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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9,792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1.11.25 23:54
조회
3,694
추천
40
글자
11쪽

9화

DUMMY

피로회복제를 내민 손에서 타인의 온기가 느껴졌다.

맞잡아 닿은 바니타스의 손이 설진과 겹쳤다.


‘······.’


실로 오랜만에.

타인과 맞잡은 손은 불쾌하고, 불편했다.


* * *


“···고마워.”


바니타스는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피로회복제를 받아들였다.


꿀꺽- 꿀꺽-!


회복제를 마시는 그녀의 목울대가 하염없이 움직였다. 한 모금을 마실 때마다 체력이 회복된다는 것을 인지한 듯 보였다.


이윽고 마지막 한 방울까지 삼킨 바니타스는 ‘캬.’ 라며 시원한 목소리를 토해냈다. 어쩐지 피로한 기색이 묻어 나오는 것 같았다.

설진은 조용히 한 병을 더 내밀었다. 회복제 하나를 비운 바니타스였음에도, 아직 피로함을 가시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었다.


다시 한 모금, 꿀꺽-.


“으아, 살겠다!”


마침내 두 병을 비워낸 바니타스는 몸을 일으켰다. 어느 정도 체력이 회복되었다는 뜻이었다. 큰 소리로 외친 그녀의 목소리가 설진의 귓가를 스몄다.


‘왜 이렇게 작위적으로···.’


설진은 바니타스의 모습에 의문을 가지면서도 딱히 제지하지는 않았다. 남에게 말을 걸 용기는 없었다. 그것이 명령문이나 강요문이라면 더욱더.


대신 커뮤니티 창을 활성화시켰다. 찾는 것은 페이드와 유약. 바니타스가 이 탑에 있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남은 두 사람도 있으리라는 마음에서 출발한 선택이었다.


이윽고 검색창에 페이드라는 닉네임을 써넣으려 했을 때-.


“안 되더라. 그거. 두 사람은 검색이 안 돼.”


별안간 바니타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해 봤어요?”

“어, 해 봤는데 안 되더라. 닉네임을 다르게 설정한 건지, 아니면 탑에 들어오지를 못한 건지. 모르겠어.”

“네 뭐, 그렇다면···.”


설진은 커뮤니티 창에서 손을 뗐다. 사락-. 순식간에 눈앞에서 사라진 시스템 창을 한 번 바라보더니만, 다시 바니타스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왜 그렇게 쳐다봐? 신기하냐?”

“···딱히 그런 건 아니고요. 그냥, 뭔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그럼 말을 하지 그래. 아, 아니다. 그냥 내가 그쪽으로 갈게. 의자가 있는데 굳이 서서 대화할 필요는 없잖아.”


저벅- 저벅.


바니타스가 걸어 설진에게 다가왔다. 한 발자국을 옮기는 소리가 들을 때마다, 설진은 낯선 감각에 사로잡혔다. 타인의 접근. 회사에서 해고당한 뒤로 한 번도 겪지 못했던 일이었다.


“읏차.”


자리에 앉은 바니타스가 짧게 소리쳤다. 그녀는 곧장 테이블 내 탑재된 시스템을 파악하고서는, 커피 한 잔을 시켰다. 시킴과 동시에 곧바로 테이블 위에 커피가 떨어졌다.


한 모금을 마신 바니타스는 설진을 바라보았다. 분명 게임에서는 그렇게나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했던 상대인데, 어째선지 지금의 그는 조용했다.

물론 지금 상황이 굉장히 급작스럽게 느껴질 것이고, 쉽게 말을 붙이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하긴 했지만, 조용해도 너무 조용했다. 침묵에 먼저 지쳐 나가떨어진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한동안 어색한 침묵이 계속되자 결국 바니타스 쪽에서 입을 열었다.


“똑같이 도적 선택한 거야?”

“네. 저는 이게 맞아서요. 그나저나 바니타스? 아니, 그러니까-.”

“주시연이야. 그냥 시연 누나라고 불러. 그게 훨씬 낫겠다.”

“···아, 시연, 누나.”

“아니다. 그냥 좀 부담된다 싶으면 그냥 누나라고 불러.”

“······.”


적응되지 않았다.

줄곧 히키코모리와 같은 삶을 살아왔던 설진에게 활발한 사람은 당황과 불안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요소였다.


‘아냐. 그래도 게임에서 많이 만나본 사이니까.’


설진은 입가를 오므렸다. 최대한 누나라고 발음하려 애써 봤다.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타인을 위해서 애써본 것이 얼마 만인지.


“···누나.”


기어코 ‘누나’라는 발음이 튀어나왔다. 바니타스, 아니. 시연은 자신이 25살이라고 인게임 내에서 밝힌 전적이 있었다.


그에 비해 설진은 24. 한 살 차이로 누나와 동생 사이가 갈렸다. 설진은 차라리 반대의 상황이었으면 어땠을지 생각해 봤다. 그 순간 오빠라는 단어가 대뇌에서 맴돌아 곧바로 잊어버렸다.


“그래, 그래. 앞으로 누나라 부르고~.”


시연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에 설진도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화답했다.


“누나도 똑같이 기사 고른 거에요?”

“맞아. 나도 이게 제격에 맞나 봐. 역시 나는 탱커 체질인가.”

“스탯 분배는 어떻게 하고요?”

“으으음··· 어디 보자. 체력이 17에, 근력이 15- 나머지는 다 10이네. 아, 아직 잔여 스텟 포인트 하나 남았어. 3층 깨고 안 쓴 거 하나 있거든. 어차피 상점 스테이지도 클리어하면 레벨업 시켜주니까 2포인트 있다고 보면 되나.”


체력에 투자를 집중해야 하는 탱커의 근력이 15라는 사실에 설진은 의구심을 품었다.

물론 후반에 가서는 탱커에게 체력뿐만이 아닌 높은 수치의 근력도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초반부터 근력을 찍을 필요는 없었다.


의구심이 생기긴 했지만, 구태여 질문하지는 않았다.


“그나저나 너는?”

“13, 12, 14, 13이요.”


왼쪽에서부터 체력, 근력, 민첩, 마력 순이었다.


“음? 마력이 13?”

“시작할 때부터 찍혀져 있었어요. 누나도 그런 거 아니에요? 말 들어보니까 체력이랑 근력 쪽이 좀 오른 채로 시작한 거 같은데.”

“아, 맞아. 둘 다 11로 시작했었어. 뭐, 일단 이득이긴 한데 솔직히 왜 이러는지는 잘 모르겠다. 좋은 일이긴 해서 넘어가고 있는 거야.”


게임, 스탯 관련된 이야기가 서로를 오갔다.

설진은 주로 슌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시연에게 읊는 식이었고, 시연은 그때마다 반응해주면서 간혹 궁금한 것을 물었다.

그 주제의 이야깃거리가 바닥을 보일 때쯤, 시연이 다른 말을 건네왔다.


“근데 우리 설진이, 생각보다 잘 생겼네.”

“······?”

“아니 뭐. 나는 랭킹 1등이라고 해서 처음에는 나이 든 아저씨를 생각했단 말이야. 아니라면 그냥 폐인이거나.”


시연이 키득거렸다.


“그런데- 생각보다 잘 생겨서 놀랐어.”

“···저도 누나 보고 놀랐어요.”

“음? 왜? 생각보다 예뻐서?”

“네, 뭐. 그것도 있고···.”


설진은 시연이 4층에 올 당시를 생각했다.

허억, 거친 숨을 내쉬며 힘들어하고 있던 그 상황을.


랭킹 2등. 그것도 가장 튼튼한 전열 탱커인 시연이 고작 3층에서 고전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설진은 그 이유를 시연이 아닌 외부의 이유에서 찾았다. 가령 파티와의 불화 같은 일이 있었으리라 생각했다.


설진은 도적을 골랐기에 1대1 싸움에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었지만, 시연은 달랐다. 그녀는 공격 능력이 크지 않은 기사였기에 솔로 플레이가 불가능하다시피 했을 것이다.


3층까지 파티를 유지한 것도 아마 그 이유였을 터, 그리고 당시 그녀가 힘들어하고 있는 이유는 아마···.


“···아니에요.”


거기까지 생각한 설진의 머릿속이 멈췄다.

괜히 부정적인 말을 꺼낼 필요가 없었다. 괜히 분위기를 깨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당시 그녀의 모습이 너무 처절해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온갖 좋지 않은 생각이 들었다.


“옛날부터 내가 좀 예쁘다는 말을 들어오긴 했는데···.”


시연은 픽픽 웃으며 말을 걸어왔다. 설진은 무언으로 긍정했다. 시연은 자신의 앞말만을 듣고서 기분이 좋아진 모양이었다. 이 장단을 깨고 싶지는 않았다.


“그나저나 우리 설진이는 인기 없었어? 학창 시절에 좀 놀았을 거 같은데.”


흠칫.


학교생활 이야기가 튀어나오자 설진은 반사적으로 몸을 떨었다. 그리 좋은 기억이 있지는 않았다.


설진은 ‘하하. 그렇게는 아니에요.’ 정도로 화답하려고 입을 열었다. 그러나 그가 입을 열기 전, 시연의 입이 먼저 문장을 토해냈다.


“얼굴도 반반하고··· 인기 되게 많을 거 같은··· 응?”


그 순간-.


그의 몸에서, 무언가가 멈춘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야. 새끼. 반반하게 생겼네. 아랫도리는 별로 안 그럴 거 같은데. 함 까봐.


킬킬거리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귀에서 일렁거렸다.


몸이 떨렸다.


“뭐야. 너 왜 그래!?”

“아, 아니. 아무것도···.”


설진은 최대한 내색하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시연은 그런 설진의 모습을 놓치지 않았다.

최대한 기색을 감췄건만 말이 나온 당시 설진이 보인 감정은 명백한 공포였다. 눈동자 사이로 확실히 보였다.


아직 낫지 않은 트라우마를 마주한 것처럼 하염없이 흔들거리는 눈동자가 못을 박듯 눈가를 아로새겼다. 시연은 자신이 말실수했음을 깨달았다.


“아니라면, 됐고.”


생각해 보니 설진은 과할 정도로 소심했다. 별로 좋지 않은 일, 좋지 않은 부분을 건드렸다는 것을 자각한 시연은 애써 상황을 무마하고자 했다.


설진도 그것을 원했는지 더 깊게 파고들지 않았다.


“슬슬 살 거 사고, 쉬었다가 올라가죠. 누나.”

“아, 응. 그럴래?”


서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직감한 설진은 잠시 개인행동을 제안했고, 시연은 받아들였다.


상점에서의 아이템, 스킬 구매. 해야 할 일이기는 했다. 원래 핫초코를 마시면서 할 생각이었는데 급작스러운 시연의 출현으로 인해 잠시 지체되었었다.


설진은 한 번 더 테이블을 두드려 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음식과 음료를 가리키는 시스템 창이 사라지고 물건을 파는 창이 나타났다.


[물품 목록]

[스킬]

[아이템]

[고유 능력] - 제한(1)


스킬과 아이템, 그리고 고유 능력. 고유 능력은 한 사람당 하나밖에 사지 못하는 능력이었다. 그만큼 사기적인 능력이니만큼 신중하게 잘 선택하는 편이 좋았다.


물론 설진은, 이미 무슨 고유 능력을 구매할지 생각해 놓은 상태였다.


‘똑같은 걸로 가자.’


손가락을 몇 번 움직여 이동한 곳엔 ‘회복’과 관련된 키워드의 고유 능력이 있었다. 설진은 스크롤을 두어 번 내리더니, 원하는 것을 찾았는지 이내 멈추었다.


[흡혈]

[가한 피해량의 20%를 회복합니다.]

[가격 - 10000G]


흡혈.

초반 솔로 플레이를 했던 당시 힐러의 존재를 대체하기 위해 사용했던 고유 능력이었다.


물론 후반에 가서 힐러 역할인 유약을 만난 이후 특성의 유용성은 조금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살 수 있는 ‘여지’를 하나 만들 수 있는 특성이었다.


힐러가 있다지만 마력이 부족해서 힐을 적절하게 못 줄 때도 있었고, 무엇보다 설진의 전투 스타일이 안으로 파고드는 식인 만큼 유용할 때가 많았다.


도적에게 절대적으로 부족한 유지력을 채울 수 있다는 이점도 존재했고.


[흡혈을 구매합니다.]

[고유 능력은 한 번 구매하면 바꿀 수 없습니다.]

[구매하시겠습니까?]

[예/아니요]


망설임 없이 예를 눌렀다. 3층 오크를 상대할 때 이 고유 능력이 있었더라면 훨씬 편하게 이겼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설진은 나머지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마력 수치를 바라보았다.


13. 나쁘지 않은 수치였다.

이윽고 무언가를 결정한 듯한 표정의 설진의 손이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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