 12쪽
29 29화 21.12.09 1,198 17 12쪽
28 28화 21.12.06 1,248 17 11쪽
27 27화 21.12.05 1,278 17 11쪽
26 26화 21.12.04 1,391 17 11쪽
25 25화 21.12.03 1,473 20 11쪽
24 24화 21.12.02 1,544 21 11쪽
23 23화 - 선언과 책임(責任)의 장(7) 21.11.29 1,584 23 11쪽
22 22화 - 선언과 책임(責任)의 장(6) +1 21.11.28 1,600 21 12쪽
21 21화 - 선언과 책임(責任)의 장(5) 21.11.27 1,685 23 11쪽
20 20화 - 선언과 책임(責任)의 장(4) 21.11.25 1,917 22 12쪽
19 19화 - 선언과 책임(責任)의 장(3) 21.11.25 1,953 23 11쪽
18 18화 - 선언과 책임(責任)의 장(2) 21.11.25 2,160 25 12쪽
17 17화 - 선언과 책임(責任)의 장(1) +1 21.11.25 2,380 33 12쪽
16 16화 21.11.25 2,432 34 12쪽
15 15화 21.11.25 2,485 35 12쪽
14 14화 +1 21.11.25 2,592 34 11쪽
13 13화 21.11.25 2,668 39 11쪽
12 12화 21.11.25 2,836 39 11쪽
» 11화 +2 21.11.25 3,218 36 12쪽
10 10화 21.11.25 3,613 39 11쪽
9 9화 +2 21.11.25 3,695 40 11쪽
8 8화 +2 21.11.25 3,839 51 11쪽
7 7화 +3 21.11.25 4,200 51 11쪽
6 6화 +3 21.11.25 4,487 49 11쪽
5 5화 +2 21.11.25 4,762 51 11쪽
4 4화 +2 21.11.25 5,024 54 11쪽
3 3화 +1 21.11.25 5,796 6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